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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포토프레스 세대를 위한 인셍네컷

Lifestyle 2023 AUTUMN

포토프레스 세대를 위한 인셍네컷 인생네컷이 일상인 시대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만남을 인증하듯 사진으로 남기고, 각종 브랜드를 알리는 팝업 행사엔 어김없이 하나의 이벤트로 포토 부스가 등장한다. 무한한 온라인 콘텐츠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촬영 후 곧바로 손에 쥐어지는 한 장의 아날로그 사진은 더없이 매력적이다. 놀이를 넘어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은 인생네컷, 그 비결은 무엇일까 요즘 청소년을 비롯한 20~30세대들도 뭘 하고 놀든 인생네컷 사진을 찍어 오늘의 만남을 인증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엔 스티커 사진이라는 것이 있었다. 서너 명이 길거리에 있는 작은 포토 부스에 몸을 비집고 들어가 사진을 찍으면 스티커 형태로 프린트되는 기계다. 당시 학생들이나 연인들이 우정사진, 커플 사진을 찍기 위해 스티커 사진을 이용했고, 전국적으로 크게 유행했다. 손바닥만 한 스티커 인화지에 프린트된 사진들은 한 컷씩 잘라 같이 찍은 사람들끼리 나눴다. 그렇게 지갑 속으로, 다이어리 안으로, 또는 열쇠고리로 만들어져 꽤 오랜 시간 간직됐다. 얼마나 유행이었던지 그 사진을 스캐너로 스캔한 뒤 싸이월드(당시 한국에서 페이스북 역할을 하던 웹 기반 SNS)에 게시하는 일도 많았다. 아날로그의 인기 서울 신촌 명물사거리에 오픈한 인생네컷 신촌명물사거리점. 이곳은 디지털 역량을 집약한 매장으로 곳곳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배치해 디지털 결합형 매장의 느낌을 강조했다. ⓒ 인생네컷 모든 유행은 생명체와 같다. 스티커 사진 열풍도 2000년대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밀려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누구나 손에 고화질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순간을 포착할 수 있게 됐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과거의 스티커 사진이 부활해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인생네컷’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열풍은 지금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다. 이들은 요즘 뭘 하고 놀든 4,000원짜리 네 컷 사진을 찍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스마트폰으로 무제한 셀카를 언제 어디서든 찍을 수 있는 시대에 갑자기 인생네컷은 왜 이렇게 붐을 일으키게 된 걸까. 신촌명물사거리점 오픈 기념으로 진행한 타임세일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줄 선 이용자들. ⓒ 인생네컷 과거 스티커사진 열풍이 불었던 2000년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당시는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대전환되는 시기였다. ‘디지털=새로운 것’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태어날 때부터 PC와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들에겐 ‘아날로그=완전히 새로운 것’인 셈이다. 인생네컷은 그 지점을 겨냥했다. 우선 서울 홍대 앞과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등 역세권에 테스트 버전의 낡은 즉석 사진기를 들여놨다. 그러자 한여름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MZ세대들이 몰려와 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포토프레스 세대(PhotoPress, 사진을 뜻하는 Photo와 표현을 뜻하는 Express의 합성어)에게 유한한 온라인 콘텐츠가 아닌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출력되는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진 인생네컷은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놀이로 흥미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포토 부스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생네컷을 만든 엘케이벤처스(LKVENTURES) 이호익(Lee Ho-ik 李浩益) 대표는 서울의 지하철역마다 있는 여권 사진 무인 촬영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사소한 것을 기록하기 좋아하는 Z세대에게 딱 맞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인생네컷에 따르면 매월 평균 200~230만 명이 인생네컷을 찍어 사업 시작 5년 만인 지난 2023년 1월 기준 1억 장을 넘겼다.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손꼽힐 만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로 탄생한 인생네컷은 2023년 초 국내를 넘어 영국 런던 소호 등 9개국에 ‘Life Four Cuts’라는 이름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온 · 오프라인의 믹스&매치 인생네컷을 비롯한 다양한 포토프레스 브랜드는 사용자들이 포토프레스 부스를 하나의 놀이문화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매장 가득 가발과 소품, 액세서리 등을 구비해 놓았다. ⓒ 인생네컷 한국인은 워낙 유행에 민감한 데다 요즘 Z세대의 취향은 교체 주기가 이전보다 훨씬 짧아졌다. 그런데도 인생네컷에서 시작된 포토 프레스 인기는 5년 넘게 식을 줄 모른다. 인쇄된 사진만으론 결코 이루지 못했을 성과다. 그 성공 비결엔 온〮오프라인의 믹스&매치가 있다. 사용자들만의 놀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포토 프레스 브랜드는 매장을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놀이터처럼 꾸몄다. 공간 안엔 우스꽝스러운 가발과 소품, 액세서리들을 가득 채워 넣었다. 또 촬영한 사진은 QR코드를 이용해 다운받을 수 있어 아날로그에서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콘텐츠로 재구성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출력 속도는 한 장당 단 30초 내외로, 밈과 쇼츠(Shorts) 등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하는 MZ세대의 놀이문화에 안성맞춤이다. MZ세대가 열광하니 각종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도 따라왔다. 수많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 등을 만들 때 포토 프레스 부스를 설치하는가 하면, 정부 등 공공기관은 공익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재미를 더한 프레임 사진을 찍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QR을 통해 사진과 사진을 찍는 과정이 녹화된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운로드 받은 사진은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해 또 다른 프레임으로 꾸밀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인생네컷의 성공 이후 한국엔 40여 개의 포토 프레스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서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선보이니, 사람들은 브랜드별로 찾아 다니며 촬영하기 바쁘다. 모노맨션은 포토 프레임에 물결, 벚꽃, 풀밭 등 다양한 색과 디자인을 입혀 피크닉에 와서 사진 찍은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무브먼트 포토부스는 바닥과 천장 등에서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제공한다. 입구에서 직원에게 어떤 앵글로 촬영하고 싶은지 말하면 이에 맞는 방으로 안내를 해준다. 1990년대 한국을 강타했던 힙합 뮤직비디오 영상감독이 찍어주는 것 같은 레트로한 느낌과 독창적인 사진이 특징이다. 더필름은 일반 용지와 투명 용지 등 인쇄용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투명 용지는 다이어리를 꾸미는 걸 좋아하는 10~20대들을 겨냥한 것으로, 어디에나 붙여 DIY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생네컷은 초기에는 기본 프레임만 제공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만든 특별한 프레임을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해 촬영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들의 재미를 더했다. 또 인기 많은 연예인이나 캐릭터와의 협업도 돋보인다. 특히 콘서트나 컴백, 생일 등 특별한 기념일에 해당 가수 사진으로 꾸민 한정판 프레임을 출시하기도 한다. 이는 ‘덕질’이라 불리는 팬덤을 활용한 최신의 마케팅 도구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빅히트 뮤직과 쏘스뮤직은 인생네컷과 협업하여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생네컷 앱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남성 참가자는 빅히트 뮤직 프레임을, 여성 참가자들은 쏘스뮤직 프레임을 활용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이돌 못지않게 사랑받는 캐릭터도 프레임도 있다. MZ세대의 밈 열풍을 시작으로 10대 20대들의 탄탄한 지지와 인기를 확보한 잔망루피, 유아들이 좋아하는 콩순이 (Kongsuni)와 시크릿 쥬쥬(Secret Jouju)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바일 게임 ‘쿠키런: 킹덤(COOKIERUN: KINGDOM)’ 캐릭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시대를 거스르며 여전히 사랑받는 ‘월트 디즈니’ 캐릭터까지도 네 컷 사진의 프레임 안에서 만날 수 있다. 네 컷 사진의 인기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형태와 기술은 조금씩 바뀌더라도 아마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우리의 인생엔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명장면이 필요한 법이니까.   김보라(Kim Bora)한국경제신문 기자(Reporter, The Korea Economic Daily)

새로운 삶의 스타일이자 여행의 미래, ‘한 달 살기’

Lifestyle 2023 SUMMER

새로운 삶의 스타일이자 여행의 미래, ‘한 달 살기’ 한 달 살기는 보고 즐기고 먹기 위한 관광이 아니라 특정한 곳에서 한 달 이상 머물면서 휴식을 추구하는 여행을 말한다. 온전하게 그곳의 환경과 현지인들의 생활 풍습을 가까이서 누리고 접해보는 것이 한 달 살기의 매력인 셈이다. 팬데믹 이후 한 달 살기는 여행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여행 작가 청춘유리 부부의 강원도 영월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이들의 한 달 살기 여행 이야기는 『그 여름, 젊은 달』이라는 제목으로 영월군과 협업해 수필집으로 발간됐다. ⓒ 청춘유리 장기간 시간을 내야하고, 해당 기간 동안 머물 장소까지 구해야 하는 한 달 살기는 시간이든 경제적 요건이든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여러 가치들과 맞바꿔야 실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운 전문직 프리랜서나 연예인처럼 특수한 직업군이나 은퇴 이후 지방 거주를 고민하는 이들 정도만 한 달 살기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으나, 요즘엔 일반 직장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과 휴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팬데믹 이후 원격 또는 재택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복지와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해 워케이션을 허용하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생긴 변화다. 한 달 살기 열풍 주도한 제주도 그 동안 한 달 살기 같은 여행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본격 유행한 것은 지난 201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한 달 살기 열풍을 주도한 곳은 제주도이다. 타 지역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인 자연환경을 누리려는 욕구, 학업으로 받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방학을 이용해 풀어주려는 보상심리,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 유행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하면서 열풍이 일었다. 여기에 하는 일마다 대중의 이목을 끄는 국내 여가수 이효리(Lee Hyo-lee 李孝利) 씨가 2013년 결혼하자마자 제주로 이주하면서 다시 한 번 제주도와 그곳에서의 삶이 주목 받았다. 제주도 집에서 치른 스몰 웨딩, 마당에서 반려견과 한적하게 지내거나 콩을 베는 모습, 바다에서 패들 보드를 타거나 오름을 오르는 등의 평화로운 라이프 스타일은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한 몫 했다. 한 달 살기는 팬데믹 이후 더 주목 받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현지에서 장기간 살아보는 여행 스타일인 한 달 살기, 그리고 워케이션 등과 결합하면서 여행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또한 여행지도 다양화되고 있다. 한 달 살기 열풍 초기에는 제주도가 인기였으나, 최근에는 강원도를 비롯해 경상도나 전라도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 한 지역에서 살아보는 여행이 여행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 ‘요즘 김해, 지금 여행’, ‘너와마을, 농촌에서 살아보기’ 등이 대표적이다.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해당 지역의 특색을 담은 명소나 특산품 혹은 농장 체험 등의 다양한 여행을 제안하기도 한다. 영월군은 시인, 서예가, 여행작가 등 분야별 유명인을 초대하여 계절별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들의 여행기를 수필집으로 발간해 무료 배포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월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영월군 호텔로 변신한 마을 마을 호텔 형태의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건물에 라운지, 숙박, 헬스, 식사 등의 서비스가 모여 있는 호텔과 달리, 마을 호텔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 기능을 한다. 마을 입구의 카페가 안내데스크 역할을 하고, 마을의 맛집이 다이닝 역할을, 곳곳의 공방 등이 체험 서비스 역할을 한다. 그러니 마을 전체가 곧 즐길 거리다. 해당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덤이다. 충청남도(忠淸南道) 공주시(公州市) 마을 스테이 ‘제민천(濟民川)’은 마을 호텔의 대표적인 사례다. 제민천은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마을 호텔을 구성하고 있다. 한옥스테이 봉황재(鳳凰齋)에서 시작하는 마을 호텔의 프런트는 가가상점(家家商店)이 담당하고, 커뮤니티이자 로비 역할은 반죽동(班竹洞)247 카페가 맡고 있다. 봉황재 외에도 공주하숙마을 등을 비롯한 고즈넉한 한옥 스테이가 있으며, 제민천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숨어 있다. 2018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강원도(江原道) 정선군(旌善郡) ‘마을호텔 18번가’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마을 호텔을 만든 곳이다. 고한읍(古汗邑)의 낙후된 폐광촌에 고한18리 주민들이 힘을 모아 조성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한 숙소에 머무르면 마을식당, 사진관, 이발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마을 회관은 로비 역할을 한다. 팬데믹 이후 워케이션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별로 한 달 살기를 적극 지원하는 프로모션이 늘었다. 특히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농어촌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이 허용됨에 따라 여행객은 다양하고 합리적인 형태의 숙소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농어촌의 빈집을 활용한 빈집 프로모션도 눈길을 끌고 있다. 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의 빈집은 1,395,256호에 이른다. 미분양 주택과 1년 이내 미거주•미사용 등 일시적 빈집까지 포함한 경우다. 빈집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름에 따라 정부는 농어촌의 빈집에 대해 숙박업을 허용했다. 고향 집을 방치해 온 이들에겐 ‘빈집 재테크’라는 가능성이 열렸으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역시 앞다퉈 신청을 받는 등 동참하는 분위기다.   워케이션, 한 달 살기 가능성 넓혀 일과 결합해 한 달 살기를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른바 워케이션(Workation)이다. 이는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제도를 말한다. 이는 지난 몇 년 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원격근무가 가능한 디지털 기반이 조성되면서 늘기 시작했는데, 휴가지에서의 업무를 인정함으로써 업무와 휴식의 밸런스를 통해 능률성을 꾀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MZ세대들의 등장이 워케이션 확산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케이션은 새롭고 낯선 지역에서의 업무를 통해 업무 효율성 향상은 물론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워케이션이 코로나19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독자에게 매일 새로운 글을 전달하는 메일링 서비스 ‘일간 이슬아’를 선보인 이슬아(Lee Sulla) 작가가 영월군과 협업해 발간한 『이슬아 생활집 - 영월편』페이지. 작가는 영월에서 머물며 요가, 채집, 비건 레시피 등을 사진과 짧은 글귀로 기록했다. ⓒ 영월군 워케이션은 ‘일과 삶의 조화’라는 새로운 경험을 준다. 시인이자 여행작가인 최갑수(Choi Gap-soo崔甲秀) 씨는 지난 연말 강릉에서 한 달을 살았다. “평소 살던 곳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환경과 일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입니다. 숙소에서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맞았는데, 평소의 루틴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이 새로웠고 영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유로운 몸과 느슨해진 정신으로 간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죠.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 매년 새로운 한 달을 선물해주기로 했습니다.” 워케이션의 장소도 제주도에서 강릉을 비롯해 다양한 지방으로 확산, 분화되고 있다. 해마다 한국사회 트렌드를 조명하고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엔데믹 이후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워케이션의 장소로 ‘시골’을 꼽았다고 밝혔다. 워케이션의 장소로 시골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날 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과 다른 여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케이션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혼란스러운 업무, 일과 휴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점, 모든 업무에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한 달 살기 여행이 보편적인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바닷가를 산책하고 느긋하게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달 살기는 새로운 삶의 스타일이자 여행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최병일(Choi Byung-il 崔昺一)작가

한국인이 건축을 대하는 태도, 어떻게 달라졌나

Lifestyle 2023 SPRING

한국인이 건축을 대하는 태도, 어떻게 달라졌나 건축 관련 콘텐츠가 시사 교양 영역으로 취급되던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는 건축을 탐구하거나 의뢰인의 의도에 맞는 집을 찾아 중개하는 예능 방송을 즐기며, 애플리케이션으로 남의 집을 구경하면서 동시에 인테리어 쇼핑을 즐긴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건축을 대하는 대중의 인식이 달라졌으며 건축 관련 콘텐츠를 일상의 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관람객이 오픈하우스서울 2020에 참여한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수곡리 땅집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의 유명 건축가 조병수가 설계한 이 집은 땅 속에 박혀 있는 모습으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尹東柱 1917~1945)의 하늘과 땅과 별을 기리는 집이다. ⓒ 오픈하우스서울 건축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음악이나 문학처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도 없고, 한 끼 좋은 식사를 하는 것처럼 조금 욕심을 낸다고 내 것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족한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획일적인 주택을 대량 공급했던 한국의 시대적인 배경 탓에, 건축을 문화예술의 관점에서 어떻게 살펴보고 감상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이해 자체가 부재했다. 건축, 내 것처럼 즐기기 ‘오픈하우스서울’은 도시를 둘러싼 환경, 건축, 장소와 예술을 담은 공간을 개방하고 발견하는 도시건축축제이다. 사진 속 공간은 ‘오픈하우스서울 2019’에 참여한 소설호텔로, 객실마다 개성을 부여해 여행자가 다양한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 이강석(오픈하우스서울 제공) 건축물은 해당 장소를 직접 방문해야만 볼 수 있고, 사유지는 입장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지난 2017년 tvN에서 방영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 > 은 이러한 건축의 한계를 깼다. 국내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문학, 미식,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건축, 도시 등의 이야기를 엮어 내고 독특한 시각에서 건축을 재해석해 젊은 세대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이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유현준 건축가는 유튜브 채널 개설 1년 만에 구독자 74만 명을 넘기며 건축도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EBS< 건축탐구-집 > 이나 MBC< 구해줘! 홈즈 >역시 높은 시청률을 바탕으로 시즌을 거듭하면서 하나의 방송 장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평소 방문이 어려운 건축물을 한시적으로 개방해 건축의 문턱을 낮춘< 오픈하우스서울 >역시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한 사례다. 서양에서 일반인에게 건축물을 개방하는 축제에서 영감을 받은 임진영 건축 저널리스트가 2014년 서울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해 온라인 예약 오픈과 동시에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프로그램에서는 주택, 사옥, 문화 공간, 종교 공간, 문화재, 공장 등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건축 유형을 다루며, 해당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와 시민의 만남을 주선해 건축과 도시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현시점에서 건축의 직접 경험이 음악, 패션, 미술보다 시대적인 대세라 할 수 있는 이유는 시각 정보 전달 중심인 SNS를 통해 유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특정 공간을 누가 설계했는지까지(특정 공간의 건축가까지) 파악하려는 태도이다. 건축가의 이름이 대중이 선택하는 브랜드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증 문화는 한 때의 유행처럼 경쟁적으로 장소를 소비하려는 가벼운 행태로 건축에 접근한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있는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프로젝트 의뢰가 이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포토제닉을 넘어서 이제는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이미지를 의도해 설계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라는 신조어가 캠브리지 영어사전에 등록될 정도로 무시 못 할 현상으로 자리 잡은 탓이다. 동네의 재발견 ‘서교근생’은 상가 또는 가게라 불리는 한국의 근린생활시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어닝을 장식과 상징 요소로 사용해 건물에 캐릭터를 부여했다. ⓒ 진효숙 최근 30~40대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지역성, 한국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K-00’로 대표되는 수식이 해외 미디어가 아니라 건축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미디어의 발달과 해외 건축 답사를 통해 일찍이 서양 건축을 배우고, 이를 자신들의 디자인에 참고 대상으로 삼았던 세대이다. 그러다 본인의 사무소를 열고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건물을 짓는 풍토가 서양과는 다르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기후, 재료, 사업비, 취향, 문화적 배경, 법 조항 등 많은 것이 달랐다. 이들은 ‘지금’, ‘여기’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살폈다. 그 결과 이전에는 고등 교육을 받은 건축가들이 부정하고 무시했던 19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지어진 다세대-다가구 건축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붉은 벽돌과 갈색 새시, 은색 대문으로 대표되는 건축 유형은 문화유산이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고급 건축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 사는 곳이다. 하나의 설계 도면으로 도장 찍듯 복제했다는 비판이 과거의 시각이라면, 이제는 어찌 됐든 이것 또한 우리의 자산이며 아파트 재개발로 동네가 사라지는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공동의 기억이라는 입장이다. 비록 예술적 기교 없이 마구 지어진 건축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건물을 짓는 인부들이 자발적으로 시도한 즉흥적인 디자인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구현된 현장의 즉흥적인 창작에서 건축가들은 매력을 느끼고 이를 응용하고 있다. 권태훈 건축가의 『파사드 서울』, 『빌라 샷시』와 같이 무명의 건축을 정교한 드로잉으로 기록한 책이 대표적이다. 또 일반 점포의 천막 차양(awning)을 콘크리트로 재해석한 서재원 건축가의 임대 근생 건축물인 ‘서교 근생’이나 현대식 건축에 기와지붕을 얹은 김효영 건축가의 ‘점촌 기와올린집(Gi-Wa House, Jeomchon)’, 담대한 아치가 돋보이는 김현대+텍토닉스 랩의 ‘청운동 주택’ 역시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적 건축 특징을 적용한 대표 사례이다. 이들뿐 아니라 요즘 지어진 수많은 건축물이 벽돌로 마감했다는 점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실용을 중시하는 세대 둥그런 원을 절반씩 잘라 겹겹이 쌓아놓은 듯한 아치형의 파사드를 이용한 ‘청운동 주택’ 역시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적 건축 특징을 적용한 사례로 장엄하지만 포근한 느낌을 준다. ⓒ 텍토닉스랩 집을 사는 것(buy)으로 생각했던 과거에 개인 주택에서 자랑할만한 요소는 큰 창과 수입 자재로 마감한 세련된 인테리어, 돋보이는 형태처럼 주로 시각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이 비싼 상품이라면 돈을 지불하는 만큼 높은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용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이들은 친환경 공법, 빠른 시공, 에너지 효율, 공기 질과 같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기꺼이 비용을 들인다. 한국의 주거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기후 특성상 수시로 창문을 열기 어렵다. 또한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게 단열에 신경 쓰는 만큼 실내 공기를 가둔 상태에서 쾌적함을 유지해야 한다. 기밀성, 에너지, 공기 질과 같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근거로 원하는 성능의 집을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질병, 극심한 기후 변화, 장기 불황으로 인해 불투명한 미래, 전기차의 등장, 4차 산업혁명 등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다양한 현실의 문제들은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곧 건축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또한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배윤경(Bae Yoon-kyung 裵允卿) 건축 칼럼니스트,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초빙교수

재미, 경험, 소비 다 잡은 팝업 스토어

Lifestyle 2022 WINTER

재미, 경험, 소비 다 잡은 팝업 스토어 엔데믹 전환 이후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기 위한 ‘오프라인 인프라’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소비자 역시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상품이 지닌 의미와 재미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곳곳에서 매일 새로운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열고 있다. 탬버린즈는 첫 향수를 론칭하며 가수 제니와 함께 ‘solace: 한 줌의 위안’이라는 캠페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향수 세계관의 확장에 중점을 두고, 위안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을 향으로 표현했다. © 탬버린즈(TAMBURINS)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매장 앞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매장 개장 시간은 오전 11시였지만, 길게 늘어선 줄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전날 밤 11시에 왔고, 두 번째로 줄을 선 사람은 오전 6시부터 대기 중이었다. 꼭두새벽부터 이들을 청담동으로 이끈 건 손흥민(Son Heung-Min 孫興慜)이 만든 패션 브랜드 ‘NOS7’이었다. 브랜드 정식 출시를 앞두고 ‘팝업 스토어’를 열어 일부 제품을 먼저 공개한 것인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오픈런(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 물건을 구매하는 것)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비비고와 제주맥주가 합심하여 ‘도깨비 만두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만맥(만두+맥주)를 즐길 수 있는 뚝딱바를 통해 MZ 세대에게는 새로운 맛을, 외국인들에게는 K-푸드를 선보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 CJ제일제당(CJ CheilJedang) 판매에서 체험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팝업 스토어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과거 팝업 스토어를 잘 선보이지 않던 기업이나 브랜드들도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개성이 엿보이는 팝업 스토어를 기획해 고객과 직접 만나려 하고 있다. 이 시장이 커지자 입지 선정부터 기획, 인테리어는 물론 행사까지 책임지는 중개 플랫폼 업체까지 등장하는 등 관련 산업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팝업 스토어는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임시 매장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이자 브랜드 입장에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국내 팝업 스토어는 2010년 이전부터 시작되었고, 2010년대 초중반 패션•화장품 업계를 중심으로 속속 등장했다. 과거에는 신제품 출시 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판매’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존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에 새로움과 재미를 더해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체험’ 목적의 팝업 스토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공간에서만 존재했던 벨리곰이 현실 세계에 나타난 ‘어메이징 벨리곰’ 전시는 325만 명의 방문객을 모아 올해 가장 기록적인 팝업 스토어로 손꼽힌다. 이 전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뉴욕까지 진출해 국내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 벨리곰(bellygom) 펀슈머(Fun+Consumer) 공략 지난 4월 유튜브 공간에 있던 벨리곰을 현실 세계로 끌고 와 대형 벨리곰을 만들고 전시한 롯데홈쇼핑의 ‘어메이징 벨리곰’전시는 325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온 올해 가장 기록적인 성과를 낸 팝업 스토어로 꼽힌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 롯데면세점에서 2차 팝업 스토어에 나섰고, 9월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피어 17(Pire 17)에서 3차 팝업 스토어까지 진행했다. 하반기에는 기업과 기업이 협업한 팝업 스토어가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CJ제일제당은 제주맥주와 함께 ‘색다르게 어우러지다, 믹스 잇 업(MIX IT UP)’을 슬로건으로 ‘도깨비 만두바’ 를 선보여 화제였다. 이곳에서 CJ제일제당은 자사 제품인 ‘비비고 만두’를 이용해 ‘도깨비 불만두’, ‘도깨비 숲만두’ 등 K-푸드의 대표주자인 만두를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였으며, 제주맥주는 새로 개발한 한정판 맥주인 ‘김치 사워비어’를 선보였다. 초록, 파랑 등 으스스한 조명 설치부터 곳곳에 위치한 포토존과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 메뉴, 여기에 김치 하면 떠오르는 김장 문화에서 착안한 빨간 실크 장갑을 기념품으로 증정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평이다. 팝업 스토어의 인기가 날로 치솟으며 협업의 모습도 진화하고 있다. 재미와 인기를 위해서라면 팝업 스토어를 통해 경쟁사의 제품을 자사 공간에 끌어들이기도 하고 컬래버레이션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기업의 믹스 매치가 돋보이기도 하는데, 편의점 이마트24는 가전 브랜드 LG전자와 함께 ‘이마트24 금성점’이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는 우주 마케팅을 전개해오던 이마트24가 뉴트로를 콘셉트로 만든 LG전자의 금성오락실에서 ‘금성’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착안한 것으로, 고객들은 LG전자의 제품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며 이마트24가 기획한 우주라테, 금성컵케이크 등 한정 상품을 맛볼 기회를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은 60주년을 맞아 SK주(酒)유소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자사의 역사와 미래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휘발유-라거’, ‘고급휘발유-IPA’, ‘원유-스타우트’, ‘경유-바이젠’ 등 석유제품 콘셉트에 맞는 수제 맥주와 드럼통에 담긴 프라이드치킨 등을 선보였다. 특히 맥주 디스펜서를 주유기로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특별한 경험, 신선한 재미를 앞세운 팝업스토어는 MZ 세대를 이끄는 성공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MZ 세대는 희소성과 개성을 중시하고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에는 패션•뷰티 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팝업 스토어가 식품, 인테리어, 가전 등 다양한 분야로 번지고 있다. 팝업 스토어 전성시대 그야말로 팝업 스토어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관련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팝업 스토어의 기획•진행을 돕는 중개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자본력이 탄탄한 브랜드라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공간을 빌려 내부 디자인팀과 마케팅팀을 중심으로 콘셉트를 정하고 인테리어를 구성하면 된다. 하지만 경험과 인력이 부족한 신생 브랜드의 경우 중개 플랫폼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공간을 제안해 주는 게 주 업무지만, 여기서 나아가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구성할지 방향성을 잡아주는 전반적인 마케팅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공간을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 있다. 보통의 팝업 스토어는 서울 가로수길, 성수동, 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단독 공간을 구성하거나 백화점 또는 복합 쇼핑몰 내 공간을 임차해 진행한다. 그러나 단독으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엔 브랜드 파워나 약하거나 자본력이 부족한 경우 팝업스토어 중개 플랫폼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에서 여러 브랜드와 함께 공간을 꾸리는 식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가게의 폐업으로 공실이 많이 생기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장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 임대공간을 팝업 스토어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팝업 스토어처럼 임차인을 단기로 들이는 방식은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특별한 경험, 새로운 재미를 찾아 다니는 MZ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팝업 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이에 관련 산업 역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팝업 스토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창구이며, 기업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쇄신, 인지도 제고를 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팝업 스토어의 모습은 더욱 다양화되고 이를 시도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힙한 팝업 스토어를 이야기하자면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로 매번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시몬스를 빼놓을 수 없다. 시몬스만의 소셜라이징을 엿볼 수 있는 이번 그로서리 팝업 스토어 역시 예상치 못한 공간 구성과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 굿즈 등을 앞세우며 시몬스 특유의 의외성을 뽐냈다. © 시몬스(SIMMONS) 박미선(Park Mi-sun, 朴美宣)뉴시스 기자

비건 열풍

Lifestyle 2022 AUTUMN

비건 열풍 육류를 먹으면서 채식주의자라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융통성 있는 원칙이야말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속가능한 채식’의 실천 덕목이다.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세상에는 한 명의 채식주의자보다 열 명의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더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듯 지금, 모두의 작은 생각과 실천이 모여 지구와의 건강한 공존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은 지난 2017년 『라이프 트렌드 2017』에서 “채식도 취향”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예전에는 ‘채식주의자’ 하면 괜히 까다로운 사람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의 한국에선 채식주의가 트렌디한 ‘취향’으로 존중받게 됐다”라며 “이는 먹는 것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가진다는 의미”고 했다.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 또 어떤 이는 환경이나 동물 복지를 위해 기꺼이 채식을 실천한다. 채식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채식은 유난스러운 행위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완전한 비건도 좋다 우리는 흔히 채식주의자를 ‘비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명칭일 뿐이다. 엄격히 구분하면 채식주의자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그중 ‘비건’은 채소와 과일만 먹는 완전 채식주의자다. 고기는 물론이고 우유•치즈 같은 유제품과 달걀조차 먹지 않는다. ‘락토’는 우유•유제품•꿀 등은 먹는다. ‘락토 오보’는 달걀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다. 유제품•달걀•해산물•어패류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는 ‘페스코’, 조류까지 먹으면 ‘폴로’다. 마지막 단계인 ‘플렉시테리언’은 플렉서블 베지테리언(flexible vegetarian)의 줄임말로 돼지고기•쇠고기 같은 붉은 살 육류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다. 최근 우리 식문화에서 ‘채식주의 열풍’, 통상적인 ‘비건 열풍’을 이끄는 이들은 바로 플렉시테리언들이다. 평소에는 채식을 하지만, 때에 따라 육류도 섭취하는 이들은 ‘간헐적 채식주의자’라 불리기도 한다. 이들이 육류를 섭취하는 ‘경우’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회식 자리 등이다. 한 사람을 위해 식당이 메뉴를 따로 준비해야 하거나, 함께 식사하는 구성원들이 곤란해하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30일간의 간헐적 채식』의 저자이자 2010년부터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벌여온 이현주 한약사는 “육류 섭취는 기후변화, 먹거리 안전성, 동물복지, 건강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채식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갑자기 완벽하게 고기를 끊기란 쉽지 않다”며 “지구•사람•동물 모두를 위해 한 사람의 완전한 채식인을 만드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이 고기를 덜 먹게 하는 ‘간헐적 채식’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1주일에 고작 하루 채식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겠지만, 서울시청 직원 1,830명이 1년 365일 하루 3끼 기준으로(총 1,095끼니) 주 1회 한 끼(52끼니) 채식을 하면 30년생 소나무 7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서울시 본청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의 8%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 타이거’는 모피뿐만 아니라 생명을 착취하여 생산된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통해 지구를 위한 공존과 윤리적 소비 사이클을 만들어가고 있다. ⓒ비건타이거 MZ세대의 영향력 최근 몇 년 사이 비건 열풍이 트렌드가 된 데는 요즘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세진 MZ세대의 성향이 작용한다. 기성세대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자신들만의 원칙을 가진 MZ세대는 ‘건강’을 중시하고 자신들만의 ‘개념 소비’를 실천한다.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헬시플레저(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 등의 신조어를 만들기도 한 그들은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높은 육류 대신 식물성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구에서 사람•동물•식물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닝아웃 세대’로서 지속가능한 ‘착한 먹거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쫓을 수밖에 없다. 기대되는 대체육 ‘비건 열풍’은 푸드테크 스타트업뿐 아니라 전통적인 식품기업들까지 미래 먹거리인 ‘대체육’ 생산에 뛰어든 이유기도 하다. 대체육이란 비동물성 재료들로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것을 일컫는다. 대체육 등장과 성장 배경에는 탄소배출, 환경오염, 동물복지 등의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14.5%에 달하며, 소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축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사람이 활동과 상품을 생산•소비하는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발자국’만 봐도 kg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식품은 쇠고기(99.48㎏)다. 쌀(4.45㎏), 두부(3.16㎏), 토마토(2.09㎏), 감자(0.46㎏)에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나다. 친환경에 적극적인 MZ세대가 대체육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규모는 아직 작지만, 성장성이 높은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에 앞장서야 하는 국내 식품업계는 자체 대체육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체육 전문 스타트업들은 얼티미트(UNLIMEAT), 알티스트(ALTIST), 위미트(WEMEET) 등의 브랜드를 론칭한 후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전통적인 식품기업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 풀무원, 농심 등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해양 생태계 때문에 콩•토마토 등의 식물로 만드는 ‘대체 해산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편의점 CU는 식물성 참치를 넣은 ‘채식마요 삼각김밥’과 ‘채식마요 김밥’을 출시했는데 기존 채식 제품에 비해 매출이 4배 이상 높을 정도로 인기다 생활에 녹아 든 비건 ‘비건 열풍’은 먹거리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일상의 소비재에서도 동물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천연 식물재료만을 사용해 비건 인증받은 화장품들은 ‘클린 뷰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했다. 가죽을 위해 목숨을 잃는 동물을 보호하고, 동시에 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파인애플 껍질, 해조류, 선인장, 옥수수 등 식물성 소재를 이용한 ‘비건 가죽’을 사용하는 패션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Cruelty Free’라는 슬로건을 내 건 국내 첫 비건 패션 브랜드인 비건 타이거는 100% 비동물성 소재를 직접 선정해 국내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실크 대신 식물 소재의 레이온으로, 모피 제작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의 고통을 종식시키기 위해 인조 모피 등을 사용함으로써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옷을 제작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비건 가죽 브랜드 위키드 러버는 탄성과 내구성, 복원력이 일반 가죽보다 좋고 기본 방수 기능에 무게까지 가벼운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신발과 가방을 선보인다. 국내 패션 업계에는 ‘베지터블 가죽’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동물 가죽을 사용하더라도 만드는 과정만큼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동물 가죽인 원피(原皮)를 상용 가능한 피혁 형태로 만들려면 무두질 공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때 유해 중금속을 사용하는 크롬 무두질 대신 식물성 섬유 추출물을 사용하는 친환경 무두질을 사용하는 게 ‘베지터블 가죽’이다. 먹거리를 비롯해 다양한 일상 용품에 불고 있는 ‘비건 열풍’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윤리적 소비’, ‘개념적 소비’를 하겠다는 MZ세대의 취향이 반영돼 있다. 개인의 이익이나 만족보다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소비인가, 나아가 미래 세대에 이익이 되는 올바른 소비인가를 먼저 따져보고, 나와 지구의 건강 모두를 위해 진지하고 열렬하게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이 진심을 기업들이 단순히 마케팅 홍보 이슈로만 이용하지 말고 꾸준한 연구로 화답해주길 바란다. 위키드러버는 선인장 가죽인 ‘캑티’로 만든 신발과 가방에 이어 면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소재 헴피™로 만든 가방을 출시했다. 이 소재는 헴프와 리사이클 폴리의 합성어로, 친환경과 기능성 모두 갖췄다. ⓒ 위키드러버® 100% 비건 화장품인 멜릭서는 대나무, 쌀, 녹차 등 한국적인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또 제조 과정부터 제품 사용 후 버려질 용기까지 고민하여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용기를 만든다. ⓒ비건화장품 멜릭서

생활 문화가 된 중고 마켓

Lifestyle 2022 SUMMER

생활 문화가 된 중고 마켓 중고 물품을 판매 및 구매하는 문화가 국내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Joonggonara)가 개설된 이후부터다. 여기에 더해 2015년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Danggeun Market)이 출시된 이후 이제 중고 거래는 새로운 문화이자 소비 태도로 자리 잡고 있다. “포켓몬스터 빵에 들어 있는 스티커 2개에 3,000원이에요. 직거래합니다.” 편의점에서 1,5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빵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최근 화제가 되었다. 빵 봉지에 함께 들어 있는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서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스터 빵이 20여 년 만에 재출시되어 벌어진 일이다. 이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물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새해에는 ‘새해 복’을 나누겠다는 덕담이 올라오기도 하고,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당근마켓의 글로벌 버전 ‘KARROT’ 화면. 2022년 5월 기준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4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 Danggeun Market Inc 중고 거래의 확산 당근마켓은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직거래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등장했는데, 초창기만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중고 물품 직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 가려져 존재감이 없었다. 당시에 이미 회원 수 1,000만여 명을 보유한 중고나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당근 마켓은 현재 누적 가입자 2,300만 명의 대형 플랫폼으로 급성장해 국내 중고 거래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나아가 ‘Karrot’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부터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에도 진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6km 반경 주민과 직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과 거래 신뢰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가구 수(2,092만 가구) 를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가구가 가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가구에 한 사람 꼴로 가입한 셈이다 보니 당근마켓 이용자냐고 묻는 “당근이세요?”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월간 이용자(MAU)도 2018년 50만 명에서 2019년 180만 명, 2020년 480만 명으로 늘어 2022년 3월 기준 1,700만 명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 같은 중고 거래의 급격한 확산에는 코로나19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이동 거리에 제한이 생기면서 생활 반경이 동네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게 되고, 소비 심리 위축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이유라 할 수 있다.   지역기반의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 인기를 끌며 사용자가 거래할 때 “당근이세요”라고 묻는 밈이 생겼다. © Danggeun Market Inc 동네 주민들의 교류 “전문가용 신속 항원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이 나왔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누군가 게시판에 황급히 올린 글이다. 이 질문에 한 이용자는 “비대면 진료를 거쳐 지정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다” 고 답했고, 다른 이용자는 “많이 아프신가요? 얼른 나으시길 바랄게요”라며 위로했다. 질문자와 답변자들은 같은 동네 주민이다. 당근마켓의 서비스 중 하나인 ‘동네 생활’ 게시판을 통해 주민들은 궁금한 것들을 서로 물어보며 해결할 수도 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연말 기준,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전년도 4분기보다 2.1배 증가했다. 물품을 무료로 나눈 사례들은 같은 기간 동안 82% 늘어나 총 388만 건으로 집계됐다. 무료 나눔 활성화 덕분에 이따금 훈훈한 사연도 들린다. 당근마켓은 매달 11일을 ‘나눔의 날’로 지정하고, 회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미담을 공개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아랫집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덩달아 피해를 겪게 된 일가족의 사연이 있다. 이 가족은 무사히 대피해 다치진 않았지만, 건물 피해가 심각해 3개월간 구청이 마련한 임시 주택에서 살아야 했다. 워낙 급히 빠져나오느라 살림살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생활용품을 무료로 준다는 게시 글을 보고 연락했다. 가족의 사연을 알게 된 게시자는 내주기로 한 물건들 외에도 밑반찬과 아이 용품을 비롯해 상품권까지 나눠 줬다. 한편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 간 밀착도를 높이는 서비스도 매우 유용하다. 생생한 이용 후기와 지역민에게만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소비 위축으로 가성비를 따지면서 중고 거래가 확산되었다. © TongRo Images 중고 거래뿐만 아니라 ‘동네 생활’, ‘내 근처’ 기능을 갖추면서 지역 생활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 Danggeun Market Inc 신뢰 조성 이용자들에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원 수가 많으니 사기로 인한 피해도 종종 발생한다. 때로는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일도 생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방역 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제)를 시행했던 당시에는 다중 이용 시설을 이용하려는 미접종자가 백신 접종 완료자의 포털 ID를 산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원하거나 집에서 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자신의 검사 키트를 판매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사진을 첨부해 성매매 논란이 일었던 사건도 언론에 보도되었다. 당근마켓의 주민들 간 직거래는 지역 기반 C2C(개인 간 거래) 트렌드를 형성해 비즈니스 혁신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런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서로를 신뢰하는 환경을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당근마켓은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불법 콘텐츠를 검수하고 있다. 매매에 참여한 이가 가입 정보와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 주거나, 범죄 연루 정보를 공유하는 즉시 경고 메시지가 채팅창에 뜬다. 판매 사기로 제재받았던 이와 대화하는 경우에는 전례를 알려 잠재적 피해도 막는다. 문제 행위가 적발된 사람의 서비스 이용도 즉시 제한한다. 또한 경찰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가 기관과의 협업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마켓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중고 거래 활성화는 자원 재사용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 당근마켓 측은 그동안 온실가스 720만 톤 저감으로 나무 약 5,24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는 요즘 기업 사이에 확산하는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과도 궤를 같이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원 재사용 관심 증대와 환경 보호 동참 움직임 확산과 맞물려서다. 북미 등에서 이미 활성화된 야드세일이나 플리마켓의 영향을 받은 이벤트도 이미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공유오피스

Lifestyle 2022 SPRING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공유오피스 공유오피스가 뉴노멀 시대의 워킹 스타일을 방증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연한 임대 공간의 규모와 계약의 형태가 1인 사업체나 소규모 창업자들의 수요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성장의 주요인이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세미나실과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해요.” “저렴한 이용료로 대기업 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1년간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다가 여기 새 건물에 문을 연 공유오피스가 집과 더 가까워 자리를 옮겼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양한 호평이 쏟아진다. 마치 부동산 거래 후기를 보는 듯하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유오피스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했다. 특히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비롯한 20~30명 정도의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하는 회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거미줄이 뻗치듯 서울의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공유오피스 밀집 지역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새로 출발한 업체들은 ‘특가’, ‘할인 혜택’ ‘프리미엄 업무 서비스’ 등 을 내세우며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Most shared offices have enclosed rooms and an area with unassigned tables.The atmosphere is cozy like a café, but without the bustle.The lack of distraction and noise helps users focus on their tasks. © FASTFIVE FIVESPOT Hapjeong 따로 또 같이 공유오피스는 회의실이나 휴게실 등 공용 공간은 타 업체와 같이 쓰는 반면, 업무 공간은 독립적으로 사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신개념 오피스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1인 기업을 꾸리는 30대 초반의 남성은 자신의 블로그에 1년간의 입주 후기를 남기면서 “근무에서 휴식까지 한 번에 가능하게 해주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정리했다.공유오피스의 뿌리는 ‘공유 경제’라는 게 중론이다. 2000년대 후반 미국 금융위기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낳았고, 재화와 서비스에서 공간으로 공유의 범위가 확장하면서 공유오피스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유오피스 업체가 서울 강남구 등 도심 상업지역의 고층 건물 일부 층을 임차해 공간을 나누어 이를 소규모 기업들에 재임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건물 내 공간의 공유를 강조하는 ‘셰어드 오피스’, 여러 기업이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뜻의 ‘코워킹 오피스’, 공유오피스 운영 업체와 입주 기업의 유연한 계약을 내세우는 ‘플렉시블 오피스’ 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1년 5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포스트 코로나시대 공유오피스의 현재와 미래’에서 미국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2017년 600억 원 수준이던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의 규모가 2022년에는 77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빠른 성장에는 2015년 출범한 국내 첫 공유오피스 브랜드 패스트파이브나 뒤이어 2016년에 설립된 스파크플러스도 큰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2010년 서울에 20여 군데 있던 공유오피스는 2016년 무렵에 100군데를 넘겼고, 2019년 7월 기준으로 220군데에 달했다. KB 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공유오피스의 누적 면적이 같은 기간 5만㎡에서 60만㎡까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12월 기준 전국에 3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총 1만3290개 업체가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의 86%가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재계약 의사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부분 고층 건물의 일부 공간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심을 떠난 대기업의 빈자리에 공유오피스가 비집고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교통 인프라가 구축된 상업지구에 자리 잡고 싶은 소규모 기업의 수요가 공유오피스를 탄생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대기업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시장 변화에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신규 사업 프로젝트팀을 공유오피스에 입주시킴으로써 ‘거점 사무실’을 두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ost guests on Sabujak, a podcast produced by university students, want anonymity. But some guests allow their real name or face to be revealed. Park Ye-young, head of the Unified Korea Cooperative, appeared in a three-part program from October 11 to 13 this year, under the nickname “Kim Chaek Hairy Crab.” From left: Sabujak staff members Park Se-ah and Ahn Hye-soo, and Park Ye-young. © Sabujak 수요 증가의 요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있는 이용 후기나 사용 중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유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임대료다. 새로 문을 연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면 할인 혜택을 받아 회사 운영비를 대폭 줄일 수도 있다. “고민은 입주를 늦출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큼 낮은 임대료는 공유오피스 시장의 폭풍 성장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다. 공유오피스 운영업체도 경제성을 부각시킨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초기 투자 비용부터 고정비용까지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며 “규모가 작은 회사도 초역세권의 고층 빌딩에 사무실을 구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잠재적 이용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인테리어 비용이나 사무용 가구 구매 비용 지출이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은 거부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지하철 부근의 역세권에 위치한 고층 빌딩 입주도 소규모 기업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잦은 인력 변동과 경영의 불확실성은 소규모 기업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사람이 늘면 느는 대로, 줄어들면 줄어드는 대로 공간의 변화도 뒤따라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데 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사무실의 위치를 옮기고 싶어도 임대 기간이 끝나야 가능하다면 그동안 나가는 고정비용인 임대료가 손해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임차 면적이나 기간의 유동성은 공유오피스의 인기를 높이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소 1개월부터 공간을 빌릴 수 있고, 인원 증감에 따라 같은 공간 안에서 다른 면적의 사무실로 옮길 수도 있다. 당장 필요한 숫자만큼 사무실을 계약하고 추후 자유로운 확장이나 축소가 가능하다. 한 이용자는 “구성원 변화가 큰 기업, 사무실 임대 보증금보다 업무에 초기비용을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공유오피스를 권한다”고 말했다. 또한 24시간 운영체제로 원하는 시간대에 자신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이 공유오피스와 일반 건물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이기도 하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탄력근무제와 재택근무가 확산한 상황에서 각자 필요한 시간에 사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요긴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Several factors determine the rental price, including the number of users and the number of tables needed and whether the rented space has a window. But in most cases, essential office supplies, printing, coffee and snacks are included in the price. © WEWORK KOREA 위기와 대응 그러나 매력적인 요소가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사용자 평가를 종합하면 인테리어 투자로 인해 사무공간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예컨대, 한 공간을 여러 사무실로 나누면서 밀폐공간이 생겨났고 이 때문에 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한 사무실의 난방기가 가동될 때 다른 공간의 난방기도 동시에 돌아가게 되어 자체적인 실내 온도 조절도 쉽지 않다. 또한 입주 기업이 몰려들면서 회의실도 원하는 시간에 사용하기 어려워졌고, 공간을 좁게 나눠 여러 이용자에게 임대하다 보니 ‘방 쪼개기’라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으로 공유오피스 운영업체의 수익 창출이 앞으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건물 전대차로 수익을 내는 만큼 언젠가는 성장에 한계가 온다는 지적이다. 주로 도심 상업지역으로 공유오피스 입지가 제한되는 점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KB 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공유오피스 업체는) 건물을 장기 임차하므로 지출 비용은 고정인데, 입주 기업과는 단기 계약으로 운영되어 수입이 유동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임대료 상승 수준은 제한적인데 반해 기존 업체와 신생 업체 간의 경쟁 심화로 인해 입주 기업에 대한 서비스 지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년간 세계 보건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판도까지 뒤흔들어 온 코로나 19도 새로운 변수다. 여러 회사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뒤섞여 일하는 환경에서 코로나 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 때문이다. 이를 인식한 듯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전문 업체의 정기적인 방역을 실시한다”며 “공용 공간의 철저한 소독, 전체 스태프의 마스크 착용으로 안전한 업무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며 이용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다양한 장단점과 함께 우려 섞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공유오피스가 전 세계적으로 업무 공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대형 브랜드들이 명확한 한계를 딛고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발전시켜갈지 기대되는 것이 당연하다.

공부의 새로운 방식

Lifestyle 2021 WINTER

공부의 새로운 방식 스터디 카페는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나 간식을 먹으며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혹은 여럿이 함께 이 곳에서 공부를 한다. 이런 장소들이 약 10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고 코로나 19로 더욱 성행 중이다. 스터디 카페는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거나 운영하고 있으며,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 10년 전부터 전국 대도시에 생기기 시작한 스터디 카페는 공부나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상업시설이다. 대부분의 스터디 카페는 반투명한 가림막이 머리 높이까지 쳐져있어 고립된 느낌은 덜면서도 집중력을 높여주는 환경이다. 처음에는 중학생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까지 청년층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점점 이용자의 연령층이 확대되고 있다. ©TRISYS 박정은 씨는 인천의 인하대학교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하는 4학년 학생이다. 박 씨는 학교 도서관 열람실을 자주 이용했는데, 멀리 갈 필요없이 자료를 찾기도 쉽고 학과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도 좋았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몰고 온 팬데믹으로 2020년부터 학교 도서관 열람실이 굳게 닫혔다. 이후 수업까지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학교에 가는 날이 더욱 줄었다. 결국 공부 장소를 집 근처 스터디 카페로 옮겼지만, 조용한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익숙했던 박 씨에게는 매우 낯선 분위기로 느껴졌다. 스터디 카페들은 대부분 무인 점포로 운영하고 각기 특징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려 노력하는데,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하는 스낵바 서비스가 잘 마련된 곳도 많이 있다. 또한 계절별로 자체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 THENEWWAYS “처음엔 주변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들이 낯설었어요. 일부러 소음을 만드는 백색 소음기나 자리를 오가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모습이 신기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행동의 제약이 적으면서도 공부하기에도 좋은 스터디 카페의 요소들에 적응했어요. 집중이 더 잘 돼서 요즘은 일부러 찾아와요.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학교 도서관 열람실을 다시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지만, 그 때에도 친구들과 함께 올 것 같아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28세 이소미 씨는 외국계 회사의 콘텐츠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코로나 19 이후 재택 근무 시간이 확연히 늘어났는데,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일하는 것이 어색할 뿐만 아니라 공간이 좁아 효율도 늘지 않았다. 카페에서 몇 개월을 일하며 지내봤지만, 음료만 시켜 놓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눈치가 보일 뿐만 아니라 화상 회의가 있는 날에는 적당한 카페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던 이 씨에게 스터디 카페는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조용하게 일 할 수 있으면서도 화상 회의가 있을 때는 단독 사용이 가능한 룸에 들어가 마음 놓고 회의를 할 수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하루 단위로 결제할 수 있는 점도 출근이 불규칙적인 이 씨에게 장점으로 다가왔다. 급격한 증가 한국에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시 지역이라면 어디에나 편의점, 카페 그리고 스터디 카페가 있다. 스터디 카페가 처음 등장하던 시기에는 주로 중학생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까지 10~20대의 청년들이 이용했지만, 어딜가든 스터디 카페가 있는 요즘엔 이용자의 연령층도 넓어졌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카페를 비롯한 상업시설들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공공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 등이 문을 닫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스터디 카페는 오히려 성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간의 제약이 심해지고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하면서 그들을 스터디 카페로 불러들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터디 카페는 무인 점포로 운영되며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와 입, 퇴실 및 적립금 관리, 좌석 이동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비대면 소비문화에도 부합한다. 입구에서 열체크와 입실 승인이 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원하는 자리에서 결제한 시간만큼 이용할 수 있고 대부분 무료로 음료와 간식거리가 제공된다. 문서를 복사, 인쇄할 수 있는 복합기가 설치되어 있고 여러 사람이 모여 토론할 수 있는 공동 사용 공간 ‘스터디룸’이 있는 곳도 있다. 좌석의 대부분은 낮은 칸막이가 있는 개방적인 테이블에 마련돼 있다. 옆 사람의 책을 흘깃 쳐다보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완전히 단절되지도 않은 형태다. 더러는 넓지 않은 테이블 하나를 혼자서 쓰도록 만들어 놓은 좌석도 있고, 카페의 창가처럼 폭이 좁은 테이블에 높은 의자가 놓인 좌석도 있는가 하면, 아예 사방이 벽으로 막혀 문을 닫고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좌석도 있다. 노트북을 사용할 사람은 키보드 소음을 마음껏 내도 상관없는 ‘노트북 존’에 가면 된다. 이용 가격도 자유자재로 선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적게는 2시간에서 최대 150시간까지 충전이 가능하고 한달 내내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도 있다. 수요가 급증하자 공급 역시 늘어났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기본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김신애 대표는 코로나가 한참이던 2021년 2월 개업했다. 당시만해도 동네에 스터디 카페는 김 대표의 점포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불과 반 년 사이에 5분 거리를 두고 우후죽순 생겨나 지금은 같은 동네에 열 개가 넘는 스터디 카페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달에 최소한 하나씩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에요.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당분간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 예상해요. 심지어 팬데믹이 끝난다 하더라도 높은 이용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부하는 학생은 계속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스터디 카페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니까요. 대신 앞으로는 점포마다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김 대표는 서울시 마포구에서 16년 간 학원을 운영한 경험에 비추어 이같이 예측했다. 코로나 19가 터지고 학원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며 폐업한 뒤, 심사숙고 끝에 시작한 스터디 카페는 주로 학생을 상대하고 공부하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면에서 학원과 비슷한 성격을 띄었다. “학원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운영해야 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면, 스터디 카페는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대신 대부분 고객 상대가 비대면으로 이뤄져서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죠. 10시 이후 영업금지가 되기 전까지는 24시간 운영이었는데 아침 저녁으로 나가서 청소를 하고 음료나 차를 비치하는 등 점포를 관리해요. 지금은 10시에 문을 닫아서 끝나고 바로 정리합니다. 요즘엔 위생이 화두인 만큼, 청결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해요. 내부에서 이용자들이 엄격하게 개인 방역을 지키는지 CCTV를 통해 수시로 체크하죠. 아무리 무인으로 운영한다 하더라도, 관리자의 눈과 손이 얼만큼 가는지에 따라 점포의 질이 달라지니까요.” 비대면 시스템이 활성화되며 인건비가 적게 들고 관리가 편한 스터디 카페는 창업 시장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기본스터디카페’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회사 ‘트리시스’의 윤형준 대표는 “작년부터 업체 수에서 큰 증가폭을 보인 스터디 카페는 노동 강도가 낮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데다, 수요가 꾸준히 유지돼 좋은 창업 아이템으로 꼽힌다. 특히 무인 운영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관리가 편리해 업주들 사이에 인기가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실제로 김신애 대표는 “지금은 10시에 문을 닫아서 매출이 많이 줄긴 했지만, 24시간 운영할 때와 비교하자면 학원 운영보다 매출이 좋았다. 업종을 바꾸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스터디 카페는 무인 점포로 운영되며 키오스크를 통해 결제와 입, 퇴실 및 적립금 관리, 좌석 이동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비대면 소비문화에도 부합한다. 입구에서 열체크와 입실 승인이 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공부 문화의 변화 물론 스터디 카페가 성행하게 된 배경에 코로나 19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열풍은 오랜 세월을 두고 서서히 변화해 온 한국의 공부 문화와 함께 들여다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30대 이상의 한국사람이라면 학창시절 한 번쯤 다녀봤던 곳이 바로 독서실이다. 동네마다 있던 독서실이 개인이 운영하는 학습 공간이라면 도서관은 공공 학습 공간이다. 도서관의 열람실은 사설 독서실과 비슷하게 조용한 분위기여서 심지어 문 여닫는 소리마저 성가셔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2010년 전남대학교에서 12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내 도서관 열람실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반응을 살펴본 조사에 따르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3분의 1이 넘는 응답자들이 소음 때문에 혈압이 오르거나 소화불량, 수면장애까지 얻는다고 답했다. 이런 모습은 오랫동안 조용한 환경에서 암기 위주의 공부를 해 온 문화의 연장선이다. 조선시대(1392~1910)에는 젊은 선비들이 산 속 암자에 들어가 과거 급제를 위해 공부에 매진했고, 요즘에도 대학생, 공무원, 취업 준비생 등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장소를 찾아 공부를 한다. 소위 ‘고시촌’이라 불리는 동네로 주거지를 옮겨 공부에 집중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공부의 형태가 조금씩 변했다. 이를테면 대학에서는 중간·기말고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조별과제’의 비중이 늘어났다. 단순히 문제를 읽고 푸는 것보다 과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조용한 곳에서 혼자 외우며 공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여럿이 어울려 이야기 나누고 토론하는 공부 공간이 필요해진 것이다. 학생들이 제약적인 분위기의 독서실이나 도서관에서 벗어나 소음과 자유가 허락된 스터디 카페로 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키오스크에서 대금 결제를 하고 입실하면 오픈 테이블이나 바 형식의 좌석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며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테이블마다 콘센트가 내장돼 있어 태블릿 피씨나 노트북을 이용해 공부를 할 수도 있다. ©INGStroy Inc.   공부를 위한 최적의 장소 이런 흐름 속에 일반적인 카페도 성행했다. ‘카공족’ 뿐 아니라 카페에서 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코피스(coffee+offic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그러나 매우 개방적인 분위기에 음료 판매 위주로 매상을 올리는 카페에 비해 스터디 카페는 일반 카페와 독서실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을 이루는 장소다. 그런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백색소음기’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백색소음은 집중력을 높여 주면서도 자유로움을 부여하는 스터디 카페의 상징적인 장치다. 사실 스터디 카페는 청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김신애 대표는 “물론 학생이나 직장인이 가장 많지만 나이 지긋한 분들도 많이 온다. 자기 계발에 집중하거나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연령층이 다양해진 것 같다. 공부는 꼭 청년들이 한다는 예전의 인식도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며 많이 버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메뉴를 판매하는 스터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주 이용고객이 학생인 학교 근처에 위치한 스터디 카페에는 점주들이 무료 간식과 음료를 비치해 주는 경우도 많다. ©TRISYS

식물이 주는 힘, 홈가드닝

Lifestyle 2021 AUTUMN

식물이 주는 힘, 홈가드닝 식물이 주는 힘, 홈가드닝 한국인들은 급속한 경제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마당에서 식물을 가꾸던 오랜 관습을 잃어버렸고, 젊은 세대일수록 땅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 세대의 정원문화는 이제 시간이 흘러 인테리어와 힐링이 결합하며 젊은 세대사이에 홈가드닝(interior gardening)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에 따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는 홈가드닝이 젊은 층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식물 큐레이션 클래스도 다양하다. © CLASS 101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은진(36) 씨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홈가드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무료한 집콕 생활에 작은 활력이 필요해 화분을 하나 샀던 것이, 이제는 베란다를 가득 초록 식물로 채웠다. 요즘 그는 식물들이 없던 집안에서 어떻게 생활했나 싶을 정도로 바뀐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19로 불안하고 우울했는데, 식물을 돌보며 마음이 편안해서 안정감이 든다”고 말한다. 서울 성동구의 워킹맘 김경선(39) 씨는 우연히 가드닝 원데이클래스를 듣고 식물에 빠졌다. 부모 세대가 정원에서 즐기던 가드닝만을 생각하던 그녀는 이토록 다양하고 트렌디한 실내 가드닝의 종류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한다. 집에서 함께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무작정 풀을 뜯어 씹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해한 식물들을 골라서 가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키울 수 있는 식물의 종류는 무척 많다. “요즘 주말 농장이나 유치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베란다에서 작은 식물 키우기로 시작했는데 인테리어 효과에도 좋다”며 코로나가 끝나면 오프라인 클래스에 등록해서 본격적인 플랜테리어를 배울 예정이라고 한다. 10여 년 전 은퇴세대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홈가드닝 붐이 점점 중장년층에서 젊은층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팜린이’라는 신조어도 이들을 일컫는 단어다. 농사를 뜻하는 영어‘farm’과 children의 한국어 ‘어린이’를 결합한 것으로 원래는 레알팜이라는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의 입문자를 일컫는 용어였지만, 최근에는 홈가드닝을 시작하는 초보자를 뜻하는 애칭으로 더 널리 쓰이게 됐다. 국민 77.2%가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 사는 주거문화를 감안한다면, 마당 없는 콘크리트집에서 나고 자란 젊은 세대가 손에 흙을 묻히며 식물을 가꾸기 시작했다는 변화는 의미가 크다. 코로나블루를 겪는 많은 사람이 식물을 기르고 만지며 마음을 다스린다. 불안과 우울을 덜어주는 세로토닌 덕분이다. 최근 반려식물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박희란 아이들은 집에서 화분을 돌보며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마당에 국한되던 정원의 개념이 주거 형식이 바뀌며 아파트 거실, 도심 속 옥상까지 확장됐다. ⓒ gettyimagekorea 보타닉 트렌드 2018년 10월 식물원과 공원을 결합한 서울 최초의 ‘보타닉 공원’ 서울식물원(Seoul Botanic Park)이 문을 열었고, 개장 2년반 만에 누적 관람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시국을 감안하면 무척 높은 수치다. 나는 여기서 이 일대 상업시설들 명칭이 온통 ‘보타닉’ 일색이 된 현상에 주목했다. 인근의 아파트뿐 아니라, 호텔, 예식장, 식당, 커피숍, 복덕방, 당구장, 병원, 편의점까지 많은 시설들이 이 단어를 상호에 달고 있다. 올해 초 금융 중심가 여의도에는 서울에서 제일 큰 규모의 백화점 ‘더현대’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전체 영업면적 가운데 49%를 실내정원과 고객 휴식공간으로 채웠다. 상품이 빼곡한 진열대로 가득 찼던 기존의 백화점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백화점 인테리어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 실상은 롯데·신세계·현대가 각축을 벌이는 ‘빅3’ 백화점 업계가 몇 년 전부터 ‘가드닝 디스플레이’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온 결과였다. 따라서 코로나 전부터 서서히 뿌리를 확장해온 보타닉 트렌드가 코로나와 만나 본격적인 홈가드닝 열풍을 만들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월, 국내 대형 쇼핑몰 롯데마트에 따르면 가드닝 상품군 매출은 코로나 시국에 따른 전체 매출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2019년 17.6% 성장에 이어 2020년에도 18.7%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집콕 생활이 본격화된 2020년 한 해 동안 화분과 화병 매출은 각각 46.5%, 22.3%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인터파크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가드닝 관련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신장했다. 이는 단순히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설문조사기관 Advance Monthly Retail Trade Survey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미국 내 대부분의 소매판매 업종이 급격한 매출 감소세를 겪었으나, 홈가드닝 분야는 1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시장이 최근 몇 년간 5%내외의 증가율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플랜테리어와 반려식물 홈가드닝 열기는 코로나 19가 낳은 또 다른 현상인 ‘플랜테리어’와도 연결된다.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이 용어는 최근 인테리어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코로나 19와 맞물려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했다. 2020년 12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農林水産食品敎育文化情報院, Korea Agency of Education, Promotion & Information Service in Food, Agriculture, Forestry & Fisheries)이 발표한 ‘화훼 소비 트렌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화훼산업 과 꽃 관련 온라인 관심도는 2019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약 10.3% 증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화훼 분야 소비 트렌드는 ‘반려식물 및 플랜테리어’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해 12월 카드 매출 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담아 발표한‘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화원·화초의 2020년 1~2월 매출이 전년도에 견줘 각각 8%, 10% 줄었다가 3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는데, 코로나의 위험성이 커지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기 시작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후 매출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달 최소 4%에서 최대 30%까지 증가했다. 이 보고서는 말미에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화원·화초의 매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홈가드닝은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개인의 이슈와 맞물려 플랜테리어 문화를 본격적으로 확장시켰다. 이와 동시에 우리 삶에 익숙해진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반려식물’이다. BTS를 비롯한 여러 연예인들이 자신들이 기르는 식물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대중의 관심도 증가했다. 이제는 단순히 1인 가구나 노령층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폭넓은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관련 산업의 성장 해외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기존에 없던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들을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홈가드닝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 제조 스타트업인 빈크로스(Vincross)는 반려식물에 로봇 기술을 접목해 반려 동물처럼 움직이는 로봇 반려식물을 개발했다. 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인 하버트(Herbert)는 반려식물의 인테리어 기능을 강조한 수직공간에서 자라는 반려식물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포닉스 시스템(Ponix Systems)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액자와 같이 실내 벽면에서 수직으로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외에도 집을 비워야 할 때 반려식물을 맡길 수 있는 반려식물 전용 호텔 서비스나 반려식물을 치료해주는 병원이 등장했는가 하면, 반려식물의 각종 증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국내에서는 집에서 직접 키워 먹을 수 있는 식물재배기 렌탈 사업이 호황이다. 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가 내놓은 '국내 식물재배기 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0억원 수준이었던 식물재배기 시장 규모는 2023년 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관련 전시 산업도 활발하다. 올해 초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특별전시회 ‘안녕, 나의 반려식물-Hello, My Houseplant’가 열렸고,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의 전시장에서는 10월까지 ‘정원 만들기-Gardening’전시가 계속된다. 심리학자 스티븐 카플란(Stephen Kaplan)은 인간이 축적된 정식적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는다는 ‘주의력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을 주장했다. 식물은 세로토닌을 분비해 불안과 우울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홈가드닝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식물이 주는 치유의 능력을 경험했다. 코로나 19사태가 끝난 후에도 홈가드닝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 예측된다. 홈가드닝은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개인의 이슈와 맞물려 플랜테리어 문화를 본격적으로 확장시켰다. 이와 동시에 우리 삶에 익숙해진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반려식물’이다. 온라인 홈가드닝 클래스는 단순히 화분에 흙을 넣고 식물을 심는 것에서 벗어나 벽걸이 액자 오브제 같은 트렌디한 작품을 손쉽게 배울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과정이 있다. ⓒ CLASS 101 홈가드닝 클래스는 식물 큐레이션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식물을 화분에 심는 과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 생활의 전반을 함께 고민하고 그동안 식물 생활에 실패한 이유, 식물로 공간을 꾸미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 CLASS 101 정대헌 (Jeong Dae-heon 鄭大憲) 사단법인 한국생활정원진흥회 회장 ( President, Korea Gardening Life Association), 월간 가드닝 기자(Reporter, Monthly Magazine Gardening)

주식에 빠진 2030세대

Lifestyle 2021 SUMMER

주식에 빠진 2030세대 주식에 빠진 2030세대 코로나19로 인한 우려와 혼돈의 시간이 금융 투자를 부추기는 강력한 바람이 됐다. 팬데믹의 초기에 증시가 급락하면서 평소 주식에 무관심하던 이들까지 대거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이 중심에‘2030세대’ 가 있다. 올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29세 임수빈(Im Su-bin 林秀賓)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3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계속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인턴 자리는 구할 수 있으나 정규직 취업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절박한 상황에 우선 작은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식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결혼식을 올해 9월로 연기한 33세 프리랜서 번역가 김아람(Kim A-ram 金娥濫)씨도 얼마 전 주식에 입문했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결혼식 참석 인원이 50명 이하로 제한되어 꼭 참석할 가족, 친구들을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미루게 되자, 신혼여행 때 쓰려고 모아둔 돈을 짧은 시간이지만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주식 시장이 호황이니 몇 십 만원이라도 벌어서 신혼살림에 보탤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주식 투자에 발을 들여놓은 2030세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도 잇달아 생겨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동학개미운동’이다.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급락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말하는데, 1894년 외세에 대항해 일어난 ‘동학농민운동(東學農民運動)’에 빗댄 말이다. 여기서 ‘개미’는 월급 받으며 매일 일하는 젊은 회사원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주린이’이도 요즘 새로 등장한 말이다. ‘주식’과 ‘어린이’를 합한 단어로, 주식에 대해 잘 모르며 거래를 시작한 초보자를 가리킨다. 이 같은 현상은 숫자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예탁결제원(Korea Securities Depository 韓國預託決濟院)이 4월 1일 발표한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소유자 현황’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말 개인의 주식 보유액은 총 662조원으로 2019년 말 419조원에서 243조원 증가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비중도 전년에 비해 3.6%포인트 증가한 28%였다. 새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개인은 약 300만명으로 전체 개인 투자자 914만명의 32.8%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300만명 중 53.5%인 160만명이 30대 이하였다. 성별로는 남성의 보유 금액이 489조원으로 여성의 173조원보다 많았다. 그러나 증가율로 보면 여성의 보유액이 전년 대비 77%(97조원→173조원) 늘어나, 남성의 증가율 52%(321조원→489조원)보다 높았다. 젊은 여성들도 새로이 주식 투자에 눈을 뜬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주식 투자에 뛰어든 2030대가 급격히 늘어나며 다양한 모바일 주식 어플리케이션들이 등장했다. 증권사들은 이들 ‘개미군단’을 타깃으로 고객 확보를 위해 저마다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freepik 젊은 개인 투자자들 지난해 9월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가‘한국 밀레니얼 세대의 단타 투자 현상(Broke Millennials Turn to Day Trading to Strike It Rich in Korea)’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젊은 세대의 절박한 투자 현상을 심층 분석했다. 즉 전년 대비 48% 증가한 개인 투자자의 거래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65%를 차지하고 그 중의 대다수가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새내기 젊은 투자자들이며 이들 가운데 다수는 주식 투자를 위해 빚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 2030세대는 왜 주식시장에 몰입하고 있을까. 첫 번째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주식 시장이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이다. 저금리가 굳어지면서 한동안 젊은 투자자들의 자금이 갈 곳을 잃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 가라 앉았던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이에 투자처를 고민하던 젊은층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2020년 1월 2일, 코스피지수는 2175.17을 기록한 뒤 같은 해 3월까지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각국 정부가 긴급 재난지원을 위한 자금을 풀고 백신 개발 소식이 이어지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눈에 띄게 활기를 찾았다. 올 1월 4일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으며 현재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리가 청년세대 투자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저변에는 하락하고 있는 청년층의 취업률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 얼어붙은 2020년의 한국 고용시장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가혹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현재 20대 취업자는 351만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 3.9%p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연령층의 고용률이 감소했지만 10대가 1.5%p, 30대가 1.9%p, 40대가 1.6%p, 60대 이상이 0.1%p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20대의 감소율이 가장 크다. 고용률의 하락에 따라 실업률은 상승했다. 2020년 12월 20대의 실업률은 전년도 동기 대비 0.9%p 늘었다. 절박한 노력 취업난에 내몰린 젊은 세대를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은 급등하는 주택 가격이다. 정부의 잇따른 주택난 해결 대책에도 불구하고 한국 인구의 거의 절반이 모여 사는 서울의 아파트 시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두 배까지 올랐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젊은 세대는 자연히 결혼도 미루게 된다. 실제 2020년 전국의 결혼 건수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2020년 혼인, 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2019년보다 10.7% 감소했다. 온라인 서점 플랫폼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 해 1월부터 3월까지 주식·투자·펀드 분야의 도서 판매량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5배씩 증가했다. 열풍의 파장 주식을 주제로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도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전에는 주로 경제 채널에서만 주식 방송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연예 전문 채널 프로그램에서도 주식 이야기하는 장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TV가 지난해 9월 시작한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 있다. 인기 연예인 노홍철(Noh Hong-chul 卢弘喆)과 딘딘(DinDin)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실제로 자신들이 개설한 증권사 계좌로 출연료를 받고, 이를 투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청자의 반응이 호의적이다. 특히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층의 공감을 얻으며 방영 플랫폼을 확장해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방영되고 있는데, 매회 평균 조회 수가 200 만회에 이른다. 지상파 방송국인 MBC도 올 3월 파일럿 형태로 주식 버라이어티 토크쇼 ‘개미의 꿈’을 선보였다. 2부작으로 편성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경제 전문가와 연예인 패널들이 나와 주식 투자의 기본 지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한편 SBS의 오래 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은 올 2월, 특집으로 모의 주식투자 대회를 진행했고,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3월 인기 호스트 유재석이 2030세대 주식 투자자 3명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줬다. ‘주린이’들에게 주식에 대한 정보와 유머를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 이 시즌 4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Kakao Entertainment)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3명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절반은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 됐다고 답했다. ©동대신문 경주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주식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박성희 (Park Sung-hee 朴性熙)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차곡차곡 월급을 모아 자동차를 사고, 내 집 마련하기를 바라던 이전 2030세대와 지금의 2030세대는 완전히 다르다. 요즘 2030세대에게 자동차는 빌리면 되는 것, 치솟은 부동산은 너무 먼 이야기가 됐다”며 “취업이 어렵고, 평생직장도 사라지고 있어 요즘 젊은 세대는 먼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소액으로 지금 바로 투자해서 수익을 낼 기회를 노린다. 특히 코로나19이후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해외여행도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들은 비대면 투자처를 알아보게 되고, 이 같은 갈증에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주식 투자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라예진(Ra Ye-jin 羅禮眞)중앙일보 S 이코노미스트 기자 (Reporter, Economist, JoongAng Ilbo S)

온라인으로 즐기는 취미 생활

Lifestyle 2021 SPRING

온라인으로 즐기는 취미 생활 2019년 한국에는 취미로 뭉치는 소모임 활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이 ‘살롱 문화’는 2020년,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 활동으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간편하게 배울 수 있는 자수 강좌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하비풀’의 인기 클래스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집안 장식에도 도움이 되는 온라인 취미 클래스들이 늘고 있다. © HOBBYFUL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와인을 좋아한다. 그는 와인의 향기와 맛을 음미하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홈베이킹도 온라인 취미 교실의 인기 종목이다. 그 밖에도 자수, 뜨개질, 언어, 음악, 요리 등 온라인 클래스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는 추세다. © CLASS 101 2020년 9월 20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20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울산현대모비스와 창원LG의 경기에서 코로나 19로 경기장을 찾지 못한 '랜선 응원단'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취미를 나누는 소모임 2019년 이씨는 와인을 더 깊이 알고자 한 작은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30대 남녀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매주 금요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장소에서 모임을 가졌다. 서로 안부를 묻고 가벼운 대화로 시작해 매주 다른 와인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맛보는 순서로 이어졌다. 한때 스위스에 가서 좋은 와인에 맛있는 치즈를 먹는 꿈을 꾸었던 이씨는 이 모임을 통해 작은 소망을 이루어 가는 기쁨을 느꼈다. 비록 알프스행 비행기를 타지는 못했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또래의 남녀가 비슷한 성비로 만나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서 한 주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고, 궁금증과 설렘으로 한 주를 보내곤 했다. 회사 밖에서 만날 수 있는 또래들과의 새로운 세상이었다. “언제 다시 모임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어요. 지금의 생활이 꿈이라면 얼른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에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 모임은 이제 마치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요즘 그의 낙이라고는 늦은 밤 거실에 앉아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며, 혼자 와인을 홀짝거리는 게 전부다. 퇴근 후 그저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 날도 있다. 비슷한 나날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서로의 대화 온도나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재밌다”거나 “유익하다”는 참여자들의 리뷰를 보면 온라인 활동에 큰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만날 수 없다면 화상으로 “화상 채팅 프로그램 줌(Zoom)으로 모임을 진행합니다.” 전체 회원 수 67명인 서울의 한 독서 모임은 최근 ‘소모임(Somoim)’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온라인으로 활동을 계속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해 말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두 번째 가장 높은 2.5단계로 연장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방역조치에 따라 서로가 읽은 책의 감상을 온라인 대화로 나누고 소통하자는 제안이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회원들이 같은 테이블에 모여 앉아 떠오르는 영감을 공유했을 ‘글쓰기 모임’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체 회원 234명인 서울의 한 글쓰기 모임은 비대면 화상회의를 제공하는 ‘구글 미트(Google Meet)’로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글쓰기 모임을 한다는 것이 낯설었던 회원들도 이내 서로의 글을 독서하듯 채팅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갈증을 풀게 되었다. 그 밖에도 ‘문토(Munto)’, ‘문래당(Moonraedang)’, ‘트레바리(Trevari)’, ‘프립(Frip)’ 등 국내에는 ‘소셜 살롱’을 표방하며 다양한 취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플랫폼들이 있다. 이들 중 ‘트레바리’는 독서에 특화한 플랫폼이다. 2015년 시작된 이 커뮤니티에서는 현재 400여 개의 독서 모임을 통해 6천 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 달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매달 1회씩 총 4회 모임을 갖는다. 물론, 트레바리도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라 현재는 오프라인 모임을 취소한 상태다. 원하는 회원들에게는 참가비의 일부를 돌려주고,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은 서로의 대화 온도나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재밌다”거나 “유익하다”는 참여자들의 리뷰를 보면 온라인 활동에 큰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여가 활동 플랫폼 프립에서 살펴본 한 요리 모임은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비치, 발열 체크 등 철저히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이뤄지고 있다. 개인 별 조리도구, 장소와 재료 등이 필요해 대면활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참가 인원 다섯 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등산이나 트래킹 등을 하는 운동모임도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요리나 운동을 온라인 활동으로 병행하는 모임도 있다. 밀키트를 배송 받아 회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등산’ ‘수영’ 등의 해시태그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겨 수행 정도를 서로 공유하는 등 저마다 대책을 찾고 있다. 코로나 19로 휘트니스 센터에 갈 수 없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홈 트레이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이나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에는 실시간 새로운 홈 트레이닝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 LG유플러스 살롱 문화 2019년 4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Embrain Trend Monitor)가 전국의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활동 중인 모임’을 조사했다. 이 중 정기적으로 모임활동을 한다는 906명에게 모임의 성격을 묻자, ‘취미와 관심사에 따른 불특정 다수와의 모임’이라는 응답자가 26.2% 였다. 학교와 회사 등 기존 인간관계에서 파생된 형태라는 답변(67.6%)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새로운 경향임에는 틀림없다. 평소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응답자(749명) 중 38.9%가 ‘취미, 또는 관심사’에 집중하는 모임 참석이 필요하다고 한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어쩌면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탈출구를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대답에는 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이들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소규모 취미활동 커뮤니티, 즉 ‘살롱 문화’의 주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73.5%에 이르는 735명이 향후 여행 동호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했으며, 운동•스포츠(18.1%), 외국어•언어(15.9%), 봉사활동(15%), 영화(14.3%), 책•글쓰기(14.1%) 등의 모임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인식은 개인화된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나’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내 취향과 관심사가 누군가를 만나는데 중요한 조건이 된 것이다. 와인, 독서, 여행, 음악,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살롱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작은 개인적 경험 오프라인 모임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의 형태로 변화하는중에 필자도 온라인 강좌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자신감도 있었다. 프립에서 ‘티매트(tea mat)’ 뜨개질 키트를 주문했다. 호스트의 안내 페이지에서 본 것처럼 뚝딱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생전 처음 뜨개용품을 만지면서 자신감은 이내 자괴감으로 변했다. 호스트가 보낸 URL에서 영상을 봤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호스트의 손과 달리 내 손은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아, 직접 앞에서 수업을 들었다면 더 쉽고 자세하게 요령을 알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영상만 보고 처음으로 뜨개질을 하려니 대면 수업의 필요성을 절절하게 느꼈다. 몇 차례 털실뭉치와 바늘을 가지고 씨름하다가 ‘티매트는 사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손으로 짠 예쁜 매트로 찻잔을 받쳐 우아하게 커피 한 잔 하겠다던 계획도 뒤로 미뤘다. 무슨 취미 활동이나 초보들은 나처럼 온라인 클래스의 벽을 느낄 수 있을 터이다. 반면 작은 경험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문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도 같다. 내 뭉쳐진 털실뭉치는 곧 서랍장으로 들어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직접 수업을 들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차에서 즐기는 여행

Lifestyle 2020 WINTER

내 차에서 즐기는 여행 고가의 캠핑카를 구입하거나 렌트하지 않아도 자신의 차량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이 새로운 레저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한층 상승세를 타고 있는 비대면 야외 활동이다. “첫 번째로 1열의 의자를 앞쪽으로 최대한 당겨 주시고요. 그다음에는 2열의 의자도 같은 방향으로 접어 주세요.” 한 유튜버가 자신의 SUV 차량 내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30초도 되지 않아 내부 공간을 넓힌 그는 “이제 바닥에 매트를 깔 거예요”라며 “그 전에 제가 누울 수 있는지 의자를 치운 공간의 가로, 세로 길이를 재 보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곧 이어 차량 내부의 가로 길이는 약 1m, 세로는 1m 95㎝로 측정됐다. 그는 “이 정도면 일반 성인 남성도 편안히 누울 수 있다”며 “여러분이 커플이라면 오붓한 2인 캠핑을 즐길 수도 있겠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 7월 한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차박 준비 과정을 다룬 이 영상은 올 10월 기준 조회수 10만 건을 넘겼다. ‘차박(車泊)’이란 차와 숙박을 합친 신조어로 ‘차에서 잔다’는 의미다. 여행을 떠나 차에서 잔다면 주방 시설에 침대도 있는 캠핑카를 떠올리기 쉽지만, 차박은 필수 장비 몇 가지만 갖춘 채 평소에 사용하던 자신의 차에서 자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 보니 대개 실내 공간이 넓은 SUV 차량을 이용하는데, 운전석 뒤의 의자를 눕혀 공간을 최대한 넓히면 그런대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할 수 있다. 캠핑의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최소한의 짐만으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여행 형태이다. 차박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장소를 불문하고 숙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캠핑장이나 휴양림에 갇힐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곳이면 어디든 머물 수 있다. 새로운 레저 문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보고서에 의하면 트럭과 승용차의 장점을 섞은 픽업트럭 판매량이 2017년 2만 2000여 대에서 이듬해 4만 2000여 대로 90% 이상 증가했다. 또한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은 같은 기간 국내 캠핑 산업 규모가 2조 원에서 2조 6000억 원대로 30% 이상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캠핑 용품 시장도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이 지난 6~7월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차 트렁크와 연결해서 쓰는 도킹텐트와 텐트 안에 까는 에어매트 매출이 직전의 두 달보다 각각 664%, 90% 늘었다. 캠핑 필수 아이템인 아이스박스 매출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에 전년 대비 캠핑 용품 매출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의자와 테이블 등을 포함한 캠핑 가구는 103.7%, 침낭•매트리스 등 캠핑 침구는 37.6%, 텐트는 55.4%, 캠핑 취사 용품은 75.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18년 무렵부터 세간에 회자되며 성장세를 보인 차박은 TV 방송 프로그램의 소재로도 인기다. MBC TV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는 지난 3월 한 신인 남자 배우가 자신의 차량을 끌고 바닷가를 찾아 아이돌 가수와 함께 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차량 뒷좌석을 전면 개조했는데, 차 안에 전구를 달아 밤에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차박이 등장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차박을 해 보고 싶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차박’을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새로운 매력 이 새로운 레저 문화가 급격히 성장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크게 번거로운 준비 과정 없이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다. 금요일 퇴근 후에 떠나 바닷가에서 지낼 수도 있고, 산림을 찾아 이튿날 아침 상쾌한 공기도 마실 수 있다. 영상 하나로 4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어느 여성 유튜버는 홀로 여유를 즐기는 데 그만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장비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끼니를 해결할 냉동 식품 몇 가지에 술 한 병만으로도 하룻밤의 캠핑이 완성된다. 캠핑장을 예약할 필요도 없다. 캠핑 인구가 늘면서 유명한 캠핑장들의 경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한데, 굳이 캠핑장이 아니라도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혼자서 또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자연 속에서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기반하고 있는 국내 최대 차박 커뮤니티 ‘차박캠핑클럽’만 보더라도 올해 2월 말 8만 명이었던 회원수가 9월 초에는 17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차량에 까는 매트가 다소 불편하다. 차박용 매트를 사용한다 해도 잠자리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불면의 밤이 될 수 있다. 올 2월 28일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승용차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바닥을 고르게 하는 작업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반드시 세안이나 샤워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쾌한 여행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건전한 문화 차박에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불편함도 따른다. 차 속에 오랫동안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를 생산하는 파워뱅크와 무시동 히터 등의 장비를 갖춰야 더위와 추위를 막을 수 있다. 또 차 안에 들어오는 벌레도 귀찮은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박용 모기장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장비를 하나씩 사다 보면 갈수록 더 비싼 물건을 찾게 된다. 안락한 차박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일이다. 한 남성 유튜버는 자신이 차박을 그만둔 이유가 이런 ‘장비병’ 때문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박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장소를 불문하고 숙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캠핑장이나 휴양림에 갇힐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곳이면 어디든 머물 수 있다. 물론 대다수 차박족은 화장실을 갖춘 공원이나 해변, 강가를 선호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차박 성지’로 떠오른 곳들도 많지만, 야영과 취사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 때문에 출입을 제한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자연을 훼손하고,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킬 수만 있다면, 차박은 코로나19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유익한 여행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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