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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WINTER

Books & More

“The Disaster Tourist”(원제: 밤의 여행자들)

윤고은 작, 리지 뷸러(Lizzie Buehler) 역
186쪽, 8.99 파운드, 영국 Serpent's Tale 출판사, 2020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에코 스릴러

지난 일 년 반 동안 코로나 19가 가져온 팬데믹으로 꼼짝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 뉴노멀로 돌아갔을 때 하게 될 여행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다음 목적지가 열대 해안가나 유서 깊은 도시가 아니라 최근에 일어난 지진으로 파괴되거나 쓰나미로 덮쳐진 도시, 혹은 싱크홀에 빨려 들어간 곳이라면?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은 바로 이 상황을 전제로 한다. 소설의 주인공 유나는 재난여행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는 여행사 ‘정글’에서 일한다.

도대체 누가 재난 지역을 여행하고 싶어 할까? 정글의 고객은 특별히 섬뜩함을 즐기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아니다. 한 대학생 고객처럼 초토화된 재난 지역을 돕는 ‘윤리적 관광’의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고, 다섯 살 된 딸과 함께 여행하는 한 초등학교 교사처럼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또는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나가 알고 있는 것처럼 좀 더 내밀한 힘이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모든 게 산산조각 난 장소에 있으면 재난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음을 실감하고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재확인한다. 자연 재난 피해자 추첨에서 뽑히지 않음을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여행 직전 진해에 닥친 쓰나미를 경험한 여행자들에겐 더욱 강렬하게 와 닿는다. 이들이 겪은 재난은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지만 그 끔찍한 여파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살던 곳의 재난을 뒤로 하고 여행자들은 베트남 해안에서 떨어진 무이 섬 여행을 단행한다. 요나는 스스로 원해서 여행을 온 게 아니라는 점에서 남다르다. 회사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꺼린다는 걸 알게 된 후 그녀는 사직서를 낸다. 하지만 놀랍게도 퇴사 대신 한 달 휴가를 받고 회사의 패키지투어에 동행하게 된다. 고객으로서가 아니라 패키지 상품을 지속할만한지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유나는 그렇게 다른 여행자들과 무이 섬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오래된 씽크홀과 그저 그런 화산, 그리고 부족 간에 일어난 대학살의 재연을 보게 된다. 그녀는 희생자 부족의 한 가정에 머문다.

요나가 예정대로 한국으로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순간의 방심으로 그녀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그룹과 떨어지게 되고 베트남 시골 지역에 혼자 남겨진다. 또 한 번의 방심으로 그녀는 지갑과 여권을 소매치기 당한다. 평소 그토록 경멸하던 문제 많은 여행자가 된 것을 자책하며 그녀는 무이 섬을 다시 찾아 가고, 그 휴양지 섬에서 표면 아래 숨겨진 섬뜩한 현실을 마주한다.

소설은 긴장감과 반전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예리한 시선과 결합해 독자가 찜찜한 기분으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특히 휴가를 해외에서 보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더욱. ‘진짜’를 경험하고자 할 때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정교하게 꾸며진 외관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입을 크게 벌린 싱크홀처럼 공동체 전체를 집어삼킬 듯 위협적인 산업에 온전히 의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야기는 여전히 심각성을 유지한 채 막판으로 치닫고 독자는 이야기를 겨우 따라갈 뿐이다.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도 소설과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강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Homo Maskus (원제: 호모 마스크스)

김수열 작, 브라더 앤소니 역
73쪽, 10달러, 서울, 아시아출판사, 2020

제주와 그 너머의 휴먼 프리즘

김수열 시인의 새 시를 모은 작은 시집이 영문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는 제주도 출신이다. 이 사실은 처음엔 중요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제주는 늘 한국에서 특별한 곳으로 손꼽힌다. 한국의 일부이지만 주변에 위치해 있고 종종 가장자리로 밀려나기도 한다. 제주는 김수열 시인의 시 속에서 살아 있다. ‘조화’, ‘데칼코마니’, ‘달보다 먼 곳’과 같은 시들은 섬에서의 삶과 죽음 그리고 역사를 엿보게 해준다.

하지만 그의 시는 거시사를 넘어선다. 미시적 역사 렌즈를 통해 훨씬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차원에서 1948년 제주 4.3 사건과 1980년 광주 항쟁 같은 비극적 사건을 조명한다. 시인의 세계는 또한 제주를 넘어 확장된다. ‘베를린의 아침’과 ‘코펜하겐의 하루’에 대해 쓰며 중국의 ‘고안촌에서’ 살고 있는 노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수열의 시는 분명 아주 한국적이면서 제주스럽다. 그러나 동시에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노년이나 죽음과 같은 보편적 주제를 탐구하기 때문이다. 시집의 마지막 두 편은 표제작인 ‘호모 마스크스’를 포함하는데, 이는 분명 팬데믹을 견디며 분투하는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반반 프로젝트, The Halfie Project

벡키 화이트와 반반 프로젝트 팀
www.thehalfieproject.com

하이브리드 문화 정체성을 공유하고 탐색하다

창시자 벡키 화이트의 말에 따르면 ‘반반 프로젝트’는 예술 작업인 동시에 연구 프로젝트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습장이면서, 정체성과 관련된 질문들을 탐색한다. 구체적으로는 혼혈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집중한다. 혼혈 한국인들은 종종 묘한 위치에 처한다. 화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은 “두 세계 모두에 속하지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즉 이들은 다른 반쪽 문화에서는 한국인 또는 아시아인으로 여겨지고, 한국에 오면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

반반 프로젝트는 이러한 공통된 경험과 의문에 집중한다. 그리고 다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정체성이나 소속감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프로젝트 팀의 웹사이트에서 ‘반반 프로젝트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다른 혼혈 한국인들과의 인터뷰가 주 콘텐츠이지만 ‘눈치’, ‘한’과 같이 설명하기 힘든 한국적인 문화 개념을 정의해보기도 하고, 정신 건강 같은 중요한 주제에 대해 통찰력 있는 문화적 해석을 제공한다. 만약 당신이 혼혈 한국인이거나 - 프로젝트 팀은 혼혈인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한다 - 혹은 다문화적 정체성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이 프로젝트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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