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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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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21 SPRING 232

‘위안부’ 진실에 대한 끔찍한 증언 ‘위안부’ 진실에 대한 끔찍한 증언 『한 명』 작가, 김 숨. 브루스 & 주찬 풀턴 번역, 224쪽, 19.95달러, 시애틀, 워싱턴 대학 출판부, 2020 이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제국주의 군대는 전쟁 기간의 강간율을 낮추기 위해 윤락업소 체제를 만들었다. “위안소”라 불린 곳에서 자발적으로 지원한 매춘부가 일하는 것처럼 했지만 그곳에서 일했던 대다수의 여성은 억지로 끌려오거나 보수가 좋은 공장일이라 약속 받거나 다른 계략에 빠져 성노예 일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희생된 여성들은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었다. 현대 한국문학에서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있었지만 위안부 는 대체로 무시되어 왔다. 작가 김숨의 이 소설은 예외적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경험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한 명의 생존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안부의 경험을 날것 그대로 움츠려들지 않고 묘사한다. 생존하는 마지막 위안부로 알려진 여성의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공포와 침묵 속에서 삶을 이어갈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할지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된다. 마음이 약하거나 예민한 영혼을 가진 이들에게 소설은 읽기 쉽지 않다. ‘위안부’라는 명칭과는 대조적으로 이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이 겪은 고통과 굴욕과 수모는 한 치의 미화 없이 그대로 묘사된다. 책 속에 언어로 표현된 묘사가 아무리 끔찍하고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하더라도 이 여성들이 견뎌야했던 고통의 바다에 비하면 단지 물 한 방울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충격은 더 커진다. 소설은 재개발이 계획된 적막한 동네의 슬레이트지붕 집에 살고 있는 90세 할머니의 현재와 굶주리는 가족을 위해 달팽이를 줍던 13세 소녀가 일본인에 의해 성노예로 만주로 끌려가게 되는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하지만 곧 이 모든 게 단순히 회상에 머무르지 않음이 명백해진다. 주인공은 단순히 과거를 ‘되돌아보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과거를 ‘재체험’한다. 위안소에서 보낸 7년의 시간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그 경험의 고통과 트라우마는 그녀를 떠난 적이 없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소설이 사실과 허구 사이의 균형을 잡는 방식이다. 작가의 창작품으로 소설이긴 하지만 300개 이상의 각주가 실제 생존했던 위안부의 증언을 출처로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해 번역자가 후기에 밝히고 있듯이 소설은 장르적 구분을 짓기가 어려워 명확하게 하나의 범주로 마케팅 홍보를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독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책은 허구적 소설인가 아니면 역사물인가? 사실 둘 다이며 그 자체로 책은 고통스러운 진실을 전달하는 픽션의 힘을 증언한다고 할 수 있다. 위안부의 고통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독자라도 이 책을 읽으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진실을 직시하는 것이 치유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조부모가 주는 아름다운 글과 그림으로 만들어진 선물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마리나 할머니 (안경자) 글, 찬 할아버지(이찬재) 그림, 번역 소피 브라운, 304쪽, 20달러, 런던, 파티큘러북스, 2020 1960년대 대학에서 만난 찬 할아버지와 마리나 할머니의 이야기는 낭만적 사랑을 다룬 이야기책에서 볼 법하다. 그녀는 시화전을 위해 시를 썼고, 무작위로 정해진 대로 그는 그녀의 시에 삽화를 그렸다. 자신들의 예술을 통해 서로 연결이 되었고 이 씨앗은 사랑으로 꽃을 피워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그들이 브라질에 정착해 살고 있던 중 2015년에 딸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뉴욕에 살고 있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다시 그림을 그리라고 제안했다. 오래 전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되돌아보면서 마리나 할머니는 그림과 함께 할 글을 썼고, 이것을 자신들의 인스타그램 “나의 손주들을 위한 그림”에 올렸다. 인스타그램에서 화면으로 볼 수 있었던 이 부부의 그림과 글은 이제 책이 되었다. 책은 느슨하게 사계절로 나뉘어 있고 중간 중간에 내셔널지오그래픽 팀과 동행한 찬 할아버지의 갈라파고스섬 여행과 젊은 시절의 기억도 짧게 들어가 있다. 책은 손주들과 관련된 내용에서부터 공룡과 다른 동물들,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자연스럽게 나이듦과 죽음과 상실에 대한 생각들도 꽤 들어있다. 찬 할아버지 그림의 색이 다채롭고, 표현이 풍부하고 영감을 준다면 마리나 할머니의 글은 거의 아이 같은 천진함과 세월이 주는 지혜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이 함께 함으로써 그 합은 각 부분의 합보다 더 큼을 볼 수 있다. 초기 인쇄 역사에 대한 영어판 웹 사이트 ‘Jikji World’ http://www.cheongju.go.kr/app3/jikjiworld/content/eng_main/index.html 청주: 청주고인쇄박물관 이 웹 사이트는 일반적으로 ‘직지’로 알려진 책에 대한 정보를 주는 사이트의 새 영어 버전이다. 직지는 금속 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이다.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 더 일찍 만들어진 이 책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 사이트는 중세 불교서 자체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보고이며 서지정보와 인쇄에 사용된 기술에 대한 상세한 내용뿐 아니라 한국의 금속활자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 청주 고인쇄박물관에 대한 소개도 담고 있다. 박물관 자체의 가상현실체험은 이 글을 쓰는 동안 유감스럽게도 작동이 되지 않았지만 “직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사이트의 정보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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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20 WINTER 241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저자 박성원, 장정화 & 앤드류 J. 키스트 공역, 188쪽, 16달러, 뉴욕 화이트 파인 프레스, 2019 소설가 박성원의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읽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소설집의 각 단편들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작품일 수 있지만, 전체를 다 읽게 되면 훨씬 더 큰 그림이 그려진다. 단편집은 다양한 실이 서로 가로지르면서 연결되는, 조심스럽게 쳐진 거미줄 같다. 가장 눈에 띄는 연결고리는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후반부에 다시 등장하는 경우이지만, 그밖에도 다른 실들이 엮여 있다. 거의 모든 이야기를 관통해 나타나는 건 장마 기간의 지속적인 비 혹은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몰아치는 물줄기다. 칼 융은 물이 가장 보편적으로 무의식을 상징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의식이라는 표면 아래에 잠복해 있다가 홍수처럼 터질 것 같은 위협 속에 있다. 어쩌면 그래서 진실은 손가락 끝에 닿을 듯하면서 늘 손 밖에 나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 소설 속 불운한 인물이 주장하듯, 진짜 뜻은 말에서 찾을 수 없을지도, 말은 근본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또 다른 실은 글쓰기, 혹은 예술성 전반과 그것의 역량(혹은 그것의 부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다. 공공의 선을 위해 자신의 희생이 필요함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두운 동화를 쓰는 악몽에 갇힌 어린 소녀. 19세기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턴 식의 “폭풍우가 몰아친 밤하늘은 무척이나 어두웠다.”로 자신의 걸작을 시작하는 자칭 미래의 공상과학 작가. 비평가의 말에 혼자 동의하지 않지만 곧 예술 세계에서 잊히는 예술가. 러브스토리를 쓰려고 했지만 도망자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 작가 등이 등장한다. 꿈과 자유도 주제로 나타나는데 이는 시간이 사람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캐릭터들에 형상화되어 있다(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불행한 어린 소녀에도). 시간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이 진정한 자유로 가는 문을 열어줄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통념처럼, 그것은 단지 정신 이상이나 죽음을 의미하는가? 소설집을 읽고 나면 번개 빛 속에 풍경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듯 단지 몇 개의 인상만 남는다. 몇 마디로 책 전체를 포착하는 건 불가능하고 다양한 플롯 라인을 요약하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로 무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다. 때로는 한 이야기 안에서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보여주며 작가는 독자가 사람과 사건을 여러 관점에서 보도록 만든다. 이는 어떤 관점이 올바른 건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무엇이 진실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주는가? 이를 좀 더 성찰하게 되면 우리는 더 깊고 중요한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여러 관점 중 어떤 거라도 실로 “맞다”고 할 수 있는가? 혹은 관점들은 어둡고 절망적인 세상을 밝히는 다양한 빛줄기일 뿐인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너머의 어떤 목적지를 향해 우리의 길을 밝혀 주는? 한류를 탐구하는 색다른 접근 『팝 시티: 한국의 팝 문화와 장소의 상품화』 저자 오유정, 238쪽, 19.95달러, 뉴욕 코넬대학출판부 2018 이 책은 한류에 관해 쓰인 가장 최근작 중 하나이다. 하지만 독특한 접근과 관점으로 인해 지속되는 한국 팝 문화 열풍에 관해 쓰인 여느 책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간단히 요약하면, 책은 문화산업과 도시 관례 간 교차점과 상호작용이 어떻게 ‘장소의 상품화’, 즉 물질적인 장소에 효과적인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상품화하는지를 탐색한다. 저자는 한류의 원인을 캐내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한국의 지형을 재구조화하는지 밝힌다. 책은 한류를 두 부분으로 나눠 다룬다. 1부는 대략 20세기 초 10년간 한류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의해 추동되던 시기와 상응한다. 반면에 2부는 이후 10년 동안 팝뮤직, 즉 케이팝에 의해 주도된 시기를 다룬다. 1부에서 저자는 민주화의 발전으로 행정의 지방분권화가 어떻게 지방정부로 하여금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각 지역을 상업적으로 홍보하는지를 살펴본다. 2부에서는 케이팝 아이돌이 생성되는 과정과 이들이 어떻게 서울의 강남이나 명동과 같은 지역을 핫스팟으로 만들어 상품화하는지를 보여준다. 한류에 대해 그동안 많은 글들이 쓰였지만 저자의 연구는 한류의 중심을 물질적인 지역에 둠으로써 남다르다. 당연히 한류 현상 자체에 대해 관심을 두지만, 이 현상이 이제 어떻게 한류를 태동시킨 지역적 토대를 변화시키는지를 조사한다. 이 책은 학문적 관점에서 한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이지만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의 팬이라면 자신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문화상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동서양이 공유하는 근원적 기질 「카르마(Karma)」 블랙 스트링, CD €17.50, 뮌헨: 악트 레코드(ACT Records) [2019] 블랙 스트링은 거문고 명인 허윤정(Heo Yoon-jeong [Yoon Jeong Heo] 許胤晶)과 대금 연주자 이아람(Lee Aram [Aram Lee]), 타악 주자 황민왕(Hwang Min-wang [Min Wang Hwang]), 기타 연주자 오정수(Oh Jeong-su [Jean Oh]) 4명으로 이루어졌다. 밴드명은 ‘현금(玄琴)’이라고도 불리는 거문고의 의미를 담았다. 거문고는 한국 전통 악기 중에서 가장 귀족적이고 보수적인 특성을 지녔다. 국악기로서 그 특성이 매우 강해 개량이 어렵고, 서양 음계로 연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이 악기가 재즈 밴드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로운 변화를 상징한다. 리더 허윤정을 비롯한 국악 연주자 3명이 이 악단의 유일한 서양 음악 연주자 오정수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이유는 동서양이 공유하는 근원적 기질을 발견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즉흥성’이다. 2018년 영국 송라인즈 음악상(Songlines Music Awards)을 수상한 1집 「마스크 댄스(Mask Dance)」에 이어 2집 「카르마(Karma)」도 독일의 재즈 레이블 악트 레코드에서 발매되었다. 총 아홉 곡이 수록되어 있는 이 음반의 첫 곡 ‘수레냐(Sureña)’와 두 번째 곡 ‘바빌론의 공중정원(Hanging Garden of Babylon)’은 인상적인 리듬으로 몽환적인 이국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지간한 유명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한 바 있는 라디오헤드의 히트곡 ‘Exit Music’처럼 더 이상 새로울 여지가 없어 보이는 넘버조차도 독특하고도 전위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COVID-19 확산으로 물리적 국경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의 음악은 세상의 경계를 허물고 ‘위기 앞의 문화적 연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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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20 SUMMER 83

두 여인의 상상 속 만남 두 여인의 상상 속 만남 『나와 마릴린』 이지민 장편소설, 김지영 역, 170쪽, 12.99파운드, 런던, 포스이스테이트(4th Estate), 2019년 출간 한국전쟁이 끝나고 채 일 년도 되기 전에 한반도는 또 한 번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충격(bombshell)은 금발 미녀(bombshell의 또 다른 의미)로 인한 거였다. 마릴린 먼로가 나흘간 남한에 주둔한 미군 부대 투어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예상이 되겠지만 소설 속 거의 모든 남자가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열광하며 혼이 빠지지만, 먼로의 통역을 맡은 소설의 주인공 앨리스 J. Kim은 다른 종류의 문제로 정신이 혼란스럽다. 앨리스는 미군 부대 공보국에서 통역가로 일하고 있는데, 얼핏 보기에는 전후 불안정한 시기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갇혀 있고, 전쟁의 상흔으로 일찌감치 쉰 머리가 나고 심리적 파국 상태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후 가능하면 생을 짜릿하게 즐기려 마음먹은 댄스홀 여자들처럼 그녀 역시 과거를 잊고 지나간 일로 여기려 애쓴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소설 시작에서 그녀가 처음 내뱉은 말 “죽음을 생각하며 출근한다”는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릴린과의 조우와 스타 통역사로 겪게 되는 경험은 전쟁과 전쟁 전의 기억과 회고를 위한 틀로 기능한다.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녀는 여러 세계 사이에 갇혀 있다. 기혼남인 작가와 미군 아빠와 일본 엄마를 둔 선교사로 그녀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 이름을 만들어준 남자 사이에서처럼. 하지만 그녀를 진정으로 이해했던 유일한 남자는 그녀처럼 예술가로 일본에서 공부하고 전쟁 발발 전 그녀와 함께 북한에서 프로파간다를 만들었던 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독자는 앨리스의 과거와 그녀가 겪은 전쟁 경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그녀는 흥남철수 때 북한을 도망쳐 나왔지만, 자신이 견뎌야 했던 공포의 기억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마릴린의 곁에서, 스타가 가는 곳마다 몰려드는 군중에 의해 몸이 흔들리지만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앨리스는 소리치는 군인 무리를 떨쳐두고 무대 뒤로 온 마릴린의 모습에서 피곤하고 지친 한 여자를 본다. “한 남자의 사랑도 받지 못하면서 모든 남자를 사랑해야 하는” 운명의 이 여인은 앨리스처럼 망각의 따뜻한 포옹이 필요하다. 마릴린은 정신없이 몰아친 투어 끝에 살아남아 나중에 자신이 진정한 스타처럼 느낀 건 처음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녀의 기억,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간 운명적 선택의 기억들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이지민의 소설은 매끈하게 전개되고 절망적 사연이 결말로 치달으면서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한다. 이전에도 한국전쟁의 끔찍함을 다룬 소설이 많았다. 이 소설은 이데올로기도, 거대한 역사적 이슈도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 끔찍한 시간 동안 산산조각난 한 여성의 삶에 철저히 집중한다. 그녀의 고통과 고난 속에도 어쩌면 작은 희망이 깜빡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미소처럼 밝게 빛나면서 말이다. 명상으로 안내하는 고전 『흔적 없이 나는 새 - 황벽 스님 설하고 수불 스님 다시 보다』 로버트 E. 버스웰 Jr., 김성욱 공역, 360쪽, 29.95달러, 매사추세츠, 위즈덤 퍼블리케이션, 2019년 출간 이 책은 시간적으로 다층적이다. 9세기 중국의 선불교 선사 황벽희운이 쓴 어록에 한국의 선사이신 수불 스님이 현대어로 해제를 달았고, 이제 영어로 처음 번역되었다. 영어권에 알려진 선불교(Zen Buddhism)는 경전을 바탕으로 하는 교리주의와 달리 깨달음에 이르는 수단인 명상에 초점을 맞춘다. 선사인 수불 스님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화두를 살펴 깨달음에 이르는” 간화선 수행을 가르쳐 왔다. 즉 수행자는 하나의 화두에 집중하여 이로부터 질문과 의심을 갖게 되는 방식이다. 이 의심을 떨쳐버리기 위해 평상시의 사고방식을 적용하면 우리는 막다른 지경에 이를 뿐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수행자는 진부한 사고방식을 내던져야 한다. 수불 스님은 그동안 많은 평신도들이 간화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순간에 도달하도록 도왔지만, 그들이 깨달음을 넘어서서 더 깊이 있는 영적 체험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불 스님은 늘 학생들에게 깨달음 이후 더 이상 성취할 것이 없다고, 새로운 경험을 좇는 것 역시 또 다른 집착이라고 말한다. 황벽희운의 『전심요법』에 대한 해제는 최초의 깨달음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안내하기 위해 쓰였다. 당나라 유학자이자 불교 교학에도 정통한 배휴와 황벽 스님이 묻고 답한 내용을 기록한 이 고전은 놀랄 정도로 현대적이다. 배휴의 질문들은 수불 스님이 학생들로부터 받는 질문들과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들을 위해 의도되었고 이들이 가장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 모두에게 흥미로울 수 있다. 요리 모험가를 위한 채널 쿠캣(COOKAT) www.youtube.com/channel/UCBAYajvDy1-R8D0aaPaleaw 요즘 유튜브에서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에서 요리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요리 채널이 특히 인기가 많다. 쿠캣 역시 그런 채널 중 하나로 ‘메인 요리’, ‘애피타이저’, ‘디저트’, ‘한국 음식’ 등의 제목으로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한다. 한국 음식을 빠르고 쉽게 요리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특히 ‘한국 음식’ 편을 클릭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비디오는 몇 분의 길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잠깐 쉬는 동안(또는 끊임없이 유튜브 영상 시청에 빠진 사람도) 시청할 수 있다. 요리 순서를 자막과 함께 차례대로 보여 주는 영상 편집은 따라 하기 쉽게 되어 있고, 재료와 방법은 각 영상 아래에 따로 적혀 있어서 천천히 따라 해야 하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 이 채널에서 제공하는 모든 요리를 만들어 보다가는 허리둘레가 늘어나겠지만, 영상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자신의 요리에 한국식을 가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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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20 SPRING 67

잠깐의 여유 시간을 위한 이야기 잠깐의 여유 시간을 위한 이야기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배수아 작, 데보라 스미스 번역, 36쪽, 6.99 파운드, 노르빅: 스트레인저스 프레스 2019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은 배수아의 단편 소설이다. 작가 배수아는 최근 몇 년 동안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노력 덕에 영미권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최근작은 스트레인저스 프레스의 ‘여유 시리즈’에서 소책자로 출간되었다. 한국어 ‘여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영어로 번역하기에 쉽지 않지만 ‘leisure(여가)’나 ‘ease(안락함)’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떤 것을 가리킬 수 있다. 시리즈 이름이 적절해 보이는 이유는 작품을 짧은 여유 시간을 이용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에 잠기는 독자는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거나 다시 읽어 보기를 원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는 주인공 험윤이 늘 해온 대로 아침을 만드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곧바로 하나의 특징이 눈에 띄게 되는데 그는 습관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한 인간의 개성이 그렇듯 여기에도 양면이 있다. 한편으로 그것은 익숙함과 일상의 틀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그래서 새롭고 낯선 경험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성격적 특징이다. 극단적인 경우에 그런 사람은 아주 지루한 인물일 수 있다. 다른 한편, 그런 사람은 확고부동하고 의지력이 강하며 자기훈련이 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두 가지 면이 서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경우는 드물고 험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독자는 그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 그가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같은 것. 그런데 그는 집의 여러 장소에 다양한 책을 늘어놓고 이 책에서 저 책으로 각기 다른 시간에 가볍게 건너뛰면서 책에 몰입하는, 조금 독특한 독자이다. 이런 모습은 틀에 얽매인 사람보다 다양한 경험에 개방적인 사람의 특징이다. 그런데 여전히 여기에도 어떤 질서가 있다. 특정 공간에서 특정한 형태의 책을 선호해서 읽는 식으로.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카페를 방문할 때는 희곡 작품을 읽는 식이다. 이처럼 다방면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질서가 잡힌 삶 속에 작가는 무작위적인 요소를 가끔 집어넣는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아침 조깅 중에 기수 없는 은색 말을 우연히 보게 되고, 미지근한 물을 받은 욕조에서 휴식을 취하며 읽으려 손을 뻗었을 때 신비롭게도 자신이 모르는, 기억에도 없는 책, 이 단편의 제목이 나오게 된 책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견하는 일 같은 것이다. 이야기가 깊이를 더해가는 건 험윤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갖게 되는 때이다. 이야기의 4분의 1 지점까지 우리는 험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데 세상의 눈을 통해 그를 바라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것처럼 느낀다.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그는 멋진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있다.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 후 그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어떤 문을 통과할 것인가? 약간의 ‘여유’를 갖고 짬을 내서 읽을거리를 찾고 있다면 이 단편이야말로 그 시간을 채워주기에 아주 적절하다. 버려진 공주로부터 얻는 치유의 시 『바리연가집』 강은교 작, 정은귀 역, 74쪽, 14달러, 사우스 캐롤라이나: 팔러 프레스 2019 강은교 시인의 시집 『바리연가집』은 제목에서 한국의 민담과 샤머니즘에서 잘 알려진 바리공주를 언급하고 있다. 궁궐에서 쫓겨난 바리공주가 떠나는 여정은 얼핏 봐서는 전형적인 영웅의 여정처럼 보인다. 부모에게 쫓겨나서 초자연적인 여정을 마친 후 영웅이 되어 귀환하는 식의. 하지만 바리가 쫓겨난 건 위협적인 존재였기 때문이 아니라 왕권을 계승할 남자로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인데, 영적인 세계로 떠나는 그녀의 여정은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치유와 생명을 가져다주는 영웅적 서사다. 이러한 이유로 바리는 샤먼들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며 바리의 이야기는 그들의 의식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노래된다. 그런데 강은교 시인의 시와 샤머니즘의 관계는 시집의 제목을 넘어선다. 번역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여기 실린 시 속에는 샤머니즘 의식에서 부르는 노래에서 기원하거나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구절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 의미를 여기서 풀어내기에는 지면이 한정되어 있기에 이렇게만 말해두고자 한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자연과 영적 세계와 교류하는 인간을 다루면서 무엇보다도 실제 인간사에서 겪는 고통, 괴로움과 슬픔을 치유하는 데 가장 관심이 있다고. 그처럼 강은교 시인의 시는 차별을 허물고 기대를 갖게 만드는 치유의 언어다. 죽어 있던 사물들이 의인화되고 새 생명을 부여받게 되고, 감지할 수 없는 것에 육체적이고 감지될 수 있는 형태가 부여된다. 세속적이고 평범하게 보이는 것이 직감적이고 비범한 것이 된다. 여기에 실린 시들이 가끔 불가해 보이기는 하지만(유감스럽게도 어색한 번역과 철저하지 못한 교정으로 인해 더욱 그렇게 되었다) 그 때문에 시와 우리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바리연가집』의 선율은 긴 여운을 남기게 될 것이다. K-Pop 말고 더 알고 싶나요? Indieful ROK indiefulrok.com ‘Indieful ROK’은 이제 두 번째 판으로 재탄생했는데 원래는 2008년 스웨덴의 음악 팬인 안나 린드그렌과 (그해 말에 사이트를 떠난) 오리엔코리안이 만든 사이트이다. 안나는 1990년대에 H.O.T.와 터보 같은 그룹의 팬이었지만 2000년대에 그녀는 한국의 음악 세계가 모든 곳을 정복한 듯이 보이는 케이팝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한국의 인디음악이 실재로 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12년 그녀는 2년 동안 휴가를 내서 웹사이트 koreanindie.com을 만들었고 이어서 Indieful ROK를 론칭했다. 새롭게 단장한 사이트는 이전 사이트만큼 자주 업데이트가 되지는 않지만 안나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여전히 한국의 인디음악 현장에 대해 포스팅을 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팝뮤직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고 싶다면 이 사이트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전에 올라온 포스팅이 여전히 아카이브에 있어서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뮤지션이나 음악 산업의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다양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 그리고 (2020년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한 최신 포스팅을 포함해서) 음악상과 대회에 대한 업데이트가 포함된다. 당신의 한국 음악에 대한 지식이 케이팝에 한정되어 있다면 이 사이트를 통해 앞으로 당신이 좋아하게 될 음악가나 밴드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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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19 AUTUMN 75

암살자를 둘러싼 소름 돋는 스릴러물, 그 이상의 소설 암살자를 둘러싼 소름 돋는 스릴러물, 그 이상의 소설 『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소라 김-러셀(Sora Kim-Russell) 번역, 304쪽, 25.95달러, 뉴욕 더블데이 출판사, 2019년 김언수의 『설계자들』은 암살자와 살인 청부업자의 음지 세계로 독자를 몰아넣는다. 그곳에서는 문명이라는 허울 아래 고위 권력자들이 자신의 적을 정밀 타격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세계는 다채롭고 매력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스스로 ‘개의 도서관’이라 부르는 도서관에서 암살단을 운영하는 ‘너구리 영감’, 반려동물을 화장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기적으로 사람 시체를 태우는 화장장 주인 ‘털보’, 시대 변화의 흐름을 간파하고 살인 청부업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암살자 ‘한자’, 장막에 가려진 무시무시한 칼잡이 ‘이발사’, 평범한 삶을 사는 게 목표인 추적자 ‘정안’, 세상을 뒤집어 버릴 중요한 계획을 짜고 있는,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설계자 ‘미토’가 그들이다. 이들 모두의 중심에 우리의 주인공 암살자 래생(이 특이한 이름은 ‘사후 세계’를 의미한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도서관에서 자란 그는 너구리 영감의 신임을 받는 오른팔의 위치에 오른다. 라이플총의 조준경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저격수의 모습으로 처음 등장하는데, 그가 저격 대상인 인물을 대하는 모습에서 독자는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래생은 실력 있는 암살 전문가이지만 인간적인 깊이가 있다. 암살, 적어도 그 일이 귀결되는 방식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추동력이며 결국 래생과 너구리 영감이 한자와 정면 충돌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래생이 알지 못하는 사이 한 무리의 여성들이 그의 일을 방해하고 결국 그의 세계를 서서히 멈추게 하려 한다. 늘 다른 이들로부터 명령을 받는 암살자로 더 큰 게임의 볼모이기도 한 래생은 이제 자신의 길을 선택해야 하고, 어떻게 마지막 게임을 끝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광범위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는 설계자, 암살자, 추적자, 훈련관의 지하 세계라는 설정이 얼핏 공상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김언수의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다. 설득력 있게 보여 주는 남한의 현대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채로운 인물과 그들의 세계가 입체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소설은 믿기지 않는 공상이 아니라 바로 코앞에 존재하지만 그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소설은 ‘설계자들’을 제목으로 하지만 이들은 소설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 독자는 인질들의 행보를 따라가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손은 보지 못한다 - 결국 가장 뛰어난 설계자는 작가 자신이다. 그는 독자를 인물들의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면서 소설 막바지까지 긴장과 미스터리를 조성하는 플롯을 정교하게 직조한다. 미토의 설명대로, 세상의 문제는 사람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그럴듯한 사연과 변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설계자들』이 암살자에 관한 내용 그 이상임을 깨닫는다. 소설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적인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각각의 인물은 자신이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한국 고전 소설의 새로운 해석 『구운몽』 김만중 지음, 하인즈 인수 펜클(Heinz Insu Fenkl) 번역, 288쪽, 17달러, 런던 펭귄북스 출판사, 2019년 김만중의 『구운몽』은 고유한 의미와 정취 덕분에 긴 시간을 통과해 살아 남은 전통의 일부인 한국 고전문학의 주요 작품이다. 번역자 하인즈 인수 펜클이 언급한 대로 소설은 이전에 영어로 몇 번 번역이 되었다. 가장 잘 알려진 번역본은 제임스 스칼스 게일(James Scarth Gale)의 1922년 본과 리차드 러트(Richard Rutt)의 1974년 본이다. 하지만 러트의 번역 이후 거의 반세기가 지났고 새 번역본 출간은 이전의 번역본을 구할 수 없었던 독자에게는 꽤나 반가운 일이다. 현대의 독자에게 17세기 한국 소설이 9세기 중국 당나라를 배경으로 해서 한자로 쓰였다는 사실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일이 예외적이지 않았다. 『구운몽』은 이전에 있어온 것의 모방을 넘어선다. 소설은 참조 문헌으로, 정치적 풍자로, 불교에 대한 명상 등 다양한 측면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의 뿌리, 그리고 현재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소설이다. 새 번역본은 이전 번역본의 몇몇 문제점을 다루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어조와 분위기는 잘 살려내고 있다. 또한 충분한 해설을 통해 독자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작품의 여러 의미 층위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현대 독자에게 고전 작품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새 번역본은 그 자체로 뛰어난 번역 전통에 합류하게 되었다. 맥주 한 잔, 해변의 여름은 간다 「Where We Were Together」 세이수미, MP3 앨범 8.99달러, 런던 댐나블리(Damnably) 레이블, 2018년 ‘세이수미’는 네 명의 젊은 뮤지션들 — 최수미(Choi Su-mi 崔守媄, 보컬, 리듬기타), 김병규(Kim Byung-kyu 金秉奎, 리드기타), 하재영(Ha Jae-young 河載榮, 베이스), 김창원(Kim Chang-won 金昌源, 드럼) — 이 부산의 한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의기투합해 2012년 결성한 밴드다. 해변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연습하고 동네 바에서 공연했다. 시큼한 향의 빈 맥주 캔과 병이 늘어날수록 이들의 음악은 적지 않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발자취를 남겼다. 이들의 음악은 비치 보이스(Beach Boys)처럼 ‘서프 록(surf rock)’이라는 장르로 범주화되곤 하는데, 그만큼 해변과 어울린다. 광안리 해변에서 연습하던 지역 밴드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는 데는 엘튼 존도 한몫했다.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세이수미의 ‘Old Town’을 소개하면서 “끝내주는 곡”이라고 이들을 치켜세웠다. 이 밴드의 두 번째 앨범 「Where We Were Together」를 플레이어에 걸면 첫 곡 ‘Let It Begin’ 에서 파스텔톤 해변의 낭만이 신나지도 우울하지도 않게 담담하게 우리 앞에 선다. ‘But I Like You’ 는 최수미의 몽환적인 보컬이 기타 톤과 발랄하면서도 그을린 듯 몽롱하게 어우러진다. 앨범의 백미인 ‘Old Town’은 유명세를 얻은 곡답다. 적당한 질주감에 반복해서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끝 곡인 ‘Coming to the End’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여운은 신나게 질주하던 곡들의 빈틈을 채우며 앨범을 더욱 묵직하게 만든다. 여름과 바다의 낭만은 영원하지 않다. 사람들이 떠난 가을의 초입에 해변은 쓸쓸해진다. 따뜻한 온기에서 서늘한 쓸쓸함까지 전달해 주는 세이수미의 노래들에서 때로는 여름의, 가끔은 가을의 해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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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19 SUMMER 18

고립과 축출의 알레고리 고립과 축출의 알레고리 『재와 빨강(City of Ash and Red)』 편혜영, 김-러셀 소라 번역, 256쪽, 24.99 달러, 뉴욕: 아케이드 출판사 (2018) 편혜영의 소설 『재와 빨강』은 이름 없는 주인공이 국제공항에 억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입국한 나라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의심을 받는다. 테스트 결과 다행히 그는 단지 감기에 걸렸을 뿐이어서 공항을 떠나도록 허락받는다. 낯선 나라에 도착한 이방인인 그는 타지의 언어를 간신히 몇 마디 할 뿐이지만, 앞으로 몇 달간 머물게 될 것으로 짐작한 아파트로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다. 하지만 그의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새롭게 도착한 지역은 곳곳에 쓰레기가 층층이 쌓여 있고, 거리는 소독약이 뿌려져 하얀 화학 연기로 뿌옇다. 그는 부주의로 여행 가방을 잃게 되는데 가방 안에 든 물건들 대부분은 하찮은 것이지만, 그중에는 연락처가 모두 담긴 핸드폰도 들어 있다. 이렇게 그는 이전에 알고 있던 세상으로부터 점차적으로, 하지만 거침없이 단절되기 시작된다. 그가 머물게 된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오래 있지 못한다. 모국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후 그는 공포에 질려 그곳을 도망쳐 나온다. 그의 여정은 실제로 그리고 은유적으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망가진 사회의 오물과 악취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된다. 그는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때까지 균열의 틈새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편혜영의 소설은 낯설고 꿈같은데(가끔은 ‘악몽 같다’는 말이 더 적절한 묘사가 될 것이다) 거기에 알레고리적 특징을 더한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주인공과 그의 전처, 그리고 그가 방문한, ‘C’라고만 표기된 나라의 이름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과 장소의 이름이 부재함에 기인한다. 이는 한국 소설에서 처음 사용되는 소설적 장치는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 특히 효과적으로 이야기에 보편성을 부여한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은 또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독자가 마치 주인공과 함께 있는 둣한 느낌을 갖게 한다. 쓰레기를 태우는 불의 연기로 주변이 뿌연 공원에서, 쓰레기가 둥둥 떠 있는 하수가 천천히 흐르는, 악취가 풍기는 어두운 하수도에서처럼. 하지만 특정한 구체성을 띄지 않음으로써 동시에 이런 일이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을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런 묘사는 대단히 효과적으로 이탈감으로 인한 불안과 긴장을 만들어 낸다. 소설은 방향 감각의 상실, 고립과 축출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단절되고 고립되며, 접촉과 관계 재설정을 위한 그의 필사적인 시도는 반복해서 실패한다. 결국 나락 속에서 올라서긴 하지만, 그가 다시 단단한 땅을 밟고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허공에 뜬 존재”로 남는다. 아마도 관계의 결핍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삶에서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방대해서 멀고도 멀었”던 미래를 내다보는 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조차도 종종 가려져 있는데 - 실제로 소독약에 의해 시야가 뿌연 상황이나 자신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처럼 - 그래서 그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 과거는 어두운 비밀을 담고 있다. 과거 회상을 통해 주인공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될수록 주인공에 대한 연민은 점점 더 줄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흥미롭다. 그의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바로 그 단점 때문에 그는 확실하게, 그리고 그럴듯하게 인간적이다. 그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약 우리의 안락한 삶이 내딛고 있던 땅이 어느 순간 쑥 꺼져 우리 역시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한국 무속신에 대한 드문 시각적 연구 자료 『한국 무신도(The Paintings of Korean Shaman Gods: History, Relevance and Role as Religious Icons)』 김태곤, 한 크리스티나 번역, 207쪽, 75 파운드, 켄트: 르네상스 북스 (2018) 1989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저명한 한국 무속 연구가 김태곤(1936~1996)의 기억할 만한 저서다. 이 영역본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큐레이터 자문위원이자 소속 연구원인 한 크리스티나에 의해 번역되었다. 그녀는 도입에서 한국의 무속, 무속신과 그들의 재현, 그리고 제례에서 무신도의 역할 등 한국 무속의 여러 면면에 대해 짧지만 유용한 내용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김태곤이 집필한 책의 첫 장은 무신도에 관한 자세한 역사를 제공하고 또한 한국의 다양한 무속인 유형과 이들과 무신도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그다음에 무신도를 분류하고 그림에 나타나는 개별적인 인물들을 묘사한 후 예술 작품인 무신도가 제례에서 적절하게 사용되는 맥락을 소개한다. 미술사가인 박용석 교수가 집필한 두 번째 장에서는 무신도를 다른 각도에서 다룬다. 작품 속에 재현된 여러 종류의 의상이나 공예품, 그리고 주제가 갖는 의미를 설명할 뿐 아니라 무속신과 이를 묘사하는 무신도의 특징을 설명한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속신을 보여주는 130장의 컬러 사진이다. 김태곤 교수가 남한을 여행하며 무속을 연구하는 동안 발견한 무신도를 찍은 사진이다. 그 화려한 색과 단순하지만 강한 표현의 그림들은 화가들이 무속신의 영기를 붓으로 포착하려 한 것처럼 관람자를 끌어당길 것이다. 무속 신앙과 제례에 대해 훨씬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한국 무속에 대한 영문 서적들이 이미 출판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영적인 세계로 안내하는 다채로운 창을 제공하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시각적 요소를 드러내 보여 준다. 살아 있는 숨결의 흔적 「Communion」 By Park Jiha, Audio CD $17.98, Hamburg: Glitterbeat Records [2018] 어릴 적 플루트로 시작된 박지하(朴志夏)의 음악 여정은 한국 전통 악기 피리와 생황으로 이어졌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음악 그룹 ‘숨(su:m)’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그룹 이름처럼 박지하의 음악에는 숨결이 흔적을 남긴다. 2010년 숨의 1집 음반 「공간에서 숨 쉬다」를 발표한 이후 박지하는 WOMAD, SXSW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참가하였고, 유럽의 주요 극장 무대에 오르며 주목받는 음악가로 성장했다. 2016년 발표한 「Communion」은 그룹 활동을 잠시 접어두고 본인의 이름만으로 낸 정규 1집 앨범이다. 2018년 독일 글리터비트(Glitterbeat Records)가 이 음반을 재발매하면서 세계 음반 시장에도 데뷔하게 되었다. 재발매 이후 피치포크(Pitchfork), 가디언(The Guardian) 등 해외 저명 매체들로부터 ‘주목해야 할 신인’, ‘이달의 음반’등으로 언급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음반에서는 미니멀리즘과 아방가르드 재즈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이 노골적이지 않고 은근하기에 미니멀리즘과 다른 컬러로 다가온다. 또한 음악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간명하기에 아방가르드 재즈와도 결이 다르다. 노르웨이의 색소폰 연주자 얀 가바렉(Jan Garbarek)의 곡을 연상시키는 ‘Communion’은 타이틀 트랙답게 앨범의 정체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박지하의 피리와 김오키의 색소폰, 존 벨의 비브라폰이 맞물리는 연주를 들으면 마치 세 악기가 서로를 위로하는 듯하다. 벨기에 뢰번의 카이저스버그(Keizersberg) 수도원에서 리허설 중 숙엄함과 울림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연주했다는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The Longing of the Yawning Divide)’은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다. 몽환적으로 여울지면서 가요처럼 귀에 들어온다. 반면 ‘All Soul’s Day’는 가장 재즈적인 트랙이다. 반복되는 양금의 리듬 위에 색소폰과 피리가 복잡하게 얽힌다. 마지막 곡 ‘마주앉은 첫 마음(The First Time I Sat across from You)’은 고조되는 양금이 부서지고 국악기처럼 처연한 색소폰이 외롭게 울린다. 모든 곡이 끝난 뒤의 침묵 속에도 박지하의 숨결이 느껴진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도 오랫동안 반짝일 인상적인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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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19 SPRING 67

파리 땅을 밟은 최초의 한국 여성에 관한 소설 파리 땅을 밟은 최초의 한국 여성에 관한 소설 (영문 제목 Court Dancer) 신경숙, 번역 안톤 허, 336쪽, 25.95달러, 336 pages, 뉴욕, 페가수스 북스, 2018 은 로 영어권 독자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신경숙 작가의 영어 번역 작품 중 가장 최근작이다. 소설은 19세기 말 프랑스 초대 공사로 한국에 온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의 마음을 빼앗은 궁중 무희 리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그녀는 1891년 콜랭과 함께 프랑스로 가게 되고 그 나라를 방문한 최초의 한국인 여성이 된다. 책 커버 소개에 따르면 소설은 “놀랄 만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정말 놀라운 건 신경숙 작가가 세기 전환기에 쓰인 불어 책에서 단 한 번 짧게 언급된 조선의 궁중무희에 관한 기록을 갖고 이토록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말은 한국사에서도 격동의 시기였다. 막 개항한 조선은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는 서구 열강들 틈바구니에 놓여 있었다. 왕과 함께, 특히 왕비는 조선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이들 세력들이 서로 다투도록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결실을 보지 못하고 결국 일본이 1910년에 조선을 병합하여 35년간 식민 통치를 하게 되었다. 신경숙의 소설은 조선의 절망적인 삶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동시에 파리의 벨 에포크 시대의 낙관주의를 해부한다. 하지만 역사는 단순히 리진 이야기의 배경 그림에 머물지 않는다. 리진은 그 역사 속에서 맡은 역할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작가는 리진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조선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경숙 작가는 고전적이지만 시간을 초월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다양한 문학 기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소설을 관통하면서 작가적 시점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혜안을 곳곳에 뿌려 놓는 식이다. 물의 특성을 다루는 경구들은 특히 울림이 크다. 리진을 키워낸 여인이 우물에서 물을 기를 때, 작가는 이렇게 적는다. “물은 생긴 대로 퍼담을 수도 있고 따를 수도 있다. 어디에나 고일 수도 있고 어디로든 흘러갈 수도 있다. 어떻게도 그 본성을 변화시켜놓을 수 없으니 그것이 물의 힘이다.” 나중에 프랑스 공사 빅토르가 궁궐의 물가를 지날 때는 이렇게 적는다. “물은 막지 않으면 흐르고 막으면 저항 없이 고인다.” 이런 말들이 그냥 봐서는 평범하게 들릴 테지만 리진이 프랑스라는 새로운 세상에 어떻게 적응하게 될지를 예시하는 복선이다.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리진은 곧 불어도 유창하게 말하게 되고, 프랑스 최신 패션을 위해 조선의 궁중 의복을 주저 없이 벗어던진다. 물처럼 그녀는 자신의 환경에 맞춰 모습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리진은 여전히 특별한 볼거리이다. 그녀를 받아들인 사람들조차도 리진을 신기한 이국적 물건처럼 다룬다. 빅토르가 수집해서 프랑스로 가져온 도자기의 하나처럼. 한편 그 당시 파리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홍종우는 리진이 조선의 문화를 내팽개친 걸 조롱하고 비웃는다. 리진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조선의 궁궐에서 살 때는 결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일이다. 외국에서 얼마간 살아본 독자라면 충분히 그녀의 상황에 공감할 것이다. 낯선 문화 속으로의 이주는 말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길을 잃고 붕 떠 있는 느낌을 갖게도 만들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된 내용은 리진의 이야기와 병합으로 인해 조선이 국제 사회에서 잊히기 전의 이야기를 직조하는 여러 가닥 중 하나일 뿐이다. 직조의 결과물인 태피스트리는 다양한 무늬로 가득하다. 그 속에 머물며 시간을 보낸다면 독자는 충분히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해석을 넘어 감각적 체험을 위한 시 (영문 제목, We, Day by Day) 진은영, 번역 다니엘 파커, 지영실, 108쪽, 16달러, 뉴욕, 화이트 파인 프레스, 2018. 진은영 시인의 시집 에 대해 전형적인 리뷰를 시도하는 건 헛된 일이고 어쩌면 불합리조차 할 것이다. 마치 석양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묘사하려 할 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시집에 대해 차분하게 이성적인 단어를 정돈된 형태로 나열해 무언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번역가의 해설은 독자에게 어떤 내용을 기대해도 좋을지 약간의 암시를 준다. 진은영의 시는 “완전한 이해를 추구하는 독자를 늘 곤혹스럽게 한다.” 사실 그녀의 시가 추구하는 것은 독자가 쉽게 해석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독자는 그 때문에 좌절감을 맛볼 수 있다. 만약 잭슨 폴락의 그림 앞에 서서(인터넷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그림 앞이다) 도대체 화가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의아해 한다면 이 시집은 당신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림 속의 부조화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해설을 보면 진은영 시인은 세 권의 시집 외에 세 권의 철학서를 출간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 둘 사이의 경계선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은 시이면서 철학서이다. 시인이 여기서 시도하는 건 뒤샹이 자전거 바퀴를 의자 위에 꽂았을 때, 또는 폴락이 바닥에 페인트를 흘리고 쏟아 부었을 때의 정신 세계에 닿아 있다. 시인의 시는 해석되지 않는다. 읽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시는 결국 체험될 뿐이다. 한국 현대 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웹사이트 KoreanLit (www.koreanlit.com) 매사추세츠 민간한국문화원 운영 시 번역이 번역가가 마주치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시를 제대로 번역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시는 그것이 쓰인 언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에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들도 메사추세츠 민간한국문화원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KoreanLit가 번역을 통해 한국 현대문학을 영어권 독자에게 소개하려는 노력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이 사이트에 현재 올라와 있는 유일한 비평 에세이에서 필자 고유진은 시는 번역에서 길을 잃기도 하지만 새 길을 찾기도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한국 시에서 영어로 대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분명히 있지만 번역을 통해 작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확장된 시 번역에 대한 견해는 시는 번역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약 100편의 시 외에도 이 사이트에서 시는 그림이나 대중음악 같은 다른 예술 형태와도 교차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순수 시 번역에 비교하면 이런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지만 미래에 더 많은 시도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국 예술에서 시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이해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시와 시 번역 기술에 대한 더 많은 비평도 쓰이길 바란다. 위에서 언급한 고유진 교수의 에세이는 흥미롭고 성찰적이다. KoreanLit는 앞으로 한국 시와 문학 번역을 위해 지속적으로 어떤 작업이 이어질지 지켜볼 만 한 가치가 있는 웹사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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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18 WINTER 70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 한 작가의 고투가 새롭게 드러나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 한 작가의 고투가 새롭게 드러나다 『먼지 외 단편들』 이태준 작, 자네트 풀 번역, 304페이지, 25달러, 뉴욕: 컬럼비아 대학 출판부, 2018년 이태준은 한국 근대 문학에서 중요한 작가이지만, 1946년 서울에서 평양으로 이주를 결심함으로써 그의 작품은 남한에서 1988년까지 금지되었다. 30년 전에 이 금지가 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영어권에서 번역이 거의 되지 않은 상태였다. 주로 후기 식민 시대와 1945년 해방 후 단편을 모은 『먼지 외 단편들(Dust and Other Stories)』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마침내 개선되었다. 이 단편집의 두드러진 주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주 개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위기의 시대에 자신의 예술에 충실하고자 했던 작가의 고투가 그것이다. 많은 단편에 자전적인 인물 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그를 통해 우리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생존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물론 가치 있는 작품을 쓰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장마」(1936)에서 작가는 유명한 동시대 작가들이 신문이나 잡지 기고자 또는 편집자로 자신의 재능을 낭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이 「패강냉」(1938)에서 주장하듯이 “예술이 무엇보다 먼저다”라고 믿으면 삶은 훨씬 더 고달파진다. 「해방전후」(1946)는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현이 일제 식민치하와 해방 후에 작가로서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 고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제 당국이 그에게 글로 제국에 충성할 것을 강요했을 때 “나는 그냥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그의 조용한 외침은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물론 이 말은 다른 사람들의 이데올로기에 이바지하는 도구로써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는 말이다. 식민 압제자들의 의지에 고개를 숙이는 건 삶이라 할 수 없기에 현은 일본의 프로파간다 대변자가 되기보다 차라리 글쓰기를 포기하겠다고 선포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렸던 해방은 어떤 구제도 가져오지 않았고 그는 또 다시 소련의 지원을 받는 좌파와 미국의 후원을 받는 우파의 분쟁 사이에 끼게 된다. 현을 통해 자신의 우려를 드러내는 작가는 예언적이다. 좌파가 국가를 지배하게 되면 “국가는 자기파괴적인 불화로 인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2년 후 두 개의 정부가 한반도에 따로 세워지고 그 후 2년 후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1949년에 쓰인 「호랑이 할머니」에서 작가가 북한의 공산당 정책에 부합하려 노력하면서 당국이 원하는 프로파간다를 생산하려 시도하는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북한이 교육과 과학적 진보와 미신 타파를 강조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표제작 「먼지」(1950)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그리고 있다. 미국과 미국을 후원하는 남한을 그로테스크하게 희화화하는 것은 놀랍지 않지만 주인공 한은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국가의 영혼을 위해 중립적으로 머물고자 애쓰는 또 다른 인물이다. 그는 (또 다시 예언적으로) 하나의 한국이 나머지 한국을 따돌리면서 화해와 통일은 불가능할 것이라 우려한다. 결국 그는 각성을 하게 되고 공산당 기원의 타당성을 깨닫게 되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그의 운명은 독자의 마음속에 확실함보다 의구심을 남겨놓는다. 그의 글을 보면 이태준이 결코 사회주의 노선을 진실로 믿지 않은 게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이 왜 그가 역사의 안개 속으로 사라졌으며 오늘날까지도 그의 운명이 알려지지 않은 데 대한 이유다. 양극화된 이념과 의견들 사이에 종종 중립적 토양이 부재해 보이는 요즘 같은 시대에 책략보다 예술을, 이데올로기보다 이상을 고수하고자 했던 작가의 고투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호주 정원 디자이너의 깊이 있는 가이드 『한국의 정원: 전통, 상징, 회복력』 질 매슈스, 208페이지, 44.50 달러, 서울: 한림출판사, 2018 그녀의 최근작에서 정원 디자이너인 질 매슈스는 종종 당연하게 여기는 평화롭고 자연적인 공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매슈스는 여러 차례 일본의 파괴 대상이 되기도 한 한국의 오래된 정원 역사에 대한 토론으로 시작한 후에 한국의 정원이 다른 전통 정원들과 다른 면에 주목한다. 아마도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점은 조화다. 한국의 정원에서는 자연에 질서를 강요하는 인간의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풍수, 샤머니즘, 불교, 유교 등 다양한 한국의 정신적 전통을 짧게 훑어보는 것은 이 전통을 충분하게 평가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정원을 이해하는 기초를 제공한다. 이어지는 상징에 대한 챕터는 특히 계몽적이다. 바위의 수와 배치, 심겨진 나무와 식물의 형태, 또는 연못과 섬의 모양 뒤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알면 정원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된다. 분량이 가장 많은 두 번째 챕터에서는 궁궐의 정원, 능의 정원, 불교 사찰 정원, 유학자의 정원을 포함해 한국의 가장 멋진 정원 스무 곳을 감상할 수 있다. 매슈스는 각 정원의 역사를 설명하고 자세한 묘사를 하고 있는데 거의 페이지마다 실린 아름다운 천연색 사진은 텍스트를 보완한다. 마지막 부분은 한국 정원 용어 사전과 더 읽을 거리를 포함해 유용한 표와 도해뿐 아니라 이름난 정원 목록과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를 담고 있다. 이제 한국의 정원에 대한 지식과 전통적인 조원에 대한 감상으로 무장한 독자는 이 지식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어질 테고 가능하면 많은 정원을 방문해 보고 싶을 것이 분명하다. 국악 이단아들의 입체적 진화 「차연」 (Difference 差延) By Jambinai, Audio CD $13, MP3 $8.91, London: Bella Union [2017] © The Tell-Tale Heart 잠비나이는 국악을 베이스로 한 크로스오버 활동으로 해외에서 포스트메탈, 포스트록으로 분류되며 반향을 일으킨 밴드이다. 정규 1집 앨범 「차연」은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상 수상작이다. ‘차연’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철학 용어로, 기표를 인식하는 기의의 시각적 차이와 시간적 연기를 합친 말이다. 머릿곡인 ‘소멸의 시간(Time of Extinction)’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도 등장해 화제가 됐다. 술대로 타는 거문고 소리가 단속적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 위를 강렬하고 무거운 일렉트릭 기타가 온통 뒤덮는다. 이윽고 기타 음이 걷히면 해금이 애틋하게 몸부림친다. 이 대목에서는 살풀이춤 같은 전통춤이 연상된다. 다음 곡은 ‘그레이스 켈리’인데 모나코 왕비가 된 미국 배우의 아름다운 외모와는 거리가 먼 음악이다. ‘선명했던 내 꿈 거짓 같은 시간 속에 죽어 있다 절망과 함께’로 시작되는 가사는 인더스트리얼 메탈처럼 강렬하고 차가운 합주 속으로 한바탕 빨려 들어간다. 마치 그레이스 켈리의 초혼제를 지내는 듯하다. ‘바라밀다 pt.1(Paramita pt.1)’는 여백의 미가 가장 돋보이는 트랙이다. 절규하듯 고조된 거문고와 장구, 일렉트릭 기타가 뭉뚱그려져서 목탁 소리의 리듬처럼 울려 퍼진다. 하나의 실체가 눈앞에서 해체되는 듯하다. ‘구원의 손길(Hand of Redemption)’은 헤비메탈이나 하드코어 음악 팬들이 좋아할 만하다. 하드록 넘버의 기타 솔로처럼 해금이 무아지경의 애드리브를 펼친다.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는지 잠비나이의 이런 점이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보편성의 핵심인 듯하다. 마지막 곡 ‘커넥션(Connection)’은 해금과 거문고가 취주 악기를 배경으로 국악과 뉴에이지의 중간쯤 되는 색깔을 만들어 낸다. 모든 트랙을 통틀어 가장 긍정적이고 밝은 빛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마이크 올드필드가 그의 1집 앨범 「Tubular Bells」에서 반복하며 살을 붙여 갔던 진행을 연상시키는데, 점차 고조되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얼마 전 작고한 가야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황병기(1936~2018)가 1975년에 발표한 「미궁」(迷宮)은 그 독창성으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던 국악 앨범이다. 이후 잠비나이의 「차연」에서 국악 앨범의 입체적 진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지나친 얘기일까. 세계 무대에서 공연하느라 바쁘지만, 앞으로 나올 앨범들을 통해 이들의 더 좋은 작품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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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18 AUTUMN 46

이치에 맞지 않는 그림을 읽는 방법 이치에 맞지 않는 그림을 읽는 방법 『동양화 읽는 법』 저자 조용진, 김지영 번역, 260쪽, 75.99달러, 지문당, 서울 2018 조용진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동양화, 구체적으로 중국, 한국, 일본이 속한 동북아시아의 그림을 이해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그림 속의 어떤 요소들이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아챘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이 한 화면에 그려졌다든지 암탉이 아니라 수탉이 병아리들과 함께 묘사된 장면이 그런 것들이다. 또 어떤 장면들이 반복해서 그려지고,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마치 일어난 일처럼 묘사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이치에 맞지 않는 그림에 어떤 이치가 있을까?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림을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은 대부분 한국에서 잊혀졌다. 『동양화 읽는 법』에서 저자는 전통 회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다시 한 번 드러내기 위해 나섰다. 동양화에서는 예술적 아름다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를 위해 주제가 선택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화가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하고,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그림의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당시 한국에서 학습의 문자였던 한자의 언어 특징 덕분이다. 같은 소리를 내는 한자어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탉의 울음’을 의미하는 한자어 ‘공명(公鳴)’은 명성과 업적을 의미하는 ‘공명(功名)’과 동음이자(同音異字)다. 이 때문에 암탉보다 수탉이 더 자주 등장한다. 또 그다지 우아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박쥐가 한국 전통 회화와 다른 예술 장르에 종종 모티브로 등장하는 이유도 그렇다. 박쥐를 의미하는 한자 ‘복(蝠)’은 운과 축복을 의미하는 ‘복(福)’과 동음이자다. 알레고리나 상징은 보편적으로 어떤 대상에 의미를 부가하는 인간적 경향이기도 하지만 아시아의 전통 회화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학은 그 고고한 자태 때문에 학자를 상징하거나 천년을 산다고 믿어지는 새이기에 장수를 상징한다. 게다가 많은 동양화에서는 유교 경전이나 문학 작품에 나오는 명구나 일화가 언급된다. 단순히 장면의 재현으로 또는 동음이자에 근거하는 식인데, 유명한 시에 나오는 ‘아홉 가지 비유’를 아홉 마리의 물고기로 그림에 재현하는 식이다. 물고기를 의미하는 한자 ‘어(魚)’가 같다는 의미의 ‘여(如)’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전통 동양화는 단순히 관찰하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동양화 읽는 법』은 독자가 따라가기 쉽도록 책의 왼편에 유명한 그림을 싣고 오른편에 읽는 법 설명을 짝지음으로써 의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준다. 책은 종종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동음이자’, ‘우의(寓意)’, ‘고전 명구(古典名句)’라는 세 가지 다른 독법으로 나눠 세 개의 장을 배치했다. 마지막 장은 전통 회화를 넘어서서 현재의 한국 미술에 대해 논의한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흥미로운 차이와 그것들이 오늘날의 미술 전통에 미친 영향에 대해 논구한다. 책은 오랫동안 잊힌 지식을 조명하고 한국 미술의 밝은 미래를 위한 길을 닦기 위해 우선적으로 한국 독자를 위해 쓰였다. 하지만 좋은 번역으로 탄생한 영어 번역서는 세계의 독자에게 동양화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할 것이다. 책에 소개된 지식으로 무장한 통찰력 있는 독자라면 다시는 전통 동양화를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낯선 것은 이제 좀 더 친숙해질 것이고, 그저 우아하게 두루마리에 걸려 있거나 병풍에 그려져 있던 그림은 뉘앙스와 의미로 가득할 것이다. 매혹적인 작가의 또 다른 면 『낙조 - 채만식 선집』 브루스 풀턴, 주찬 풀턴, 편집과 번역, 210쪽, 30달러, 컬럼비아대학출판부, 뉴욕, 2017 채만식은 1934년에 발표한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으로 인해 아마도 풍자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선집에 담긴 덜 알려진 작품들은 식민지 시대를 산 이 작가의 또 다른 면을 보여 준다. 일제 점령기 동안 그리고 해방 직후 쓰인 작품들은 이 시기에 진행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다룬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의 흥망성쇠와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 사상(새로운 종교로 유입된 기독교와 같은)과의 충돌을 통해 나타난다. 전자의 예로는 표제작인 「낙조」(1948)를 들 수 있는데, 해방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혼란기에 한 가족이 일제에 부역한 일로 인해 겪게 되는 문제를 다룬다. 1937년에 발표된 희곡 「예수나 않 믿어드면」은 후자의 한 예로, 전통적 가치를 배경으로 기독교의 이질적인 모습을 유머와 통찰로 바라본다. 픽션과 희곡 작품 외에도 채만식은 판소리와 우화 같은 전통적인 문학 형식을 차용하면서 새로운 세대를 위해 새로운 버전을 내놓는다. 1947년에 발표한 희곡 「심봉사」가 특히 인상적인데 유명한 판소리 작품 를 새롭게 개작했다. 원작이 효심이 지극한 용감한 딸이 어떻게 아버지의 눈을 뜨게 만드는지 보여 준다면 채만식은 원작을 비틀어 당연시 여겨지는 전통 가치에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짧은 에세이나 인터뷰와 같은 몇 편의 논픽션 글들은 이 매혹적인 문학인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창문이다. 채만식의 대표작만 알고 있는 한국 근대문학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작가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을 고마워할 것이다. 진은숙의 독창성이 빛나는 국제 음반상 수상 앨범 「진은숙: 3개의 협주곡」(Unsuk Chin: 3 Concertos) By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Audio CD $17.20, Berlin: Deutsche Grammophon [2014] 정명훈(Chung Myung-whun 鄭明勳)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14년 Deutsche Grammophon을 통해 발매한 음반이다. 2015년 국제클래식음악상 현대음악 부문 수상을 비롯해 2015년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 프리미어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최초 녹음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어 부문에서 다니엘 하딩과 런던 심포니,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지휘 런던 필 등 12장의 쟁쟁한 최종 후보 중에서 수상하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음반에는 진은숙(Chin Un-suk 陳銀淑)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첼로 협주곡, 생황(Sheng) 협주곡 세 작품이 수록됐다. 영국 BBC가 위촉한 피아노 협주곡은 웨일스 BBC 국립 오케스트라가 초연했으며, 첼로 협주곡은 BBC 프롬스에서 알반 게르하르트(Alban Gerhardt)가 초연했다. 생황 협주곡은 LA 필하모닉과 도쿄 산토리홀이 공동 위촉해 우 웨이(Wu Wei)가 초연한 작품이다. 김선욱(Kim Sun-wook)이 협연한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밤하늘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처럼 피아노 음이 반짝인다. 2악장에서는 모빌이나 풍경(風磬) 혹은 키네틱 아트의 수많은 움직임이 감지되는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라는 서양 악기들의 앙상블 사이를 파고드는 풍경의 동양적인 음색은 일종의 소격 효과처럼 느껴진다. 김선욱의 피아노는 복잡한 리듬을 새기다가 나중에는 관현악과 더불어 눈사태처럼 밀려온다. 20여 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밤하늘과 우주의 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첼로 협주곡에서도 진은숙의 새로운 선율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알반 게르하르트가 연주하는 첼로는 단 하나의 음으로 시작된다. 이 하나의 음은 지워지지 않는 점(點)처럼 중심과 바탕을 이루고 곡을 전진시키는 추진력이 된다. 1악장의 제목 ‘아니리’는 판소리에서 이야기로 설명하는 부분을 말한다. 첼로는 타악기와 어우러지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2악장은 1악장의 폭발 이후의 여진이다. 3악장에서 진은숙은 먼지처럼 부유하는 듯한 첼로와 관현악으로 광활한 음향 캔버스를 펼친다. 마지막 4악장에서는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긴장이 고조된다. 폭발 이후 모선에서 떨어져 나간 우주선처럼 첼로는 외롭게 우주 공간으로 점차 사라진다. 생황 협주곡 ‘슈(Su)’는 21세기 음악의 독창적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지닌다. 단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우 웨이가 바람을 불어 넣는 생황의 신비한 음색이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생황은 중세 파이프오르간처럼 종교적인 음색을 띠기도 하면서 서울시향의 관현악과 더불어 고조된다. 가끔씩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들도 곳곳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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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18 SUMMER 79

직조된 시간 속 삶을 천착하는 단편들 직조된 시간 속 삶을 천착하는 단편들 은희경,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번역 김 앰버(Kim Amber), 178쪽, 16달러, 뉴욕 화이트파인 프레스(White Pine Press), 2017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1999년에 한국어로 발표된 은희경의 두 번째 단편집이다. 일곱 단편 속 다양한 인물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겪는 삶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전체 서사를 직조하는 공통된 가닥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두 개의 가닥은 단편집에 세 번째로 실린 표제작에 언급되어 있다. 바로 시간과 행복이 그것이다. 시간은 스펙트럼처럼 과거에서 출발해 현재를 통과해 알 수 없는 미래로 달려간다. 소설의 이야기는 인물들의 현재 삶을 들여다보게 하지만 많은 부분이 과거와 미래에 할애되어 있다. 물론 이런 것이 픽션에서 예외적인 건 아니지만 은희경 작가는 이 같은 시간의 이동을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알고 이해하는 방법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또한 그 같은 인식론적 방법에 내재한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한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서만 과거를 알 수 있지만 기억은 종종 온전하지 않다. 표제작에서 주인공 젊은 여자는 앨범 사진을 수도 없이 바라보며 과거를 추정하고자 한다. 그녀의 애인은 - 그 역시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 과거를 포착하려는 이 같은 충동을 어이없어 한다. “과거를 뭐하러 찍어두었을까, 알리바이도 아니고”라고 그는 말한다. 「서정시대」에서 한 성공한 작가는 마지막에 자신의 기억을 섞어버리면 다른 이야기를 쓰는 게 되어버림을 깨닫는다. 기억은 「지구 반대쪽」에서도 중심 주제가 되는데 여기서 기억은 주머니칼로 잘라 내거나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짐처럼 거의 사물처럼 그려진다. 「여름은 길지 않다」에 나오는 젊은이 한 명은 자신의 건망증을 생존에 필요한 직감으로 옹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은 양쪽 방향으로 흐르고,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에 대해 더 잘 모른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건 희망과 꿈일 뿐이다. 「멍」에서 중심이 되는 비극에 대해 말하면서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들 사는 게 그래. 꿈도 사라지고 떠나온 길은 멀고, 다 그런 거지.” 단편집의 마지막 작품인 「인 마이 라이프」는 꿈에 대해 할 말이 더 많다. “꿈이 있는 사람은 뭐랄까, 살아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뭔지 몰라도 그 사람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꿈을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부차적이다. 꿈은 의미를 갖는 좀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는 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 속 인물들의 꿈은 불가피하게 실망과 슬픔으로 끝나고 여기에서 우리는 그 서사적 직조물을 구성하는 또 다른 가닥을 볼 수 있다. ‘인 마이 라이프’라 불리는 바의 주인은 행복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은 없으며 사람들이 슬플 때에만 흥미롭고 이야기의 인물이 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표제작의 젊은 여자는 애인의 자살로 고뇌하면서 미래에서 좌절만을 본다. 「여름은 길지 않다」에는 작가가 약간 거리를 두고,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이 단편집에 만연하는 슬픔과 고통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강력한 구절이 있다. 젊은 남성 화자는 자신의 두 남자 친구에게 자신이 읽어온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몽환적 언어의 세계”에 대해 쓰는 남자들과 달리 여성들은 “황폐한 삶을 파고드는 섬뜩한 기록”을 하고, “신랄하고 가차 없고”, “격렬한 고통과 처절한 아픔과 몸부림”을 드러낸다. 물론 우리는 이 평가를 감안해서 받아들여야 할 테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있게 읽으면 우리는 인물들이 살아나게 만드는 건 슬픔이란 걸 알 수 있다. 결국 그들의 슬픔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게 인간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풍성해진 근대 이전 한국 문학 세계 『근대 이전 한국 산문 모음집』 마이클 J 페티드, 그레고르 N 에본, 찬 E 박 편집, 320쪽, 35달러, 뉴욕 컬럼비아 대학 출판부 『근대 이전 한국 산문 모음집』은 고려 시대(918-1392) 이전부터 조선시대 후기(1392-1910)까지 쓰인 다양한 작품을 모았다.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제외할 것인지 씨름하면서 편집자들은 선집을 만드는 어려움을 인정해야 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된 기존의 선집들을 살펴본 후에 선집에서 거의 주의를 끌지 못했던 장르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이런 시도를 통해 모든 계층의 한국인들이 쓰고 읽었던 것에 대한 좀 더 풍성하고 정확한 그림을 제공하게 되었다. 한국 산문 문학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선집은 먼저 몇 편의 초기 산문 형태를 선보인다. 다른 형태로는 돈이나 엿기름처럼 인간이 아닌 것을 의인화하여 인간 삶의 안건을 다루는 가전체 소설이나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한 논평이 포함되었다. 또한 공식적 문서나 기록에서 보이는 것과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짧은 이야기를 담은 야사, 자서전, 사회 논평과 철학이 담긴 유머도 포함되어 있다. 선집 마지막에는 구비문학 분야에서 판소리 작품을 발췌해 실었다. 실제로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은 서로 다르게 취급되어 왔는데, 사실 둘은 훨씬 더 밀접하게 엮여 있다. 발췌문은 이러한 틈새를 잇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판소리 가수인 찬 E. 박이 직접 번역한 글은 독자에게 구두 공연에서의 특징을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한다. 전체적으로 이 선집은 영어권에서 부족한 근대 이전 한국 문학 부분을 채우는 데 한몫을 할 것이다. 조선 의례 기록의 디지털 아카이브 외규장각 의궤 www.museum.go.kr/uigwe;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만든 외규장각 의궤 웹사이트는 의궤를 디지털화하여 조선왕조시대의 국가적 행사와 의례를 기록하고 이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림으로 보여준다. 역사를 기록할 뿐 아니라 미래 행사의 매뉴얼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외규장각은 왕조의 도서관인 규장각의 가장 중요한 문서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1782년 강화도에 세워졌다. 하지만 프랑스가 자국의 가톨릭 신부들이 처형된 것에 보복하기 위해 1866년 조선을 침입했을 때 이 ‘외부’ 궁정도서관을 약탈하였고 300여 점의 의궤를 프랑스로 가져갔다. 1990년대 초반에 약탈된 의궤의 반환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지만 2011년이 되어서야 의궤가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이 웹사이트는 송환된 297점의 왕정 도서 모두를 담고 있다. 조선왕조의 모든 공적 문서가 한자로 쓰여 있어 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반차도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반차도는 궁중 예식의 긴 행렬을 그린 그림을 모아놓은 것으로 각각 영어로 설명이 달렸다. 마지막으로, ‘3D 궁중행렬’은 영어로 번역은 되지 않았지만 1688년 장렬왕후의 장례식 행렬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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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18 SPRING 89

사진작가의 눈을 통해 본 소나무의 세계 사진작가의 눈을 통해 본 소나무의 세계 Pine Trees in Korea: Aesthetics and Symbolism 저자 서재식, 160쪽, 69.50달러, 한림(2017) 수상 이력이 있는 다큐 사진작가 서재식의 에는 익숙한 한국의 풍경을 바라보는 애정 깊은 시선이 있다. 그런데 소나무는 단순히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에서 훨씬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의 소나무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분위기 있고 다채로우며, 때때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나무와 그 서식지를 담은 사진을 보면서 독자는 우선 놀랍도록 아름다운 이미지의 숲을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윤곽을 드러내는 울퉁불퉁한 소나무들, 휘어진 소나무 숲 안개를 뚫고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 무거운 눈 양탄자 아래 구부러졌지만 꺾이지 않은 소나무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 정상과 절벽에 보초병처럼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들, 황금빛 들판 한 가운데 초록 오아시스를 자아내며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 등. 이 사진들 중 몇몇은 특정한 나무 또는 장소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캡션이 달려 있지만 대다수는 사진 그 자체로 말을 건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많은 페이지 가장자리에 두세 개의 작은 사진과 특정한 한국 문화와 소나무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짧은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이 부수적 내용을 파고들면 독자들은 이 나무들이 갖는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가장 명백한 것은 소나무가 한국의 건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집의 뼈대부터 조그마한 가구나 장식품 같은 구조물까지 모든 것에 재료를 제공한 것이다. 소나무는 또한 한국 음식에서도 등장한다. 솔향이 나는 떡 송편과 송화가루로 만든 과자인 다식 같은 인기 있는 전통 음식은 바로 소나무를 이용한 것인 반면에 한국음식의 별미인 송이버섯은 소나무 뿌리와의 공생관계에서 자란다. 실용적인 용도와 더불어 한국 문화에서 소나무가 갖는 상징성 또한 다채롭다. 소나무는 불로장생하는 열 가지 상징물 중 하나로 그림이나 도자기 등 예술 매체의 소재로 흔히 볼 수 있다. 소나무는 마을 앞에 세워져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 기둥인 장승과 새 조각 나무장대인 솟대에 새겨지기도 한다. 종종 살아 있는 소나무는 그 자체가 수호신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사당 역할을 하는데 이 나무가 갖는 수호의 힘에 대한 믿음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외부의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매달아 놓는 금줄이나 커다란 장독을 보호하기 위해 주위를 감싸고 있는 밧줄에 소나무 가지를 매달아 놓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가장 흥미진진한 건 소나무를 거의 사람처럼 취급하는 경우일 것이다. 어떤 소나무는 지나가던 왕으로부터 장관급 직위를 하사받기도 하고, 또 어떤 소나무는 미혼남의 계승자가 되어 지금까지도 토지세를 내고 있다. 불교 의식에서는 죽은 소나무 귀신을 위해 제를 지내기도 한다. 한 지점에서 저자는 어떻게 소나무가 인간을 닮았는지 몇 페이지를 할애해 논의한다. 이걸 이렇게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려는 태도는 우리가 나무와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건 소나무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과 경외와 존중이다. 위에서 언급한 불교 의식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목표가 단순히 독자에게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갖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밝힌다. 우리가 나누어 쓰는 환경에 대한 사랑과 존중 말이다. 한국문학의 풍성한 곳간에서 찾아낸 보물 Korean Contemporary Short Stories - Selected from KOREANA Magazine 김화영 편집, 311쪽, 10달러, 서울: 한국교류재단 (2017) 은 1994년부터 2016년 사이에 잡지 영문판에 발표된 단편 소설 열두 편을 모아놓았다. 잡지에는 장편이나 중편보다 단편소설이 더 잘 게재될 수 있기에 이 같은 단편집을 내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편집을 맡은 김화영 평론가가 지적하듯이 분량에 대한 고려를 차치하더라도 단편소설은 지난 세기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분량과 주제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한국문학에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서양의 단편소설과 차이를 보인다. 영어의 novel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소설’인데, 이 말의 원뜻은 ‘작은 이야기’다. 근데 영어와 달리 한국어에서는 short story, novella, novel에 상응하는 어휘가 따로 없고 ‘소설’을 변용할 뿐이다. ‘소설’에 상응하는 좀 더 정확한 영단어는 아마도 fiction일 것이다. 그래서 단편소설, 중편소설, 장편소설은 각각 short fiction, middle-length fiction, long fiction의 번역이라 볼 수 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단편소설은 1980년대에 쓰인 세 편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번 세기의 작품들이다. 열두 명의 작가가 소개되고 있는데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을 잘 아는 독자에겐 익숙한 이름도 포함되어 있고, 덜 알려졌지만 알려질 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들도 있다. 작품들은 주제, 분위기, 스타일에 차이가 있지만 모두 어떤 독자에게나 익숙한 이슈나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지난 20년 간 잡지에 발표된 한국의 최고 단편소설을 대표하는 이 작품들은 한국문학의 풍성한 곳간에서 발견될 수 있는 또 다른 보물을 독자에게 제공할 것이다.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가야금 합주단의 퓨전 음악 Nostalgia 숙명 가야금 합주단, MP3 앨법, 9.49달러, 서울: 로엔(LOEN) 엔터테인먼트 (2017) 는 1999년 가야금 합주단으로는 세계 최초로 창설된 숙명가야금합주단의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이 합주단은 일 년에 100회 이상 공연하고 있고 한국과 서구 음악의 선율을 조합하고 한국의 전통악기와 세계의 관객들에게 익숙한 악기들을 함께 연주함으로써 가야금 음악의 반경을 넓히고자 한다. 가야금은 잘 알려진 한국의 전통 악기로 악기 이름은 가야 연맹의 한 국가를 지배한 왕이 중국 악기를 바탕으로 6세기경에 발명한 것에서 유래한다. 기원이 어찌됐든 한국 음악에서 주요 악기로 전해진 가야금은 12개의 줄을 가진 현악기로 눕혀서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한다. 합주단의 주요 부분인 가야금은 때때로 한국과 서양의 다른 현악기나 관악기와 함께 연주된다. 현악기로는 목이 길고 줄이 두 개이며 말털로 된 활을 사용해 연주하는 해금과 비올라가 대표적이다. 관악기적 요소를 제공하는 건 구멍이 여섯 개 뚫린 대나무 피리인 대금과 오보에다. 타이틀에 걸맞게 앨범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한국과 서양의 멜로디를 담았다. 두 가지 버전의 ‘스카버러의 시장’(한 번은 대금, 또 한 번은 해금으로 연주)은 ‘향수’를 의미하는 노스탤지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고, 노래방 애창곡인 ‘마이 웨이’와 드보르작의 에 나오는 ‘귀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노래들은 외국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회상적이고 울림이 있다. 특히 가장 긴 곡인 ‘산조’는 현대적 무대를 위해 전통의 선율을 새롭게 상상한 곡으로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진정한 의미의 퓨전음악을 통해 는 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는 동시에 한국의 전통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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