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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PRING

특집

웹툰 : 온라인에서 즐기는 재미와 판타지 특집 3 웹툰을 이끌어 가는 작가들

웹툰이 국내외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매체로 자리를 잡게 된 데에는 많은 작가들의 창의력과 노력이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초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웹툰의 특징적 경향을 이끌어 온 대표적 작가들을 소개한다.

<순정만화>(2003~2004 다음 웹툰)
<아파트>(2004~2008 다음 웹툰)
<26년>(2006 다음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2007 다음 웹툰)
<이웃 사람>(2008 다음 웹툰)
<조명가게>(2011 다음 웹툰)
<마녀>(2013 다음 웹툰)
<무빙>(2015 다음 웹툰)
<브릿지>(2017 다음 웹툰)

강풀(Kang Full)
웹툰계의 살아 있는 화석

언론인 손석희(孫石熙)는 2015년, 자신이 진행하는 TV 뉴스 프로그램의 인터뷰에 게스트로 나온 강풀을 “웹툰계의 삼엽충이라고 불린다”며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이는 웹툰 1세대 작가인 강풀의 상징성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2003년, 그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 <순정만화(Love Story)>를 연재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웹툰이라는 개념이 아직 뚜렷하게 규정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그의 작품을 제대로 된 만화가 아니라고 폄하하는 시각이 존재했다. 사실 기존 출판 만화 시장의 잣대로 보면 그의 그림 실력은 미숙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이듬해 연재한 <아파트(Apartment)>도 성공하면서 세간의 편견이 바뀌기 시작했다.

연인들의 순정적인 연애 감정을 사랑스럽고 귀엽게 그려 내거나 아파트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원혼에 대한 이야기를 미스터리 장르 문법으로 풀어낸 그의 이 초기작들은 잘 짜인 스토리텔링만으로도 충분히 인기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강풀의 선례 이후 그림 실력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흥미로운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웹툰 작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질 높은 작품들이 축적될 수 있었다.

한편 <아파트>를 비롯해 강풀의 작품 상당수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웹툰이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핵심 콘텐츠로 부상하게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 등 타 미디어 시장의 종사자들이 원천 스토리로서 웹툰을 주목하고 2차 판권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웹툰 시장이 전체적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순전히 강풀 혼자의 힘으로 해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웹툰계의 삼엽충’으로서 그가 새로운 매체의 1세대로 좋은 본보기를 남겼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순정만화>의 주인공 남녀 캐릭터. 웹툰 작가 강풀의 본격 데뷔 작품이다. ⓒ 강풀 / 다음 웹툰 제공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 남녀 캐릭터.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삶과 사랑을 부각시켜 잔잔한 감동을 준 작품이다.

<26년>의 예고편에 소개된 등장인물들.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웹툰으로 강풀이 가장 힘들고 조심스럽게 그렸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삼봉 이발소>(2006 파란닷컴)
<안나라수마나라>(2010~2011 네이버 웹툰)
<목욕의 신>(2011~2012 네이버 웹툰)
<방과 후 전쟁 활동>(2012~2013 네이버 웹툰)
<병의 맛>(2018~2019 네이버 웹툰)

하일권(Ha Il-kwon [Ilkwon Ha] 河壹權)
웹툰이기에 가능한 미적 성취

스크린과 세로 스크롤이라는 웹 환경의 특성 안에서 다각적인 미적 실험을 시도한 여러 작가들의 노력은 웹툰이 기존 만화에서 독립된 새로운 범주의 매체로 위치를 굳히는 데 한몫했다.

그중 1.5세대에 속하는 하일권은 웹툰의 표현력을 크게 확장한 작가다. 데뷔작 <삼봉이발소(Sambong Barber Shop)>(2006)에서 종이보다는 PC 스크린에 어울리는 색감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안나라수마나라(Annarasumanara)>(2010~2011)에서는 무채색과 컬러의 대비를 통한 분위기의 변화, 칸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출을 선보였다.

그러다가 한층 원숙해진 연출이 돋보인 <목욕의 신(God of Bath)>(2011~2012) 이후 자신을 비롯한 웹툰 작가들의 작화 기법이 비슷해졌다고 판단한 그는 화려한 연출 대신 한 컷 한 컷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한편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같은 구성을 더하는 전략을 취했다. 스토리의 우울함을 극대화한 <방과 후 전쟁 활동(Duty after School)>(2012~2013)이 바로 그것이다.

하일권의 연출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PC나 스마트폰의 물리적 속성에 맞춰 표현을 확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나라수마나라>나 <방과 후 전쟁 활동>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연출은 이야기의 재미와 정서적 반응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동을 비롯해 스마트폰에 내재된 기능들을 효과적으로 살린 명랑 모험 만화 <고고고(GOGOGO)>(공동 작업, 2015), 공황장애를 겪는 주인공의 절망적인 심리 상태를 몽환적인 연출로 그려 낸 <병의 맛(Taste of Illness)>(2018~2019) 등 작품 거의 대부분에서 이야기와 연출력의 완성도 높은 결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일권은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고민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경향을 보인다. <안나라수마나라> 역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 소녀 가장이 마술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환상적으로 그려 냈다. ⓒ 하일권 / 네이버 웹툰 제공

<교수 인형>(스토리 아루아니, 작화 김칸비, 2007~2008 다음 웹툰)
<우월한 하루>(스토리 아루아니, 작화 김칸비 2008~2009 네이버 웹툰)
<후레자식>(스토리 김칸비, 작화 황영찬, 2014~2016, 네이버 웹툰)
<스위트홈>(스토리 김칸비, 작화 황영찬, 2017~2020, 네이버 웹툰)
<폐쇄인간>(스토리 김칸비, 작화 서재일(Seo JaiIl 徐載壹), 2018~2019 투믹스(Toomics))
<엽총소년>(스토리 김칸비, 작화 홍필(Red Brush), 네이버 웹툰 2021~)

김칸비(Carnby Kim [Kim Kan-bi] 金坎比)
스릴러 장르의 마스터

김칸비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화된 <스위트홈 (Sweet Home)>(2017~2020)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 그는 단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원작자일 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 웹툰의 역사에서 그는 스릴러 장르에 깊이 천착하며 해당 장르의 발전을 이끈 작가로 기록된다.

그가 스토리 작가 아루아니(Aruani)와 함께 ‘팀 겟네임(Team Getname)’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데뷔작 <교수인형(絞首人形)>(2007~2008)과 두 번째 작품 <우월한 하루(Superior Day)>(2008~2009)는 모두 인간의 악마성을 치밀하게 다룬다. <교수인형>은 열 살 남짓한 나이에 살인을 서슴지 않는 ‘교수인형’ 멤버들과 그들에게 살해당할 뻔했던 인물이 성장한 후 벌이는 잔인한 복수극이다. 성인 등급을 받은 <우월한 하루>에선 살인을 통해 우월함을 느끼는 연쇄 살인마와 그를 제압한 바 있는 악독한 킬러, 그리고 그 둘이 만든 게임에 휘말린 선량한 주인공의 고난이 그려진다. <스위트홈>에서 그림을 담당한 황영찬(黃英璨) 작가와의 첫 협업 작품 <후레자식(Bastard)>(2014~2016)의 주인공 역시 연쇄 살인마인 아버지의 강요와 협박으로 공범 역할을 한다.

인간의 잔혹함이 펼쳐지는 그의 작품들에서 주인공들은 흔히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스릴러 작가로서 그는 서사적 트릭보다는 등장인물들을 극단적 상황에 몰아넣은 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양상을 섬뜩하고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스릴러보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장르에 가까운 <스위트홈>이 이전 작품들의 연장선에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괴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괴물이 되면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그럼에도 괴물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인간의 이야기는 그가 지속적이고도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테마다.

<스위트홈>은 독특한 괴물 캐릭터와 강렬한 서스펜스, 섬뜩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일반적인 아포칼립스 장르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주인공의 내적 성장에 포커스를 두었다고 말한다. ⓒ Carnby Kim, Youngchan Hwang / 네이버 웹툰 제공


<3그램>(2012, 미메시스 출판사)
<스트리트 페인터>(2015, 올레 마켓)
<며느라기(SARIN)>(2017~2018,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곤(Gone)>(2019~2020,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수신지(Soo Shin Ji)
주류 플랫폼 바깥에서 시작된 물결

동시대 한국 웹툰에서 <며느라기(SARIN)>(2017~2018)와 <곤(Gone)>(2019~2020)의 수신지 작가가 이끌고 있는 변화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지난 18년 동안 다음과 네이버라는 양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발달한 웹툰 시장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한 연재로 폭발적 인기와 인지도를 얻었다는 점이다.

잠재적 독자가 상주해 있는 플랫폼의 견인 효과 없이도 <며느라기>는 오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이용자들의 입소문과 추천만으로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았다. 플랫폼에서 고료를 받으며 연재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품이 출판된 이후에야 수익이 발생했지만, 거대 플랫폼에 종속된 연재 시스템에서 벗어나 히트작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사건이다.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은 국내에서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페미니즘 이슈를 자신의 작품에 효과적으로 녹여 냈다는 점이다. <며느라기>에서는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대개 남편 집안의 며느리로 귀속되는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다뤘으며, <곤>에서는 낙태 경험 유무를 쉽게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낙태를 경험한 여성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가상의 상황을 그려 냈다. 이 작품은 낙태죄가 어떻게 여성의 신체적 자율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해 강력하게 풍자한다.

웹툰 시장이 양대 포털을 중심으로 양적으로 팽창하자, 어느 순간부터 작가들은 해당 포털의 눈에 들어 자신의 작품이 정식으로 연재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한 성공 사례가 많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도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겨났다. 이러한 때에 주류 플랫폼 밖에서 성공이 보장되기 어려워 보였던 페미니즘 텍스트로 모험을 시도한 수신지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로 독자와 만나는 작가들이 늘어갔으며,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지닌 페미니즘 웹툰이 다수 등장함에 따라 이제는 역으로 포털에서 정식 연재되는 일도 생겨났다. 거대하고 단단한 구조 바깥에서 수신지가 일으킨 작은 파문은 생각보다 강력하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며느라기>의 한 장면. 웹툰 플랫폼 대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매회 수많은 댓글이 올라오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수신지

<외모지상주의>(2014~, 네이버 웹툰)
<싸움 독학>(스토리 박태준, 작화 김정현(Kim Junghyun), 2019~, 네이버 웹툰)
<인생존망>(스토리 박태준, 작화 전선욱(田善旭), 2019~2020, 네이버 웹툰)

박태준(Pak Taejun [Taejun Pak] 朴泰俊)
쉬지 않고 마시게 되는 사이다의 짜릿함

2009년, 박태준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미남•미녀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방송 활동을 하다가 의류 쇼핑몰의 CEO 역할을 맡게 되었고, 데뷔작 <외모지상주의(Lookism)>(2014~)를 통해 웹툰 작가로 전향했다. 이 작품은 네이버에서 아직도 연재 중인데, 첫 에피소드가 공개되던 2014년부터 현재까지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웹툰계에서 박태준은 생태계 교란 생물 같은 존재로 인식되는데, 이는 그의 전력 때문만은 아니다. 박태준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만화계 바깥에서 진입한 작가가 놀랄 만한 수준의 인기를 누리는 경우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그가 웹툰 생태계를 교란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독자들의 말초적 욕망을 자극해 성공하는 법칙을 거의 모범 답안처럼 제시했기 때문이다.

웹툰 독자들은 흔히 ‘사이다(soda)’라 불리는 서사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탄산음료의 톡 쏘는 맛과 향, 시원한 목 넘김처럼 통쾌함을 주는 극 전개를 가리킨다. 이러한 장치는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개연성 있는 해결보다는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를 통해 독자들이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외모지상주의>에선 작고 못생겼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미남의 몸을 얻어 선망의 대상이 된다. <싸움 독학(Viral Hit)>(2019~)에선 힘없고 가난한 주인공이 싸움 기술을 가르쳐 주는 유튜브 계정의 도움을 받아 점차 강해지고, 자신의 싸움을 중계해 인기 유튜버가 된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매우 단순하지만, 독자들에게는 직관적인 쾌감을 보장한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인생존망(囧途人生)>(2019~2020)도 네이버에 동시에 연재되며 최고 수준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그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 준다. 문제는 쉽고 빠르게 쾌감을 주려다 보니 종종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중들의 혐오 정서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번 여성이나 이민자 혐오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해외 시장에서 폭넓은 관심을 끄는 작가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 꼭 해결해야 할 숙제다.

<외모지상주의>의 한 장면. 못생긴 얼굴로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이 완벽한 외모를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네이버 웹툰 ‘도전 만화’에 업로드되자마자 빠르게 상위권에 진출, ‘베스트 도전 만화’로 승격되었고,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2014년 9월부터 정식으로 연재되기 시작했다. ⓒ 박태준 / 네이버 웹툰 제공

2020년 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욕망일기>는 옴니버스 형식의 스릴러물로 박태준 만화회사가 기획하고 제작한 작품이다. 김주인(Kim Juin 金主人) 작가가 스토리와 작화를 맡았다. ⓒ 김주인, 박태준 만화회사(Taejun Webtoon Company) / 네이버 웹툰 제공

위근우(Wee Geun-woo 魏根雨)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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