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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SPRING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기원 단어들

영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 중 하나로 인정받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지난 2021년 9월, 한국어 기원 단어 26개가 표제어로 새롭게 추가되었다. 고려대학교 신지영 교수가 이번 등재 과정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경험과 의견을 들려준다.

2021년 9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한국어 기원 단어 26개가 표제어로 새롭게 추가되었다. 1928년 초판 간행 이후 이번 업데이트 전까지 등재된 한국어 기원 단어는 총 24개에 불과해 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크게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 셔터스톡

2021년 5월 어느 날, 옥스퍼드대학의 조지은(Jieun Kiaer 趙知恩) 교수에게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거의 매주 스카이프로 연구 회의를 하고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 그의 이메일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 담겨 있었다. 그는 4월 초,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로부터 자문 요청을 받았는데 함께할 의향이 없는지 내게 물었다. OED에 새로 등재될 한국어 기원 단어를 검토하고 자문하는 일이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함께하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조지은 교수는 내 답장을 받고 OED의 월드 잉글리시 담당 편집자인 다니카 살라자르 박사(Dr. Danica Salazar)에게 이메일을 보내 필자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것을 권고했다. 살라자르 박사는 이어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메일을 내게 보내 주었다. 그렇게 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신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두 개의 PDF 파일

자문을 수락한 후 질문이 담긴 두 개의 PDF 파일을 전달받았다. 살라자르 박사가 작성한 첫 번째 파일은 2021년 9월 업데이트에 때 포함될 한국어 기원 단어가 두 개의 표로 정리되어 있는 2쪽 분량의 문서였다. 두 개의 표 중 하나에는 새로 등재될 표제어의 목록과 의문 사항이, 다른 하나에는 이미 등재되어 있는 표제어 중에서 수정이 필요한 표제어의 목록과 이에 대한 질문이 내용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 파일은 어원 담당자 카트린 디어(Katrin Their)가 보낸 6쪽 분량의 문서였다. 옥스퍼드 사전은 학술 사전의 성격이 강해서 표제어에 대한 어원 정보부터 방대한 예문은 물론 다양한 언어학적 정보를 다층적으로 담고 있다. 따라서 해당 언어를 알지 못하고 영어로 된 문서만을 기초로 외국어 기원 단어의 어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고도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어원은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전문가의 자문이 꼭 필요한 영역이다. 어원 담당자의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확인하고자 하는 바도 명료했다.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판단한 내용이 맞는지 틀렸는지, 틀렸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떻게 틀렸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어원을 알기 어려운 경우와 그와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들을 조밀하게 물었다. 한국어를 모르면서 어떻게 이렇게 추론해 낼 수 있었을까 놀라웠다. 엉뚱하게 추론한 경우도 있었는데, 자문위원으로서 보완해 줄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

이 파일들을 열어보고 가장 놀랍고 반가웠던 것은 등재 예정 표제어의 규모였다. 무려 26개나 되는 표제어가 새로 등재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사전에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한국어 기원 단어가 올라가게 된 것은 그야말로 일대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60만 개가 넘는 표제어 가운데 겨우 26개로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142년에 걸친 이 사전의 간행 역사에서 한국어 기원 단어가 이제까지 언제 얼마나 등재되었는지 돌아본다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aegyo, n. and adj.

A. n.

Cuteness or charm, esp. of a sort considered characteristic of Korean popular culture. Also: behaviour regarded as cute, charming, or adorable. Cf. KAWAII n.

B. adj.

Characterized by ‘aegyo’, cute, charming, adorable.

banchan, n.

In Korean cookery: a small side dish of vegetables, etc., served along with rice as part of a typical Korean meal.

bulgogi, n.

In Korean cookery: a dish of thin slices of beef or pork which are marinated then grilled or stir-fried.

chimaek, n.

In South Korea and Korean-style restaurants: fried chicken served with beer. Popularized outside South Korea by the Korean television drama My Love from the Star (2014).

daebak, n., int., and adj.

A. n.

Something lucrative or desirable, esp. when acquired or found by chance; a windfall, a jackpot.

B. int.

Expressing enthusiastic approval: ‘fantastic!’, ‘amazing!’

C. adj.

As a general term of approval: excellent, fantastic, great

fighting, int.

Esp. in Korea and Korean contexts: expressing encouragement, incitement, or support: ‘Go on!’ ‘Go for it!’

hallyu, n.

The increase in international interest in South Korea and its popular culture, esp. as represented by the global success of South Korean music, film, television, fashion, and food. Also: South Korean popular culture and entertainment itself. Frequently as a modifier, as in hallyu craze, hallyu fan, hallyu star, etc. Cf.

K-, comb. form

Forming nouns relating to South Korea and its (popular) culture, as K-beauty, K-culture, K-food, K-style, etc.Recorded earliest in K-POP n. See also K-DRAMA n.

K-drama, n.

A television series in the Korean language and produced in South Korea. Also: such series collectively.

kimbap, n.

A Korean dish consisting of cooked rice and other ingredients wrapped in a sheet of seaweed and cut into bite-sized slices.

Konglish, n. and adj.

A. n.

A mixture of Korean and English, esp. an informal hybrid language spoken by Koreans, incorporating elements of Korean and English.In early use frequently depreciative.

B. adj.

Combining elements of Korean and English; of, relating to, or expressed in Konglish.In early use frequently depreciative.

Korean wave, n.

The rise of international interest in South Korea and its popular culture which took place in the late 20th and 21st centuries, esp. as represented by the global success of Korean music, film, television, fashion, and food ;= HALLYU n.; Cf. K- comb. form.

manhwa, n.

A Korean genre of cartoons and comic books, often influenced by Japanese manga. Also: a cartoon or comic book in this genre. Cf. MANGA n.2Occasionally also applied to animated film.

mukbang, n.

A video, esp. one that is livestreamed, that features a person eating a large quantity of food and talking to the audience. Also: such videos collectively or as a phenomenon.

noona, n.

In Korean-speaking contexts: a boy’s or man’s elder sister. Also as a respectful form of address or term of endearment, and in extended use with reference to an older female friend.

oppa, n.

1.In Korean-speaking contexts: a girl’s or woman’s elder brother. Also as a respectful form of address or term of endearment, and in extended use with reference to an older male friend or boyfriend.

2.An attractive South Korean man, esp. a famous or popular actor or singer.

samgyeopsal, n.

A Korean dish of thinly sliced pork belly, usually served raw to be cooked by the diner on a tabletop grill.

skinship, n.

Esp. in Japanese and Korean contexts: touching or close physical contact between parent and child or (esp. in later use) between lovers or friends, used to express affection or strengthen an emotional bond.

trot, n.

A genre of Korean popular music characterized by repetitive rhythms and emotional lyrics, combining a traditional Korean singing style with influences from Japanese, European, and American popular music. Also (and in earliest use) as a modifier,as in trot music, trot song, etc.This genre of music originated in the early 1900s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of Korea.

unni, n.

In Korean-speaking contexts: a girl’s or woman’s elder sister. Also as a respectful form of address or term of endearment, and in extended use with reference to an older female friend or an admired actress or singer.

그야말로 대박!

옥스퍼드 사전의 첫 번째 완결본이 나온 시기는 본격적으로 사전을 만들기 시작하고 49년이 지난 뒤였다. 1928년 간행된 12권 분량의 초판에는 약 41만 4천 8백 개의 표제어와 182만 개 이상의 보기 인용문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사전에는 한국어 관련 표제어는 하나도 없었다. 한국과 관련 지을 수 있는 표제어가 이 사전에 처음 등재된 것은 초판의 추가본이 출간된 1933년이었다. ‘Korean’과 ‘Koreanize’가 그것이다. 이후의 추가본에도 몇 개의 단어가 더 등재되었다. 1976년에는 ‘gisaeng(궁중이나 지방 관청에 소속되어 노래와 춤 등 연희를 담당하던 여성)’, ‘Hangul(한국의 고유 문자)’, ‘kimchi(배추에 여러 가지 양념을 섞어 발효시킨 음식)’, ‘Kono(한국의 보드 게임)’, ‘myon(면: 행정구역 단위)’, ‘makkoli(전통주의 한 종류)’ 등 6개가, 1982년에는 ‘sijo(전통 성악 형식 또는 3행으로 이루어진 정형시)’, ‘taekwondo(전통 무술의 한 가지)’, ‘won(화폐 단위)’, ‘yangban(전통 사회의 지배 계층)’, ‘ri(행정구역 단위)’, ‘onmun(한글을 낮춰 부른 이름)’, ‘ondol(전통 가옥의 바닥 난방 시설)’ 등 7개가 올랐다. 그 결과 1989년에 간행된 2판에는 총 15개의 한국어 기원 단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한국어 기원 단어가 다시 등재된 것은 21년이 지난 2003년이었다. 이때 포함된 단어는 ‘hapkido(근대 무술)’였다.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2011년에는 ‘bibimbap(밥에 여러 가지 채소, 고기를 섞어 비벼 먹는 음식), 2015년에는 ‘soju(증류주의 일종)’와 ‘webtoon(플랫폼 매체에 연재되는 만화)’, 2016년에는 ‘doenjang(된장)’, ‘gochujang(고추장)’, ‘K-pop’, 2017년에는 ‘chaebol(재벌)’, 그리고 2019년에는 북한의 통치 이념인‘Juche(주체)’가 올라갔다.

이처럼 2021년 9월 업데이트 이전까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기원 단어는 모두 24개에 불과했다. 그러니 한꺼번에 26개나 올라가게 된 것은 살라자르 박사의 표현대로 “Daebak(대박)!”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이번에 새로 등재된 표제어 가운데 ‘daebak’이 포함되어 있다. ‘뜻밖에 얻은횡재’또는 ‘대단히 멋진 일’ 같은 의미를 지닌 이 말이 그만큼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졌다는 말이다. 그리고 ‘hallyu’ 및 그와 같은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Korean wave’가 동시에 채택되었고, ‘K-drama’, ‘mukbang’, ‘oppa’ 같은 단어들의 등재도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확실히 보여 준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이제까지 한국식 영어로 비하되었던 ‘fighting’이나 ‘skinship’ 같은 단어들이 ‘Konglish’와 함께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질문

옥스퍼드 측에서 자문을 얻고자 하는 내용은 다양했다. 새로 등재될 단어에 대한 것도 있었지만, 이미 등재되어 있는 단어 중에서 수정이 필요한 12개 단어에 대한 자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1976년 추가본에 등재된 ‘gisaeng’의 음절 경계(syllable boundary) 정보를 요청하거나 ‘kimchi’의 어원을 물었다. 가장 많은 질문은 단어의 구조에 대한 것이었다. ‘반찬’의 ‘반’과 ‘김밥’의 ‘밥’이 서로 관계가 있는 말인지에 대한 질문처럼 단어가 어떤 의미 조각으로 나누어지는지, 또한 각 의미 조각의 어종(origin)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또한 등재 예정 단어에 대한 자신의 분석 내용이 맞는지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고, 일부 단어의 경우는 한국어에서의 용법을 묻기도 했고, 남북한의 차이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또한‘오빠’가 남자 친구를 의미하는 것처럼 ‘누나’도 여자 친구를 의미하는가와 같은 재미있는 질문도 있었다. 자문 과정에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정보도 있었다. ‘PC방’ 관련 질문 중 그곳에서 음식을 파는지 궁금해했다. PC방에서 컵라면 정도 파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나는 컵라면을 음식이라 할 수 있을까 내심 고민하면서 검색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요즘 PC방에서는 ‘피시토랑(PC+restaurant)’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검색한 이미지를 갈무리한 후 주석을 달아 보내 주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블로그 글에서부터 논문까지 다양한 자료를 두루 참고했다. 자문위원으로서 질문을 받지 않았다면 그냥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많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는 조지은 교수와 조율하여 최종 답변을 만들었다. 그리고 담당자에게 우리의 답을 전달했다. 몇 가지 추가 질문이 오간 후에 자문은 마무리되었다.

 

dongchimi, n.

In Korean cuisine: a type of kimchi made with radish and typically also containing napa cabbage, spring onions, green chilli, and pear, traditionally eaten during winter. Cf. KIMCHI n.

 

 

galbi, n.

In Korean cookery: a dish of beef short ribs, usually marinated in soy sauce, garlic, and sugar, and sometimes cooked on a grill at the table.

 

 

hanbok, n.

A traditional Korean costume consisting of a long-sleeved jacket or blouse and a long, high-waisted skirt for women or loose-fitting trousers for men, typically worn on formal or ceremonial occasions.
ⓒ MBC

 

 

japchae, n.

A Korean dish consisting of cellophane noodles made from sweet potato starch, stir-fried with vegetables and other ingredients, and typically seasoned with soy sauce and sesame oil. Cf. cellophane noodle n.

 

 

PC bang, n.

In South Korea: an establishment with multiple computer terminals providing access to the internet for a fee, usually for gaming.

 

 

tang soo do, n.

A Korean martial art using the hands and feet to deliver and block blows, similar to karate.
ⓒ 국제당수도연맹

 

표제어의 조건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그간 한국어 기원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별로 없었을까? 그런데 왜 이번에 기존의 단어 수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한꺼번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사전에 올릴 단어는 누가 어떻게 결정할까? 이렇게 많은 단어가 올라간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번에 등재된 단어들은 한류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 준다. K-pop팬들이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를 부르는 호칭어로 사용하면서 알려지게 된 ‘오빠, 언니, 누나’와 팬들이 아이돌에게 요구하는 ‘애교’는 다국적 팬들 사이에서 공통어가 되었고 이 말들이 범위를 넓혀 사용되다가 사전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한국 드라마와 먹방 콘텐츠, 그리고 한국 대중 가요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K-드라마’와 ‘먹방’, ‘트로트’가 영어에 편입되었고, 2015년에 등재된 ‘웹툰’과는 별도로 ‘만화’도 올라가게 되었다. 또한 비속어로 치부되어 국내에서는 사전에도 오르지 못한 ‘먹방’과 ‘치맥’이 옥스퍼드 사전에 먼저 오르는 신기한 일도 목격하게 되었다.

한류가 일기 전, 60만 개의 표제어를 가진 옥스퍼드 사전에 단지 24개의 표제어만이 한국과 관련된 단어였다는 사실은 영어권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미약했고, 영어 문헌에 한국어 기원 단어가 그다지 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과소 대표된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등재어가 되려면 편집자의 눈에 자주 띄어야 하고, 문헌에서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확인되어야 하며, 그 단어가 기대되는 맥락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사실 26개 표제어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 단어들이 등재된 것은 그 이전 최소 15~20년 이상 꾸준히 사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은 이번 등재 단어들이 관찰되기 시작하였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오징어 게임>의 경우와 같이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한국 문화 콘텐츠는 세계인의 귀에 곧바로 한국어를 들려주고 있다. 그렇게 한국어는 더욱 널리 퍼져 나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필자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다.

신지영(Shin Ji-young 辛志英)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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