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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PRING

Books & More

『나목』

김금숙 작, 자넷 홍 번역, 320쪽, 29.95달러, 드론 앤 쿼털리(2023)

사랑받은 소설을 다시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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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미디어의 각색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글이나 그림 작품, 즉 소설이나 만화가 영화나 TV 드라마로 각색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유명 작가인 고 박완서(1931-2011)의 데뷔 소설 『나목』을 각색한 김금숙 작가의 『나목』은 그래픽 소설이라는 시각적 매체를 통해 원작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박완서의 원작 소설 『나목』은 한국전쟁 동안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꾸렸던 화가 박수근(1914-1965)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예술적 비전과 천재성은 그가 사망할 때까지 인정 받지 못했다. 박완서 작가의 분신인 경아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소설은 한국인과 주둔한 외국군 사이의 문화 충돌과 한국전쟁 동안 사회적 가치가 변화하는 신생국의 특징을 다루기도 한다. 그 격변의 시대 사회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비판함으로써 호평을 받은 소설은 여성 작가에게 수여하는 여성동아 문학상을 받았다.

김금숙의 그래픽 소설은 이 유명한 작품의 역사에 또 다른 장을 추가한다. 그녀는 원작에 충실히 하고자 했지만, 점차 그녀만의 색을 넣어 새로운 서사를 끌어냈다. 핵심 서사는 동일하지만 그래픽 소설에서는 박완서와 그녀 남편의 분신으로 재탄생한 인물이 도입되면서 원작의 이야기에 맥락을 더한다. 김금숙은 박수근의 여러 작품을 모작하여 핵심 서사와 맥락 부분에 집어넣었다. 이는 이야기에 더 많은 층과 깊이를 더하면서 실제 인물들의 삶과 이들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 인물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원작 소설을 읽을 때는 독자 각각의 마음속에 이미지가 생성되지만, 그래픽 소설에서는 독자들이 예술가의 독특한 비전을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다. 작가는 악몽 같고, 정신 없고, 고통스러우며, 아름다울 수도 있는 한국전쟁 기간의 서울을 흑백 드로잉으로 포착한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한 그래픽 표현을 넘어 자신이 선택한 매체를 최대한 활용한다. 예를 들어 그녀는 만화 이론가 스콧 맥클라우드가 말하는 “출혈을 일으키고 시간을 초월한 공간으로 탈출하는” 것을 표현할 때 보통의 칸보다 확장된 칸을 활용한다. 확장된 칸은 때때로 시간의 확장을 암시하면서 서사에서의 전환을 예고한다. 또 다른 경우로는 한국전쟁의 외부적 혼란 혹은 인물들의 내적 혼란을 묘사한다. 작가는 그래픽 소설의 기본 구조를 형성하는 기본 적인 칸에서도 그것들을 기발하게 활용한다. 경아가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릴 때 그녀 가족에 대한 묘사는 실제로 칸의 경계를 뚫고 나온다. 이는 그들이 과거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는 시각적 표현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인물들이 장면의 일부인 것처럼 칸 가장자리에 팔이나 손을 얹고 있다. 박수근의 작품 전시회를 묘사하는 장에서는 작품 자체만을 위해 칸이 이용되고 인물들은 그림 주변에서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활보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 받은 소설을 새로운 매체를 통해 재창조하는 작가의 기교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직접 탐험해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독자에게 남겨둔다. 박완서의 소설을 다시 읽어보든 처음으로 접하게 되든 이 그래픽 소설은 작품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창이다.

『 당신의 죄는 내가 아닙니까 』

최지인 작, 스텔라 김 번역, 142쪽, 10,000원, 아시아 출판사(2023)

한 시인의 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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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인의 새 시집은 ‘사건들’이 벌어진 세상의 장소들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제주, 오키나와, 타이베이, 마닐라, 싱가포르, 스리랑카, 마다가스카르, 아이티, 홋카이도’.(‘커브’). 이 시집의 모든 라인에는 전쟁과 갈등이 엮여 기억과 역사의 태피스트리를 만들어낸다. 시인은 “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커브’)라고 고백하면서 이를 통해 의미를 찾지만, 자신의 탐구가 희망이 없음을 인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삶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요”(‘신세계’). “세상의 죄를 짊어진 지구의 고양(羔羊)이여”(‘성장의 끝’)와 같은 성경 주제에 대한 눈에 띄는 언급은 희망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공자의 가장 중요해 보이는 지혜를 뒤집는다. “감히 삶에 대하여 / 묻습니다 / 죽음을 모르는데 / 어찌 삶을 알겠습니까”(‘파종’). 하지만 시인은 이 모든 것을 통해 여전히 사랑을 선택한다. 어떤 희망을 품든지 간에 아마도 그 희망은 이 선택과 우리가 어디에서 실패했는지 잊지 않기 위해 계속 전달해야 하는 이야기 속에 있을지 모른다. 최지인 시인이 보존하고자 하는 것은 이 기억들이다.

‘다문화가족지원포털 다누리’

www.liveinkorea.kr

한 지붕 아래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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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지원포털 다누리’ 웹사이트는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를 13개의 언어로 제공한다. 영어와 러시아어도 포함되어 있지만 주로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언어들이다.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누리’는 ‘많은’ 혹은 ‘다수의’라는 한자어 ‘다(多)’와 ‘세계’를 의미하는 순수 한국어 ‘누리’의 조합이다. 이 사이트는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디자인되었고, 주 대상자는 한국에 사는 여성 결혼이민자이다. 하지만 다른 이민자들도 도움이 되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정보는 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두 개의 파일, ‘결혼 이민자를 위한 웰컴북’과 ‘한국생활 가이드북’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자는 한국에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주요 정보를 요약한 짧은 이중 언어 책자이다. 후자는 각각의 언어 한 가지로 되어 있고 이민자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좀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책자이다. 이 역시 일차적으로는 다문화가족과 결혼이주민들을 위한 것이지만 내용의 많은 부분이 한국에 거주하는 어떤 외국인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이 사이트는 가끔 검색이 힘들기는 하지만 신중하게 준비되고 선별된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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