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인수합병 거래를 위해 한국에 온 마크 테토 씨는 한옥이 자신의 삶을 바꿀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의 예술과 예술가들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게 정말 즐거워요. 저는 예술 학교에 다니지도, 예술이나 예술사, 예술 비평을 공부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예술가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마크 테토 씨는 한옥으로 이사하면서 한국의 예술과 문화에 더 깊은 지식과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전히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나며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배우고 있다.
마크 테토 씨는 한국인들이 보기에 완벽하게 성공한 뉴욕커일지도 모른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공부하고 와튼 경영 대학원 MBA를 취득하고 월스트리트 모건 스탠리에서 투자은행 일을 했다. 그런 그가 왜 맨해튼에서의 생활과 아파트를 떠나 한국에서 새로운 일을 찾고 서울의 높은 지역 골목길 꼭대기에 위치한 한옥에 살게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테토 씨는 2010년 삼성전자에 새로 조직된 글로벌 인수합병 팀에 신입으로 채용되어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하나의 모험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한국 문화와 음식을 좋아했어요. 그게 충분히 위안이 되었죠.”라고 그는 회상했다. 그는 강남에서 일하며 살게 되었고 음식과 밤 문화, 그리고 역동적이고 현대적인 서울의 문화를 즐겼다. 몇 년 후에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와 달리 그는 한국의 전통문화가 주는 매력에 사로잡혔다.
이제 테토 씨는 한국말과 글쓰기를 놀라울 정도로 유창하게 하면서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한국적인 것들에 대해 전문가다. 2018년에 그는 경복궁 명예 수문장이 되었고 1년 후에는 서울시의 명예 시민이 되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북촌에 있는 자신의 한옥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옥은 “한국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더 깊은 지식과 관심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세 개의 목표, 새로운 길
한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토 씨는 한국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 모르지만 세 가지 목표를 향해 노력하기로 했다. 직업적으로 전문성을 키우며 좋은 성과를 내고, 한국어를 배우고, 다양한 직업군의 한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었다.
“어쩐지 이 세 가지를 잘하면 더 흥미로운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5년이 지난 후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회사를 바꾸고, 집을 바꾸고, 갑자기 TV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먼저, 테토 씨는 TCK 투자회사로 옮겼고 이제 그는 이 회사의 공동 CEO이다. 이 회사는 그와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던 오하드 토포르(Ohad Topor) 씨가 처음 만들었는데 서울을 기반으로 글로벌 재정 관련 일을 한다. 글로벌 투자와 함께 테토 씨는 벤처캐피털 영역에서도 활동한다.
두 번째로, 그는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새집이라고 하기보다 오래된 집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가 만난 흥미로운 사람 중 한 명인 박나니 씨는 한옥에 대해 책도 냈고, 그에게 북촌의 한옥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했다. “즉흥적으로 그녀를 따라 이곳에 왔어요. 저는 이사를 할 계획이 없었는데 그녀가 이 집을 보여줬고, 이제 저는 여기 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새로운 지하실을 포함해서 개조된 집은 “삶이 평행으로 펼쳐지는 집”이라는 의미의 ‘평행재(平幸齋)’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에 테토 씨는 JTBC 프로그램 <비정상 회담>에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들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에 대해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때때로 토론이 전통적인 것과 관련되면 그는 자신의 집에 대해 말하게 돼 곤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테토 씨는 한국 문화에 꽤 박식한 외국인으로 각인되었다.
실제로 테토 씨는 필요에 의해서 한국의 전통 가구와 예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래 갖고 있던 가구나 가게에서 살 수 있는 가구들이 자신의 한옥에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가 여기에서 살 작정이면 제대로 집을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공간에 관해 공부하기로 결심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조선시대와 그 당시 사람들 집에 어떤 가구가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감정사에서 수집가로
거실 탁자를 알아보는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해 테토 씨는 예술 감정사, 수집가, 작가, 그리고 강사로 변화했다. 결국 그는 전통 격자문에서 영감을 받아 팔각형 모양의 탁자를 스스로 만들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반닫이는 여기에, 도자기는 저기에 놓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집안의 다른 가구들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었다. 그래서 박물관을 다니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조선백자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다음에 고려청자, 그리고 신라 토기까지 이어졌어요.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만 동시에 앞으로도 나아가게 되었는데, 그건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죠. 달 항아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의 현대 예술가들 이름이 뜨는 거예요. 구본창(Koo Bohn-chang, 具本昌)과 강익중(Kang Ik- Joong, 姜益中) 같은. 백자 달 항아리 패턴이 한국의 현대 예술에도 등장함을 알게 되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고려시대 백자 하나가 부엌의 조리대 위에 놓여 있고 커피는 허명욱(Huh Myoung-wook, 許明旭) 작가의 다채로운 옻칠 구리 컵에 제공된다. 거실에는 구본창 작가의 영묘한 청화백자 사진을 담은 병풍이 있다. 신라 토기 하나는 조선시대 목재 궤를 장식하고 있고 그 위에는 현대의 단색화 그림이 걸려 있다. 벽장에서 테토 씨는 자연스럽게 고대의 나무 도시락통과 통일신라시대 와당을 꺼내와 보여준다.
아래층에 있는 그가 직접 디자인한 옷장의 슬라이드 문을 열면 조선의 책가도에서 영감을 얻어 구성한 선반과 받침대가 나타난다. 여기에 그의 옷들이 수집품처럼 걸려 있다. 손님방의 침대를 마주 보는 벽에는 한지에 프린트한 김희원의 사진이 걸려 있다. 정원으로 난 격자문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방이 확장되고 외부가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테토 씨의 수집품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혼합되어 있고 모든 것이 이야기를 품고 있다. 모든 현대 작품들은 그가 <리빙센스> 잡지를 위해 예술가들을 인터뷰할 때 만났던 사람들이 만들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의 작품이 훨씬 더 의미가 있게 됩니다. 작품은 그저 하나의 오브제가 아니고 나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 거죠.”라고 그는 설명하면서 지승민 도예가가 만든 그릇을 예로 들었다. “이 접시들은 그냥 접시가 아니에요. 제가 작가를 알아요. 그가 결혼하기 전에 아내와 만났죠. 저를 결혼식에 초대했고요. 그래서 이제 이 물건들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한국적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그가 사는 한옥 ‘평행재(平幸齋)’에는 집에 꼭 어울리는 고가구와 도자기, 작품부터 직접 제작한 가구, 소품 등으로 가득하다.
한국에서의 삶 제2장
지난 4년 동안 테토 씨는 50여 명의 예술가를 만났다. 이로 인해 그는 한국의 예술에 대해 소중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자신이 배운 내용을 강의할 기회가 생겼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의 예술에 대한 강의를 처음 요청받았을 때 그는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라고 자문했다. 자신이 진행한 인터뷰와 자신의 집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국의 전통 예술과 현대 예술을 관통하는 세 가지 특징이 보였다. 여백의 미, 자연의 미, 그리고 정이 그것이었다.
“외국인으로서 우리는 조금 다르게 보는 것 같아요. 제가 공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한국적인 것들이 우리에게 아주 대단하게 보인다는 겁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한국의 예술과 예술가들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게 정말 즐거워요. 저는 예술 학교에 다니지도, 예술이나 예술사, 예술 비평을 공부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예술가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테토 씨는 이제 스스로 ‘한국에서의 삶 제2장’이라 부르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5년 동안 한옥에 살고 난 지금의 마크는 아주 다릅니다. 이 공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많은 걸 배우고 저 자신도 변했습니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는 독지 활동을 통해 사회 환원을 하고 싶어 한다. 그는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에 가입해 함께 모금 활동을 펼쳐 일본으로부터 두 점의 귀한 불교 유물을 구입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개인적으로 그는 미국의 수집가로부터 신라시대 수막새 21점을 구입했고 이 또한 박물관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외에도 그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발레단 지원 활동도 한다.
대문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는 작은 정원은 그가 직접 꾸미고 가꾼 꽃과 나무가 계절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새로운 시각
올해 테토 씨는 5월 중순에 열린 ‘2022 박물관·미술관 주간’의 대사로 활동해 주길 요청받았다. 그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위해 몇 가지 이벤트를 주관하고 사회적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뉴욕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몇 개가 있지만 그는 거의 가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박물관과 한옥이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테토 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77,000여 명이다. 그리고 여기에 남겨진 코멘트를 보면 그가 한국의 예술과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많은 사람이 주변의 것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광화문의 사무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을 걸으면서 그는 이웃 동네 느낌을 즐긴다. 한국 문화에 관해 쓴 글에서 그는 이 골목길들이 서울의 얼굴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곳에서 도시의 진정한 삶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입구에 걸려 있는 조선왕조의 한 관료(테토 씨는 이 인물이 누구인지 아직 조사 중이다)가 테토 씨가 신발을 벗는 동안 지켜본다.
많은 한국인이 뉴욕을 동경하지만 테토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한국에서 아주 흥미롭고 다채로운 삶을 찾았어요. 제가 미국에 있다면 대체로 매일 직장에서 일하고 귀가하는 식이었을 거예요. 그게 다였겠죠.” 그리고 아마도 월마트에서 구입한 가구에 앉아 그곳에서 구입한 그릇에 담긴 밥을 먹고 있을 거라고 그는 혼잣말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현관에서 마주하는 평행재(平幸齋)의 수호신이라 부르는 초상화는 20세기 조선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윤정(Cho Yoon-jung 趙允貞) 프리랜서 작가, 번역가
이민희(Lee Min-hee 李民熙)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