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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UMMER

기획특집

사찰음식: 미망과 욕심을 버리는 길 기획특집 3 안온한 고향 같은 한 끼

비구니 스님들이 세상을 보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밥을 짓고 뒷산에 나는 나물로 반찬을 해서 방문객들을 대접하는 산골 암자가 있다. 경북 문경에 있는 대승사의 암자 윤필암이다. 지난 봄 이곳에서 체험했던 한 끼의 따뜻함은 곧 마음의 온도이기도 했다.

쑥, 미나리, 유채, 냉이 등 암자 주변 산에서 캐낸 자연산 재료와 문경 5일장에서 사온 제철 채소들을 조리해 윤필암 비구니 스님들이 방문객을 위해 차려 낸 한 끼 밥상이다.

윤필암 주지 공곡 스님이 암자 뒷산에서 봄철 산나물인 곰취를 뜯고 있다. 향이 강하고 맛이 독특한 곰취는 생으로 먹거나 간장에 절여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봄꽃이 피면 소설가 김훈(Kim Hoon 金薰)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을 읽는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더니 어떤 문장은 꽃을 가득 품은 창밖 풍경처럼 읽힌다. 가령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나 “절정에 도달한 동백은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 버린다” 같은 구절은 이제 책 속 문장이 아니라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그러므로 윤필암에서 피기 시작한 꽃들을 보며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 피어난다”는 문장을 기억해 내는 것은 내게 자연스런 일이다. 봄이 왔음을 느낄 때마다 그렇다. 산수유 꽃도 벚꽃도 매화도 꽃이 아니라 혹독한 겨울을 견딘 나무가 낮에 꾸는 꿈처럼 보인다. 윤필암 마당에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 투성이였다. 스님들이 기거하는 방 주위에는 매화가 피어 있고, 그 곁에 노란 복수초와 보라색 깽깽이풀이 피어 있었다.

선방의 문을 열었을 때 스님이 차를 내리고 커피콩을 절구에 담아 빻고 있었다. 내가 마셔 본 어떤 커피보다 진하고 풍미가 강했다. 원두 종류를 여쭈었더니, 그저 평범한 원두라고만 했다. 커피를 드립하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 후에야 커피 맛이 각별한 이유를 알아챘다. 스님은 빻아 놓은 원두를 아낌없이 부어 아주 작은 양만 드립해 추출하는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2~3초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족히 30분은 걸렸다. 추출 방식이 더치커피와 비슷했다. 이런 특별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스님이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 쓰는 시간 덕분이었다.

경상북도 문경 사불산 자락에 안겨 있는 윤필암은 1380년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승사의 부속 암자로 비구니 선원이다. 윤필암의 전각 중 하나인 사불전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는데, 이곳 스님들은 그 대신 창 밖에 보이는 사불산 정상의 사면석불을 향해 참배한다.

아름답고 분주한 주방
절에도 원두가 있다. ‘원두(園頭)’는 농사 짓는 스님을 뜻한다. 원두 스님은 고추, 상추, 오이, 시금치, 해바라기, 호박, 근대 같은 채소를 재배해 주방에 공급해 주는 소임을 맡는다. 선원의 운영과 규칙을 서술한 원나라 때의 불서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의「열직잡무」(列織雜務) 편에는 “원두는 근고(勤苦)를 아끼지 말고 몸으로 솔선해야 한다. 채소를 파종해야 할 시기를 놓치지 말고, 물을 주고, 채소가 결핍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스님이 말했다.
“저는 모든 걸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요. 복잡하고 힘들게 하는 건 제 방식이 아닙니다. 저는 잠도 많고 틀에 박힌 형식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죠. 또 방석에 앉아 묵언 수행하는 것만 수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바쁘게 손을 움직여 밥을 짓고, 차를 내리고, 그것으로 사람을 살피는 것도 다 수행이에요. 내가 지은 밥을 먹고, 차를 마신 사람이 건강하고 평온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그 모든 행동이 수행인 거죠.”

농부는 아니지만 농부이며,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이며, 셰프는 아니지만 뛰어난 셰프인 수행자와 마주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법명은 ‘공곡’이다.

윤필암은 수덕사 견성암, 오대산 지장암과 함께 국내 3대 비구니 참선 수행 도량이다. 이 작은 암자는 밤낮 없는 용맹정진을 위해 들어온 비구니 스님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곳이다.

자연 채광이 되는 윤필암의 주방은 벽 여기저기에 햇빛이 만든 다양한 그림자가 그림처럼 걸려 있었다. 아름다운 주방이지만, 종일 분주하다. 끼니때마다 몇십 명 분의 밥과 반찬과 국을 해야 하고, 초파일 근처에는 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더 바쁘다.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민 칼국수도 만드는 곳이라 쉼 없이 뭔가를 두들기고, 으깨고, 섞으니 역동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다. 주방 안에 놓인 바구니마다 뒤꼍에서 뜯어오거나 혹은 문경 5일장에서 사온 쑥, 냉이, 삼동초, 머위 같은 봄나물이 소복하고 솥에는 국수에 쓸 육수가 뭉근히 끓고 있다.

공곡 스님이 쑥버무리를 만들기 위해 부드러운 어린 쑥을 멥쌀가루에 버무리고 있다. 쑥버무리는 봄철 즐겨 먹는 떡이다.

쑥국은 3월 20일쯤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그 즈음 쑥은 작고 연하다. 그때 뜯어 둔 쑥으로 스님은 쑥차도 만들고, 남은 쑥으로는 비누도 만든다. 쑥뿐 아니라 산에서 나는 모든 것이 재료가 된다. 뽕잎, 민들레, 귤 껍질, 율피는 차로도 비누로도 만들 수 있고, 바를 수도 또 먹을 수도 있다. 달빛에 오이가 열렸나 발바닥이 가려울 정도로 궁금해 나갔다가 주렁주렁 열린 오이를 보고 오이소박이 200개를 담갔다는 스님 얘기에 웃음이 났다. 달빛을 보고 오이가 궁금해지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스님이 음식을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반죽을 밀대로 밀어 칼로 자른 칼국수가 함께 나왔기 때문이다. 상을 차려 냈을 때는 점심때가 넘어 허기가 질 때였다. 국수 옆으로 쑥버무리와 냉이, 시래기가 보였다. 어떤 것은 집 간장으로 간을 하고, 어떤 것은 된장으로 간을 했다. 검은 콩과 약콩을 넣어 지은 밥 옆에 가지런히 놓인 된장찌개를 보니, “된장 국물과 냉이 건더기와 인간은 삼각 치정 관계”라는 김훈의 글이 다시 떠올랐다. 이 삼각은 어느 한쪽이 다른 두 쪽을 끌어안는 구도의 치정이다. 그래서 이 치정은 평화롭다. 속이 좋지 않을 때 된장찌개나 된장국을 먹으면 속이 가라앉는 기분이 드는 것도 그래서다.

유채와 쑥전을 먹었다. 아삭거리는 유채에서는 산뜻한 봄기운이 느껴졌다. 쑥전은 밀가루를 최대한 얇게 펴 발라 특유의 향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상추나 깻잎이 아니라 미나리가 쌈처럼 깨끗하게 정리돼 상에 올라온 것도 흥미로웠다. “도시에서 온 촌놈들에게 미나리 맛 좀 보여 줘야지”라는 스님의 말을 들었던 터라 봄에 먹는 미나리는 약이지 싶었다. 하나를 집어 장을 발라 밥과 함께 입 안에 넣었더니, 씹기도 전에 미나리 향이 입 속에 차올랐다. 호두와 아몬드를 간장에 살짝 볶은 밥 반찬은 간식처럼 느껴져 자꾸만 손이 갔다. 노란 매실 장아찌를 한 입 넣자 아삭거리는 식감과 함께 달콤함에 입맛이 돌았다. 지금도 입 안에 침이 콱 고인다.

 

공곡 스님이 칼국수를 만들기 위해 밀대로 얇게 민 밀가루 반죽을 펴고 있다. 칼국수는 스님들이 좋아하는 별식이다.

수행자의 조리법
레스토랑 담당 기자로 일하던 시절, 여러 식당을 취재하며 셰프들에게 알아낸 맛있는 음식의 비결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내라는 것이 있다. 3만 피트 이상의 고도 때문에 맛있기가 힘든 기내식조차 ‘샐러드는 차갑게, 빵은 따뜻하게, 커피는 뜨겁게’라는 원칙만 지켜도 맛이 좋아진다는 얘기다. 갓 지은 뜨거운 밥, 불에서 내렸는데도 뚝배기에서 아직 끓고 있는 된장찌개, 방금 간을 한 나물…. 윤필암의 한 끼는 재료를 손질하는 시간은 길지만 그것을 조리해 내는 시간은 짧다. 기본기를 잘 지킨 식단이다.

그러나 음식을 맛있게 하는 더 본질적인 방법이 있다. 음식에 시간과 계절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발효된 장이 깊어지는 것도, 김치가 숙성되는 것도, 커피가 맛있어지는 것도 그런 이치다. 공곡 스님이 앉아서 참선하는 것만 수행이 아니라 차를 따고, 덖고, 발효시키는 그 모든 과정이 수행이라고 말한 것 역시 그런 이치와 무관치 않으리라. 스님이 직접 매화나무 아래까지 나를 데리고 갔다. 그녀는 차로 만들기 좋은 매화를 보여 주었다. 아직 피지 않아 봉오리 안에 꽃을 꽉 머금고 있는 매화였다. 3월 중순경의 매화는 차를 만들기에 좋다. 이렇게 딴 매화를 며칠이고 그늘에 말리고, 꽃봉오리 아래 맺힌 푸른 싹은 일일이 뜯어내 풋맛을 제거해 우리면 한 잔의 매화차가 된다고 했다. 스님은 순식간에 열댓 개의 봉오리를 따더니 내 손안에 꼭 쥐어주었다. 손바닥을 펴보니 자그마한 봉오리에서 봄 향기가 났다. 한 잔의 매화차를 마신다는 것은 봄의 기운을 마신다는 뜻이다.

절에서의 식사는 재료의 원형질과 한계를 동시에 먹는 일이다. 그것은 관성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허기를 채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준다. 공곡 스님이 차려 준 밥을 먹는 행위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일종의 ‘체험’이다. 스님이 내준 밥상 위의 음식들을 보며 “우리가 봄을 함께 먹는군요”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시인의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팩트다. 우리가 먹은 것은 음식이 아니라 계절이며, 혹독하고 매서운 겨울을 뚫고 기어이 싹을 틔운 봄의 초록 기운이다. 이때 음식은 몸을 살리는 약으로 승격된다.

우리가 먹은 것은 음식이 아니라 계절이며, 혹독하고 매서운 겨울을 뚫고 기어이 싹을 틔운 봄의 초록 기운이다. 이때 음식은 몸을 살리는 약으로 승격된다.

마음의 안전 지대
“얘들아, 너네들 밥은 먹었니?”

근처 문경대학교 학생들이 피크닉을 하다 절까지 찾아온 모양이었다. 점심을 먹었다는 아이들에게 스님이 주방에서 가져온 꽈배기 도너츠를 나눠 주었다. 학생들은 꽈배기를 든 손으로 연신 봄꽃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겨울로 시작해 봄으로 끝나는 얘기를 유독 좋아한다. 그 이유는 힘들었던 청춘의 어느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도의 바라나시에 머물 때 심각한 설사병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2005년 2월 22일, 배우 이은주(Lee Eun-ju 李恩宙)가 죽던 날이었다. 그날, 같은 숙소에 머물던 여행자에게 아끼던 배우의 자살 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해졌다가 무슨 마음인지 없던 힘을 쥐어짜 오토 릭샤를 타고 바라나시에서 10여 킬로미터를 달려 녹야원(鹿野苑)이라는 절에 갔었다. 모태 신앙인인 내가 절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녹야원에선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한 여행자의 말 때문이었다. 나는 염치 불구하고 스님이 내준 된장국과 김치를 꾸역꾸역 참 맛있게도 먹었다. 그 밥을 먹고 살 기운을 냈다는 것이 얼핏 그렇고 그런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스님의 밥을 먹은 덕에 자이푸르의 사막을 여행할 수 있었다. 나는 음식이 사람을 살린다는 사실을 그렇게 온몸으로 느꼈었다.

친구에게 배신당한 충격으로 직장까지 그만두고 강원도의 할머니 집으로 잠적하듯 떠난 사람의 얘길 들었다. 울음으로, 침묵으로 보내던 며칠, 배가 고파 밥을 지어 먹다가 문득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것은 야근이 계속되던 날, 편의점 도시락, 컵라면, 샌드위치로 바쁘게 때우던 끼니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지은 밥이 주는 힘이었다. 어느 날은 머릿속 시끄러운 목소리가 아니라 ‘몸이 하는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위장이 꼬르륵거린다, 밥 짓는 냄새가 좋다, 밥알이 달다 같은 우리의 위장이, 코가, 혀가 속삭이는 이야기 말이다.

퉁퉁 부은 눈으로 밥을 먹던 어느 날, 고향이 꼭 장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 허기가 육체적 배고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씹을수록 단 쌀알 하나에도 냉이 된장국 안에도 고향은 있다. 스님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절은 산이 정원이에요.”

윤필암 여기저기에 꽃이 피었다. 산천에는 나물이 가득하다. 지치고 약해진 어느 날, 우리에겐 당장 돌아갈 수 있는 고향, 마음의 안전 지대가 필요하다. 윤필암도 그런 곳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정성이 가득한 집밥 같은 절밥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하루키의 여행법』(邊境‧近境)에 나올 것 같은 식당이다. “아저씨, 파가 없는데요?”라고 물으면 “뒤꼍에 가면 얼마든지 있으니 드시고 싶은 만큼 캐다 드세요”라고 말할 것 같은 그런 식당 말이다. 한적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어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지만, 25년째 한결같은 맛의 사찰 음식을 내는 ‘걸구쟁이네’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온종일 들고 나는 손님들로 붐빈다.

경기도 여주 사찰음식 전문점 ‘걸구쟁이네’의 나물 위주로 차려진 건강한 밥상이다. 이 식당은 자연스러운 맛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도토리 가루 반죽에 제철 야채를 채 썰어 둥글게 싸서 기름에 지진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나오는 전병. 전채로 나오는 음식 중 한 가지이다.

주인은 “사찰 음식을 만든다기보다 몸에 좋은 집밥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대한다”고 했다. 이 집의 음식은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등 맛과 향이 강한 오신채를 쓰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화학 조미료나 육류, 어류, 젓갈류를 일체 쓰지 않은 채식 식단으로 꾸려져 있다. 어떤 음식이든 간을 세게 하지 않아 짜고, 달고, 강한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미각을 순하게 만든다.

기본에 충실한 음식은 부드럽지만 단단하다. 제철, 로컬 음식을 기본으로 해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고, 재료의 맛을 음미하다 보면 씹는 속도가 저절로 느려져 많이 먹지 않아도 배가 든든해진다.

음식은 앞상과 뒷상으로 나누어져 나온다. 앞상에는 찐 두부와 샐러드, 연을 넣은 김치말이 국수 등이 나오고, 뒷상에는 제철에 먹을 수 있는 나물들과 곤드레나물 밥, 배추 된장국 등이 나온다.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지만 엄마가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만들어 주는 그런 종류의 음식들이다. 곤드레나물 밥은 반찬 없이 단품으로만 먹어도 별미이고, 후식으로 나온 국화차도 향기롭다. 주인은 사시사철 여러 가지 차를 만들어 놨다가 그 계절의 맛을 가장 잘 표현하는 차를 내놓는다.

이곳은 2012년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손님이 늘자 지인이 서울에서도 이 집의 음식 맛을 보여 주고 싶다고 해서 분점을 냈다. 하지만 재료비를 구하는 수고로움과 재료 가격 상승 때문에 식당의 채산성이 맞지 않아 분점은 1년쯤 후 그만두었다.

그날그날 상태가 좋은 자연 재료들을 골라 쓰기 때문에 반찬의 구성은 계절에 따라, 시기에 따라 변한다. 정성스런 사찰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들러볼 만한 곳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약 1시간 남짓 거리에 인근의 역사 깊은 신륵사도 들릴 수 있다.

제철, 로컬 음식을 기본으로 해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고, 재료의 맛을 음미하다 보면 씹는 속도가 저절로 느려져 많이 먹지 않아도 배가 든든해진다.

미슐랭 스타 받은 고품격 식단

서울 도심 조계사 건너 편에 위치한‘발우공양’은 아시아 최초로 사찰 음식으로 미슐랭 가이드 별을 받은 식당이다. 2017년 이후 3년 연속 미슐랭 1스타를 받아 해외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덕분에 35% 이상의 손님은 유럽과 미주,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찾아온다. 점심에는 예약하지 않고 식당을 찾을 경우 자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연근 초절임, 우엉 구이, 버섯 강정, 녹두전(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구성된 이 상은 전채 요리 다음에 제공되며, 사찰 음식의 육미(六味) 중 담백한 맛을 내는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서울 도심의 사찰 음식점 ‘발우공양’의 상차림이다.

‘발우공양’은 미슐랭 가이드 별을 받은 곳으로,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내부가 꾸며져 있고 음식이 코스를 따라 차려져 나온다.

메뉴는 점심에만 제공되는 선식(3만 원)을 비롯해 원식(4만 5천 원), 마음식(6만 5천 원), 희식(9만 5천 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소 가격이 비싸지만, 코스를 따라 음식을 내올 때마다 직원이 식재료나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단단한 은행나무를 골라 9번 옷칠한 발우가 음식의 품위를 높인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중 간장, 된장, 현미식초, 백년초, 두부 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는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에서 직접 담거나 빚거나, 발효시킨 것들이다.

원식으로 제공된 음식 중 눈에 띄는 것은 표고버섯과 배를 갈아 얹은 우리 밀 냉면과 각종 나물, 채소, 견과를 넣어 빚은 만두였다. 발우공양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모듬버섯 강정’은 3년 된 고추장과 조청을 넣고 졸여 달콤하고, 두툼한 표고버섯의 식감은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마늘을 넣지 않고 만든 다양한 종류의 김치는 끝 맛이 개운하고 아삭한 맛이 살아 있다.

물쑥뿌리나 금귤, 전호나물, 초석장처럼 특정 계절, 혹은 울릉도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식재료를 넣은 것도 이 음식점만의 특징이다. 같은 건물의 1층에는 ‘한국사찰 음식문화체험관’이 있어서 사찰 음식을 직접 배워볼 수 있다. 스님에게 직접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재료와 조리법은 물론이고 1,700년 된 한국 사찰 음식의 유래와 음식에 대한 태도까지 배울 수 있다.

마늘을 넣지 않고 만든 다양한 종류의 김치는 끝 맛이 개운하고 아삭한 맛이 살아 있다.

백영옥 (Baek Young-ok 白榮玉)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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