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강화길(姜禾吉) 작, 클레어 리차드(Clare Richards) 번역, 304쪽, 14.99파운드, 푸쉬킨 프레스(2023)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바라본 우리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물론 어떤 주인공들은 문제가 있고, 또 다른 주인공들은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만약 세상을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너무나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 이야기의 조연에 불과하며 때로는 악당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말이다.
강화길 작가의 강렬한 첫 장편소설인 『다른 사람』에서 작가는 이 같은 생각을 탐구한다. 작가는 유동적 관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제시하면서 독자에게 자신의 추측이나 가정을 매 단계에서 재검토하도록 유도한다.
소설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젊은 여성인 김진아는 직장 내 팀장인 남자친구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다. 그녀는 직장에서의 사내 연애가 알려질까 두려워 처음에는 침묵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폭력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결국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나 그녀는 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법적 제도가 얼마나 느리고 비효율적인지 알지 못했다. 그 결과 남자 친구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한 삼백만 원의 벌금형만 받았을 뿐, 가택 연금이나 접근 금지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좌절한 진아는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이제 그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판단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진아의 이야기만 보면 독자는 쉽게 진아의 편에 설 것이다. 특히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면서도, 문제가 있는 여성들은 얼굴이 좀 별로라는 코믹스러운 성차별적 언사로 그녀를 나무라는 본부장을 보면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독자는 진아의 이야기 속 다른 인물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고 복잡하게 얽힌 퍼즐에서 빠진 조각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상황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진아의 믿음과 주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성 인물들의 자기 회의와 자책, 남성 인물들의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등의 대조가 그중 하나이다. 대학교 강사가 된 진아의 옛 남자친구 동희가 학교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끔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신고한 여학생과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그를 부당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여교수 등과 맞서 싸우면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 그를 동정하게 된다. 물론 그는 완벽하지 않다. 그런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동시에 진아의 단짝이었던 수진이가 악의로 가득 차 진아를 증오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도 흑백처럼 선명하지 않고,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수많은 회색 지대가 있다. 그렇다고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누구도 완전히 옳고 그를 수 없음을 의미할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미묘하고 절묘하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서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그로 인해 더 큰 효과를 갖게 된다. 이 소설은 독자를 하나의 여정으로 이끌 것이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어디에서 시작하든 독자는 결국 어딘가 다른 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북촌』
신달자(慎達子) 작, 조영실(趙永實) 번역, 106쪽, 18.95달러, 호마 앤 세키 북스(2023)
유명한 동네 산책하기
북촌에 위치한 계동의 작은 집으로 이사한 신달자 시인은 새로운 환경으로 인한 신선한 경험과 감각이 익숙함으로 무뎌지기 전 시집을 한 권 쓰기로 결심했다. 말 그대로 ‘북쪽의 마을’인 북촌은 독특한 곳이다. 콘크리트와 유리로 이루어진 대도시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한 북촌은 전통가옥인 한옥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어 전통과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가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시인의 시들은 북촌의 내면을 그린다. 동네의 유명한 랜드마크를 소재로 하는 시들은 호기심 많은 방문객의 가이드가 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시는 한옥 주거지와의 강한 연결을 보여준다. 한옥에서는 현대식 건물에서 보기 힘든 자연환경은 물론 동네의 역사와 문화와의 긴밀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시인은 삶의 현실을 숨기려 하지 않고 질병과 외로움, 그리고 노년에 관해 쓴다. 독자는 시집을 통해 북촌을 관광하는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산책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 고전 영화’
www.youtube.com/@KoreanFilm
한국 영화 애호가들을 위한 보물 창고
한국 영화의 블록버스터 시대는 1997년 < 타이타닉(Titanic) > (1997)이 세운 국내 흥행 기록을 경신한 1999년 액션 스릴러 < 쉬리 > 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거의 매년 새로운 블록버스터 영화가 나타나 왕좌를 차지했다. 곧 세계가 주목하게 되었고 봉준호 감독의 2019년 영화 < 기생충(Parasite) > (2019)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제 한국 영화를 알지 못하면 스스로를 영화광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 영화가 20세기 말에 와서야 스크린을 점령하게 된 것은 아니다. 한국 영화는 이미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초보 영화 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유튜브 채널 ‘한국 고전 영화’에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들이 제공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자원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이 유튜브 채널에는 1910~1945년 일제 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영화들이 포함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새로운 영화들이 추가되고 있다. 더 좋은 점은 모든 영화에 영어 자막이 옵션으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 채널의 오랜 구독자이자 팬으로서 ‘한국 고전 영화’ 유튜브 채널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