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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WINTER

한옥, 진화하는 집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는 2층 한옥

전통 한국식 건축에서 2층 구조가 보편화되지 못한 이유로 온돌을 위층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과거에는 도시 밀도가 높지 않아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것도 그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이제 2층 한옥은 기술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으며, 주거와 상업 용도로 점점 관심을 끌고 있다.


헤이믈 길 건너편에 최근 문을 연 베이커리 카페 만나밀 실내.
ⓒ 안홍범(Ahn Hong-beom 安洪範)

세종시 한옥마을에 지어진 2층 누각 형태의 카페 헤이믈. 입구의 동그란 월문은 이 카페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 윤준환(Yoon Joon-hwan 尹晙歡)

2000년대 후반 이후 상업 시설로 이용되는 한옥에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벽돌 구조와 목구조를 결합시킨 만나밀은 한옥 카페가 발전하는 모습을 잘 보여 준다.
ⓒ 안홍범(Ahn Hong-beom 安洪範)

주거용 한옥에서 2층 공간은 기존 한옥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서재나 가족실, 취미실 같은 여가 공간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한 한옥에서 2층이 건축주의 작업실로 쓰이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한편 주변 풍광이 좋은 경우에는 시원한 전망을 누리는 누각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건축가로서 2층 주거 한옥 설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처마로 둘러싸인 마당이 있는 1층 한옥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2층을 적절한 위치에 적당한 크기로 올려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집을 만드는 것이다.

한편 최근 세종시 한옥마을에 지은 두 채의 상업 시설은 이제까지의 한옥과는 다른 개념과 형태로 계획되었다. 네덜란드어로 천국이란 뜻의 카페 헤이믈(hemel)은 2층 누각이 차들이 다니는 도로에서도 잘 보이도록 디자인했고, 지하 공간에는 썬큰 마당과 함께 조형적인 계단을 두어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대문으로 디자인한 동그란 월문은 이곳의 상징으로 거의 모든 방문자가 사진을 남길 만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헤이믈에 이어 길 건너편에 지은 만나밀(mannamill)은 베이커리 카페로, 넓은 지하에 빵을 만드는 주방을 두고,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엘리베이터를 놓아 누구나 이동이 편리하게 계획하였다.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관으로, 새롭게 조성된 세종 신도시 속에서 ‘오래된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서양 문물과 우리 전통이 만났던 19세기 말 개화기의 풍경을 떠올리며, 밖에는 붉은 고벽돌을 쌓아 아치문이 있는 파사드를 만들고 뒤로는 마당을 끼고 2층 한옥을 두어 시공간의 깊이감과 함께 이곳에 아이덴티티를 주고자 했다.



조정구(Cho Jung-goo 趙鼎九) 구가도시건축(guga Urban Architectur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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