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의 유령들』
황여정(Hwang Yeo-jung 黃汝貞) 저,정예원(Jung Ye-won 鄭叡媛) 번역, 165쪽, 13.99파운드, 혼포드 스타: 스톡포트 (2023)
앎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1882년, 병든 칼 마르크스는 지중해 기후의 도움을 얻기 위해 알제리로 간다. 불행하게도 그가 바랐던 것보다 날씨는 그의 건강에 좋지 않았고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알제리에 머무는 동안 마르크스는 희곡 쓰기에 대한 열망을 되찾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된 유일한 극 작품인 『알제리의 유령들』을 썼다.
마르크스는 얼마 있지 않아 런던에서 숨을 거뒀다. 그리고 백 년이 더 지나 박선우가 파리의 헌책방에서 그 희곡을 발견하고 여전히 냉전 이데올로기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한국으로 가져온다. 그와 그의 친구들이 당국의 법에 저촉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알제리의 유령들』은 오랫동안 분실되었던 마르크스의 희곡이기도 하지만 전설적 극작가 탁오수가 은퇴를 선언하고 제주도에 ‘알제리’라는 바를 열기 전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황여정 작가가 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겹치는 여러 층위는 소설 자체의 은유로 작용한다. 소설은 섬세하게 제작된 퍼즐 상자처럼 첫눈에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으며, 독자들이 박스 안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박스를 찔러보며 이 다층적 서사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애쓰도록 만든다.
소설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세 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서술한다. ‘율의 이야기’는 희곡의 그늘 아래서 성장한 젊은 여성이 부모와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을 따라간다. ‘철수의 이야기’는 진실을 찾아가는 불안정한 한 청년의 여정을 기술한다. ‘오수의 이야기’는 서사의 흩어진 조각들을 가능한 해석으로 통합한다. 마지막 부분은 율에게로 되돌아가지만, 이야기는 또 다른 전환을 겪는다. 이 다양한 관점들은 서로 보완되어 일어났던 일을 더 완전한 그림으로 그려내지만, 어떤 면에서는 맹인들이 코끼리를 설명하려고 하는 우화와 같다. 모두가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고, 누구도 온전하게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수조차도 어떤 객관적인 사실보다 진실의 구도자인 철수의 믿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이야기는 진실과 거짓의 혼합물이다. 사람들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한다 해도, 그것을 각자 다르게 기억한다. 가끔은 실제로 당신이 직접 본 것과 들은 것, 경험한 것조차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율은 희곡 자체에 대해 누구보다도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서사의 많은 실타래를 다시 모으는 것은 그녀이다. 하지만 결과는 여러 갈래의 끝마디를 모아두었을 뿐 깔끔하게 정돈된 매듭은 아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황여정 작가의 재능이 이 소설에서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독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카드를 모두 펼치지 않고 독자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고, 결국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작가는 쉬운 답을 피해 간다. 모든 이야기에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는 것처럼 모든 이야기는 만화경과 같다. 그것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굴절된 빛 조각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어떤 것의 ‘진실’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설사 진실에 근접한 것을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알제리의 유령들』은 여정이 목적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격언을 재확인시킨다. 이 여정이 독자들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들 것이다.
『내가 가진 산책길을 다 줄게』
정우신(鄭佑信) 저, 수잔 케이(Susan K 金秀辰) 번역, 71쪽, 9,500원, 아시아 출판사: 파주(2022)
기억의 값
정우신 시인의 새 시집 『내가 가진 산책길을 다 줄게』는 상실과 애도, 그리고 이후 찾아오는 공허의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것은 한때 화려했던 도시의 폐허 속을 걷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여기서 도시는 시인이 많은 시에서 말을 거는 ‘너’라는 애인과 함께 지은 세상이다. 애인은 더 이상 산 자와 함께 있지 않지만, 시인의 기억 속에 새겨진 모든 것에 남아 있다. 애인이 머물렀던 장소, 시인과 애인이 함께 걸었던 길, 그리고 애인이 밖을 무심히 바라보던 창가에도. 하지만 늘 그렇듯이 꽃들은 여전히 피고 진다. 미용실이 문을 닫고 부동산이 그 자리에 문을 연다. 그대로 머물기를 고집스럽게 거절하는 세상에서 시인은 망각의 치유 대신 기억의 고통을 선택한다. 그 고통과 사랑하는 이를 추모하며 감동적인 시집을 만들었다. 이 산책길은 가치가 있고 기억할 만한 추억들로 가득하다.
‘Imagine Your Korea’
www.youtube.com/@imagineyourkorea
한국의 즐길 거리로 가득한 뷔페 상차림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이 유튜브 채널은 한국의 도시를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개하는 영상으로 넘쳐난다. ‘한국의 리듬을 느껴라(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는 전국의 인기 있는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한국의 예술인들이 만든 음악에 맞춰 시청자를 에너지 넘치는 투어로 이끈다. 초기 영상들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기발한 춤사위로 강조된 이날치의 중독성 있는 퓨전 음악을 보여주는 반면, 가장 최근의 영상들은 케이팝 돌풍의 주인공 BTS와 만들었다. 이 외에도 한류 팬들을 위한 영상이 가득하다. 예를 들면, 한류 장소 투어와 한류 경험에 대한 소개가 있다. 조금 다른 성격의 영상으로 ‘묘하게 만족감을 주는 한국(Oddly Satisfying Korea)’ 시리즈가 있는데 여기서는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는 한국의 삶과 문화의 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세계 축구 팬이라면 토트넘 홋스퍼팀의 공격수 손흥민과 함께하는 영상도 볼 수 있다. 누구라도 즐길 거리가 있으며, 대부분의 영상은 짧고 유혹적이어서 시청자들이 관심 영역을 빠르게 엿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