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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SPRING

기획 특집 : 오늘날 한국 극장, 사람들과 동향

서울의 대표적 연극거리, 대학로

대학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서울의 문화예술 명소인 이 거리에는 반경 2.5km 안에 160여 개의 소극장이 있고 연간 2000편에 가까운 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무대가 펼쳐진다. 연중 언제라도 이 곳에서는 하루에 줄잡아도 150여 가지 공연물이 관객을 맞는다. 한국 연극 시장 매출의 약 80%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의 70%가 이곳을 중심으로 창작 작업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에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찾아서, 또는 그저 그런 거리의 분위기가 좋아 모여 드는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 지금은 ‘한국 연극의 메카’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부터 대학로가 연극을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거리는 아니다. 1975년, 일제 강점기 경성제국대학 시절부터 이곳에 있었던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과 법과대학이 관악캠퍼스로 옮겨가자 학교 건물들이 철거되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캠퍼스를 지켜온 문리과대학 본부 붉은 벽돌 근대식 건물과 세 그루 마로니에 나무가 이 공간의 역사적 상징으로 남았고 이곳에 공원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이 공원을 마로니에 공원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로의 조성 과정

이 공원을 중심으로 붉은 벽돌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그 한 건물에 이후 이 거리가 한국 연극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이 1981년 문을 열었다. 그 뒤로 80년대를 지나는 동안에 샘터파랑새극장, 마로니에극장이 개관했고, 바탕골소극장, 동숭아트센터, 연우소극장, 대학로소극장등 신촌 대학가에 모여 있던 10여 개의 소극장들이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이곳으로 이전해 왔다. 극장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연극협회 등 주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들까지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급부상했다. 때마침 서울 시내 소규모 공연장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이 완화되자 이곳에 수많은 소극장이 줄지어 문을 열었고 극단 사무실, 각종 문화시설들이 더불어 유입되었다. 대학로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 ‘연극 동네’라는 이미지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서울시가 1985년에 대학로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의 기본 구상은 근대미술의 발달을 이뤄냈던 파리의 몽마르트르, 일본 패션 문화의 1번지인 도쿄의 하라주쿠,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처럼, 이 거리를 국제적인 문화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대학로는 세계 각국의 공연예술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연극의 명소가 되었으니,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은 다른 방향에서 큰 결실을 맺은 셈이다.

그즈음부터 대학로는 주말이면 교통이 전면 통제되는 차 없는 거리로 변했다. 서울시의 이런 결정으로 거리의 문화 축제가 더 활발해졌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건물 앞 광장은 각종 전시회, 민속놀이, 시 낭송회, 공연 등이 자유롭게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연극 동네로서의 대학로에 축제의 거리, 젊음의 거리라는 이미지가 더해진 것이다. 이어서 상징적 조형물, 조각품, 공연 포스터 게시판, 티켓박스, 가로등과 벤치 등 문화적 설비가 갖춰지고 마로니에공원을 중심으로 한 평일의 야외공연이 활성화되면서 대학로는 연중 공연이 끊이지 않는 공연예술 지역으로 굳건히 자리잡게 되었다.

 

다양화 되어가는 관객

과거에 대학로가 주로 20-30대가 모여 드는 젊음의 거리였다면 요즈음 이 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매우 다양해졌다. 여전히 젊은층이 관객의 주조를 이루긴 하지만,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나 중장년 부부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볼거리가 풍성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주변의 낙산공원, 이화벽화마을 등을 둘러보던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발길을 옮겨 신기한 듯 골목골목을 누비거나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인근 혜화동로터리 천주교 성당 앞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필리핀 벼룩시장도 대학로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온 볼거리 중의 하나다.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산 식료품, 잡화, 가전제품 등 다양한 물건을 팔면서 자신들의 교류장소로 자리잡아 ‘리틀 마닐라’라고 불리는 이 장터는 벌써 20년이 넘게 열리며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이색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적인 공연예술축제들이 한 해 내내 계속되어 세계 여러 나라의 예술인들을 이 거리로 불러 모으고 있다. 해마다 1월 대학로를 깨우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아시테지 축제(Assitej Festival)다. 이어 신진예술가들의 새로운 무대인 뉴스테이지(New Stage), 아야프(Arko Young Art Frontier)를 시작으로 3월에는 신춘문예 단막극전, 한중일 삼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연출가전이 열린다. 4-5월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연극제인 서울연극제(Seoul Theater Festival)가 열리고 7-8월의 서울변방연극제(Seoul Marginal Theatre Festival), 9월의 대학로거리공연축제(Daehangno Street Performance Festival), 10-11월의 서울국제공연예술축제(Seoul Performing Art Festival)와 대학로소극장축제(Daehangno Small Theater Festival)로 이어진다. 이처럼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축제가 줄지어 벌어져 대학로를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대학로는 한국 문화예술계의 열정과 비전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국내 공연 시장의 기류를 이곳에서 가늠할 수 있으며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의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젊은 연극인들, 그리고 연극 지망생들이 오늘도 이곳에서 꿈꾸고 좌절하며 기량을 닦고 있다.

여러 공연예술축제들은 해외의 공연예술인들을 이 거리로 불러모아 서로의 작품과 예술적 견해를 교류하게 한다. 아동청소년연극축제, 아시테지 축제(Assitej Festival)에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 Festival)와 대학로소극장축제(Daehangno Small Theater Festival)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축제가 거의 한 해 내내 벌어져 대학로를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최윤우 (Choi Yoon-woo, 崔允宇)웹진 <연극in> 편집장,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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