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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UTUMN

생활

사진 에세이 산과 아웃도어 룩의 결합

한반도는 국토면적의 70%가 산이다. 남은 30%의 평지에 사람들은 집을 짓고 논밭을 갈았다. 18세기의 사상가 박지원은 산이 많은 이 땅에 “100리 되는 평야가 드물고 1000호 되는 고을이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오늘날 인구 천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 서울을 찾는 외국의 방문객은 말할 것이다. “어디에 발을 들여놓아도 고층아파트밖에 보이지 않는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려면 집은 넓어지는 대신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층 빌딩 너머로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아주 가까운 곳 사방에 높은 산이 병풍처럼 도시를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 무려 4, 440개의 산이 솟아있다.
그래서 한국인이 즐기는 여가 활동과 취미 생활 중에 등산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은 산이 있어서 산에 오른다. 18세 이상 한국 성인 5명 중 4명은 1년에 한번 이상 등산을 한다.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총 인구 약 5천만 명 가운데 매월 정기적으로 등산하는 인구가 무려 1500만 명, 연간 4억 6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산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 현상은 오늘날 엉뚱하게도 패션 산업에 영향을 주었다. 3-40년 전만 해도 등산복은 등산장비의 극히 적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등산로 입구에 소박하게 차린 상점에서 등산복과 장비를 팔았다. 그러나 이제는 산에 오르지 않고 그저 집 앞의 거리나 강변을 산책하면서도 에베레스트라도 정복하려는 듯 기능성 등산복을 착용한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이 나라 등산 의류는 직업생활, 야외 스포츠, 여가생활 모두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재질, 디자인, 색상, 기능이 진화했다.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하여 시장규모는 7조 원 대를 넘어섰다. 한국의 가을 산야가 오색 단풍으로 물들면 문득 그 산길에는 거대한 아웃도어 패션쇼가 자연스레 이어지며 또 다른 그림을 보탠다.

김화영 (Kim Hwa-young, 金華榮) 문학평론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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