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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22 WINTER

재미, 경험, 소비 다 잡은 팝업 스토어

엔데믹 전환 이후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기 위한 ‘오프라인 인프라’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소비자 역시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상품이 지닌 의미와 재미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곳곳에서 매일 새로운 팝업 스토어가 문을 열고 있다.

탬버린즈는 첫 향수를 론칭하며 가수 제니와 함께 ‘solace: 한 줌의 위안’이라는 캠페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향수 세계관의 확장에 중점을 두고, 위안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을 향으로 표현했다.
© 탬버린즈(TAMBURINS)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매장 앞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매장 개장 시간은 오전 11시였지만, 길게 늘어선 줄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전날 밤 11시에 왔고, 두 번째로 줄을 선 사람은 오전 6시부터 대기 중이었다. 꼭두새벽부터 이들을 청담동으로 이끈 건 손흥민(Son Heung-Min 孫興慜)이 만든 패션 브랜드 ‘NOS7’이었다. 브랜드 정식 출시를 앞두고 ‘팝업 스토어’를 열어 일부 제품을 먼저 공개한 것인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오픈런(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 물건을 구매하는 것)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비비고와 제주맥주가 합심하여 ‘도깨비 만두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만맥(만두+맥주)를 즐길 수 있는 뚝딱바를 통해 MZ 세대에게는 새로운 맛을, 외국인들에게는 K-푸드를 선보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 CJ제일제당(CJ CheilJedang)

판매에서 체험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팝업 스토어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과거 팝업 스토어를 잘 선보이지 않던 기업이나 브랜드들도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개성이 엿보이는 팝업 스토어를 기획해 고객과 직접 만나려 하고 있다. 이 시장이 커지자 입지 선정부터 기획, 인테리어는 물론 행사까지 책임지는 중개 플랫폼 업체까지 등장하는 등 관련 산업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팝업 스토어는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임시 매장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이자 브랜드 입장에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국내 팝업 스토어는 2010년 이전부터 시작되었고, 2010년대 초중반 패션•화장품 업계를 중심으로 속속 등장했다.

과거에는 신제품 출시 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판매’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존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에 새로움과 재미를 더해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체험’ 목적의 팝업 스토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공간에서만 존재했던 벨리곰이 현실 세계에 나타난 ‘어메이징 벨리곰’ 전시는 325만 명의 방문객을 모아 올해 가장 기록적인 팝업 스토어로 손꼽힌다. 이 전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뉴욕까지 진출해 국내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 벨리곰(bellygom)

펀슈머(Fun+Consumer) 공략
지난 4월 유튜브 공간에 있던 벨리곰을 현실 세계로 끌고 와 대형 벨리곰을 만들고 전시한 롯데홈쇼핑의 ‘어메이징 벨리곰’전시는 325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온 올해 가장 기록적인 성과를 낸 팝업 스토어로 꼽힌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 롯데면세점에서 2차 팝업 스토어에 나섰고, 9월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피어 17(Pire 17)에서 3차 팝업 스토어까지 진행했다.

하반기에는 기업과 기업이 협업한 팝업 스토어가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CJ제일제당은 제주맥주와 함께 ‘색다르게 어우러지다, 믹스 잇 업(MIX IT UP)’을 슬로건으로 ‘도깨비 만두바’ 를 선보여 화제였다. 이곳에서 CJ제일제당은 자사 제품인 ‘비비고 만두’를 이용해 ‘도깨비 불만두’, ‘도깨비 숲만두’ 등 K-푸드의 대표주자인 만두를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였으며, 제주맥주는 새로 개발한 한정판 맥주인 ‘김치 사워비어’를 선보였다. 초록, 파랑 등 으스스한 조명 설치부터 곳곳에 위치한 포토존과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 메뉴, 여기에 김치 하면 떠오르는 김장 문화에서 착안한 빨간 실크 장갑을 기념품으로 증정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평이다.

팝업 스토어의 인기가 날로 치솟으며 협업의 모습도 진화하고 있다. 재미와 인기를 위해서라면 팝업 스토어를 통해 경쟁사의 제품을 자사 공간에 끌어들이기도 하고 컬래버레이션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기업의 믹스 매치가 돋보이기도 하는데, 편의점 이마트24는 가전 브랜드 LG전자와 함께 ‘이마트24 금성점’이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는 우주 마케팅을 전개해오던 이마트24가 뉴트로를 콘셉트로 만든 LG전자의 금성오락실에서 ‘금성’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착안한 것으로, 고객들은 LG전자의 제품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며 이마트24가 기획한 우주라테, 금성컵케이크 등 한정 상품을 맛볼 기회를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은 60주년을 맞아 SK주(酒)유소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자사의 역사와 미래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휘발유-라거’, ‘고급휘발유-IPA’, ‘원유-스타우트’, ‘경유-바이젠’ 등 석유제품 콘셉트에 맞는 수제 맥주와 드럼통에 담긴 프라이드치킨 등을 선보였다. 특히 맥주 디스펜서를 주유기로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특별한 경험, 신선한 재미를 앞세운 팝업스토어는 MZ 세대를 이끄는 성공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MZ 세대는 희소성과 개성을 중시하고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에는 패션•뷰티 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팝업 스토어가 식품, 인테리어, 가전 등 다양한 분야로 번지고 있다.

팝업 스토어 전성시대
그야말로 팝업 스토어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관련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팝업 스토어의 기획•진행을 돕는 중개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자본력이 탄탄한 브랜드라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공간을 빌려 내부 디자인팀과 마케팅팀을 중심으로 콘셉트를 정하고 인테리어를 구성하면 된다. 하지만 경험과 인력이 부족한 신생 브랜드의 경우 중개 플랫폼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공간을 제안해 주는 게 주 업무지만, 여기서 나아가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구성할지 방향성을 잡아주는 전반적인 마케팅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공간을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 있다. 보통의 팝업 스토어는 서울 가로수길, 성수동, 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단독 공간을 구성하거나 백화점 또는 복합 쇼핑몰 내 공간을 임차해 진행한다. 그러나 단독으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엔 브랜드 파워나 약하거나 자본력이 부족한 경우 팝업스토어 중개 플랫폼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에서 여러 브랜드와 함께 공간을 꾸리는 식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가게의 폐업으로 공실이 많이 생기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장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 임대공간을 팝업 스토어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팝업 스토어처럼 임차인을 단기로 들이는 방식은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특별한 경험, 새로운 재미를 찾아 다니는 MZ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팝업 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이에 관련 산업 역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팝업 스토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창구이며, 기업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쇄신, 인지도 제고를 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팝업 스토어의 모습은 더욱 다양화되고 이를 시도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힙한 팝업 스토어를 이야기하자면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로 매번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시몬스를 빼놓을 수 없다. 시몬스만의 소셜라이징을 엿볼 수 있는 이번 그로서리 팝업 스토어 역시 예상치 못한 공간 구성과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 굿즈 등을 앞세우며 시몬스 특유의 의외성을 뽐냈다.
© 시몬스(SIMMONS)

박미선(Park Mi-sun, 朴美宣)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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