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2016 SPRING

LIFE

BOOKS & MORE

최초로 일부 영역된 <조선왕조실록>

<태조 실록, 조선 왕조의 창건>

최병현 주역(註譯) 하버드 대학 출판부, 캠브리지, 2014 1028쪽, 미화 $58.00

<조선왕조실록>은 한국 역사상 가장 긴,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한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값진 보물이자 한국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학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료다. 현대 한국인들로 하여금 실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 왔지만 영어로 번역된 것은 조선왕조를 창건한 태조의 실록이 처음이다.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장수로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에 올랐고, 1392년에 새로운 왕조를 창건했다. 재위 기간은 6년 반밖에 되지 않으나 1398년 둘째아들에게 왕위를 양위하기까지 나라를 세우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태조실록은 태조가 죽은 지 2년 뒤인 1410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는데, 이는 왕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공정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태조실록은 1413년에 완성되었다.

실록의 구성은 단순하다. 먼저 도입부에서 태조가 권세를 얻게 된 경위가 설명된 뒤에 재위기간 동안 있었던 사실이 편년체로 연도에 따라 서술된다. 실록은 결코 가벼운 읽을거리가 아니지만 도입부에는 이성계의 용맹이나 무예기량, 특히 활 솜씨에 대한 설화가 역사 기록 곳곳에 삽입되어 있어서 공식적 기록에 비해 좀더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물론 실록 자체는 내용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날짜에 따라 (중요한 사건이 없는 경우 하루 이틀 정도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 각각 서술되어 있으나 그 정보는 매우 풍부하다. 그 중 임금에게 올리는 상주문은 대체로 내용이 가장 긴 편에 속하는데, 그 안에 포함된 국정운영이나 올바른 통치 등에 대한 언급을 통해 조선시대의 정치과정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짧은 내용의 항목들 역시 매우 흥미롭다. 비나 우박, 천둥, 바람, 안개, 서리 등과 같은 기상현상과 별과 별자리를 기준으로 한 행성과 달의 움직임, 해무리, 일식, 유성의 출현 등 천문현상, 그리고 꽃나무의 개화, 해충에 의한 식물의 피해, 불길한 동물의 출현 등과 같은 자연현상 등이 기록되어 있다. 때때로 그러한 현상에 대해 과학적인 관심을 보이는 한편 뭔가 좀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는데, 일례로 “서쪽에 붉은 [불길한] 기운이 끼다 (西方赤祲)”(제3권 태조 2년 6월 26일)와 같은 문장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정치, 경제, 외교, 종교, 군사적 사건들에 대한 논의도 담겨 있어서 독자들에게 당시 삶의 모습을 더 충실하게 보여주며, 또한 왕의 행동이나 주변 인물과의 상호 작용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 항목에서는 최고통치자로서의 그의 공식적 역할 너머 태조의 성품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본문에 더해 꼼꼼한 주석과 용어 및 인물, 지명 사전, 자세한 색인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본문에 특수한 용어가 나오면 괄호 안에 원래의 한국어 용어가 로마자 표기로 제시된다. 이 때문에 책이 더디게 읽힐 수도 있지만 이 책이 일반 독자보다는 학자를 위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세부적인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 것은 매우 좋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이 책이 본래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을 하기 위한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번역이 상당히 자연스럽고 읽기 편하게 되어 있어서 학술서 번역을 읽을 때 종종 느끼게 되는 어색함이 없다는 것이다.
영문판 <태조실록>은 한국과 한국역사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한 입문서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록의 현대한국어번역본을 편히 읽을 만큼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 학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진지하게 한국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을 만한 책이다.

한국의 지성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한국선비지성사-한국인의 문화적 DNA>

한영우 저, 조윤정 역, 472쪽, 미화 $33.00 서울: 지식산업사 [2014]

<한국선비지성사>는 '선비'라는 한국의 중요한 사회 문화적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종합적으로 고찰한다. 번역 자체는 상당히 잘 되어있다. 다만, 내용상 ‘선비’라는 개념을 새롭게 접하는 외국 독자가 아닌 이미 그 개념에 익숙한 한국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영어로 쓰여진 책이 아니라 한국 서적의 번역서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물론 저자는 책에서 선비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는 흔히 조선시대 유학자를 '선비'로 부르면서, '선비'는 마치 조선시대 유학자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고 한 차례 짚어주긴 한다. 그러나 이 대목이 나오는 것은 책의 거의 절반 지점인 216면이다. 저자는 또한 '선비'라는 단어가 특히 현대에 들어와 긍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책벌레'와 비슷한 어감으로 흔히 쓰인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실은 한국어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으면 여러 정의 중에 “품성이 얌전하기만 하고 현실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따라서 선비라는 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영어권 독자들은 처음엔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이 말이 한국 전통문화의 좋은 것을 모두 아우르는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저자는 현대에 들어와 이 명칭의 쓰임에 오해가 생겨 존경 받는 인물을 지칭하던 것에서 다소 놀림조의 단어로 사용하게 된 것에 대해, 비록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어도, 다루긴 했다. 그러나 저자는 선비가 현실 세계에 대해 무지한 상아탑에 갇혀있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의하면 그들은 “한국의 역사를 이룩한 지식인들”이다.
독자가 이와 같은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에서 오늘날의 한국을 이룩한 지성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7장은 책 분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성리학에 의해 새롭게 출현한 것이 아닌,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던 선비문화가 조선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인 성리학과 만나 어떻게 융합되고 발현되었는지 보여준다.

학자뿐 아니라 왕, 장수, 이상주의자, 개혁가, 종교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선비를 논의함으로써 수세기에 걸쳐 한국문화의 중요한 축이 되어왔던 선비라는 개념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영문판 한국 웹툰을 볼 수 있는 사이트들

www.spottoon.com; www.webtoons.com; www.tapastic.com

미국에 슈퍼히어로코믹(superhero comics), 일본에 망가(manga)가 있다면 한국에는 웹툰(webtoon)이 있다. 웹툰은 웹사이트나 모바일웹에 게재할 목적으로 창작된 만화를 의미한다. 20세기의 발명품이자 칸(cut)의 예술인 만화는 주 생산국가별로 대표 장르와 화풍, 전개방식, 출판형식 등에 큰 차이를 보인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칸과 페이지의 구성과 읽는 방식이다. 이를 읽는 시선의 진행 방향에 따라 대별할 때 미국만화는 Z자 구성, 일본만화는 정반대인 S자 구성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에 견주어 한국만화계가 21세기에 발명한 웹툰이라는 새로운 만화장르는 T자 구성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나간다는 점에서는 미국만화와 같지만, 수직 방향 속도감이 강력하다고 해서 나온 표현이다.
2000년 이후 본격화된 한국의 웹툰은 세계 만화의 전통적인 수평 연출 방식에서 탈피한 수직 연출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수직 연출은 화면 몰입도가 커 심리묘사가 주가 되는 드라마와 비현실적인 코미디 장르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의 웹툰 사이트에는 한 주에 1천 편쯤 되는 새 연재분이 올라오고(웹툰은 대체로 주간이다) 주요 웹툰 사이트 1일 방문 건수는 도합 1천만 건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웹툰 붐을 타고 해외에서도 각종 만화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웹툰이 무단으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한국의 웹툰 작가들과 관련 기업들은 해외 독자들의 열독에 감사해 하면서도 무단 번역과 불법 유통이 널리 퍼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해 왔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웹툰 작가들이 조합을 결성해 2015년 7월에 영미권 웹툰 서비스 사이트인 스팟툰(www.spottoon.com)을 열었다.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윤태호, 강도하, 고영훈, 임강혁 등의 작품 40편이 영문으로 연재되고 있다.

작품 별로 10회 내외의 에피소드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고 이후 에피소드부터는 회차당 0.99달러의 정보이용료를 결제해야 볼 수 있으며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영문판 서비스 개시와 함께 170여 국에서 접속자가 방문하면서 유료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스팟툰이 작가 중심 사이트라면 한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중심이 된 영문판 웹툰 사이트가 웹툰스(www.webtoons.com)이다. 이미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손제호의 <노블레스>(Noblesse), 박용제의 <갓오브하이스쿨>(The God of High School), 훈(Hun)과 제나(Zena) 콤비의 <소녀더와일즈>(Girls of the Wild's) 등이 무료로 연재되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 없이 누구나 웹툰을 올릴 수 있는 타파스틱(www.tapastic.com)도 북미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한국 작가뿐만 아니라 북미권 작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만화가 궁금하다면, 색다른 읽을거리를 찾고 있다면 접속해 보시길 바란다.

나수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박석환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전체메뉴

전체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