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null > 상세화면

2022 WINTER

Books & More

『바이올렛(VIOLETS 紫羅蘭)』

신경숙(Shin Kyung-Sook 申京淑) 작, 안톤 허(Anton Hur) 번역, 212쪽, 15.95달러, 더 페미니스트 프레스: 뉴욕(2022)

도시에서 피어나는 연약한 꽃 한 송이

오산이는 시골 마을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에게서 태어난다. 이 씨 집성촌 사이에서 외부인이었던 산이는 마을 내에 또 다른 아웃사이더인 서남애와 친해진다. 어느 날 개천에서 놀다 야생 미나리 군락지에서 젖을 옷을 말리는 동안 산이는 남애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날 이후 남애는 산이를 멀리하며 당시 있었던 일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산이는 그날 이후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깨어난다.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버려지고,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버리는 엄마 때문에 산이는 배신과 고독에 익숙해진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을을 떠나 서울로 간다.

작가가 되길 원했던 산이는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들과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출판사에 입사 지원한다. 하지만 일을 구하지 못하고, 그녀는 꽃집 아르바이트 구인 문구를 보게 된다. 꽃집 주인은 청각 장애가 있어 글로만 소통할 수 있다. 산이는 주인이 종이에 적은 질문에 답하며 면접을 본 후 꽃집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업하게 된다. 꽃들 속에서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꽃집은 그녀에게 은신처가 되어준다. 실제로 그녀는 가슴 속에서 고통스럽게 생겨난 모든 사랑을 꽃에 줬다. 때론 그 사랑이 너무 과했던 탓에 물을 너무 많이 줘 꽃이 썩어버리기도 했지만.

초록 식물과 다채로운 꽃들 속에서도 모든 것이 낙원 같지는 않다. 그녀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마음속 잉크’가 말라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써보려고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말을 쓸 수 없다. 게다가 꽃집 안에서 바깥세상을 영원히 피할 수도 없다. 그녀에게 뻔뻔하게 추파를 던지는 오만하고 건방진 최현리가 산이의 은신처에 등장하고, 사진작가인 한 남자는 의뢰를 받은 바이올렛을 찍기 위해 꽃집에 왔지만, 꽃보다 산이의 모습을 찍는 데에 더 관심이 있다. 사진작가의 등장은 앞으로 그녀에게 다가올 폭풍을 알린다. 과연 그녀가 그 폭풍을 견디고 살아남을지가 문제다.

『바이올렛』은 사실 2001년에 쓰여졌다. 작가가 설명하듯이 ‘제도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여성의 지위나 여성의 언어들이 가차 없이 차별받던 때’였다. 책 출간 후 20년 동안 한국의 서울은 많이 변했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 나오는 세종문화회관 뒤 뽐모도로 식당처럼 어떤 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한국 사회 자체가 변한 것처럼 많은 것들은 상당히 변화했다. 미투 운동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이야기나, 미투는 종종 불편한 것으로 여겨져 누군가에게 반격을 유발하는 등 어떤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의 이야기를 여전히 독자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작가가 전하는 이 이야기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 날까지 이 책은 계속 남아 있을 게 분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이원(Yi Won 李源) 작, 고은지(E.J. Koh)/마르시 칼라브레타 칸시오 벨로(Marci Calabretta Cancio-Bello) 번역, 128쪽, 16달러, Zephyr Press: Brookline(2021)

인간성을 비추는 거울을 응시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아방가르드 시인 이원의 세계로 통하는 창을 열어준다. 한국어 원문과 함께 영문 번역이 함께 실려 마치 창처럼 투명하며 하나의 언어로 실렸을 때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한국어에 익숙한 독자들은 영어로 표현된 시인의 시를 보면서 시를 다른 언어로 표현한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는 인간의 시간 경험과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 같은 보편적이면서도 시대적인 주제들을 다룬다. 독자는 상징들이 명료함과 불명료함 사이를 오가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봄을 알리는 첫 신호인 나비나 사막의 여행자인 낙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우주를 잇는 네트워크가 되는 도로나 좌우를 뒤집는 것이 아닌 먹는 자를 먹히는 자로 바꾸는 거울이 있다. 날카로운 칼날 쉼표를 사용해 문장을 수천 개의 조각으로 자르는 산문 시 「시간과 비닐 봉지」나 「철, 컥, 철, 컥」처럼 이원의 시는 해석이 쉽지 않다. 이 시들은 단순히 종이 위의 단어가 아니라 살아있고 숨 쉬며, 맥박 같은 리듬으로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음악과 이미지에 독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7707

https://www.youtube.com/channel/UCZigS1LHB6SBOlscLpSUZQg/featured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새로운 공공외교 유튜브 채널인 7707은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다채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개한다. 현재 채널에는 세 가지 시리즈가 있는데 더 많은 것이 추가될 예정이다. ‘K-디자인’은 현재까지 세 개의 짧은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는데, 해당 콘텐츠는 디자인이 한국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파인 다이닝의 선구자들에 의해 예술로 승화된 한국 식문화, 현대적인 감각과 소재의 장점을 살린 전통적 소반, 옷과 병풍에 사용되는 전통 자수의 세심한 기술 등이 그것이다. ‘Shake Your Taste’ 편에서는 술 소믈리에인 더스틴 웨사(Dustin Wessa) 씨가 계절과 상황에 맞는 술과 곁들이면 좋은 음식을 소개한다. ‘Wrap Around the World’ 편에서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한다. 이 영상 시리즈는 백남준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전 세계 인류에게 평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보냈던 동명 작품인 ‘세계와 손잡고’에 젊은 한국 예술가들의 공연을 섞어 넣은 것이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전체메뉴

전체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