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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WINTER

기획특집

강원도: 산의 나라, 신화와 기억 기획특집 3 강원도의 겨울을 즐기는 몇 가지 방법

한반도에서 겨울을 즐길 수 있는 최적지는 강원도다. 스키를 비롯한 동계 스포츠는 물론 설경 속 트레킹도 가능하다. 게다가 세계적 겨울 축제로 인정받고 있는 화천 산천어(山川魚)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축제가 열려 말 그대로 신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태백산 정상에 있는 3기의 천제단 중 하나인 장군단은 매년 새해 아침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기원을 올리는 전통이 있다. 태백산은 출발 지점부터 이곳 장군봉까지 4시간가량 걸리는 쉽지 않은 등산 코스이지만, 눈꽃이 아름다워 겨울 산행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다른 계절이라고 해서 찾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강원도 여행은 누가 뭐라 해도 추운 겨울이 제격이다. 그리고 겨울 강원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은 온몸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산행과 트레킹이다. 그런 묘미를 잘 알고 있기에 지난해 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주저없이 태백산으로 향했다.
봄이면 화사한 진분홍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과 가을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천상의 화원을 이루는 태백산이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시 순백의 눈꽃이 피는 겨울이다. 추위가 옷 속으로 파고 들지만 등산로 길목에 핀 눈꽃이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어 마치 은어떼처럼 보이는 이런 장관을 겨울 산행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본단 말인가. 하지만 발목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치며 태백산 정상까지 가려면 거리가 무려 4km다. 여름엔 2시간으로 거뜬할 거리이지만, 눈 쌓인 겨울엔 4시간은 족히 걸린다. 일명 ‘깔딱고개’라고 불리는 구간은 숨이 거의 턱에 차오를 정도가 되어서야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가혹하기만 한 산은 없다. 천제단(天祭壇)만 넘어서면 이후로는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한겨울에도 쉼 없이 흐르는 땀을 차가운 바람이 식혀줄 때쯤 숲 사이로 백두대간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눈꽃으로 시작한 겨울 산행은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주목 군락지로 갈무리된다. 날카로운 겨울 바람을 견디며 의연하게 서 있는 주목은 앙상한 몸속에 다가올 짙푸른 생명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곳 주목 군락지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살았다”고 표현했는지 모른다.
태백산 설경만치나 눈 내리는 날의 평창 월정사 길도 일품이다. 천지를 뒤덮은 눈밭 사이로 발자국 하나 찍혀 있지 않은 전나무 길을 걸으면 그야말로 사방이 고요해진다. 적막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의 고요가 거기에 있다. 마치 눈이 주변의 모든 소음을 빨아들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른 새벽 발길을 재촉하는 스님의 가사 장삼 아래로 다시 눈이 내리는 월정사의 풍경을 봤다면, 강원도의 겨울을 절반쯤은 본 셈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겨울 축제
겨울 산행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다양하게 펼쳐지는 겨울 축제 기간에 강원도를 찾는 방법이 있다. 매해 1월에 열리는 태백산 눈축제의 핵심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하고, 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멋스런 눈조각에 있다. 태백산 눈축제를 찾는다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눈조각가들이 장인 정신을 발휘해 완성시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2018년 1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다양한 눈조각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눈축제에 와서 비단 눈만 즐거운 것도 아니다.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비닐 눈썰매장도 있고, 아이들에게 인기가 그만인 얼음 미끄럼틀도 있으며, 연인이나 가족들이 오순도순 이야기하기 좋은 이글루 카페도 있다. 가족을 동반한 여행객이라면 태백산 민박촌 앞 솔밭에서 진행하는 개썰매와 스노모빌 체험도 즐거울 것이다. 시베리안 허스키가 끄는 썰매를 타고 설원을 질주하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눈과 얼음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이 방문객들에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평소 취미가 낚시인 사람들은 강원도 화천에서 겨울 낚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화천은 예부터 얼음이 두껍게 얼어 일찍이 얼음 놀이가 발달한 고장이다. 특히 산천어축제는 화천을 겨울철 관광 메카로 재탄생시켰다. 이 축제는 매년 1~2월경 화천천 일원에서 열리는데,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겨울 축제를 뛰어넘어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 등과 함께 세계 4대 겨울 축제로 꼽히고 있다. 11년 연속 관광객 100만 명 이상을 돌파하며 한국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해졌고, 2011년 미국 CNN은 화천 산천어축제를 ‘겨울 7대 불가사의(7 wonders of winter)’로 소개하기도 했다.
축제 기간 동안 산천어 얼음 낚시, 산천어 맨손 잡기, 썰매 타기 등이 진행되며, 잡은 산천어는 축제장 인근에 마련된 식당에서 즉석으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산천어는 오래 전부터 고급 식용어로 사랑받았는데, 풍부한 영양소 덕분에 중국에서는 신선이 즐겨 먹었다고 전하고, 일본에서는 황실 진상품으로 쓰였다. 축제 기간에는 ‘신선이 사는 세상으로 안내하는 등’을 밝히는 선등(仙燈)문화제도 함께 열린다. 조용한 밤, 별빛이 쏟아지는 화천천 주변과 장터에 휘황찬란한 산천어 선등이 걸려 밤하늘을 밝힌다.
화천 산천어축제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평창 송어축제도 인기가 높다. 평창 오대천 둔치에서 매년 1월 말경에 시작해 2월 말까지 열려 축제 기간이 제법 길다. 송어 얼음 낚시, 송어 맨손 잡기, 송어 가족 낚시 등의 인기 프로그램 외에도 얼음 썰매, 스노우래프팅, 봅슬레이, 얼음 기차 등 다양한 겨울 놀이가 마련되고 있다.
송어는 누구나 약간의 요령만 익히면 2~3마리 이상은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겨울과 봄 사이 특히 맛이 좋은데 구이는 담백하고 고소하며, 회는 부드럽고 쫄깃하다. 평창은 양식 송어의 본향이다. 1965년 평창에서 처음 송어 양식이 시작됐는데,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徐有榘)는 어류학 기술서인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 송어를 “살이 붉고 선명한 것이 소나무 마디를 닮아 송어라 부르며, 동해 어류 중에서 가장 맛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선조들은 차가운 강바람에 개여울이 일찍 합강되면, 큰 망치로 강 속의 바위를 울려 놀란 송어를 잡아 한 끼를 때우기도 했다. 그러니 평창 송어축제는 선조들의 곤궁했던 삶을 축제로 승화시킨 행사인 셈이다.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관광열차인 ‘바다열차(Sea Train)'는 승객들이 바다를 감상하기에 편리하도록 좌석이 계단처럼 놓여 있다.

기차 여행의 낭만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
겨울 강원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열차에 탑승하는 것이다. 일단 열차에 오르는 순간 살을 에이는 추위도 낭만이 되니 말이다. 안락한 좌석에 몸을 파묻고 창밖의 눈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몸은 훈훈해지고 메말랐던 마음은 촉촉해진다. 기차가 소박한 풍경의 간이역에 들를 때마다 동심으로 돌아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언젠가 겨울 기차 여행을 떠나던 날, 사람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삼삼오오 플랫폼으로 모여들었다. 빙판길 운전 걱정이나 붐비는 지하철 출근 걱정은 내려놓고 12월부터 2월까지만 운행되는 ‘환상선 눈꽃열차’에 올랐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추전역, 승부역, 단양역을 지나며 눈꽃이 핀 협곡을 둘러보는 당일치기 일정이었다.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도심과는 사뭇 다른 설경이 눈길을 끌었다. 지붕 위에, 논두렁에, 개울가에 소복이 쌓인 눈이 정겹다. 그런 풍경 사이를 느리게 달리는 기차이지만, 기차가 달리면 눈발이 따라 날렸다. 오랜만에 지인과 마주 앉아 김밥과 간식을 나눠 먹으니, 예전에 했던 기차 여행의 추억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창밖은 어느새 눈 덮인 산골 마을을 통과하며, 탄성을 자아내는 눈꽃 세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첫 정차역은 강원도 태백 추전역이었다. 해발 855m, 국내에서 기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역이다. 8분 동안 4.5㎞의 정암터널을 지나니 추전역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역 이름은 아름드리 싸리나무가 자라는 곳에 세워졌다는 뜻으로, 연평균 기온이 낮아 겨울이 유난히 긴 곳이다. 열차는 약 20분간 추전역에 정차한다. 그 틈을 타 플랫폼에 내려서니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천지를 뒤덮은 눈밭 사이로 발자국 하나 찍혀 있지 않은 전나무 길을 걸으면 그야말로 사방이 고요해진다. 적막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의 고요가 거기에 있다. 마치 눈이 주변의 모든 소음을 빨아들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른 새벽 발길을 재촉하는 스님의 가사 장삼 아래로 다시 눈이 내리는 월정사의 풍경을 봤다면, 강원도의 겨울을 절반쯤은 본 셈이다.

평창의 용평 스키장은 1975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스키장으로, 겨울 레저 스포츠의 메카이다. 초겨울에 스키장이 개장하면 수많은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커피와 함께하는 강원도의 겨울
겨울의 풍광에 어울리는 음료는 역시 따끈한 커피만 한 것이 없다.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 강릉이 커피의 성지가 됐다는 사실은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강릉에 가서 커피에 관해 없는 것이 없음을 알게 되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커피박물관은 물론이고 커피 농장과 커피 공장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지난 2008년부터는 커피축제까지 열리고 있어, 이만하면 ‘커피의 메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강릉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커피 전문점만 무려 200여 곳에 이르고, 이들 매장이 창출하는 연간 부가가치도 2,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강릉으로 떠나는 커피 여행은 최근 강릉항으로 이름이 바뀐 안목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명 ‘커피 해변’으로 불리는 안목해변은 명성에 걸맞게 횟집보다 커피 전문점이 더 많다. 안목해변에는 또한 커피 자판기도 해변을 따라 즐비하다. 자판기에서 나오는 인스턴트 커피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판기마다 재료와 배합이 달라 조금씩 다른 맛이 난다고 한다. 예전에는 100여 대의 자판기가 해변을 가득 메웠지만 지금은 몇 십대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그 빈자리를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핸드드립해서 파는 드립 커피점이 대폭 늘어나 메우고 있다.
강릉에서 드립 커피점으로 명성이 높은 곳은 단연 카페 보헤미안이다. 강릉이 지금처럼 커피의 메카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커피 명장 박이추(Park I-chu 朴利秋) 씨가 주인인 가게다. 재일교포 출신인 박 씨는 국내 바리스타 계보에서 명장으로 손꼽히는 4명의 바리스타 중 한 사람이다. 그들 가운데 2명은 작고했고, 1명은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니, 현역은 그가 유일하다. 강릉에 내려와 커피숍을 열고 제자를 양성하면서 강릉의 커피 열풍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릉 드립 커피의 또 다른 명소는 테라로사다. 일명 ‘커피 공장’이라 불리는 테라로사는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 문을 열었다. 커피의 세계적 산지인 에티오피아나 과테말라까지 가서 원두를 구매할 정도로 커피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진 곳이다.
그런가 하면 강릉 시내 명주동에 있는 봉봉방앗간도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커피 전문점이다. 이곳은 폐업한 방앗간을 인수해서 밀가루 대신 커피향을 채워 넣었다. 바로 옆에서 커피 체험을 하며 커피 전문 서적을 읽어볼 수 있는 공간도 눈길을 끈다. 이들 커피 전문점들이 강릉 커피의 품질을 높인 주역이라면 커피 문화를 확산시킨 주인공은 국내 최초로 상업용 커피를 생산한 커피커퍼이다.
강원도에서 산행과 기차 여행, 겨울 낚시와 다양한 축제, 그리고 커피를 모두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그 해 겨울은 따뜻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강릉, 커피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다

강원도 동해안의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는 강릉은 역사적 인물이 많이 태어난 고장으로, 오래된 문화 유적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고색창연한 고장이었던 강릉이 최근 커피의 메카로 불리게 되면서 뜻밖의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강릉 왕산면에 위치한 커피박물관의 최금정 관장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커피커퍼의 대표이기도 한 그녀는 커피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사명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발단은 커피 자판기였다. 1980년대 강릉 외곽 안목해변에 커피 자판기 몇 대가 설치되었고, 이 커피가 유독 맛있다는 소문이 났던 것이다. 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이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자판기도 수십 대로 늘어났다. 급기야 2001년에는 통유리를 건물 외벽에 두른 3층짜리 커피 전문점이 들어섰다. 슬레이트집이 즐비한 어촌마을에 도시에서나 봄 직한 세련된 외관을 갖춘 커피 전문점이 생기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피라면 으레 설탕과 프림을 넣어 달짝지근하게 마셨던 사람들에게 커피의 고유한 향이 가득한 이곳의 커피는 무척 생소했다. 가격 또한 자판기 커피에 비해 훨씬 비쌌다.
어두컴컴한 재래식 다방에서 커피를 마셨던 사람들은 사면이 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 안이 훤히 다 보이는 저런 곳에서 누가 커피를 마실까 생각했고,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채 1년이 되지 않아 줄까지 서서 커피를 사 마시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주변에 커피 전문점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안목해변은 물론 인근까지 커피 전문점이 빼곡히 찼다. 전국에서 이 ‘카페 거리’를 찾아 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고, 이제 강릉 사람들은 집에서도 핸드드립으로 원두커피를 내려 마신다고 한다.
안목해변에 가장 처음으로 들어섰던 그 커피 전문점의 이름은 ‘커피커퍼(Coffee Cupper)’다. 지금은 강릉 일대에 매장이 여섯 개로 늘어났다. 커피커퍼의 최금정(Choi Geum-jeong 崔芩禎) 대표는 강릉이 커피의 도시가 된 이유에 대해 “커피 명장 박이추 씨가 일찍이 강릉에 자리 잡았고, 커피 공장도 이곳에 있다. 또 강릉시가 해마다 커피 축제를 열고 있다. 이런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주역은 누가 뭐래도 최금정 대표일 것이다. 그녀는 2000년대 초반 제주도에서 가져온 커피나무 20여 그루를 발판으로 농장을 키워, 커피나무 모종을 분양하고 있다. 또한 국내 처음으로 커피박물관을 열어 커피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강릉항과 안목해변에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커피 전문점이 지금은200여 군데로 늘어나 전국적으로 유명한 카페 거리가 되었고, 덕분에 강릉은 커피의 도시로 불리게 되었다.

왕산면에 위치한 커피박물관에는 최금정 대표 부부가 오랫동안 수집한 세계 각국의 진귀한 커피 관련 기구와 자료들이 가득 전시돼 있다. 또한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농장에 구경 왔던 손님 한 분이 아무리 찾아도 커피 열매가 안 보인다고 투덜대는 것을 봤어요. 빨갛게 익은 열매도 많은데 왜 못 봤을까 의아했죠. 원두를 로스팅하면 거무스름해지는데, 그 분은 커피 열매가 원래 까만색인 줄 알았던 거예요.”
최금정 대표는 이 얘기를 들려주며 “커피는 이제 한국인의 대표적 기호식품이 됐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이해는 부족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12월 중순 강릉 시내에 개관하는 두 번째 커피박물관도 커피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의 일환이다. 커피커퍼 1호점이 문을 연 지 어느덧 16년이 됐다. 그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던 연인들이 지금은 부부가 되어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온다. 의자도 낡았고 마루도 삐걱거리지만, 최 대표는 아무 것도 손대지 않고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한다. 누군가의 추억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 추억이 그리운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러 또 강릉에 간다.

최병일(Choi Byung-il 崔昺一) 한국경제신문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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