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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er Pastures

당신이 다시 입을 때까지 연구합니다

Greener Pastures 2023 AUTUMN

당신이 다시 입을 때까지 연구합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미덕인 패션 산업은 끝없는 재생산과 소비를 부추긴다. 그럴수록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늘 새롭고 특별하면서도 나와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의생활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 지 우리 모두 사려 깊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항을 알리고 패션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 다시입다연구소 번화가를 조금만 걸어 보더라도 언제 누가 다 사 입을까 싶을 만큼 많은 옷들이 상점마다 걸려 있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나 자리 잡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컬렉션을 쏟아내며 유행을 추동하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계절마다 새로운 옷이 대거 만들어진다. 덕분에 우리의 옷장에도 입을 거리는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마다 한 번쯤은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지?’라고 생각한다.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는 연구소 새로운 옷을 입고 싶어도 패션 산업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마음에 걸리는 이들이라면, 버리기엔 아깝지만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옷가지가 부담스러운 이들이라면 다시입다연구소를 주목해 보자.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말 그대로 ‘다시 입기’를 통해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재사용의 의미와 가치를 실천하는 연구소다. 주요 활동인 21%파티는 중고의류를 교환하는 장터이자 잔치로 자원 순환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21%’라는 이름은 대략 우리 옷장 속 방치되는 옷의 비율을 말한다. 참가자들은 옷장 한 편에 방치된 옷들을 가져와 다른 참가자들의 옷과 교환해갈 수 있다. 살 빼면 입어야지 하고 몇 해째 입지 못한 원피스, 큰마음 먹고 구매했지만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액세사리,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구매했지만 막상 다른 옷들과는 매치하기 어려운 신발, 추억이 선연하지만 더 이상 지니고 있기엔 손이 안 가는 옷가지 등이 21%파티의 준비물이다. 그래서 가격표 대신 사연표가 달려있다.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쏠쏠한 이곳은 단순한 쇼핑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시간, 옷의 연대기를 들춰보는 흥미진진한 경험이기도 하다. 재활용보다는 재사용 21%파티에 내놓을 의류에 대한 설명과 사연을 적을 수 있는 Goodbye & Hello 태그 ⓒ 다시입다연구소 환경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폐기물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중 재활용 가능자원으로 분리배출되는 폐의류는 약 11만 8천 톤이다. 여기에 재활용가능 자원으로 분리배출되는 폐섬유류와 종량제방식 등 혼합배출된 폐섬유류까지 더하면 41만 2천여 톤에 달한다. 문제는 지금도 전 세계 공장에서 엄청난 의류가 새로 만들어지고 또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이 새로움을 새활용이나 재활용에 두지 않고 재사용에 방점을 둔다. 새활용이건 재활용이건 당장 버려지는 것보다 낫지만 그 역시 재활용, 새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원이 소모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의 옷장 속에 있을 엄청난 양의 옷을 모두 재활용하고 새활용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시입다연구소는 이미 만들어진 옷을 최대한 오래 입고 최소한으로 버리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교환을 통해 의료 폐기물을 줄이고 중고 패션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힘쓴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연구 의의 다시입다연구소의 주요 활동인 21%파티는 중고의류를 교환하는 장터이자 패스트패션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의문화를 알리는 장이다. 참가자들은 가져온 의류 개수만큼 교환 티켓을 받아 다른 의류와 교환할 수 있다. ⓒ 다시입다연구소 중고 패션의 매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중 가장 큰 기쁨은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했을 때 오는 즐거움이 아닐까. 예컨대 쇼핑에는 저마다 지형도가 있다. 패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평소 원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중고 패션 마켓에는 절대 가보지 않았을 지역, 관심사 밖의 취향과 브랜드, 새롭게 시도해 볼만한 스타일이 넘쳐난다. 또한 유행에 동조할 필요 없이 무궁무진한 시간여행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한두 해 지나면 멋쩍게 느껴지는 시즌 아이템이 아니라 재치와 센스를 더해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곳. 바로 여기가 고루한 의생활이 풍성해지는 지점이다. 게다가 물물 교환으로 이뤄지는 21%마켓이라면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한 번쯤 시도해 볼까 싶었던 옷도 부담 없이 입어볼 수 있고, 환경 문제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은 더 큰 기쁨이다. 새 주인이 내 옷을 가져가 입는 모습을 보며 맺는 관계 또한 특별하다. 참여자끼리 서로의 옷을 나눠 입음으로써 모두가 우려하는 미래를 조금은 희망찬 미래로 바꿔 나가고 있다. 다시입다연구소가 연구하는 것들은 이렇게 대부분의 패션 산업에서 연구하지 않는, 혹은 외면하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다시입다연구소는 감정적 경험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폐기되는 옷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은 확실하니 분명한 의미가 있다. 옷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폐기하며 발생될 에너지는 줄어들고 물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더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주 잊는 사실이고 또 모른척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다시입다연구소는 구체적인 수치로 결산한다. 지난 4월, 831명이 모여 10일 동안 진행된 21%파티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18개 팀이 참여하고 2,908벌의 옷을 모아 2,239벌을 교환했다. 이는 물 652,601L, 탄소 17,263kg을 절감하는 효과와 같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확실한 숫자다. 동시에 다시입다연구소의 연구 의의도 선명해진다. 지속가능을 위한 움직임 Goodbye & Hello 태그를 작성하는 참여자. 이 태그에는 언제 샀고 몇 번을 입었는지에 대한 정보와 떠나 보내는 옷에 대한 작별 인사, 그리고 새로운 주인에게 전하는 인사 등을 적는다. ⓒ 다시입다연구소 다시입다연구소는 21%파티를 통해 시민들의 의생활에 변화를 만드는 동시에 정책과 시스템을 통해서도 변화가 이뤄질 수 있게끔 움직이고 있다. 바로 패션 기업이 재고와 반품을 폐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입법 운동은 가장 확실하고 영향력 있는 운동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폐기되는 재고 의류, 그러니까 아무도 입지 않은 새 옷을 버리는 이기적인 기업의식을 향한 일침이기도 하다. 2021년 KBS에서 방영한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 에서는 국내 매출 상위 7개 패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7개 기업 중 4개 기업이 “판매되지 않은 재고 상품을 소각한다”라고 밝혔고, 한 곳은 공개 불가를, 또 한 곳은 응답을 거부했다. 단 한 기업만이 소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다시 입기를 실천하며 기후 환경의 안위를 모색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에너지와 노동력을 낭비하면서 오늘날의 윤리와 의식을 소각하는 아이러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이런 모순을 정책적으로 막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고 지난 4월 ‘재고 및 반품 폐기 행위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1,363명의 서명을 국회의원실에 전달했다. 의생활에 관한 관심이나 즐거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후 위기가 몰고 올 위험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준다. 아무리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만들어지는 제품이라도 엄밀히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기후 절멸에 향하고 있지 않은지. 의생활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중고 패션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유행은 끝이 있지만 중고 패션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유다미(Yoo Da-mi 劉多美) 에디터

쓰레기 잡는 트레쉬버스터즈

Greener Pastures 2023 SUMMER

쓰레기 잡는 트레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는 쓰레기 더미를 보고 그저 낙심만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2019년 8월부터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를 제안해왔다. 특히 틀에 박힌 환경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닌 힙하고 트렌디한 감성을 더해 재미있는 놀이이자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2019년 8월 만들어진 트래쉬버스터즈. 이들은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를 제안한다. 다양한 다회용기는 유쾌한 트레쉬버스터즈를 상징하는 키 컬러인 주황색으로 제작되었다. ⓒ 트래쉬버스터즈 환경부•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1년 폐기물 발생량은 19,738만 톤에 달한다. 매년 국내에서 배출되는 이 거대한 쓰레기 중에서 가장 먼저,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영역은 단연 일회용품이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일회용기는 분해되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석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처리 과정에서 메탄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미세 플라스틱이 땅과 바다로 유입되면 정화가 불가능해진다. 쓰레기로 인한 토양 오염. 해양 오염, 대기 오염은 아주 심각하다. 비록 설거지라는 게 불편하고 귀찮은 일일지라도 일회용품의 편리함을 선택한 대가가 기후 위기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다회용기 사용은 감수해야 할 ‘불편’이다. 버스팅 스코어(Busting Score)는 이용자들이 다회용기를 사용할 때마다 버튼을 눌러 줄인 일회용품의 개수를 전광판에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더한다. ⓒ 트래쉬버스터즈 낙심 말고 트래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는 기업의 사내 카페, 영화관, 축제나 행사장 등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출동한다. 이들은 재사용 문화를 통해 함부로 버리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 트래쉬버스터즈 고스트버스터즈가 유령을 잡듯 트래쉬버스터즈는 이름 그대로 쓰레기를 잡는다. 축제, 장례식, 카페테리아 등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장소라면 주저 없이 출동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시킨다. 시작은 서울시 산하로 축제를 기획했던 곽재원(郭宰源) 대표가 일하며 마주한 한 장면이었다. 축제가 끝나고 남은 거대한 쓰레기 더미다. 축제에 온 사람들은 각자 최소 3개의 일회용기를 사용하는데, 축제 한 번이 끝나면 3만여 개의 일회용품이 소비되고 버려진다. 만약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한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듬해 그는 이 생각을 동료들과 함께 실천으로 옮겼다. 축제에 온 사람들에게 포크와 컵, 그릇 등으로 구성된 플라스틱 식기 세트를 빌려준 뒤 수거까지 책임지기로.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 식기를 제공하고 수거했다. 사용한 식기를 또 다른 곳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깨끗이 세척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일회용품 쓰레기는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다회용이 가능해진다. 곽재원 대표의 의지는 여러 파트너의 마음을 동요시켰고, 2019년 서울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청춘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 ‘서울인기(서울人氣)’에서 처음으로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트래쉬버스터즈의 활약은 숫자로 바로 드러났다. 전년도 대비 쓰레기양을 98%나 줄여 쓰레기 없는 축제가 된 것이다. 에코는 힙이 된다 일회용품이 아니라 보증금을 내고 식기를 빌려 사용 후 반납하는 일이라니, 처음 접하는 시스템에 시민들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그리고 용기를 재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충분히 마련된 현재는 보증금을 내고 플라스틱 다회용기를 사용하던 시스템 없이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반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공감을 기꺼이 행동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양한 음식 종류를 고려해 디자인한 용기, 컵을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불편을 덜어줄 목걸이형 컵 홀더, 펼치면 돗자리로도 사용할 수 있는 파우치 등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면밀하게 고려한 아이템들이다. 여기에 활기차고 에너제틱한 이미지의 주황색의 키 컬러는 축제 현장의 활기를 돋우고 영화 〈고스트버스터즈〉를 패러디한 경쾌한 심벌은 축제 현장에 잘 어우러진다. 현장을 서포트하는 스태프들은 이것은 별일이 아니라는 뜻인 캐치프레이즈 ‘It’s not a big deal’이 적힌 작업복을 입고 활보하는데, 여기서 또 한 번 쿨하고 의연한 태도가 엿보인다. 특히 ‘에코’, ‘그린’, ‘친환경’ 같은 틀에 박힌 키워드로 진부하게 호소하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든다. 미스테리하고 힙한 테크노 축제 ‘에어하우스’, 국내 최대 아웃도어 락 페스티벌 ‘펜타포트’, 삼각지(三角地)의 오붓한 멜로디 바 ‘에코’ 등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곳을 접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누가, 어디에서 소비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인상이 달라지는데, 좋든 싫든 기후 위기 시대에서 트레쉬버스터즈의 에코는 힙이 된다. 다회용기는 일상에서 이들은 수거 후 세척해서 다시 대여하는 서비스 시스템이 갖춰지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를 뜻하는 캐치프레이즈 ‘It’s not a big deal’은 환경문제를 무겁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한다. ⓒ 트래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가 출동하는 곳은 축제 현장만이 아니다. 기업의 사내 카페, 이벤트 현장, 축구 경기장, 영화관 등 출범하자마자 다양한 영역의 클라이언트와 손을 잡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대거 취소되는 악재가 들이닥쳤지만 그렇다고 쓰레기 잡기를 멈출 수는 없었기에 새로운 장소들을 모색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특히 ESG 사내 문화 도입으로 1년 사이에 두 배가 넘는 사내 카페 고객사가 트래쉬버스터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기업 사내 카페는 축제보다는 대여 규모가 작지만, 꾸준히 이들의 활동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일상화 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의미가 있다. 또 세척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위생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이러한 전략은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 이용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렇게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다회용기 사용 시스템이 마련됨과 동시에 이 시대의 변화는 더 적극적으로 일어났다. 그중 서울시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례가 만들어진 것이 특히 주목된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자원을 현명한 방법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한 민간의 움직임이 사회 시스템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다. It’s not a big deal!, 냉소주의 버스팅 환경과 기후 이슈에서 유독 냉소적으로 쌀쌀한 말을 얹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부터 환경, 반핵, 인권 방면으로 다양한 현장 운동에 참여한 미국의 비평가이자 운동가인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이렇게 불가피한 미래, 과거의 실패를 토대로 한 태도를 ‘순진한 냉소주의’라고 정의한다. 이는 사람들이 무언가가 가능하다는 감각을 잃게 만들고 책임감 또한 접어두게 만든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행동을 부르는 트래쉬버스터즈의 슬로건이 필요하다. It’s not a big deal! 쓰레기 문제는 별거 아니라고, 해결하기에 어렵지 않다는 화끈한 문장이다. 이 메시지는 무력해지더라도 멈추지 않고, 무엇이든 발생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라는 리베가 솔닛의 메시지와도 상통한다. 카페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태연하게 종이컵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느 곳은 컵 홀더 대신 종이컵을 두 개나 겹쳐 음료를 내어주기도 한다. 배달 음식을 위한 포장 용기는 점점 다양해지며, 무엇이든 배달되는 혁신의 시대에 포장 폐기물은 날로 늘어간다. 마트나 슈퍼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야채 판매대에는 비닐에 가지런히 포장된 제품들이 가득해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냉소가 절로 튀어나오지만 일단 트래쉬버스터즈의 문장을 읊조려보자. 그리고 상기해보자. 우리가 퇴치해야 할 것은 쓰레기뿐 아니라, 미래를 납작하게 만들고, 참여를 위축시키는 에너지, 변화의 마음을 꺾는 이기심이라고. 유다미(Yoo Da-mi 劉多美)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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