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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WINTER

생활

북스앤모어

날것 그대로의 솔직함이 주는 감동

'혼혈 한국인 이야기’ (원제: Mixed Korean: Our Stories)

김세리사, 김러셀소라 외, 299페이지, 전자책 9.99달러, 인디애나, 트루페니 출판사 2018

"혼혈 한국인 이야기"는 제목이 시사하듯 혼혈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을 갖는 다양한 필자의 글을 담은 모음집이다. 이 책의 많은 필자가 미국에서는 ‘잊힌 전쟁’이 된 한국전쟁 동안 혹은 전후에 한국인 여성과 미군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전쟁이 잊힌 것처럼,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무시되어 버린 것처럼 갈등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종종 잊히거나 무시되었다. 한국에서는 부끄러워해야 할 존재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은 반면 마침내 자신의 고국으로 여기게 된 나라에서는 외부자의 위치에 놓였다.

물론 이런 묘사가 모든 필자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이 모음집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하나의 공통된 경험으로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그 경험이란 다름 아닌 어울리지 못하고, 소속되지 못하고, 스스로를 결코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명확하고 잘 정의된 이름표를 붙인 상자 속에 사람을 구겨 넣고 싶어 한다. 세상은 아무래도 복잡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곳이라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단순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이를 환영한다. 그런데 당신이 어떤 민족이라는 부류에 깔끔하게 속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당신이 완전한 백인 또는 흑인, 혹은 아시아인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경우 ‘이국적인 사람’이 될 테고, 최악의 경우엔 인간이 아니게 된다.

각자의 경험이 크게 다를지라도 책의 필자들은 모두 틀에 깔끔하게 속하지 못하는 게 어떤지 안다. 이들의 이야기는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더 자주 눈물샘을 자극한다. 인생의 긍정적인 순간들에 대한 감사함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긴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날것의 상처, 온전히 아물 수 없을 듯한 상처로 인한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둘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우리는 고통과 비애를 느끼면서 동시에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 어떤 틀에 완벽하게 속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감정 역시 그렇다.

사실 누구도 한 가지 틀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기 때문에 이름표를 붙여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기만할 뿐이다. 이 같은 이름 붙이기가 불러오는 진짜 비극은 바로 공통점이 아니라 차이점을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일이 안타까울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타인과 나의 닮은 점보다는 다른 점을 먼저 보는 것이다. 그래서 열등한 ‘타자’를 상정함으로써 결속하는 민족주의와 인종주의 같은 다양한 이념을 좇게 되고, 이런 경향은 오늘날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듯하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은 자신의 살갗을 열어젖혀 우리 앞에 뛰는 심장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심장은 필자들이 감내한 시간과 가족의 사랑으로 인해 강해졌으나 여전히 상처받기 쉽고 아프기도 하다.

여기 실린 이야기를 읽고 감동받지 않기는 어렵다. 공동체를 찾고 있는 혼혈인이든 엄격한 틀을 넘어선 새로운 이해를 얻길 원하는 사람이든 이 모음집이 보여주는 날것 그대로의 솔직함은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너무도 많은 사회 지도자들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이 책은 우리가 서로에게 좀 더 가까워지는 여정에 한 걸음 내딛게 해준다.

사랑받는 옛 이야기의 현대판 리메이크

‘토끼전 2020’

저자 박덕규, 브라더 앤서니 & 가백림 번역, 185페이지, 16.95달러, 뉴저지, 호마&세키 출판사 2019

이 책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한국 고전소설을 현대식으로 재창작했다. 자라에게 속아 바다 궁궐로 가게 된 토끼에 대한 이 이야기에서 깊은 바다 속 생물들은 토끼의 배를 갈라 꺼낸 간으로 병에 걸린 용왕을 치료하고자 한다. 물 속 궁전에서 동물들이 말을 하는 환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봉건사회인 당시 현실을 비판하는 사회정치적 은유로 읽힌다. 이야기는 적어도 12세기에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나 판소리와 소설의 형태로 오늘날 잘 알려져 있다.

현대 관객을 위해 이 유명한 이야기를 재창조하면서 작가는 액자 구조로 소설을 시작한다. 신의 계시와 신비한 고서에 대한 꿈같은 이야기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야기 자체는 중세시대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지만 플롯과 인물은 현대화되어 깊이와 복잡성이 더해진다. 중세 시대에 뿌리를 둔 이야기지만 흥미롭게도 사회정치적 은유는 여전히 꽤 유효해 보인다.

저자는 이 책이 번역과 각색을 위한 자료로 쓰일 것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연극으로, 뮤지컬로, 소설로 읽힌다. 장르가 무엇이든 간에 원래 이야기를 고전으로 만들어준 고유의 묘미와 매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바다 궁궐을 오가는 토끼의 모험에 동행하는 즐거움을 누려본 적이 없다면 이번이 기회다.

케이팝 팬을 위한 필수 방문 사이트

'숨피'

soompi.com, Viki Inc.

숨피는 한국 대중문화 소식을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가장 오래된 영문 사이트로 생긴 지 20년이 넘었고 이젠 심지어 메인 사이트가 스페인어 버전으로도 제공된다. 지금은 케이팝으로 알려진 거대한 문화 현상의 선구자 그룹 중 하나였던 H.O.T의 팬에 의해 1998년에 만들어졌다. 이름이 ‘숨프’라 알려진 이 팬은 다른 팬들과 함께 케이팝에 대한 사랑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원했다. 이 사이트는 이후 음악 외에도 영화와 텔레비전 등 연예인과 관련된 케이팝 문화의 모든 면을 다루는 뉴스 매체로 성장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세계 각지의 기고자와 편집자가 함께한다.

메인 사이트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에 관한 최근 뉴스와 스타들의 근황을 보여주는 비디오, 그리고 당신이 한국 드라마의 어느 인물과 닮았는지, 혹은 데이트에 아이돌 누구를 선택할지 알려주는 퀴즈도 있다. ‘커뮤니티’ 페이지에서는 기고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직접 올릴 수 있다. 아주 활발하게 운영되는 ‘포럼’에서는 회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방문자들은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볼 수 있다. ‘한류’에 죽고 못 사는 팬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사이트이다.

찰스 라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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