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물론 어떤 주인공들은 문제가 있고, 또 다른 주인공들은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만약 세상을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너무나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 이야기의 조연에 불과하며 때로는 악당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말이다.
강화길 작가의 강렬한 첫 장편소설인 『다른 사람』에서 작가는 이 같은 생각을 탐구한다. 작가는 유동적 관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제시하면서 독자에게 자신의 추측이나 가정을 매 단계에서 재검토하도록 유도한다.
소설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젊은 여성인 김진아는 직장 내 팀장인 남자친구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다. 그녀는 직장에서의 사내 연애가 알려질까 두려워 처음에는 침묵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폭력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결국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나 그녀는 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법적 제도가 얼마나 느리고 비효율적인지 알지 못했다. 그 결과 남자 친구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한 삼백만 원의 벌금형만 받았을 뿐, 가택 연금이나 접근 금지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좌절한 진아는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이제 그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판단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진아의 이야기만 보면 독자는 쉽게 진아의 편에 설 것이다. 특히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면서도, 문제가 있는 여성들은 얼굴이 좀 별로라는 코믹스러운 성차별적 언사로 그녀를 나무라는 본부장을 보면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독자는 진아의 이야기 속 다른 인물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고 복잡하게 얽힌 퍼즐에서 빠진 조각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상황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진아의 믿음과 주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성 인물들의 자기 회의와 자책, 남성 인물들의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등의 대조가 그중 하나이다. 대학교 강사가 된 진아의 옛 남자친구 동희가 학교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끔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신고한 여학생과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그를 부당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여교수 등과 맞서 싸우면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 그를 동정하게 된다. 물론 그는 완벽하지 않다. 그런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동시에 진아의 단짝이었던 수진이가 악의로 가득 차 진아를 증오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도 흑백처럼 선명하지 않고,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수많은 회색 지대가 있다. 그렇다고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누구도 완전히 옳고 그를 수 없음을 의미할 뿐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미묘하고 절묘하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서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그로 인해 더 큰 효과를 갖게 된다. 이 소설은 독자를 하나의 여정으로 이끌 것이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어디에서 시작하든 독자는 결국 어딘가 다른 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