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이는 시골 마을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에게서 태어난다. 이 씨 집성촌 사이에서 외부인이었던 산이는 마을 내에 또 다른 아웃사이더인 서남애와 친해진다. 어느 날 개천에서 놀다 야생 미나리 군락지에서 젖을 옷을 말리는 동안 산이는 남애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날 이후 남애는 산이를 멀리하며 당시 있었던 일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산이는 그날 이후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깨어난다.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버려지고,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버리는 엄마 때문에 산이는 배신과 고독에 익숙해진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을을 떠나 서울로 간다.
작가가 되길 원했던 산이는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들과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출판사에 입사 지원한다. 하지만 일을 구하지 못하고, 그녀는 꽃집 아르바이트 구인 문구를 보게 된다. 꽃집 주인은 청각 장애가 있어 글로만 소통할 수 있다. 산이는 주인이 종이에 적은 질문에 답하며 면접을 본 후 꽃집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업하게 된다. 꽃들 속에서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꽃집은 그녀에게 은신처가 되어준다. 실제로 그녀는 가슴 속에서 고통스럽게 생겨난 모든 사랑을 꽃에 줬다. 때론 그 사랑이 너무 과했던 탓에 물을 너무 많이 줘 꽃이 썩어버리기도 했지만.
초록 식물과 다채로운 꽃들 속에서도 모든 것이 낙원 같지는 않다. 그녀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마음속 잉크’가 말라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써보려고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말을 쓸 수 없다. 게다가 꽃집 안에서 바깥세상을 영원히 피할 수도 없다. 그녀에게 뻔뻔하게 추파를 던지는 오만하고 건방진 최현리가 산이의 은신처에 등장하고, 사진작가인 한 남자는 의뢰를 받은 바이올렛을 찍기 위해 꽃집에 왔지만, 꽃보다 산이의 모습을 찍는 데에 더 관심이 있다. 사진작가의 등장은 앞으로 그녀에게 다가올 폭풍을 알린다. 과연 그녀가 그 폭풍을 견디고 살아남을지가 문제다.
『바이올렛』은 사실 2001년에 쓰여졌다. 작가가 설명하듯이 ‘제도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여성의 지위나 여성의 언어들이 가차 없이 차별받던 때’였다. 책 출간 후 20년 동안 한국의 서울은 많이 변했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 나오는 세종문화회관 뒤 뽐모도로 식당처럼 어떤 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한국 사회 자체가 변한 것처럼 많은 것들은 상당히 변화했다. 미투 운동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이야기나, 미투는 종종 불편한 것으로 여겨져 누군가에게 반격을 유발하는 등 어떤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의 이야기를 여전히 독자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작가가 전하는 이 이야기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 날까지 이 책은 계속 남아 있을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