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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UTUMN

애니메이션, 웹툰 미디어 믹스의 또 다른 해법

드라마나 영화로 미디어 믹스되던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원작의 매력을 살리는 유효한 전략이면서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도 용이한 방식이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앞으로 더 많은 웹툰들이 애니메이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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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 포스터들. 위부터 < 외모지상주의 > (2022), < 기기괴괴: 성형수 > (2020), <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Dokkaebi Hill) > (2021~2022), <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My Daughter is a Zombie) > (2022).
ⓒ 넷플릭스(Netflix)
ⓒ 에스에스애니먼트(SS Animent Inc.), 스튜디오 애니멀(Studio Animal), SBA
ⓒ 김용회(Kim Yong-hoe, 金龍會), 쏘울크리에이티브(Soul Creative), CJ ENM, KTH, SBA
ⓒ EBS, 두루픽스(Durufix)


최근 인기 웹툰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미디어 믹스의 장르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있다. 우선 2020년, SIU 작가의 < 신의 탑(Tower of God, 神之塔) > 과 박용제(Yongje Park, 朴溶濟) 작가의 < 갓 오브 하이스쿨(The God of High School, 高校之神) > 이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났다. 비슷한 시기에 외모 지상주의 사회를 풍자한 오성대(Sungdae Oh, 吳城垈) 작가의 웹툰 < 기기괴괴(Tales of the Unusual, 奇奇怪怪) > 가 < 기기괴괴: 성형수(Beauty Water, 奇奇怪怪: 整容液) > 라는 제목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가 박태준(Taejun Pak, 朴泰俊) 작가의 대표작 < 외모지상주의(Lookism, 看臉時代) > 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스트리밍했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의 애니메이션화가 거론되고 있으며, 특히 추공(Chugong) 작가의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웹툰 <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 我独自升级) > 의 경우엔 해외 팬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그동안 시장 검증을 마친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들은 많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경우는 드문 일이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효율적인 미디어 믹스

출판된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사례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4천 장의 종이에 그려 넣은 윈저 매케이(Winsor McCay)의 < 잠의 나라의 리틀 네모(Little Nemo in Slumberland) > (1911) 이래로 만화의 애니메이션화는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특히 일본에서 1990년대에 3차 애니메이션 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작위원회(製作委員會)’라 불리는 특유의 미디어 믹스 체계가 있었다. 잡지에 연재된 만화는 단행본 발간, 애니메이션 제작, 관련 상품 제작으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팬덤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출판된 만화를 TV 시리즈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자주 연계해 온 덕분에 만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의 시청자가 될 수 있었다. 반대로어린이 채널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하고 나중에 원작 만화를 접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향유해 온 소비자층은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구조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미지와 대사가 2차원 평면에 그려진 웹툰은 시각만으로 독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웹툰은 가상 세계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정지된 이미지가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화 스타일을 비롯해 의성어, 의태어, 효과선 같은 만화적 표현으로 장면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이렇듯 웹툰에서 구현 불가능한 상상의 세계는 없어 보인다.

웹툰에서 그려진 가상 세계를 영상화하려면 드라마나 영화처럼 실사 영상으로 찍는 방법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SF나 판타지 세계관의 스토리텔링을 드라마나 영화 같은 실사 영상으로 만들려면, 거대한 세트장에서 촬영을 하고 특수 효과 과정도 거쳐야 한다. 제작 공정도 복잡하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반해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제작 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원작 그대로의 매력을 십분 살릴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특히 3D 애니메이션보다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것이 원작의 매력을 살리는 데 유효한 전략이다. 게다가 웹툰 독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하는 행위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판타지 재현에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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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네이버웹툰(NAVER WEBTOON)에 장기 연재된 박용제 작가의 < 갓 오브 하이스쿨 > 6화 장면. 네이버웹툰의 대표 히트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2020년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한국과 일본에서 방영되었다. 우승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격투기 대회에 저마다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참가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 네이버웹툰, 박용제

근래 웹툰계에 나타나는 장르적 특성 중 하나가 판타지다. 주인공이 적대자들을 물리치며 최강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약속된 서스펜스를 보장하는 게임형 판타지나 로맨스 판타지는 실사 영상으로 미디어 믹스하는 것보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편이 원작을 제대로 구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주인공이 게임과 같은 가상의 판타지 세계로 이동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스토리텔링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이 등장하는 웹툰 < 신의 탑 > 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처럼 의지하던 소녀에게 버림받은 주인공이 소녀를 찾기 위해 신의 탑에 오르는 여정을 그린다. 2010년 네이버웹툰(NAVER WEBTOON)에 연재되기 시작돼 지금까지도 매주 업데이트 중인 이 작품이 만약 실사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면 여러 난관에 부딪혔을 것이다.

일단 실사 영화로 웹툰의 판타지 세계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디지털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완성도 높은 특수 효과를 앞세운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감당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제작 기간과 막대한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손으로 그린 이미지는 과장과 생략을 통해 독자들이 이입할 여지를 주는 데 비해 실제 배우들이 등장해 연기하는 장면은 그렇게 되기 어렵다. 독자들이 저마다 상상하는 상(像)과 일치하지 않을 때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즉 실사 영상으로 웹툰의 세계와 캐릭터 구현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설득이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러한 난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물론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적지 않은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지만, 원작이 가진 판타지 세계를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무기이다.

 

잠재 독자층 포섭

웹툰 산업은 웹툰의 영상화와 관련 상품 판매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산업화 체계를 점차 갖춰 가는 중이다. IP(Intellectual Property)의 다각화를 통해 업계에서 글로벌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확고한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존 팬덤을 유지하는 한편 새로운 향유층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장기 연재되는 웹툰의 장대한 스토리텔링은 여러 회차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때 기존 웹툰 독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한편 애니메이션 채널의 주요 타깃층이 어린이라는 점에서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잠재적 웹툰 독자를 미리 포섭해 두는 포석이 될 수 있다. 아직 세로 스크롤, 스마트폰으로 읽는 형식의 웹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웹툰에도 호기심을 느끼도록 애니메이션을 먼저 향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잠재 독자층뿐 아니라 출판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향유해 온 기존 출판 만화 독자들에게도 웹툰의 애니메이션화 전략은 유효하다.

IP를 어떤 장르로 제작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다만 콘텐츠 향유자들의 날로 다양해지는 취향과 원작 구현의 적합성을 고려했을 때 애니메이션화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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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회 작가의 <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Dokkaebi Hill) > 는 2013년 8월 카카오웹툰(Kakao Webtoon)에 첫 화를 공개한 후 현재까지 연재 중인 판타지 웹툰이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부모를 찾기 위해 주인공이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쏘울크리에이티브와 CJ ENM이 TV 시리즈로 제작했고, 어린이∙청소년 대상 방송 채널인 투니버스(Tooniverse)에서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매주 방영되었다.
ⓒ 김용회, 쏘울크리에이티브(Soul Creative), CJ ENM, KTH, S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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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주인은 고양이다 > 는 2020년 3월 카카오페이지(Kakao Page)에 첫 연재를 시작해 이듬해 완결된 HON 작가의 웹툰으로, 지구 정복을 꿈꾸는 고양이와 주변 동물들의 일상을 담았다. 현재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며, 2024년 상반기 방영 예정이다.
ⓒ Cats are Masters of The World Animation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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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2020년까지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이윤창(Lee Yun-chang, 昌) 작가의 <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My Daughter is a Zombie, 僵尸奶爸) > 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진중한 주제 의식과 유머 코드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두루픽스와 EBS 방송이 TV 애니메이션으로 공동 제작하여 2022년 EBS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다.ⓒ EBS, 두루픽스(Durufix)

홍난지(Hong Nan-ji, 洪蘭智)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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