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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 Series

Arts and Culture Calendar 2024 12월~2025 02월

Past Series 2024 WINTER

Arts and Culture Calendar 2024 12월~2025 02월 안규철의 질문들 - 지평선이 없는 풍경 일상적 사물과 공간에 내재된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미술 작업과 글쓰기를 병행해 온 작가 안규철이 지난 40년간 미술에서 품어온 질문들을 담은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다. 작가가 건네는 질문들은 사회나 예술 같은 큰 담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가깝게 와닿는 삶의 작은 이야기들에 대해서 또 다른 시각으로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기간: 2024. 08. 23.~2025. 01. 3. 장소: 스페이스 이수 홈페이지 : isu.co.kr/kor/culture/spaceisu.jsp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아시아 여성 예술을 신체성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국제기획전이다. 전시는 초국가적이고 비교문화적인 관점에서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타자와의 연결망으로서의 예술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는 현재, 국내외 미술계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여성미술의 다층적 면모를 동시대 관점에서 살핀다. 기간: 2024. 09. 03.~2025. 03. 03.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홈페이지 : mmca.go.kr 드림 스크린 국내 신진 작가 지원 전시인 아트스펙트럼의 이번 기획전은 이다. 이번 전시는 밀레니얼 이후 세대가 인터넷, 게임, 영화 등 ‘스크린’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경험을 체화하면서 물리적인 세계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감각을 갖게 된 점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또 새로운 세대가 매체를 경유한 경험과 파편적인 잔상으로부터 삶의 조건을 탐색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개척해 가는 다양한 경로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간: 2024. 09. 05.~12. 29. 장소: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 www.leeumhoam.org Mika Rottenberg: NoNoseKnows 국내 최초로 진행하는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의 개인전이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상품 생산 과정과 신체·노동 간의 관계 등을 영상과 움직이는 예술인 키네틱 아트로 표현해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초기작부터 최신작을 아우르는 개인전으로, 주요 영상 작품과 영상 속 일부를 옮겨 온 듯한 설치 및 조각 작업을 통해 세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가의 작업 세계 전반을 소개한다. 기간: 2024. 10. 23.~2025. 03. 02. 장소: 현대카드 스토리지 홈페이지 : www.dive.hyundaicard.com/web/storage/spaceMain.hdc 올해의 작가상 < 올해의 작가상 2024 > 참여 작가는 권하윤(權河允), 양정욱(樑正旭), 윤지영(尹智英), 제인 진 카이젠(簡·陳凱成)이다. 이들의 작품은 심리적 역동과 일상의 삶, 역사적 기억, 신화와 제의 등을 주요 관심사로 삼는 이들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 침잠하거나 거대한 세계로 확장해 나가고,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는 방법론을 통해 통념을 전복하고 확장된 경험을 전한다. 기간: 2024. 10. 25.~ 2025. 03. 23.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홈페이지 : www.mmca.go.kr 손으로 빚어낸 팔레트 이번 전시는 공예가들이 자신만의 색을 빚어낸 과정의 기록이자, 그 시간과 집념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자, 염색, 유리 공예가들이 각각 자신이 원하는 색을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자연에서 색을 빚어내는 과정을 탐구하고 작품에 담아낸 색채의 의미를 조명한다. 기간: 2024. 10. 31.~ 2025. 05. 02. 장소: 서울공예박물관 홈페이지 : www.craftmuseum.seoul.go.kr 찬란한 전설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고(故) 천경자 화백의 탄생 100주년 기념을 기념하는 특별전시다. 주제 전시가 열리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는 채색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160여 점을 통해 천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천 화백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작품과 유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기간: 2024. 11. 11.~2024. 12. 31. 장소: 고흥분청문화박물관, 고흥아트센터 홈페이지 : : www.buncheong.goheung.go.kr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 디뮤지엄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를 개최한다. 해당 전시는 취향을 통해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는 요즘,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페르소나들의 특별한 공간을 공개한다. 더불어 김환기(金煥基 Kim Whan-ki), 박서보(본명 朴在弘, Park Seo-bo), 파블로 피카소 등과 같은 거장들의 마스터 피스부터 장 푸르베(Jean Prouve), 핀 율(Finn Juhl) 등의 디자인 가구까지 총망라한다. 기간: 2024. 11. 15.~2025. 05. 18. 장소: 디뮤지엄 홈페이지 : www.daelimmuseum.org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 도자를 조망하는 전시이다. 한국 근현대 자생적 도자 창작물의 출현과 197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도자 양식의 변화를 조명한다. 더불어 1980~90년대 국제화의 영향으로 활성화된 도자 작업의 대형화와 건축과의 협업을 선보인다. 2000년대 이후에는 디지털 세대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도자 역사와 전통의 해석을 짚어보며 도자 생활과 예술이 생산한 미적·사회적 가치를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하는 전시다. 기간: 2024. 11. 21.~2025. 05. 06.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홈페이지 : www.mmca.go.kr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고려인이 이루어낸 수준 높은 최첨단 제품이었던 고려청자. 그중에서도 동·식물, 인물 등의 특정 형태를 본떠 만든 상형청자는 고려청자의 수준 높은 기술과 미감을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300여 개의 제품을 통해 고려인이 사랑한 세상이 담긴 고려 상형청자를 단독으로 조명한다. 기간: 2024. 11. 26.~2025. 03. 03.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 www.museum.go.kr ACC FOCUS 〈구본창: 사물의 초상〉 2024 ACC FOCUS 〈구본창(具本昌 Koo Bohnchang): 사물의 초상〉은 구본창 작가의 사물 연작을 통해 그가 선택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거대·미시 서사에 주목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한국성· 아시아적 정서에 주목하는 전시이다. 한국현대사진의 선구자인 구본창의 주요 사물 연작인 〈DMZ〉, 〈백자〉, 〈탈〉(총 14개 연작)과 미공개 영상작품 〈코리아 환타지〉, 작가 소장품 등 총 160여 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200여 점을 소개한다. 기간: 2024. 11. 22.~2025. 03. 30.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 : www.acc.go.kr 백남준,백남준,그리고 백남준 최초의 비디오 예술가이자 세계적인 작가인 백남준(白南準)의 대표작을 총망라하여 그의 예술적 도전을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는 2000년대 백남준의 레이저 작품을 시작으로, 1980~1990년대의 비디오 설치와 로봇, 1960~1970년대 비디오와 텔레비전 작업, 1963년 첫 개인전 및 플럭서스 활동에 이르는 주요 작업을 시간의 역순으로 보여준다. 기간: 2024. 11. 30.~2025. 03. 16. 장소: 부산현대미술관 홈페이지 : www.busan.go.kr/moca

LP로 맺어진 인연

Past Series 2024 WINTER

LP로 맺어진 인연 커티스 캄부는 모험심으로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오게 되었다. 12년 후 그는 자신이 두 개의 음반 레이블을 운영하고, 한국의 유명 뮤지션 박지하와 결혼하여, 중고 레코드 가게 두 곳을 운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울 마포구 상수역 근처에 위치한 두 번째 빈티지 음반 가게 모자이크 웨스트에서 음반을 듣는 커티스 캄부.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에는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 뮤직 등의 플랫폼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손쉽게 스트리밍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LP 앨범이 다시 유행하고 있으며, 그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레코드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산업을 보유한 미국에서는 지난 해 LP 판매량이 CD 판매량을 앞섰다. 글로벌 팝 스타부터 한국 현대 음악가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이 LP로 앨범을 발매하고 있으며, 젊은 층이 LP 구매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에서 두 개의 빈티지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커티스 캄부 씨에게는 이러한 트렌드가 낯설지 않다.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난 그는 17살에 고향을 떠나 파리로 갔다. 이후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로 결심하면서 뉴욕, 도쿄 등을 제쳐놓고 가장 낯선 도시인 서울을 택했다. 캄부 씨는 2012년 한국에 도착해 교환학생 과정을 마친 후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는 음악 덕분에 자신의 사업적 감각을 발견하게 되었다. 음악 애호가로서 몇 년 동안 중고 음반 업계 사람들과 인맥을 쌓으면서 그의 음반 컬렉션은 점점 늘어났다. 2020년에는 광희문 근처 신당동 뒷골목에 자신의 첫 번째 빈티지 레코드 숍인 모자이크를 오픈했다. 신당동 일대가 유명세를 타기도 전이었다. 첫 매장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온라인 판매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홍대 근처에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재능은 있지만 해외에 판매 채널이 부족한 국내 아티스트들을 알리고 싶어서, 브레인댄스레코즈를 통해 한국 일렉트로닉 아티스트의 앨범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또한, 대한일렉트로닉스를 만들어 오래된 음반을 재발매하거나 국내 아티스트의 새 앨범을 발매했다. 그는 이 앨범에 대해 “세월의 흐름에 잊힐 뻔했다가 구해낸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매장도 관리하고, 벼룩시장에서 레코드를 찾고, 매주 사무실에 입고되는 수천 장의 레코드도 분류하느라 바쁘게 보내지만, 여유가 있을 때는 그의 오랜 취미인 디제잉을 즐기기도 한다. 음악은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나? 어렸을 때 어머니가 LP판과 CD를 가지고 계셔서 항상 음악을 찾았다. 어머니는 친구들이 준 믹스 테이프를 차 안에서 들으시곤 했다. 소울을 특히 좋아하셨고, 디페쉬 모드, 더 휴먼 리그 같은 영국 신스팝을 많이 들으셨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는지? 젊었을 때는 힙합을 많이 들었다. 집에서는 주로 빅 웨더, 마빈 게이, 샤데이 등 정통 소울 음악을 즐겼다. 그러다 사이키델릭 록 장르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들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한 장르만 듣다가 다른 장르로 넘어가곤 했다. 한국에 왔을 때는 아방가르드, 실험 음악, 일렉트로닉 음악 등 다소 특이한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에 머무르게 된 계기는? 콕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사회에서 나의 역할을 찾았다랄까. 한국의 음악 산업은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름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돕고, 사람들은 나에게 도움을 준다. 나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녹아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되었다.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했나? 현대카드에서 스페이스 마키팅팀에서 일했고, 이후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로 부서를 옮겨 부매니저로 일했습니다. 어떻게 음반 레이블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주변에 해외 발매를 할 만한 수준의 아티스트들이 있었지만, 인맥이 없어서 해외에서 음반을 발매하지 못하고 있었다. 메이저 회사에는 인맥이 있는 분들이었지만, 언더그라운드의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배급사나 음반사 대표들을 꽤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음반을 발매 및 배급하기로 결정하고 진행하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나에게 최고의 프로젝트는 퓨어디지탈사일런스(PDS)라는 밴드였다. 정말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었는데, 내가 그들을 만났을 때는 콘서트를 쉰 지 한참 됐을 때였다. 여전히 소음 실험을 하는 두 명의 남자들만 남아있었다. 그래서 밴드를 다시 모아 웰메이드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다. 앨범은 한 학생이 1990년대 후반 퓨어디지털사일런스 밴드에 대해 만든 아마추어 다큐멘터리를 리마스터링한 것이었다. 전부 영어로 번역하고 프로젝터를 구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라이브로 상영했다. 정말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다. 큰 모험이었지만 나에게는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많은 분들, 특히 재미교포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들은 한국어가 유창하진 않았지만, 반응은 한결같았다. 자신에게 한국적인 정체성이 있다고 느끼고 있지만, 한국에도 비주류 문화를 함께 즐기는 커뮤니티가 있기를 바랐다는 것이었다. 어떤 계기로 빈티지 레코드 샵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원래는 퓨어디지탈사일런스의 2집 앨범을 발매하려고 했지만,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배송비가 문제였다. 배급사에 보내면 손해가 막심할 것 같았다. 현대카드에서 이직하고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거주 비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소소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몇 백만 원씩 투자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비자가 나온 후에는 지금의 빈티지 레코드 숍인 모자이크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 있는 모자이크 서울  ⓒ 모자이크 매장 위치로 신당동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신당동에서 멀지 않은 창신동에서 산 적이 있다. 그리고 자리를 빨리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예산이 많이 부족했는데 아내는 광희문 일대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부동산 몇 군데를 찾아다니며 물어봤지만, 그들에게서 “없어, 없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나는 나이 드신 분들을 많이 만나봤고,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나만의 기술이 있었다. 그 후 몇 주 동안 비타민 병 음료를 사 들고 부동산에 여러 번 찾아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직접 가보니 아직 공개 매물로 나오지 않은 곳이었다. 가서 보자마자 느낌이 딱 왔다. 가격도 좋고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모자이크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다양성과 퀄리티, 그리고 꾸준하게 새로운 앨범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량으로 레코드가 입고된다. 진짜 최고 중의 최고의 음반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음반들만 들여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객의 일반적인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지? 꽤 다양하지만, 20대~40대가 대부분이다. 40대는 40~49세까지 다양하다. 그와 직원들은 매장에 진열된 앨범과 책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손 글씨로 메모해 놓기도 한다. 두 매장은 어떻게 차별화되어 있는가? 1호점은 아프리카, 브라질, 레게, 희귀한 그루브(미국 1960~70년대, 소울, 펑크 등) 등 월드뮤직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재즈 음반도 많이 선보인다. 2호점은 좀 더 ‘길거리’ 음악에 가깝다. 힙합, 하우스, 테크노, 디스코, 1980년대 댄스 음악, 뉴욕에서 형성된 다양한 음악들과 얼터너티브 록, 인디, 뉴웨이브, 포스트 펑크, 펑크 메탈, 트래시, 하드록, 록 클래식도 다수 갖추고 있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레코드 매장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서관과 비슷하다. 우리가 세심하게 나눠 놓은 다양한 장르별로 직접 음반을 찾아보고 들으면서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내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가. 5년 전에 만났다. 아내의 앨범을 발매하고 싶었지만 결국 발매하지는 않았다. 아내의 음반사에서 이미 역할을 잘하고 있더라. 아내는 그 분야에서는 꽤 유명인이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에 개봉한 (2023)이라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하기도 했다. 많은 프로젝트에서 협업 제안을 받고 있어서, 해외 작업에서는 내가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고 있다. 그는 모자이크를 통해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음악을 경험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향후 계획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중고 음반 산업이 하나의 비즈니스로서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아직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식 사업으로 인정받고 국내에 더 많은 매장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지구가 좋아하는 제빵소

Past Series 2024 WINTER

지구가 좋아하는 제빵소 특별한 제빵소가 있다. 빵틀, 오븐 등 일반 제빵소와 사용하는 기구는 같지만 이곳에서는 밀가루 대신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빵을 만든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타르트가 되고, 카눌레도 된다. 사람이 먹을 순 없지만, 쓰레기가 새로운 쓸모를 가진 물건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구가 건강해지는 제빵소 플라스틱 베이커리(廢高分子 製菓店 Plastic bakery)를 소개한다. 고순도 플레이크를 활용해 와플, 카눌레, 타르트 같은 다양한 형태로 만든 상품은 인센스, 화분, 트레이 등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 플라스틱 베이커리 플라스틱(Plastic)이라는 단어는 ‘플라스티코스(Plastikos)’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없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라. 텀블러, 의자처럼 눈에 보이는 물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자동차 내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어디든 플라스틱이 있다. 플라스틱으로 굽는 빵 1907년 리오 베이클랜드(Leo Baekeland 1863~1944)가 플라스틱을 발명한 이후 1920년대 들어 합성 플라스틱을 본격 응용한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플리스틱 베이커리가 문을 열었다. 플라스틱 베이커리는 폐플라스틱 병뚜껑을 빵 모양의 소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업이다. 베이커리라는 사명처럼, 이곳에서는 빵을 굽듯 플라스틱을 굽는다. 100% 수제다. 사람이 직접 분쇄된 플라스틱을 계량하고, 일정 시간 굽거나 틀에 찍어낸다. 공정을 거친 폐플라스틱은 독특한 무늬의 빵으로 재탄생한다. 플라스틱 베이커리가 버려진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빵을 굽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플라스틱 베이커리 박형호 대표(朴亨鎬 Park Hyong-ho)는 요리사도 미술 전공자도 아니다. 그는 대학에서 전기를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 스마트디자인엔지니어링을 공부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대학원생 시절, 홍콩과학기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이 공동주최하는 순환경제디자인워크숍(Circular economy design workshop)에 참가했습니다. 홍콩에서 열린 그 워크숍에서 자원 순환이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 알게 되었죠. 특히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가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 프로젝트에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자원 순환 프로젝트를 계획해 실천해 봐야겠다고 결심했죠.” 박 대표는 귀국 후 본격적으로 친환경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자 고심하던 어느 날, 그의 눈에 빵틀이 보였다. 당시 플라스틱 베이커리 사무실은 서울 중구 을지로의 방산종합시장 근처에 있었다. 방산종합시장은 각종 산업 부자재와 포장 용품 등을 판매하는 종합시장으로, 제빵 기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그곳에서 제빵 도구를 본 박형호 대표는 플라스틱을 빵처럼 굽는다면, 뭔가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플라스틱 베이커리의 시작이었다. 플라스틱 베이커리만의 도전과 협업 박형호 대표는 와플기기, 오븐 등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굽고 또 구웠다. 플라스틱에 열과 압력을 가하니 쉽게 변형됐다. 그러나 최적의 온도와 압력, 시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표면에 구멍이 생기고, 너무 낮으면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 어려웠다. 그는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플라스틱의 색, 물성에 꼭 맞는 최적의 온도와 압력, 시간을 찾았다. 금형의 파트 별 온도를 달리 조절하는 것도 플라스틱 베이커리만의 노하우다. 재료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이용했다. 비교적 활발하게 재활용되는 투명 페트병과 달리 병뚜껑은 작고 따로 분리수거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형호 대표와 팀원들도 처음에는 인근 주택단지 분리수거장에 쪼그려 앉아 일일이 병뚜껑을 회수해 사용했다. 그러다 2023년부터는 춘천지역자활센터에서 병뚜껑을 직접 모아 씻어 말린 후 분쇄 플레이크 형태로 제공해 주고 있다. 플라스틱 베이커리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실용성과 심미성에 재활용이라는 의미까지 더해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 플라스틱 베이커리 플라스틱 베이커리는 고순도 플레이크를 활용해 와플, 카눌레, 타르트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 상품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인센스, 화분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새로운 기능을 얻었다. 플라스틱 베이커리의 아이디어와 상품의 가치는 유수의 기업에서 먼저 알아봤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은 플라스틱 베이커리와 협업해 자사의 공병 플레이크로 타르트 모양의 재활용 비누 받침대를 제작했다. 실용성과 심미성에 재활용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기업 로지텍은 플라스틱 베이커리의 카눌레 모양 연필꽂이와 조약돌 모양 명함 거치대를 자사 제품과 함께 패키지로 선보였다. 기아자동차와 LG생활건강, 러쉬 등도 플라스틱 베이커리와 협업했다. 제품 전시와 임직원 및 일반인 대상 워크숍에 대한 의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좋은 뜻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대중도 공감해 줄까?’, ‘잘 팔릴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이익이 남지 않는다면, 기업 운영을 이어갈 수도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다행히 제품을 선보인 후 많은 기업에서 협업을 제안해 준 덕분에 플라스틱 베이커리만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보다는 플라스틱의 재활용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제품’과 ‘작품’의 경계에 있겠다는 선택이었죠. 이처럼 상업성을 인정받으려는 욕심을 버렸더니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현재 플라스틱 베이커리에서는 기존 빵 모양 소품에 3D 펜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넣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때 활용되는 필라멘트 또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충전재로 쓴 빈 백(Bean Bag)도 선보였다. 또 재활용 제품을 활용한 공간 디자인도 선보인다. 플라스틱이 가진 가능성을 지속 가능성으로 플라스틱 베이커리에게 플라스틱이란 ‘가능성’의 또 다른 말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플라스틱은 이곳에서 무엇으로든 재탄생한다. 자연 분해되기 어렵다는 플라스틱의 단점이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가져올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도 박형호 대표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플라스틱을 오븐에 구워 만드는 카눌레, 타르트, 와플 등은 상품별로 굽는 시간과 온도가 다르다. ⓒ 플라스틱 베이커리 “플라스틱은 우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주었습니다. 인간뿐만이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생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죠. 플라스틱이 상아의 대체제로 쓰이면서 코끼리의 멸종을 막았고, 목재 사용을 줄여 아마존 원시림 파괴 속도를 늦췄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플라스틱 ‘덕분에’가 아닌 ‘때문에’ 우리 삶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플라스틱이 인류의 멸망을 부추길 것처럼 여기죠. 플라스틱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면 당장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는 있지만 피로감이 쌓이고,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가 지속성을 잃게 됩니다. 그러니 플라스틱이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와 역사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걸 인정해야만 플라스틱과 공생할 수 있습니다. 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자연 순환이 어려운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를 감정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 또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박형호 대표는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작가와 기업에 “충분한 고민과 연구를 거치라”라고 조언한다. 충분히 연구하지 않고 만든 물건은 오히려 새로운 쓰레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 역시 기존의 제빵 기법을 개선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식의 자원 순환 방법을 발굴하고자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노 플라스틱 선데이(No plastic sunday), 우쥬러브(Would you love), 로우리트(Low-lit) 등 자원 순환에 관심을 두고, 각자의 영역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베이커리도 브랜드로서 가치와 인지도를 높여 플라스틱의 순환 가능성을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능과 불가능을 결정짓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다. 플라스틱 베이커리는 ‘가능’을 선택한다. 플라스틱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말이다. 그 선택은 분명 플라스틱에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줄 것이다.

Arts and Culture Calendar 2024년 9월 ~ 2024년 12월

Past Series 2024 AUTUMN

Arts and Culture Calendar 2024년 9월 ~ 2024년 12월 보이는 수장고: 유영국 유영국은 산과 바다를 주제로 비정형적이고 기하학적인 다양한 추상의 세계를 일구었다. 이번 전시는‘산의 화가’라고 불릴 정도로 1960년대부터 줄곧 산을 그린 유영국(劉永國)의 ‹산› 시리즈 작품 중 1968~1974년에 제작된 5점의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기간: 2024. 07. 12.~ 2024.09.29.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홈페이지 : mmca.go.kr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건축가의 집을 통해 2000년 이후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조망해 보는 전시다. ‘개인과 사회, 장소, 시간’을 주제어로 삼아 거주의 다양한 양식과 의미를 환기한다. 이 전시에는 한국의 주요 건축가 30명(팀)이 설계한 58채의 주택이 소개된다. 전시에 소개된 집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주택과 주거 문화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는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요청하는 힘이 있다. 기간: 2024. 07. 19.~2025. 02. 02.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홈페이지 : mmca.go.kr 다니엘 아샴 : 서울 3024 는 천년 후 미래라는 시간을 설정으로 아샴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몰입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이다. 작가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250여 점의 작품들이 공개된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을 활용하여 만든 고전 조각 시리즈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포켓몬과의 협업 작품,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시를 기념하여 제작한 신작 회화와 드로잉, 유물 발굴 현장을 재현한 대형 설치 작업 등 시대와 영역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기간: 2024.07.12.~2024.10.13. 장소: 롯데뮤지엄 홈페이지 : lottemuseum.com 부산비엔날레 2024부산비엔날레는 <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 >를 주제로 부산현대미술관과 부산근현대역사관, 한성1918, 초량재에서 펼쳐진다. 어둠에서 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어둠’은 우리가 처한 곤경이자, 이미 알려진 곳이면서도 알 수 없는 장소를 항해하는 두려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시는 어둠을 쫓아내는 대신, 포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기간: 2024. 8. 17.~10. 20. 장소: 부산현대미술관, 부산근현대역사관, 한성1918, 초량재 홈페이지 : busanbiennale2024.com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영국을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설치미술 작가 서도호의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명은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로, ‘만약에’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펼쳐진 그의 모든 창작 활동 과정이 담긴 회고전 성격이다. 이번 전시에는 전시는 드로잉 작품, ‘완벽한 집: 다리프로젝트’영상을 비롯해 그의 ‘별똥별’, ‘다리를 놓는 집’ 등이 모형으로 재현됐다. 기간: 2024. 8. 17.~11. 3. 장소: 아트선재센터 전관 홈페이지 : artsonje.org JOHN PAI 존 배 : SHARED DESTINIES 존 배의 70여 년의 예술적 여정을 집약적으로 선보이는 < 운명의 조우 >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초반 구상주의에 영향을 받아 제작된 초기 강철 조각을 비롯해 연대기별로 주요 철사 조각, 드로잉과 회화까지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 30여 점을 선별하여 소개한다. 기간: 2024. 08. 20.~2024. 10. 20. 장소: 갤러리현대 홈페이지 : galleryhyundai.com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인식과 정체성, 그리고 경계성에 대해 탐구하는 마이클 주(Michael Joo)의 전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적인 지각 기저에서 이루어지는 교환과 연결, 언어화하기 어려운 영향 관계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처럼 표면화되지는 않지만 각종 숨겨진 연결망을 환기하고, 여러 비가시적 관계와 친밀성을 조율하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 에 주의를 돌린다. 기간: 2024. 08. 30.~2024. 11. 03. 장소: 국제갤러리 서울 홈페이지 : kukjegallery.com 공예로 짓는 집 다양한 장르와의 실험을 통해 공예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전이다.전시는 현대공예가와 전통 장인,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20인(팀)이 실내외 건축 공간에 담긴 공예 요소를 발견하고, 바닥에서 지붕에 이르는 건축의 기본 구조와 개념을 확장된 공예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기간: 2024. 09. 05.~2025. 03. 09. 장소: 서울공예박물관 홈페이지 : craftmuseum.seoul.go.kr 아니카 이 <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전개해 온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이다. 아니카 이는 박테리아, 튀긴 꽃처럼 유기적이고 일시적인 재료를 사용해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한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시에는 지난 10여 년간 제작된 작품 30여 점이 출품되며,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와 최근 경향을 폭넓게 소개한다. 기간: 2024. 09. 05.~2024. 12. 29. 장소: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 leeumhoam.org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가 30주년을 맞았다. 올해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주제로 30개국 7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현시대 복잡성의 좌표를 그리는 시도이며, 개인의 거처부터 인간이 점령한 지구 전역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오페라적 전시로 채워진다. 기간: 2024. 09. 07.~2024. 12. 01. 장소: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 : gwangjubiennale.org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안동에는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한국의 역사마을에서 800년 전부터 전승되어 오던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다. 마을 공동체들은 탈놀이를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했고, 별신굿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다. 2024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문화의 춤’을 주제로 5대양 6대주 세계 각국의 탈과 탈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의 장을 마련한다. 기간: 2024. 09. 27.~2024. 10. 06. 장소: 안동역, 원도심, 탈춤공원 일원 홈페이지 : maskdance.com 궁중문화축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서울 소재 5개의 궁궐과 종묘에서 펼쳐지는 문화유산 축제인 궁중문화축전이 열린다. 이번 축제에는 한국의 전통 복식인 한복을 중심으로 < 경복궁 한복 연향 >, 창경궁에서 열리는 뮤지컬 < 복사꽃, 생각하니 슬프다>, < 고궁음악회-발레x수제천 >등 궁궐과 궁중문화를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기간: 2024. 10. 09.~2024. 10. 13. 장소: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홈페이지 : kh.or.kr/fest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미용실

Past Series 2024 AUTUMN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미용실 일본인 나카야시키 겐타(NAKAYASHIKI KENTA, 中屋敷) 씨에게 미용사는 다양한 사람들과 따뜻하게 소통하는 직업이다. 그가 한국에서 활동한 지는 이제 6년 조금 지났지만, 이 나라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같이 나이 들어가길 꿈꾼다. 나카야시키 겐타(NAKAYASHIKI KENTA, 中屋敷 健太) 씨에게 오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그는 한 번에 한 명의 손님 만을 받는다. 오롯이 그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다. 겐타 씨의 미용실에선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동시에 여러 손님을 받는 대신 한 사람씩 예약제로 고객을 맞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두 사람이다.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는 극소수의 손님에게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내어준다. 미용실 창밖엔 나무들이 울창하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江南邱)에 자리하고 있지만, 바깥에 작은 공원이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철마다 누릴 수 있다. 고객과 마음을 나누기에 더없이 좋다. “미용사는 누군가와 만나서 가까워지는 직업이에요. 미용실 운영으로 큰돈을 벌기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서 한국에 오기 전엔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오모테산도(Omotesando 表参道)에서 미용사로 일했다. 그가 고용된 미용실엔 손님이 아주 많았다. 한 시간에 무려 14명이나 커트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밀려드는 고객들을 상대하기 바빠 그는 손님의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가 미용사가 된 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어서였다. 그랬던 첫 마음과 너무 멀어져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했어요. 잠을 거의 못 잤죠. 그렇게 6년쯤 일하다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어요. 겨우 스물일곱 살에요. 계속 이렇게 살다 간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던 차에 새로운 기회가 생겼어요. 제가 일했던 미용실 부사장님이 한국에서 미용실을 차려보라고 권하셨거든요. 때마침 한국에 관심이 생겼던 터라 별 망설임 없이 날아왔어요.” 한국으로 이끈 한정판 운동화 한 켤레 그게 2018년이었다. 사실 그전까지 그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 그가 한국에 관심을 품게 된 건 한정판 운동화를 사러 도쿄의 한 매장에 들렀을 때였다. 어느 젊은 남성과 같은 신발을 동시에 집으면서 눈이 마주쳤는데, 머리부터 신발까지 일본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남성이 누구인지는 얼마 뒤 TV를 보다 알게 됐다. K-팝스타 지드래곤(G-Dragon 보이그룹 ‘빅뱅’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이 바로 그였다. 미디어에 비친 그는 음악도 패션도 기존의 틀을 모두 뛰어넘고 있었다. 그런 아티스트가 존재하는 나라에 문득 깊은 호기심이 생겼다. “도쿄 오모테산도가 유행을 선도하는 곳이라 여겨왔는데, 그보다 더 앞서나가는 곳이 한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로 우리 미용실에 오는 한국인 손님들을 유심히 봤어요. 일본으로 유학 온 손님도, 일 때문에 건너온 손님도, 하나같이 자기 삶을 멋지게 가꾸는 분들이더라고요. 이런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면 몇 년 안에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겠구나 싶었어요. 직접 가보고 싶어졌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그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인사말도 모르고 온 그에게 가장 큰 언어 선생님은 다름 아닌 고객이었다. 어학원을 찾아가는 대신 혼자 한국어 교재를 사서 공부하길 선택했지만, 손님들과의 대화 덕분에 그의 한국어 실력은 금세 늘어났다. 서울의 몇몇 동네에서 일하다 3년 전 이곳 도곡동(道谷洞 Dogok-dong)에 미용실을 냈다.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고도 이전 미용실의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소개해 줘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이곳의 고객들은 열 살이 안 되는 어린이부터 칠십 대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직업도 제각각이다. 그 덕분에 미용실에 가만히 있어도 드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그를 처음 만난 손님에겐 세번쯤 와줄 것을 권한다. 헤어 스타일, 모발 상태 등에 따라 처음부터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연을 이어가며 손님과의 합을 맞춰나가는 것이 그에겐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한국인의 정(情)에 빠지다 “일본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진심을 알기가 어렵죠. 하지만 제가 만난 한국인들은 거의 모두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더라고요. 그래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서 편할 때가 더 많아요. 제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으니까요.” 그는 한국인들을 흥(興) 많고 정(情) 많고 화(火) 많은 사람으로 표현한다. 그 가운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한국인 특유의 정(情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그는 한국인들이 자기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매우 놀랐다. 일본에선 누군가를 함부로 돕는 것이 큰 실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한국인들의 넓은 오지랖(이 일 저 일에 관심도 많고 참견도 많이 한다는 뜻)이 아주 좋다. 따뜻한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잘 아는 까닭이다. “일본에선 미용사와 고객이 평생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한국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 문화만큼은 일본의 것을 옮겨 오고 싶어요. 저는 우리 미용실에 처음 오는 고객들에게 지금 당장 손님 마음에 들게 해드릴 순 없다고 이야기해요. 손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함께 만들어갈 테니, 속는 셈 치고 세 번만 와 달라고 부탁하죠. 거의 모든 고객이 그 이야기를 따라줘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대신 그는 손님들이 건네 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매번 최선을 다해 들어준다. 미용사의 자질에는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적절한 순간에 알맞은 공감을 표시하는 게 그만의 무기다. 고객의 머리를 예쁘게 해 주는 것만큼 고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에서 그는 큰 보람을 느낀다. 차분하면서도 정돈된 나카야시키 겐타 씨의 성격을 닮은 듯한 미용실 일본에 있을 때보다 훨씬 적은 수의 고객을 만나는데도 그의 수면시간은 여전히 짧다. 새벽 네다섯 시에 잠들고 아침 여덟 시 반쯤 눈을 뜬다. 침대에서 벗어나면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패션 또는 헤어 관련 유튜브를 본다. 업계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열 시쯤 미용실로 출근해 열한 시에 영업을 시작하지만, 퇴근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손님들의 예약 시간이 제 각각이라서다. 별도의 휴일이 없는데도 그는 별 불만이 없다. 오늘은 또 어떤 만남을 갖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이 그보다 늘 더 크다. 손님들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꿈 그의 고향은 일본 도호쿠 지방에 자리한 이와테현(岩手県 Iwate-ken)이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그도 일찌감치 대도시에서의 삶을 꿈꿨다. 이왕이면 ‘멋’을 삶의 중심에 두고 싶었고, 만 18세에 도쿄 하라주쿠의 한 미용학교에 입학해 꿈을 향해 출발했다. 그 학교에서 2년간 공부하는 동안 이자카야 서빙, 콜센터 상담원, 옷 가게 판매원 등 10여 개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그 경험들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지금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선배에게 물려 받아 17년 째 사용하고 있는 그의 가위 “일본에서도 아직 활동해요. 세 명의 유명 아티스트와 한 팀의 아이돌 그룹을 담당하고 있어서 요즘도 틈틈이 일본에 가요. 그래도 한국에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요. 손님들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게 꿈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살게 될 것 같아요.” 그는 선배한테 물려받은 가위를 17년째 쓰고 있다. 모든 것들이 점점 빨라지는 시대에 오래된 가위를 손에 쥐고 오래가는 인연을 꿈꾸며 산다. 자기만의 속도를 지키는 그의 얼굴에 자기다운 행복이 흐르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드는 동구밭

Past Series 2024 AUTUMN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드는 동구밭 소비자는 현명하다. 샴푸 하나도 성분, 가격, 제형 등을 까다롭게 따져보고 구매한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는지, 동물실험에 반대하는지 등 회사의 철학에 관한 기준도 명확하다. 동구밭((株)打勾吧, DONGGUBAT Inc)은 소비자의 깐깐한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비장애인과 함께 지속 가능한 일상을 제안하는 기업, 동구밭을 소개한다. 동구밭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지속가능한 일상을 만들어 간다. 특히 발달장애인 근속년수 해결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매출이 늘어날 때마다 회사는 발달장애 사원을 추가로 고용하고 있다. ⓒ Donggubat Inc. 시골 마을 입구를 떠올려 보라. 야트막한 언덕 위 커다란 나무, 옆으로 펼쳐진 논과 밭, 구불구불한 오솔길. 따뜻하고 정겨운 이미지의 공간이 그려질 것이다. 한국에서는 동네로 들어가는 어귀를 ‘동구(洞口)’, 그곳에 자리해 사람들을 맞이하는 밭을 ‘동구밭’이라고 부른다. 이름처럼 동구밭은 사람들, 특히 발달장애인에게 포근한 자리가 되어주고자 만들어진 회사다. 동구밭에서는 장애인의 꿈이 자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서 6대 장애유형별 경제활동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시각장애인 고용률이 43.3%로 가장 높고, 지체장애인(43.0%), 청각장애인(27.3%), 발달장애인(26.2%), 기타장애인(23.0%), 뇌병변장애인(12.2%)순으로 이어졌다. 장애인 취업자의 현재 직장(일자리) 근속기간도 전체 평균이 11년인 것과 비교해 발달장애인의 평균 근속기간은 4년 10개월로 짧았다.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지연 및 이상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은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일해 수익을 내게 할 순 없을까?” 사업 초기 동구밭은 고민 끝에 비누를 만들기로 했다. 비누는 제조법이 간단하고, 적은 생산 비용과 인원만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행히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친환경, 비건 등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인 덕분이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고용할 수 있는 장애인 수도 늘었다. 2024년 4월 기준 동구밭 임직원 수 130여 명, 발달장애인 직원 수는 50여 명에 이른다. 발달장애인 직원은 동구밭 자체 직무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거친 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공장에서 제조, 배송 업무 등을 수행한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 공장을 둔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분명 손해가 나는 일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직원이 원활하게 출퇴근할 수 있도록 동구밭은 기꺼이 손해를 감수한다. 동구밭에 없는 세 가지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태어난 회사다. 하지만 장애인 고용을 방패로 삼지 않는다. 즉 동구밭에는 핑계가 없다. “장애인이 만들었으니 부족해도 이해해 달라”라고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닌, 당당히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박상재(朴祥宰, Park Sangjae) 공동 대표는 이것이 “회사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장애인과 오래 함께할 수 있으려면, 회사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가 좋아서 다시 찾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죠.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임상’이었습니다. 사실 설립 초기에는 비누 제작에 있어 전문가라고 할 만한 인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한계를 두지 않고 마음껏 연구‧개발할 수 있었어요. 전국 각지의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노하우를 전수받고요. ‘지구와 사람에게 해롭지 않아야 한다’라는 가이드라인만 엄격하게 두고 최적의 원료와 배합 방법을 찾기 위해 직접 부딪쳤습니다. 동구밭 샴푸바의 유사 제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이러한 진심과 노력이 있었기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구밭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다. 대신 옥수수, 아보카도, 레몬, 케일, 가지, 다시마 등 식물 유래 성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전성분과 원료 배합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 덕분에 동구밭의 생산공장은 프랑스 이브 비건(EVE Vegan®) 인증과 환경경영시스템 인증(ISO 14001)을 받았다. 천연 원료만을 고집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인체 안전성을 인증받은 성분인지를 먼저 꼼꼼히 따져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킨다. 저온 숙성 공법(Cold Press, CP)도 차별점이다. 해당 공법을 적용하면, 재료의 좋은 성분이 열에 파괴되지 않는 반면 보습력은 강해진다. 유기농 녹차를 함유한 비건 설거지바 ⓒ Donggubat Inc. 마지막으로 동구밭은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한다. 동구밭은 액체, 가루 등의 제품군 포장재를 제외하고는 성분, 패키지, 완충재 등에 플라스틱 사용을 배제한다. 대신 제품은 비접착 재생 용지 패키지에 담아 판매한다. 동구밭 제품 1개를 사용했을 때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 배출량은 16.2g. 현재까지 누적 판매한 제품 수를 대입해 계산하면, 총 381,251㎏의 플라스틱 배출을 막은 셈이다. 소비자는 이러한 동구밭의 제품을 신뢰하고, 회사를 지지한다. 동구밭은 현재 샴푸바, 린스바, 세안비누, 거품 입욕제, 설거지 비누 등 월 50만 개의 제품을 제조 및 판매‧납품하고 있다. 많은 회사가 협업을 제안하면서, 주문자위탁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ODM) 방식으로도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동구밭의 성장은 기업에 다음의 메시지를 남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일회용 여행용품을 대신하는 플라스틱 프리 고체 여행용 키트. 샴푸바, 린스바, 바디&페이셜바로 구성되어 있다. ⓒ Donggubat Inc.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상을 위한 노력 동구밭은 회사 밖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동구밭은 2021년 10월 서울 강동구 암사동 광나루한강공원에 400그루의 나무를, 이듬해 11월에는 산불 피해 지역인 강원도 강릉시에 1,25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2022년과 2023년 6월에는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피해목으로 인센스 홀더를 제작해 보급하기도 했다. 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직업 재활의 날에도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 4월에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화장실 이용 인식개선을 위한 ‘모두의 화장실’ 캠페인을 전개했다. 캠페인 기간 내 특정 제품 매출의 1%를 기부하고, 서울시와 함께 수리가 필요한 공공 장애인 화장실을 개‧보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외에도 연중 많은 기업과 지속 가능 발전(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ESG) 관련 협업을 기획‧진행하고, 사회복지단체에 물품 기부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구밭은 직원의 50% 이상을 발달장애인으로 고용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 발달장애인 고용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에 동참하는 회사가 더 많아지도록 본보기가 되고자 노력한다. 이를 위해 일반 회사에서 직원 능력을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투입하듯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이 어떤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검토 및 연구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박상재 공동대표는 “발달장애인 고용에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선 장애인 직원만을 무조건 배려하거나 비장애인 직원을 역차별해선 안 된다. 강요가 아닌 설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는 브랜드 동구밭의 비누바를 만드는 모습. ⓒ Donggubat Inc. “동구밭이 사회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는 아직 생각하지 않습니다. 갈 길이 멀죠. 다만 화장품, 생활용품 패키지나 기업 대표 명함에 점자가 인쇄되기 시작한 것을 두고 업계 사람들은 ‘동구밭 덕분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동구밭은 더 많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가능성과 사회의 관심을 키울 것입니다.” 스스로를 ‘마을 어귀’라고 칭했듯 동구밭의 노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인간과 동물, 환경 등. 드넓은 동구밭 안에서 수많은 가치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날을 그려본다.

Arts and Culture Calendar 2024년 6월 ~ 2024년 8월

Past Series 2024 SUMMER

Arts and Culture Calendar 2024년 6월 ~ 2024년 8월 필립 파레노: 보이스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베이 전시이다. 작가의 활동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 및 신작으로 구성되며, 대형 신작 (2024), 최초의 작품 (1987)을 비롯해 40여 점을 선보인다. 기간 : 2024. 02. 28.~2024. 07. 07. 장소 :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 leeumhoam.org 소원을 말해봐 전시는 가벼움의 시대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회복해야 할 것들에 주목한다. 8인의 작가는 관람객에게 이야기와 지혜를 전하는 안내자로 등장한다. 일종의 ‘영적 여행’으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가벼움이 삶을 흩어놓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존엄성과 정신적 자유를 누리는 조건을 지켜낼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기간 : 2024. 04. 23.~2024. 08. 04.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 홈페이지 :sema.seoul.go.kr 서울의 젊은이와 대중가요 평범한 서울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이야기하는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대중음악을 선도한 젊은이들이 불렀던 노래와 장소를 전시한다. 1930년대 종로 다방, 1950년대 명동 음악감상실, 1980년대 신촌 라이브카페, 1990년대 홍대 앞 클럽, 2000년대 온라인 공간 등 각 시대를 이끈 젊은이들이 즐겨 들은 음악부터 그 시절 낭만과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기간 : 2024. 05. 03.~2024. 09. 22. 장소 : 서울생활사박물관 홈페이지 :museum.seoul.go.kr/sulm/index.do 한국의 신발, 발과 신 이 전시는 발로부터 시작된 한국 전통 신발의 역사 전체를 조망하고 신발이 가진 다양성과 문화사를 소개한다. 한국 신발과 복식 문화에 관한 것으로 발의 진화, 신발의 탄생부터 신분과 기후, 패션에 따른 신발,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신발 등 7부로 구성됐다. 기간 : 2024. 05. 14.~2024. 9. 22. 장소 : 국립대구박물관 홈페이지 :daegu.museum.go.kr MMCA 기증작품전: 1960-70년대 구상회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한국 구상화단의 형성과 성장에 자양분이 된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재조명한다. 자기 반영적이며 사적인 재현에서부터 장소와 일상,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풍경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공감하는 독특한 서정성을 띤 33명의 작가,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기간 : 2024. 05. 21.~2024. 09. 22.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홈페이지 :mmca.go.kr 80 도시현실 1960~1970년대 고도성장을 기반으로 도시화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1980년대 도시를 둘러싼 한국의 현실이 드러나는 작품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가나아트 컬렉션과 소장품으로 구성되었으며, 당시 한국의 사회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민중미술 및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을 포괄하고 있다. 기간 : 2023. 05. 25.~2024. 08. 04.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홈페이지 :sema.seoul.go.kr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시아 최고 판타스틱 장르영화제인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오는 7월 4일부터 14일까지 부천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역시 영화제의 정체성인 ‘이상해도 괜찮아’ 슬로건을 유지하는 동시에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AI와 관련해 국내 최초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도 도입하여 AI 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기간 : 2024. 07. 04.~2024. 07. 14. 장소 : 경기도 부천 일대 홈페이지 :bifan.kr 2024 여우락 페스티벌 국립극장이 지난 2010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여우락은 우리 음악과 다양한 예술 장르가 만나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 역시 정해진 틀 없이 한국음악 기반의 과감한 시도로 주목받는 음악가들과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독보적이고 새로운 차원의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기간 : 2024. 07. 04.~2024. 07. 27. 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하늘극장, 문화광장 홈페이지 :ntok.go.kr 여자야 여자야 시대와 사람을 고찰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장해 가는 안무가 안은미(Ahn Eun-me 安恩美)가 를 통해 근현대를 살았던 신여성을 표현한다. 작품에는 신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용기 있게 나섰으나 시대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면서도 자기만의 삶을 살았던 여자들의 면면과 움직임의 변화, 의복과 같은 상징적 요소들과 그 시대 유행어, 신조어 등이 등장해 무대를 더 풍성하게 꾸밀 예정이다. 기간 : 2024. 07. 05.~2024. 07. 06. 장소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 : acc.go.kr Sync Next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 ‘Sync Next(싱크 넥스트)’는 매년 여름 세종문화회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장 트렌디한 예술 경험이다. 올해도 10주 동안 재즈, 코미디, 회화, 설치미술, 합창 등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아티스트가 한데 모여 장르에 대한 규정 없이 예술의 내일을 고민하고 관객과 소통한다. 기간 : 2024. 07. 05.~2024. 09. 08. 장소 :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 홈페이지 :season.sejongpac.or.kr/portal/season/syncnext24.do 평창대관령음악제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음악 축제인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올해 21회째를 맞는다. 오는 7월 24일부터 평창 알펜시아 일대 및 강원도 일원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루트비히(Ludwig!)’를 주제로 콘서트, 찾아가는 음악회&가족음악회, 부대행사 등이 풍성하게 열릴 예정이다. 기간 : 2024. 07. 24.~2024. 08. 03. 장소 : 평창 알펜시아 일대 및 강원도 홈페이지 :mpyc.kr 2024 글로벌 웹툰 페스티벌 오는 9월 ‘2024 글로벌 웹툰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웹툰 종주국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올해 처음 열리는 것으로, 팝업의 성지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진행된다. 팝업스토어 외에도 토크콘서트,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전시, 웹툰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콘서트 등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기간 : 2024. 09. 26.~2024. 09. 29. 장소 :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 D동 일대

한국 재료로 즐기는 파인 다이닝

Past Series 2024 SUMMER

한국 재료로 즐기는 파인 다이닝 셰프인 조셉 리저우드는 한국의 식재료를 사랑한다. 여러 상을 받은 그의 레스토랑은 한식 메뉴의 가능성을 재정의하며,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식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정착한 뒤 퓨전 한식 레스토랑 에빗을 운영 중인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 그는 전국 각지를 돌며 재료를 채집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탐색하는 일에 진심이다. 14개월 가까이 안정적인 수입이나 일상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한 조셉 리저우드는 제주도 해변에 앉아 있었다. 산소통도 없이 해산물을 채취하는 제주 해녀들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제가 해녀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그녀는 제 입에 성게를 넣어 주셨어요. 그래서 그냥 거기에 앉아 먹기만 했죠. 해녀들이 물질을 끝내고 잠수복을 입은 채로 스쿠터에 올라타 휑하고 가버리는 장면은 제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라며 애정 어린 마음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호주 태즈매니아 섬에서 자란 리저우드는 집 안의 냉동실을 가득 채울 만큼 해산물을 잡을 수 있는 곳에서의 가족 여행을 즐겼다. 그렇지만 냉동실을 가득 채운 해산물과는 달리 그가 평소에 주로 먹는 음식은 고기와 삶은 야채 그리고 으깬 감자였다. “외식은 약 5~6달러를 내고 펍(Pub) 음식을 먹는 것이었고, 그것이 그 당시 저에게는 최고의 ‘파인 다이닝 경험’이었어요.” 햄버거 뒤집기부터 시작해 실력 있는 셰프가 되기까지 리저우드가 십대가 되었을 때, 그는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호주 정부에서는청소년들에게 진로 결정을 위한 교류 프로그램을 장려했는데, 그는 여느 친구들처럼 전기기사나 정비사가 되는 것보다 요리사가 되는 것이 멋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첫 직장은 강가에 있는 도시 프랭클린의 고급 카페였고, 그곳에서 햄버거를 굽는 일을했다. 그 후 그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일했다. 주로 ‘중간에 블루치즈가 들어간 스테이크’ 같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이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 직장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스테이크하우스의 셰프 중 한 명이 당시 막 영국에서 돌아왔는데 그에게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은 “지옥 같았지만 보람 있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말은 리저우드가 영국으로 갈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런던에서 그의 첫 직장은 프랑스 요리를 다루는 곳이었고, 그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 필립 하워드가 공동 소유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더스퀘어(The Square)에서의 일이 포함되었다. 그 다음에는 하워드가 공동으로 소유한 또 다른 런던의 아이콘인 레드버리(Ledbury) 레스토랑에서도 일했다. “그 레스토랑의 주방 일은 완전 미쳤어요. 네 시간 자고 일하는 데 적응하느라 오래 걸렸어요. 어떤 사람들은 한달 만에 그만두기도 했어요. 그냥 레스토랑을 떠나는 게 아니라 아예 요리하는 걸 그만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36세인 리저우드는 여전히 당시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이 그의 열정, 헌신, 집중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엄청난 경험이긴 했지만 오래 지속될 수는 없었죠. 그때 사용한 레시피 중 어떤 것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요. 다만 당시 배운 것 중 여전히 유효한 것은 어떻게 나의 하루를 더 잘 관리하느냐 하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깨끗하고, 체계적이고, 빠르고, 정확하게 일하는 실력 있는 셰프가 될 것인가 하는 거죠.” 원스타 하우스 파티 2016년, 리저우드는 색다른 프라이빗 다이닝 서비스 론칭 계획을 하고 있는 친구와 함께하게 되었다. 그들은 함께 세계를 돌아다니며 팝업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는 ‘원스타 하우스 파티(One Star House Party)’를 만들었다. 비교적 간단한 요리, 보통 서너 가지의 요리만 제공했으며, 미식계의 최상층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었던 이들만의 방식은 빠르게 열렬한 팬들 만들어냈다. 이벤트가 매번 매진될 정도였다. 이들이 시도한 독특한 지역 중에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손님이 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승객들이 이층침대에서 네 가지 코스 요리를 먹었던 베트남의 야간열차도 있었다. 한국의 첫 방문 서울에서 열릴 원스타 하우스 파티를 앞두고 그는 제주도를 방문했다. 이는 그가 경험한 첫 한국이었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해녀들과 함께 조개를 채취하고 싶었지만, 해녀들은 경험 없는 그들을 데려가면 작업이 느려질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래서 리저우드는 결국 해변에 앉아 곧 다가오는 다이닝 이벤트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그가 해녀들의 생활이나 한국 식재료에 관해 물어보려 할 때마다 해녀들은 그의 입에 성게를 넣어주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리저우드는 서울의 원스타 하우스 파티를 마치고 미국으로 갔다. 그런데 서울 행사에 참석했던 한 고객이 서울에 새로 지은 자신의 건물에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연락해왔다. 2019년에 아내 지니의 지지를 받아 리저우드는 레스토랑 에빗(EVETT)을 열게 되었다. 당시 한국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대부분은 푸아그라와 캐비어 같은 고급 재료에 의존하던 시기였는데, 에빗은 약간 색다른 것을 제시했다. 호주 출신 셰프가 한국 식재료를 중심으로 만든 메뉴를 선보인 것이었다. 한국 사람조차 잘 몰랐던 한국 식재료에 대한 탐구와 발효를 접목한 요리로 에빗은 오픈1년 만에 미쉐린 가이드 1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저희 요리는 퓨전이 아닙니다. ‘혁신적인 한국 요리’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은 놀라운 지역의 식재료의 가치입니다. 그 식재료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죠”라고 그는 설명한다. 리저우드 셰프는 한국 음식 중 발효의 역할에 경의를 표한다. 또 그는 정기적으로 즐기는 채집활동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이 채집활동을 ‘산에서 훔치기’라고 표현한다. 그는 한국 고유의 식재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좀 더 자세히 말했다. “재료가 사용되는 방식이나 음식이 요리되는 방식, 그리고 층층이 쌓이는 맛을 경험하는 것, 바로 이곳 한국에서만 가능하죠. 모든 것이 너무나 역동적이에요. 그리고 사실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할 수 없어요. 간장게장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호주에서 식품법상으로 가능하지 않아요. 막걸리 역시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기 어렵죠. 미생물들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어서 프랜차이즈를 내거나 과도하게 위생적으로 만들면 그 마법이 사라져 버려요. 기술적으로는 한국 음식일지 모르지만, 진짜 한국 음식은 아니게 되는 거죠.” 리저우드의 최근 요리 중에는 모과 동치미가 있는데, 일종의 물김치인 이 메뉴를 만들기 위해 그는 멍게, 제주 감귤, 염소젖, 그리고 당귀 뿌리를 사용했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맛의 조합 중 하나라고 말한다. 가족 같은 에빗 에빗에는 9개의 테이블이 있고 한 번에 약 25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다. 메뉴는 코스요리로만 제공되는데, 리저우드는 “몇 가지 시그너처 요리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라고 설명한다. 레스토랑에서는 15명의 셰프가 테이블에서 요리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마무리한다. 리저우드는 복잡하고 정교하게 정제된 음식은 그의 팀이 끊임없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최고의 메뉴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쓴 결과를 보여준다고 믿는다. 그는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웠지만, 오픈 이후 그의 레스토랑은 음식비평가와 고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이 우리가 한국의 식재료를 사랑하는 것을 아주 좋게 봤다는 것이었어요. 큰 동기부여가 되었죠. 저희 음식이 항상 멋지거나 놀랍지는 않지만, 고객들이 음식의 진가를 알아주죠.” 2020년 미쉐린 1스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상과 찬사를 받은 레스토랑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한국의 파인 다이닝 요리 현장의 절정에 있다. 레스토랑을 리모델링하고,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이전했는데. 올해 미쉐린 2스타를 받지 못한 것엔 실망했지만, 그는 레스토랑의 성공이 미슐랭 평가에 달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레스토랑의 현 상태와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합니다. 멋진 고객들을 모시고 있으며, 그들은 저희 음식을 정말 좋아합니다. 또 저는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하고요.” 그의 수준 높은 한국 요리를 칭찬하는 긍정적인 리뷰가 넘쳐나지만, 가장 의미 있는 건 비평가들의 절제된 평가이다. 한 평론가는 에빗에서 식사하는 것이 가족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캐러맬라이즈 된 크림을 가득 채운 후 흑마늘 멸치와 수수떡을 올린 메주 도넛이다. 한국 발효의 핵심인 메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요리로, EVETT의 요리를 대표하는 디쉬가 되었다. ⓒ 에빗 특별한 경험 10코스 이상의 메뉴와 전통적이면서도 혁신적인 한국의 술을 곁들여 제공하는 메뉴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요리사들은 끊임없이 창작의 압박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기억 남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그들을 따라다닌다. 모든 테이블의 고객들은 특별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지만, 모든 고객이 각 요리와 그 재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리저우드 셰프는 고객들이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각 테이블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마도 가장 좋은 사례는 에빗에서 식사를 한 근처 치킨집 가게 주인 이야기일 것이다. 리저우드 셰프는 맥주 몇 병을 마시며 그에게 레스토랑의 철학을 설명했다. 치킨집 주인은 왜 호주 출신 셰프가 한국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하길 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후 치킨집 사장은 그의 아내와 에빗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묘한 미소를 지으며 음식이 “나쁘지 않네”라고 말했다. 리저우드에게 이 평가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 말은 제 마음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말이었어요. 저희가 한국의 식재료가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주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주는 말이었죠.”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만나 CEA(Manna C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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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만나 CEA(Manna CEA) 만나CEA는 기술로 농업의 미래를 이끈다. 환경제어시스템과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결합해 환경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농업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나아가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 식량 부족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제어시스템과 아쿠아포닉스 농법 기술로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만나 CEA의 전경 ⓒMANNA CEA 만나CEA 전태병 대표는 충북 진천에서 40종의 작물을 재배하는 30대 젊은 농부다. 그러나 전 대표는 작물에 직접 물과 비료를 주지 않는다. 그가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제어시스템이 알아서 작물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 농업용수 부족과 비룟값 인상, 인력 부족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농부인 동시에 공학자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로운 기술의 탄생 전태병 대표는 창업 전까지 농사를 지어본 적 없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졸업을 앞두고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 대표는 우연히 적정기술을 알게 되었다. 적정기술이란, 기술이 사용되는 공동체의 정치‧문화‧환경적 측면을 고려해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에 대해 들었을 때, 평소 관심을 두었던 농업과 전공 분야인 시스템제어기술을 접목한다면, 세상에 이로운 기술이 탄생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후 변화, 농촌 인구 고령화 등 농업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었거든요. 재배 환경을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농촌이 안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전 대표는 먼저 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유기농법 전문가, 환경제어기술 전문가 등을 만나 농사 환경에 맞는 제어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센서를 통해 온실 속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의 양과 암모니아, 칼륨, pH 농도 등 식물에 필요한 다량원소와 미량원소를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최적화된 생장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회사 이름도 지었다. 만나 CEA의 ‘만나’는 성경에 나오는 단어로 ‘하늘에서 내린 음식’을 뜻하며, CEA는 환경제어농법(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의 약자다. 하늘에서 음식을 내려주듯 농업기술을 발전시켜 전 세계에 굶은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친환경 농업의 미래,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시스템 개발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특히 작물에 공급하는 유기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쉽지만, 그것은 만나 CEA가 지향하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중 전태병 대표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농법을 알게 되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 재배(Hydroponics)를 결합한 합성어로, 물고기를 키우면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친환경 농법을 말한다.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물고기가 수조 안에서 자라며 배설한다. 이 배설물은 미생물 발효를 거쳐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 형태로 공급한다. 영양분과 함께 공급한 물이 농장 바닥에 모이면, 이 물은 정수 필터를 거쳐 다시 수조 안으로 들어간다. 쉽게 말해, 작물 재배와 물고기 양식에 필요한 물을 계속 순환해 사용하는 것이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의 장점은 첫째, 물을 절약할 수 있다. 토양 재배의 경우 물을 뿌리면 그대로 땅에 스며들어 재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에서는 작물 재배와 물고기 양식에 사용한 물이 순환‧공급되기 때문에 물을 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만나 CEA는 2014년부터 10년간 농장을 운영하면서 물 한 방울 버린 적 없다. 또 자연 증발하는 만큼의 물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농가가 사용하는 물양의 5%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유기농법이다. 일반적인 수경재배는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그러나 만나 CEA에서는 농약과 합성 물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물고기의 배설물에서 식물 배양액을 추출해 사용한다. 또 일반 수경재배 시 사용한 물은 화학비료가 녹아들어 재사용하기 어렵지만,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에서는 물속 유기물 농도를 모니터링해 정화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의 제어시스템으로 유기물 농도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만나 CEA에서 재배되고 있는 딸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비하여 환경 및 생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을 제어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을 이용해 사계절 내내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 MANNA CEA 소비자도 농부다 환경제어시스템과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실제 농장 안에 구현할 계획을 세웠을 때, 전태병 대표는 충북 진천에서 유리온실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 연고도 없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갔다. 젊은 농부의 새로운 꿈이 자라날 온실을 향해서 말이다. 만나 CEA의 제어시스템을 온실에 적용하자 작은 규모의 온실 속에서 많은 농산물이 생산됐다. 전태병 대표는 “이것이 만나 CEA가 제안하는 농법의 세 번째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만나 CEA에서는 기존 노지재배와 비교해 일반 작물은 120%, 특정 작물은 1,500% 이상 많은 양의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자연재해, 병충해 위험도 없고요. 배양액, 온‧습도 제어시스템과 광연시스템을 활용해 일정한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매년 일정한 생산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기른 물고기는 추가 수익원이 됩니다.” 누군가는 “그 많은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하느냐?”라고 물을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만나 CEA에서는 첫째, 체험농장을 운영한다. 일반 농가에서는 재배, 수확, 포장, 판매 등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만나 CEA에서는 체험농장을 운영해 어린이들이 싱싱한 딸기를 직접 따먹도록 한다. 그럼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체험농장 운영 수입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둘째, 생산한 농산물을 샐러드로 만들어 친환경 패키지에 담아 판매한다. 만나 CEA 운영하는 뤁스퀘어에도 재료를 공급한다. 뤁스퀘어는 진천에 있는 미래 농업 복합문화공간으로 카페, 레스토랑 등 외식사업, 숙박업과 농업을 연결한 공간이다. 농업 교육도 이루어진다. 체험농장과 뤁스퀘어를 찾는 고객 수는 월평균 1만 명에 이른다. 팜스테이를 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을 비롯해 뤁스퀘어 내의 건축물들은 국제적인 건축 전람회 코리아 하우스 비전(Korea House Vision) 출품작이다. 하우스 비전은 집을 교통, 의료, 기술과 삶이 교차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담긴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미래 생활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2022년 한국 진천에서 열린 하우스 비전은 ‘농(農)’이라는 주제로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はらけんや, 原研哉, Hara Kenya)가 총괄하고 만나 CEA가 공동주최한 가운데 뤁스퀘어에서 열렸다. 농촌의 미래 주거 플랫폼을 우리는 여전히 뤁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 농업과 문화가 연결되는 공간인 뤁스퀘어 실내 모습. 농업과 기술,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실내 정원, 카페, 체험농장, 스테이, 스마트 팜 등 미래의 농촌을 볼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 김동규 친환경 산업이자 엔지니어링 산업인 농업 전태병 대표는 만나 CEA를 ‘농업인을 위한 농업 관련 시설과 보조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라고 정의한다. 농산물이 아니라, 미래 농업인을 위한 기술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뤁스퀘어에서 농촌의 미래 가능성을 발견하길 바란다. “귀농하고 싶어도 경험이 없어서 또는 인력, 자본 문제 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농사 경험과 인력의 부족 문제는 환경제어시스템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판로 개척이 어렵다면, 사람들을 농장으로 끌어들이면 되고요. 자본이 없다면 농업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을 투자자로 모집해 공동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수익을 공유해도 됩니다. 생각을 바꾸면, 농촌 안에서도 얼마든지 문제점 대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가 만나 CEA를 통해 농업의 미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만나CEA가 구축한 기술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등에 수출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오가닉 인증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 식물 공장 건립을 완성하고 추가 수주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전태병 대표의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저의 목표는 만나 CEA를 최고의 솔루션 회사로 만들고, 농업을 친환경 산업이자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도 농촌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기술을 혁신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겠습니다.” 6,000년 전 농업혁명 발생 이래 인류는 농사를 짓고 살았다. 이제 만나 CEA로부터 새로운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모든 인류가 식량 걱정 없이 살게 되는 초록빛 혁명 말이다.

보물이 된 누군가의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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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된 누군가의 쓰레기 우리의 일상은 이미 플라스틱을 배제하고는 살아갈 수 없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폐플라스틱, 비닐 등의 쓰레기를 편애하고 수집하며, 이를 소재로 일상의 물건을 만든다. 쓰레기가 ‘애물’에서 ‘보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디자인한다.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블록 세트. 4개의 피스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장식품, 비누 등을 놓는 트레이나 티코스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져스트 프로젝트 지속적 팽창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를 연속시킨다. 이에 따라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만연해진 시대가 됐다. 생산과 유통, 소비와 폐기까지 이 모든 과정에는 탄소 배출이 수반된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명백하게 지목된 이유다. 생산과 소비에 윤리적 관점 더하기 탄소 중립으로 향하기 위해 생산과 소비 과정에 윤리적 관점을 곁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생산 방식에 있어서는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는 업사이클 문화가 영향력 있는 움직임으로 자리 잡았다. 업사이클은 2002년 미국의 건축가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와 독일의 화학자 미하엘 브라운 가르트(Michael Braungart)가 던진 화두다. 이들은 2003년 발간된 『요람에서 요람으로(cradle to cradle)』라는 책을 통해 생태계의 순환 과정을 제품 설계에 적용해 산업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쓸 만하고 유용한 소재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술과 디자인으로 자원순환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한 편에서는 윤리적 생산이 이루어진다면 윤리적 소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져스트 프로젝트같은 브랜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그 실천의 하나다.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큐브형 홀더. 가운데 홈이 있어 명함, 사진, 인센스 스틱 등을 꽂아 사용할 수 있다. ⓒ져스트 프로젝트 하고 싶은 일로 만드는 변화 자원순환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간추려 말하면 어떤 물건을 아껴 사용하고, 다시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고 지속적인 실천이 이뤄져야 탄소중립에 유의미한 순환이 이뤄진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올해로 12년 차인 기업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는 디자인 브랜드이다. 쓰레기를 소재와 자원으로 바라보고 수집하여 쓸모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그들의 주요 일이다. 이외에도 업사이클링에 관한 전시와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또한 매거진을 발행해 자원순환을 위한 생태계를 조망한다거나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업사이클링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힘쓴다. 져스트 프로젝트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이영연(李永緣, Yi Young-yeun) 대표가 정의하는 브랜드 방향성에 있다. 져스트 프로젝트를 환경 운동의 하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는 영감을 주거나,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제안하는 디자인 브랜드로 정의한 것이다. 지구를 지키겠다는 거창한 의무나 의욕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마치 ‘그냥(져스트)’이라는 이들의 이름처럼 말이다. 져스트 프로젝트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 쓰레기 > 는 쓰레기를 좋아하고 모으고 탐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잡지의 표지는 버려진 전단지나 인쇄물 등을 사용하여 같은 표지가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져스트 프로젝트 쓰레기의 변신 져스트 프로젝트가 선보이는 제품들은 어떤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들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보면 어떤 쓰레기를 활용했는지가 제품명에서도 드러난다. ‘I was t-shirts’, ‘I was lavel’, ‘I was foil’, ‘I was straw’처럼 말이다. 버려진 티셔츠로 만든 러그, 버려진 라벨로 만든 가방, 버려진 과자봉지와 빨대로 만든 지갑과 파우치 등이다. 이들은 쓰레기가 영감의 소재이자 즐거움의 대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쓰레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우리가 흔히 먹고 버리는 과자 봉지만 봐도 그렇다. 과자 봉지는 삼중지 이상으로 다른 플라스틱 소재가 접합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그러나 져스트 프로젝트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과자 봉지는 튼튼하고 방수 기능까지 겸비한 질 좋은 소재다. 버려진 과자 봉지를 활짝 펴고 기름기를 깨끗이 닦아낸 후, 다양한 크기와 용도로 만들어낸 파우치는 생각보다 탄탄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과자 봉지로 만들어진 만큼 결과물 역시 모두 다른 모습, 하나하나 살펴보며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자 봉지로 만든 파우치가 ‘I was foil’이라면 ‘I was t-shirts’는 러그다. 한눈에 봐도 탄탄함이 느껴지는 이 멋스러운 러그는 헌 티셔츠를 길게 자르고 손베틀로 직조한 뒤 손수 바느질해 마무리했다. 여기에 사용되는 티셔츠를 고를 때는 면 티셔츠만 선별하기 때문에 완성된 제품 역시 세탁기에 돌려 쉽게 세탁할 수 있고, 소재의 특성상 각기 다른 패턴이 만들어져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완성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손베틀로 촘촘하게 원단을 엮는 제작 방식 덕분에 쓰레기로 만든 러그라는 사실을 차치할 정도로 예쁘고 퀄리티 또한 우수하다. 져스트 프로젝트에게 쓰레기는 자원이고 보물이자, 아이디어의 출발이라는 설명에 수긍이 간다. 플라스틱의 가능성 져스트 프로젝트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단하게 성장해 온 비결은 비단 쓰레기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온 것 때문만은 아니다. 다양한 브랜드와 기업, 사회공헌 팀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져스트 프로젝트가 가진 역량을 필요한 곳에 적극적으로 발휘해 온 궤적에서 그 비결을 알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2022년 서울 디자인페스티벌에서 노플라스틱선데이와 함께 기획한 플라스틱 전시가 손꼽힌다. 노플라스틱선데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속가능한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는 브랜드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기획으로 참여해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구/산업 디자이너를 집합시키고 재생 플라스틱을 주제로 각자의 디자인 언어를 반영한 가구를 만들도록 제안했다. 참여 디자이너는 저마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재료 대신 재생 플라스틱 판재를 이용해 아름답고 유용한 가구를 만들어냈다. 이 프로젝트는 참신한 디자인으로 재생 플라스틱에 대한 가능성을 활짝 연 이벤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 기후 문제에서 늘 커다란 문제이자 화두로 다뤄진 폐플라스틱의 기능적이고 심미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다. 이외에도 NGO단체인 팀앤팀과 함께 만든 다이어리도 인상적이다. 다이어리 커버로 폐페트병을 100%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사용하고 이후 파우치로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으로 제품의 탄생부터 폐기까지 생애주기를 고심한 결과다. 이렇게 만든 다이어리의 수익금은 기근으로 어려움에 처한 동아프리카 주민들의 식수 자원을 위해 사용되어 더욱 뜻 깊은 프로젝트였다. ‘Plastics’는 져스트 프로젝트와 노플라스틱선데이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2022년 10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 ⓒ져스트 프로젝트 좋은 물건의 재정의 날로 증가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 문제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큰 화두라는 것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모두가 탄소중립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향해 방향을 바로잡고 물건을 기획하는 단계, 소재를 고르고 디자인하는 과정, 물건의 쓰임을 다한 후 폐기되는 모든 물건의 여정을 고려하는 것을 기본으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이뤄져야 할 때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지난 10여년 간 좋은 물건, 제안하고 싶은 디자인을 정의하고 ‘그냥’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행보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들의 방식은 재활용, 업사이클 문화를 더욱 전달력 있게 제시하는 사례로도 인상 깊지만, 소비자들에게 좋은 브랜드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한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예술가의 런치박스‘쓰레기 뷔페’. 품질이 고르지 못해 선택받지 못한 식재료로 만든 식사와 유리, 패브릭, 플라스틱 등 다양한 쓰레기를 취향과 기호대로 고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져스트 프로젝트

소셜미디어 인류학자

Past Series 2024 SPRING

소셜미디어 인류학자 이야기와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큰 키의 바트 반 그늑튼(Bart van Genugten) 씨는 2014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이후 그는 결혼하고 인기 많은 유튜브 채널 ‘아이고바트(iGoBart)’를 운영하고 있다. 채널에서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네덜란드 참전용사에 대해 알려주고 한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을 종종 소개한다. 유튜브 채널 아이고바트를 운영하는 바트 반 그늑튼 씨. 그는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할 때 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손에 쥐기 편한 작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 바트 반 그늑튼 씨의 첫 한국 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2014년 스페인 말라가(Malaga)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동안 그는 한국인 여학생과 데이트하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서울의 성균관대학교 한국어학당에 등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대신 인천의 부평구 서쪽에 거주하게 되었는데 그곳의 공공 표지판은 외국인 방문객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인구 8,500여 명인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그레이브(Grave)에서 자란 그에겐 도시 탐색의 기술이 필요치 않았다. “출구가 아주 많은 지하철역은 익숙해지기 어려웠어요. 한국어를 읽을 수 없으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죠”라고 반 그늑튼 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대도시의 젊은이가 되기 위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그렇지만 한국은 지속해서 그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다시 아시아로 석 달 후 반 그늑튼 씨는 네덜란드로 돌아갔고 일을 시작했다. 일 년이 지난 후 그는 자신이 직장 생활에 완전히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아시아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몇 주를 보낸 후 6개월 동안 중국, 대만, 미얀마, 베트남, 태국, 필리핀을 돌아보는 배낭여행을 했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시아를 돌아보는 여행이 대체로 꽤 심심했어요. 늘 혼자 다녔죠. ‘이게 무슨 삶인가?’라고 자문했어요. 여전히 어딘가를 가고 싶었는데 한국이 가장 익숙했어요. 한국은 저에게 새롭고 완전히 낯설면서도 동시에 아주 편안한 느낌을 주는 묘한 곳이었어요. 서구와 아시아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룬 곳이죠. 모든 것을 알지 못해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었어요.” 결혼과 문화 반 그늑튼 씨는 2017년 초 한국에 되돌아오게 된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놓았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첫째로, 그는 나중에 그와 결혼하게 될 여성인 김휘아(金輝妸 Kim Hwi-a) 씨를 만났다. “우리는 데이트 앱에서 만났어요. 그녀는 상수동에, 나는 합정동에 살고 있어서 거의 이웃이었죠. 우리는 서로 잘 맞았어요. 근데 그녀를 만났을 때가 네덜란드로 돌아가기 얼마 전이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좀 더 머물러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죠.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좋아했기에 결혼을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혼했죠.” 2019년에 결혼을 한 후 반 그늑튼 씨와 그의 아내는 서울 마포구에 둥지를 틀었다. 그곳은 한강 옆으로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있었고 주변에 여러 대학과 예쁜 가게들, 그리고 젊은이들이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있었다. 처음부터 한국의 급격한 변화는 반 그늑튼 씨에게 끊임없는 매력의 원천이었다. “일제강점기 억압과 한국전쟁을 겪은 나라가 경제적 성공과 민주화를 이루어낸 게 아주 흥미로웠어요. 그 후 아시아 경제위기를 맞고도 1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에 알려진 곳 중 하나가 된 것도요. 저는 인간과 환경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인문지리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한국이 어떤 식으로든 더 커지게 될 거라고 느꼈어요.” 그는 한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동네 고유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며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 귀 기울인다. 유튜브에 도전하다 2018년에 아내의 도움을 받아 반 그늑튼 씨는 ‘섹시그린(Sexy Green)’이라는 유튜브를 시작했다. 환경 이슈에 초점을 맞춰 원래는 친환경 물품을 파는 회사를 시작하는 게 목적이었고 채널의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행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그의 열정과 관심이 곧 채널의 이름과 방향을 바꾸게 했다. 그렇게 해서 ‘아이고바트(iGoBart)’가 탄생했다. ‘아이고’는 새로운 곳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반 그늑튼 씨의 욕구를 표현하는 동시에 언어유희이기도 하다. 한국어에서‘아이고’는 감탄사로 놀람과 공감 혹은 슬픔까지 표현한다. 300편이 넘는 유튜브 영상은 3,200만 뷰를 기록했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중에는 한국전쟁에서 싸운 네덜란드 참전용사의 인터뷰와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들이 있다. 이 시리즈는 그가 2018년에 북한을 방문한 후 만든 영상으로 시작한다. 그에게 이 시리즈는 네덜란드와 한국 사이의 가장 중요한 관계 중 하나를 탐색하는 것이었다. “수천 명의 남자들이 이곳에 와서 싸웠고 그들 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이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생존하는 참전용사 대부분의 나이가 여든이거나 그보다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의 채널에 나왔던 이들 중 일부는 이후 돌아가셨다. 이제 살아 있는 네덜란드 참전용사가 100명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마음은 다급하다. 이 시리즈는 그들에게 전쟁에 대한 기억을 끌어내는 것보다는 참전용사들에게 그들의 희생을 고맙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 그늑튼 씨는 천생 이야기꾼이다. 혹자는 그를 인플루언서라고 부르지만, 그 자신은 스스로를 ‘기록자’, ‘영상 제작자’, 그리고 ‘유튜버’라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이들이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해요. 그것이 저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제 아버지는 10형제 중 막내이고 이미 70세이세요. 아버지의 부모님은 15년 전에 97세로 돌아가셨어요. 그의 조부모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싸웠던 사람들을 알고 있었죠. 이제는 도달할 수 없는 역사죠.” 그가 작업 중인 ‘웰컴 투 마이 동(Welcome to my DONG)’은 서울의 467개 행정구역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벽 한쪽에 그려놓은 지도에 다녀온 동네를 색칠하고 그가 느낀 동네의 특징을 적어놓는다. 발견의 2,000킬로미터 2021년, 반 그늑튼 씨는 번아웃이 왔다. 매주 콘텐츠를 올려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렸고 결과물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의 영상들은 그가 만들고 싶어 하는 것들보다 뷰어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들을 반영했다. 그의 아내는 “인생이 당신에게 뭘 주는지 가봐!”라는 영감을 주는 말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제안했다. 2021년 7월부터 10월까지 그는 약 2,000킬로미터를 해변을 따라 한국을 자전거를 타고 돌았다. 그는 외딴 지역의 풍경과 해안의 경치를 즐겼고, 시간이 멈춘 듯한 곳들을 방문했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시골 지역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 여행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선택한 제2의 고향에 대해 눈을 뜨게 만들었다. “제 아내가 최고라는 걸 배웠죠.” 반 그늑튼 씨는 또한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더 깊이 깨닫는 경험을 했다. 어떤 것도 억지로 꾸며 말하거나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것에 대해 명쾌하게 표현하는 그는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은 외부 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완벽한 이미지’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인종주의와 차별이 있었어요”라고 그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저를 집으로 초대한 아주 친절한 분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여기 내 마을에서 뭐 하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러니까 모든 게 조금씩 다 있었어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하지만 그런 불완전함이 저를 매료시켜요.” 문화 차이 자신을 ‘시골 아이’라고 말하는 반 그늑튼 씨는 시골에서 자라서 이방인에게 인사하는 관습에 익숙했는데 한국의 대다수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저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 좋아해요. 젊은이들과 그렇게 하는 게 때때로 힘들지만, 나이 든 분들은 종종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나누죠”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주 솔직하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바로 친구가 되고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또 자신의 종교, 정치적 소속, 심지어 성생활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 네덜란드와 한국의 문화 차이가 특히나 강하다. “함께 저녁을 먹을 때 어느 순간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고, 대통령에 대해서 혹은 누구를 뽑을 것인지 묻고 싶어요.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이슈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요. 아마도 격렬할 수는 있겠지만요. 서로 반대 입장이어도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여전히 친구로 남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게 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반면에 그가 네덜란드로 돌아갔을 때는 대화 하는 상대방을 배려하여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는 한국의 예절이 그에게 영향을 미친다. “제가 한국 사람이 된 느낌이에요. 사람들의 감정을 좀 더 배려하게 되었죠. 한국에 살면서 나 자신을 좀 더 인식하게 되었어요. 두 나라의 좋은 점들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런데도 반 그늑튼 씨는 자신이 그저 “네덜란드 사람으로 이곳에 살면서 이 나라에 대해 배우고 있다”라고 말한다. 정말 한국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 나라의 행복한 이방인이에요. 사람들이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이웃으로 환영하다 작년에 반 그늑튼 씨는 서울 서대문구 가좌동에 있는 전통 시장에 간 적이 있었다. 시장은 특별히 매력이 있거나 깨끗하진 않았지만 그를 끌어당겼다.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니!’하고 생각했어요. 덜 알려졌지만, 주목할 만한 장소들이 아주 많고 이곳들을 통해 한국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다고 느꼈어요.” 그의 가장 야심적인 유튜브 프로젝트가 뒤따랐다. 서울의 467개 행정 구역인 동에 대한 영상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미 약 40개 동을 찍었다. “지역들이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와 역사가 있어요. 각 지역을 흥미롭게 만드는 이 작은 조각들을 통해 한국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에요”라고 그는 말한다. 지금까지 만든 동 콘텐츠 중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뽑아 달라고 하자 반 그늑튼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포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곳은 한국에서의 제 고향입니다. 제가 자란 곳 같은 곳이죠. 길들을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잘 알아요. 그래서 고향 같고 그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아요.” 그는 궁극적으로는 전문가나 지역 주민들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며, 유튜브 시리즈를 보완해 책으로 내기를 바란다. 많은 한국 시청자가 댓글로 반 그늑튼 씨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에 대해 자신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를 부인한다. “아마 그렇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저 계속해서 배우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아니에요. 저는 그저 소셜미디어 인류학자라고나 할까요.” 반 그늑튼 씨는 자신의 열정과 배움의 여정을 공유하길 원한다. “저의 목표는 구독자를 모으는 것이었지만, 그건 아주 표면적인 것일 뿐이에요. 왜냐하면 그다음엔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세요?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지 묻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시청하고 즐길 뿐이죠. 사람들이 제 채널에서도 그러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Daniel Bright 에디터 한정현(Han Jung-hyun 韓鼎鉉) 사진가(Photographer)

Arts and Culture Calendar 2024년 3월-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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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and Culture Calendar 2024년 3월-2024년 5월 궁중문화축전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궁중문화축전’은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사를 품고 있는 서울 소재 5개의 궁궐과 종묘에서 매년 봄·가을 마다 펼쳐지는 문화유산 축제이다. 각각의 궁궐 전각과 장소의 특성을 반영한 공연, 전시, 체험, 의례 재현 등의 문화, 예술프로그램을 통해 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기간: 2024. 04. 27.~ 2024. 05. 05. 장소: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 종묘 홈페이지: chf.or.kr 구본창의 항해 한국현대사진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구본창(Koo Bohn-chang 具本昌)의 회고전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적인 작품활동과 사진을 현대미술의 장르로 확장해 온 그의 작품을 통해 너와 나, 우리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기간: 2023. 12. 14.~2024. 03. 10.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홈페이지: sema.seoul.go.kr 2023 KZ프로젝트 < 만년사물 > < 만년사물 > 은 공예가 ‘지속가능한 삶’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과 제작 과정을 통해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금속공예가들의 실천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기간: 2023. 12. 19.~2024. 03. 10. 장소: 한국공예박물관 홈페이지: craftmuseum.seoul.go.kr 임인식 기증유물특별전 < 그때 그 서울 >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한국전쟁 종군기자였던 임인식 작가의 사진전이다. 전시는 2013년 기증받은 사진 1,003점 중 1945년부터 1965년까지 서울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 애환을 담은 140여 점을 공개한다. 기간: 2023. 12. 15.~2024. 03. 10.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 museum.seoul.go.kr 2024 국립극장 < 완창판소리 > 1984년부터 단단한 내공으로 한국 판소리의 지평을 다졌던 국립극장 < 완창판소리 > 의 상반기 공연이 공개됐다. 3월 < 흥보가 > , 4월 < 적벽가 > , 5월 < 심청가 > , 6월 < 수궁가 > 를 공연 예정이며, 매 공연마다 해설이 곁들여져 판소리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더한다. 기간: 2024. 03. 16., 04. 13., 05. 11.,6. 15.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홈페이지: ntok.go.kr 갑진년맞이 용을 찾아라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이해 상설전시관에서 십이지신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인 용과 관련된 전시품 15건을 소개한다. 각층 전시품에 숨어 있는 다양한 용의 모습과 작품에 담긴 상징과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기간: 2023. 12. 20.~2024. 04. 07.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www.museum.go.kr 정영선 한국 최초의 여성 조경가 정영선(鄭榮善 Jung Young-sun)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이다. 1980년대부터 올릭픽미술관 및 조각공원, 대전엑스포공원, 선유도공원 등 국가·지역·민간 주요 프로젝트를 구축해 온 그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서울관에 그녀의 조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한다. 기간: 2024. 04. 05.~2024. 09. 22.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홈페이지: mmca.go.kr 특별수장고 < 국립현대미술관 드로잉소장품 > 특별수장고 < 국립현대미술관 드로잉 소장품 > 에서는 이중섭(Lee Jung-seop 李仲燮)의 ‹소년›(1943-1945), 박수근(Park Soo-keun 朴壽根)의 ‹마을 풍경›(1956), 유영국(Yoo Young-kuk 劉永國)의 ‹산›(1970년대 중반) 등 미술관이 구축해 온 대규모의 소장품을 통해 드로잉에 대한 개념 변화와 양상, 그리고 다양한 관점을 고찰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기간: 2023. 12. 14.~2024. 07. 31.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홈페이지: mmca.go.kr 한국 근대 자수 이번 전시는 그동안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자수의 역사를 살펴본다. 또한 근대 이후 한국자수의 흐름을 통시적으로 조망하면서 그 안에 내재된 젠더, 근대화, 전통, 순수예술과 공예, 장인, 노동, 생활, 산업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질문한다. 기간: 2024. 05. 02.~2024. 08. 04.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홈페이지: mmca.go.kr 국립창극단 < 리어 > 창극 < 리어 > 는 셰익스피어 원작인 < 리어왕 > 을 우리의 언어와 소리, 연출과 안무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극 중 저마다의 욕망으로 애쓰는 무대 위 인물 한 명 한 명을 통해 나와 우리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기간: 2024. 03. 29.~2024. 04. 07.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홈페이지: ntok.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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