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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AUTUMN

한글, 글로벌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K-Pop 팬들의 필수 어휘

해외의 열성 K-pop 팬들은 자주 만나는 한국어 단어를 종종 발음 그대로 로마자로 표기해 온라인에서 서로 소통한다. 각기 자국어로 번역했을 때 단어가 내포하는 독특한 의미와 재미를 제대로 표현하고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K-pop 팬덤의 글로벌 유대감을 상징하는 새로운 문화 현상이다. 이들이 쓰는 말이 바로 ‘돌민정음’, 즉 ‘아이돌’과 ‘훈민정음’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여기 돌민정음의 몇 가지 설명과 용례를 간단히 엮어 본다.

  • 대박(daebak)

    원래 어떤 일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뜻하는 명사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놀라거나 뜻밖에 매우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내뱉는 감탄사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TV 드라마의 대사 또는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라서 한류 팬들에게 매우 익숙하다.

    대박! BTS의 가 Billboard 차트 1위를 차지했어.
  • 오빠(oppa)

    원래 여동생이 손위 남자 형제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지만, 가족이 아닌 경우에도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에게 사용할 수 있다. 단, 화자와 청자가 서로 격의 없이 친밀한 관계일 때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K-pop 여성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남성 멤버를 오빠라 부르며 팬심을 표현한다. 최근에는 남자 친구나 남편을 부를 때도 흔히 사용되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오빠는 춤은 잘 추는데 노래 실력이 못 미쳐서 안타까워.
  • 멘붕(menbung)

    영어 단어 ‘멘탈(mental)’과 한국어 단어 ‘붕괴(bunggoe meaning“breakdown”)’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을 겪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사용된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해체된대. 너무 멘붕이야.
  • 아이고(aigo)

    아프거나 힘들 때, 놀라거나 기막힐 때, 반갑거나 좋을 때, 당황하거나 절망했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감탄사이다. 누군가를 꾸짖을 때도 한탄하는 의미로 이 말을 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이 단어가 나이 든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옛날 말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저 어감이 좋은 재미있는 말이다.

    아이고, 죽겠다. 날씨가 왜 이렇게 덥냐.
  • 애교(aegyo)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가져야 하는 자질로 인식되어 왔으며, 반대로 애교가 있는 남성은 남성성이 결여된 것으로 폄하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별을 떠나 누군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했을 때 이 말을 사용한다. K-pop 팬들에게는 필수적인 단어로 알려졌다.

    그 보이 그룹의 막내는 애교가 많다.
  • 막내(maknae, or mangnae)

    여러 형제자매 중에서 맨 나중에 태어난 가장 어린 사람을 말한다. 조직이나 단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보통 막내는 형들이나 언니들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으며, 실수나 잘못을 저질러도 용인되는 경우가 많다. K-pop 팬들은 한 그룹의 멤버들을 나이를 기준으로 형·언니 라인과 막내 라인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Hey 막내야, 물 한 잔만 갖다 줄래?
  • 페이크 막내(fake maknae)

    실제로 막내가 아니면서도 막내처럼 귀엽거나 어리게 구는 멤버를 가리킨다. 형이나 언니들이 막내처럼 굴면 수직적이고 무거운 팀 분위기가 밝아지는 측면이 있다. ‘evil maknae’라는 표현도 있다. 일반적인 막내처럼 고분고분하지 않고, 형과 언니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심한 장난꾸러기를 말한다. K-pop 팬들이 한국어 단어와 영어 단어를 섞어서 만든 대표적인 신조어다.

    제일 어려 보이는데 저 형 나이가 서른이 넘었다고? 페이크 막내가 틀림없군!
  • 귀엽다(kyeopta/kyopta, or gwiyeopda)

    해외 K-pop 팬들이 한국어 단어 ‘귀엽다(gwiyeopda)’의 로마자 표기를 발음하기 쉽게 변형한 것으로, 한국어 단어의 발음이 현지화된 특별한 사례이다.

    이 강아지 정말 귀엽다. (This puppy is really kyeopta.)
  • 자기야(jagiya)

    자기’는 사전적 정의로는 자기 자신을 뜻하는 명사이며, 앞에서 이미 언급된 사람을 다시 가리키는 3인칭 대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타인을 부를 때 쓰는 격조사 ‘야’는 이 단어 뒤에 붙을 수 없다. 그러나 구어체에서는 연인이나 배우자를 좀 더 살갑고 애교스럽게 부를 때 ‘자기야’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K-pop 팬들은 명사와 조사가 결합된 이 말을 “My Korean jagiya”처럼 명사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야, 잘 자. 내 꿈 꿔.
  • 사생(saseng)

    ‘사생활’의 줄임말로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극성 팬을 가리킨다.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몰래 사진을 찍는 것에서 나아가 집을 알아내 무단 침입하는 이들도 있다. 스타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질수록 팬덤 내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사생에 빠지게 된다는 분석이 있다.

    얘들아, 우리 나쁜 사생 팬이 되지는 말자!
  • 눈치(nunchi)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을 뜻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대체로 대인 관계가 원만하고,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반면에 이 낱말은 종종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해 소신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인다.

    태형이는 눈치가 빨라서 내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금세 알아.
강우성(Kang Woo-sung 姜宇城) 『K-Pop Dictionary』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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