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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2023 SUMMER

케이팝 4세대 그룹에 대하여

한국이 만드는 문화 콘텐츠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중심엔 케이팝이 있다. 지금은 주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을 우리는 4세대 케이팝 그룹이라 말한다. 이들은 기존 세대와 무엇이 다르며, 이들이 만들어가는 케이팝 문화는 무엇이 다를까.

에이티즈(ATEEZ)는 ‘10대들의 모든 것(A to Z(A Teenager Z))’이라는 의미를 담은 8인조 그룹이다.
ⓒ KQ 엔터테인먼트

세대론은 시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호사가(好事家)에게 인기 좋은 재료이다. 이전과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발견되면 ‘이것이 바로 새로운 세대’라는 간판을 거는 것만으로도 대중은 새롭게 받아들이며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케이팝도 마찬가지다. 세대를 나누는 정확한 기준이나 룰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전과 다른 특징, 그러니까 그룹 구성 형태나 활동 지역, 콘셉트 등 이전과 다른 뚜렷한 특징이 보이는 그룹이 대거 나타났을 때 이들을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세대로 구분 지었다.


케이팝 그룹 1세대부터 4세대까지
1세대 케이팝 그룹 중 하나이자 국내 최초의 아이돌은 1996년 데뷔한 SM 엔터테인먼트의 H.O.T.이다. 이후 1997년 6인조 그룹 젝스키스가 데뷔하면서 H.O.T.와 경쟁 구도를 만들며 활동했고, 여자 아이돌 그룹으로는 1997년 S.E.S.가, 1998년 핑클이 데뷔해 경쟁 구도를 이어갔다. 이후 2세대로 넘어가기 전 신화, god, 쥬얼리, 보아 등 실험적 특징을 지닌 1.5세대라 아이돌 그룹이 나왔고, 이 시기에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끌면서 ‘한류’ 개념과 일부 일본 언론에서 ‘케이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케이팝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과거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케이팝 1세대 그룹과는 달리 케이팝 2세대 그룹은 친밀한 이미지를 추구하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했다. 대표적인 그룹이 빅뱅,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이다. 이들은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월드 투어를 통해 국내외 대형 팬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국내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뒤 해외에서 활동하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케이팝 3세대 그룹의 특징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 동시 성장을 꾀했다는 것이다. 또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전부터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기도 했다. 또한 케이팝의 질적 향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이를 이끌어낸 주역은 엑소, 방탄소년단, 위너, 레드벨벳, 마마무 등이다.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Jean)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뉴진스가 지난 1월 발매한 앨범 < omg > 의 단체 사진이다.
ⓒ 어도어

지난 4월 발매한 아이브의 앨범 < I’ve IVE > . 아이브는 2021년 데뷔부터 자기애를 기반으로 노래하며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3세대 케이팝 그룹의 출현 이후 케이팝을 이끌어가는 이들은 대륙과 국가 등의 경계에 구애받지 않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까지도 구분 짓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그룹마다 독특한 개성과 세계관을 펼치며 본격 케이팝 4세대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나는 아무튼 뭔가 다르다며 “달라달라”를 외치던 있지(ITZY)가, 어느 날 머리에서 자란 뿔을 부적 삼아 이전 세대와 선을 긋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가, 밀레니엄 어딘가쯤의 향수를 사정없이 자극하며 등장한 뉴진스(NewJeans)가 모두 케이팝 4세대 대표 그룹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으로 10~20대와 정서를 공유하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다.
ⓒ 빅히트 뮤직

케이팝 4세대 그룹의 중요 키워드
케이팝 4세대를 이끌어가는 그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해외 활동이다. 방탄소년단 이전까지 그룹의 해외 활동은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 자신의 데뷔곡인 < ID;Peace B > 를 일본어로 번안해 일본에서 데뷔한 보아(BoA)처럼 선배들이 공들여 다져 놓은 일본 시장 정도를 제외하면 케이팝 가수에게 해외 시장은 여전히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었다. 싸이(PSY)가 < 강남스타일(Gangnam Style) > 로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을지라도, 여전히 도전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한령 등으로 장단 맞추기 바쁜 중국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방탄소년단 이후는 달랐다. 아이돌 그룹과 케이팝,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에 주목하는 시선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로 2020년을 전후해 데뷔한 4세대 그룹은 기획과 마케팅에 있어 ‘해외’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였다. 다양한 국가의 언어 구사가 가능한 멤버를 그룹에 포함하는 건 기본이고, 음악에서 퍼포먼스까지 콘텐츠 전반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활동을 꼭 한국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도 옅어졌으며, 나아가 그룹 구성원 가운데 한국인이 없어도 케이팝은 케이팝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도 늘어났다.

유명 아이돌 그룹이 새 앨범과 관련한 프로모션을 해외 방송을 통해 시작하는 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고, 데뷔 100일 만에 북미 투어를 개최하며 탄탄한 해외 팬덤을 구축한 뒤 본격적인 국내 공략에 나서며 유의미한 성과를 낸 그룹 에이티즈(ATEEZ) 같은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뚜렷한 개성
4세대 그룹의 또 다른 특징은 일명 젠지(Gen Z)라고 불리는 세대와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그룹의 등장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경우 데뷔 당시, 현재 세대 전반에 어린 은은한 우울을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토리텔링으로 주목 받았다. 이들의 곡은 <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 昨天頭髮中長得角) > , <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5點53分的天空下發現的你和我) > , <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Run Away 在九又四分之三站臺等你) > 처럼 제목부터 알쏭달쏭하다.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수수께끼 같은 언어와 감성에 초점을 맞추며 독보적인 면모로 10~20대 팬을 중심으로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갔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그룹의 출현과 동시에 이전 세대와 달리 여성 그룹의 강세가 돋보이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먼저 아이브는 2021년 12월 데뷔 이후 내내 ‘나’에만 집중했다. 나를 사랑하다 못해 나와 사랑에 빠져버린 나르시시즘을 노래하는 이들의 외침은 화려하고 쿨한 그룹의 색과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이 훌륭한 조화는 아이브 싱글 앨범 < Eleven(2021) > , < Love Dive(2022) > , < After Like(2022) >3연속 히트와 2022년 최고의 신인그룹이라는 타이틀, 여기에 케이팝 4세대 그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룹이라는 영광의 왕관을 차례로 씌웠다.

그룹명 있지(ITZY)는 ‘너희가 원하는 거 전부 있지? 있지!’라는 뜻이다. 2019년 당시 데뷔곡 <달라달라(IT’z Different)>로 데뷔 9일 만에 걸그룹 음악방송 최단 기간 1위 달성을 하며 화제가 되었다.
ⓒ JYP 엔터테인먼트



르세라핌은 음악을 관통하는 주체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그룹이다. 2022년 데뷔 초 나의 욕망과 시련에 관해 이야기 한 이들은 지난 5월 우리에 대한 이야기로 메시지를 확장하면서 데뷔 이후 줄곧 이어온 주제를 이어가면서도 한층 확장된 메시지로 존재감을 이어갔다.

뉴진스는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Jean)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처럼 데뷔와 동시에 레트로 감성이 돋보이는 콘셉트와 곡, 안무, 실력 등이 화제가 됐다. 데뷔곡 <어텐션(Attention)>에 이어 <하이프 보이(Hype boy)>도 빌보드 차트에 입성한 것에 이어 10대의 풋풋하고 순수한 콘셉트에 대중이 열광했으며 그 인기는 업계까지 이어져 국내외 광고계를 석권할 정도였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케이팝

에스파(aespa)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아티스트 멤버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현실과 가상의 중간 세계인 디지털 세계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며 성장해 가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 SM 엔터테인먼트

흥미로운 건 케이팝 4세대 그룹 초기 주요 키워드로 언급되던 메타버스를 비롯한 가상 공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수그러들었단 점이다. 해당 논의의 꼭짓점에 놓여 있던 그룹 에스파(aespa) 역시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세계관보다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핵심과도 같은 SMP(SM Performance)를 원형 그대로 재연하는 계승자로서의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는 모양새다.

가상이 아니면 서로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팬데믹 기간, 케이팝이 깊이 깨달은 건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이어줄 수 있는 기술 활용의 중요성이었다. 이는 해당 시기 가장 흥한 케이팝 비즈니스가 가수와 팬 사이를 감정적으로 더 깊게 이어주는 각종 팬 플랫폼이었다는 점만 봐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이다.

그 어느 때보다 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4세대 케이팝의 윤곽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갈 새 시대 케이팝의 지형도도 이제 막 그려지기 시작했다.



김윤하(Kim Yoon-ha 金侖河)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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