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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글로벌 마켓을 향한 모색과 도약

Culture 2022 SUMMER 625

글로벌 마켓을 향한 모색과 도약 한국 뮤지컬은 2000년 즈음 영미권으로 진출한 이래 최근에는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 주고 있다. 창작 뮤지컬의 투어 공연을 비롯해 라이선스 공연, 합작, 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모색은 향후 한국 뮤지컬이 또 다른 한류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95년 초연한 는 명성황후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대형 창작 뮤지컬로, 뮤지컬 한류의 효시로 기록된 작품이다. 웅장한 무대 세트와 화려한 의상이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 에이콤 국내 뮤지컬 산업은 몇 차례의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인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저변을 넓혀 가며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국내 공연 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4,000억 원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그중 대부분의 매출이 뮤지컬과 콘서트 분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뮤지컬 시장은 평균적으로 전체 공연 시장의 약 55~60% 수준으로 추정되며, 2021년에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우리말로 제작된 이 공전의 흥행을 기록한 이후 뮤지컬 산업은 거의 매년 15~17% 내외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제한적인 내수 시장의 한계에 대한 해결책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도약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해외 진출 뮤지컬 산업에서 해외 진출이 화두로 등장한 것은 2000년 전후이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 공연 시장에서 라이선스 뮤지컬이 문화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해 콘텐츠의 부가가치 재생산 혹은 극대화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게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초창기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주로 영미권 시장을 향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그리고 에든버러로 상징되는 공연 페스티벌을 대상으로 왕성한 도전과 실험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었다. 국내 최초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창작 뮤지컬 와 넌버벌 퍼포먼스 뮤지컬 가 대표적이다. 특히 에이콤(ACOM)이 제작해 1995년 초연한 는 국내의 흥행을 바탕으로 1997년과 1998년 연이어 링컨센터 내 주립극장(New York State Theater)에서 막을 올렸다. 이후 2002년 런던 외곽의 해머스미스 아폴로(Hammersmith Apollo)에서는 영어 가사로 극을 전개하는 시도를 보여 줬다. 이 작품은 창작 뮤지컬의 상품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해외 진출 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또한 해외 진출을 꿈꾸는 공연 예술계에도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이후 2010년대에는 아시아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변화가 일어났다. 전반기에는 일본과 중국으로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단적으로 일본의 경우 2012년부터 3년 동안 40편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일본이 국내 뮤지컬 콘텐츠의 주요한 수출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2013년 한국 뮤지컬 전용관인 아뮤즈 뮤지컬 씨어터(Amuse Musical Theatre)가 도쿄에 개관하여 기획 공연이 증가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보인다. 2013년 라는 제목으로 중국에 진출한 는 창작 뮤지컬의 공연권을 수출한 대표적 사례이다. ⓒ CJ ENM 의 한국 공연 장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고 소설로도 발간된 이 뮤지컬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 CJ ENM 의 대만, 일본, 중국 공연 포스터(왼쪽부터). ⓒ CJ ENM 세 가지 유형 국내 공연 콘텐츠의 해외 진출은 창작 뮤지컬의 투어 공연,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투어 공연 그리고 창작 뮤지컬의 공연권 수출이나 현지 인력과 자본이 결합된 공동 제작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창작 뮤지컬의 투어 공연은 제작진과 배우, 스태프 등이 일정 기간 해외 무대에 직접 찾아가 공연을 꾸미며, 주로 자막을 활용해 내용을 전달한다. 1994년 데뷔한 3인조 힙합 그룹 DJ DOC의 히트곡들을 바탕으로 가수의 꿈을 키워 가는 세 젊은이의 청춘을 그린 주크박스 뮤지컬 는 2012년 오사카와 2014년 도쿄 공연을 통해 일본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중국 투어 공연은 2001년 을 시작으로 해마다 작품 수가 늘어났다. 특히 신라의 두 고승 원효(元曉 617~686)와 의상(義湘 625~702)의 이야기를 무대로 불러낸 은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 초청 공연작으로 2013년에는 선전(Shenzhen 深圳), 하이난(Hainan 海南省), 광저우(Guangzhou 广州), 베이징(Beijing 北京) 4개 도시에서 큰 호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투어를 마쳤다. 이 작품은 중국 공연을 위해 오리지널 공연에 없었던 캐릭터를 추가하고, 중국 전통 민요를 활용한 음악을 추가하는 등 현지 관객들을 고려한 버전을 선보였다. 프랑스 시인 랭보의 삶을 다룬 는 한중 합작을 통해 2018년 초연 당시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공연되었다. ⓒ 라이브(LIVE Corp.)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투어 공연은 우리말로 번안되고 재해석된 버전을 다시 수출하는 일종의 중계 무역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스타 마케팅과 결합하거나 한류의 새로운 시도와 결부되는 사례가 많다. 2000년대 초반 , , 등의 일본 투어 프로덕션이나 , 의 중국 투어 프로덕션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2013년 라는 제목으로 중국에 진출한 는 창작 뮤지컬의 공연권을 수출한 경우에 속한다. 창작 뮤지컬 최초로 영화화되기도 한 이 작품은 중국 관객들의 정서와 문화에 맞게 각색되었으며, 상당한 관객을 동원하면서 소극장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 작품을 필두로 , , 등 다수의 작품들이 중국에 진출했다. 와 를 일본과 중국 무대에 올린 콘텐츠 제작사 라이브(주)의 는 프랑스 시인 랭보의 삶을 다룬 뮤지컬인데, 한중 합작을 통해 2018년 초연 당시 이례적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공연되었다. 또한 이듬해에는 베이징 라이선스 재연이 한국보다 앞서 올라갔다. CJ ENM이 중국 문화부와 함께 설립한 공연 제작 기업 아주연창(亚洲联创)이 선보인 도 한중 합작에 속한다. 미각을 잃어버린 중국 황실 공주를 위해 전 세계의 요리사들이 모여 경연을 펼치는 내용이며, 중국 전통 요리를 화려한 율동과 현대적 음악으로 표현했다. 삶의 의미를 묻는 는 중국 23개 도시에서 공연, 중국에 진출한 국내 뮤지컬의 라이선스 공연 중 최다 지역 기록을 세웠다. ⓒ 라이브(LIVE Corp.) 장기적 안목 코로나19 펜데믹 직전인 2019년 한국 뮤지컬은 정치적 이슈와 국제 정세에 민감한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국 뮤지컬은 한류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OSMU의 활성화는 이미 검증된 한류 자원들의 무대화라는 당연한 순서로 그 영역을 넓혀갈 것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누가 어떤 작품으로 그 물꼬를 터트려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이다.

전성기를 맞은 K-멜로

Culture 2022 SUMMER 238

전성기를 맞은 K-멜로 최근 넷플릭스(Netflex)에서는 ‘K-멜로’전성시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한국 멜로드라마가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다. 멜로드라마에 MZ세대의 달라진 가치관이 잘 반영되어 있는 점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공감을 얻은 이유로 분석된다.   (2019), (2021), (2021), (2022) 등 근래에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열풍을 일으킨 작품들 대부분이 장르물이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가 대부분 장르물에 치우져 있다고 오인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예를 들어 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을 때 OTT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FlixPatrol)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한 넷플릭스 Top 10 작품은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tvN의 TV 드라마 (2021)였다. 뒤이어 연상호(Yeon Sang-ho, 延尚昊) 감독의 이 또 한번 열풍을 일으켰을 때는 궁을 배경으로 한 KBS의 멜로 사극 (2021)가 Top 10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이른바 ‘K-멜로’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겨났다. 의 두 여자 주인공은 펜싱 라이벌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발전하며 서로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 Studio Dragon 달라진 가치관 K-멜로는 갑자기 생겨난 장르가 아니다. 오래전 KBS의 20부작 TV 드라마 (2002)가 일본을 강타하며 한류의 물꼬를 트던 시절부터 싹을 틔웠다. 이후로 SBS의 (2013), tvN의 (2019) 같은 메가 히트작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20여 년간 공고한 팬덤을 확보했다. 남녀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과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 덕분이다. 한국 드라마의 진짜 주력 장르는 멜로였던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플랫폼 OTT의 등장은 K-멜로가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뻔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멜로물은 과거나 현재나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여러 가지 변화한 양상을 엿볼 수 있다. 시청자의 가치관이나 감성이 예전과 달라졌고, 그러한 변화가 드라마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멜로드라마의 주된 시청자층인 MZ세대는 일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는 삶을 원하고, 성공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며, 다양한 사회 관계 속에서 존재감을 느끼는데, 이러한 경향이 K-멜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 멜로드라마의 특징이었던 신데렐라 서사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현대판 왕자님이 등장해 힘든 삶을 씩씩하게 버텨 내고 있는 여성에게 신분 상승의 구두를 신겨 주는 스토리는 더 이상 대중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대신에 동등한 위치에 있는 남녀가 취향이나 가치관, 삶의 방식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많아졌다. 예컨대 의 여자 주인공은 현실주의 성향이 강한 치과의사인데, 도시에서 살다가 작은 갯마을로 내려와 병원을 개업한다. 그러고는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마을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 세속적인 욕망이 투영된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정반대의 가치관을 담아내고 있다. SBS가 지난해 방영해 인기를 모은 은 헤어졌던 남녀가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다시 만나 엮이는 스토리다. 이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감정이 부각될 뿐 현실적 상황은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이들 작품의 특징은 주인공들이 성공이나 부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의 성공이나 경쟁보다는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행복을 중요시한다. K-멜로가 투영해 내고 있는 가치관의 변화가 글로벌 대중들의 공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전 세계인들이 마주한 ‘시대의 변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이다. © SLL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현실주의 치과의사 여자 주인공과 만능 백수 남자 주인공의 사랑과 이웃의 따뜻한 정을 담은 © Studio Dragon 다양한 취미와 관계 한국의 청춘들은 과거 일 중심으로 살아왔던 기성 세대와 달리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 명함 한 장이 그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던 시대를 지나 일과 전혀 상관없는 취향을 통해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태로 변화한 것이다. (2020) 같은 드라마는 이런 MZ세대들의 달라진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평일 내내 열심히 환자를 돌보던 의사들은 주말이면 밴드 활동에 열정적이다. 이들은 의사로서 성공을 꿈꾸기보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누리며 행복을 느낀다. 남녀 관계에 집중하던 멜로 드라마가 다양한 관계를 담기 시작한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 과거 전형적 멜로 드라마는 남성 주인공을 가운데에 두고 펼쳐지는 여성 등장인물들의 경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난 3월 종영한 JTBC의 은 아예 로맨스보다 세 여성이 보여 주는 워맨스에 집중했다. 시청자들이 멜로 드라마에서 사랑 이상의 스토리를 기대하게 되면서 휴먼 드라마처럼 풀어내는 새로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tvN의 (2022)에서는 여자 주인공인 나희도(Na Hee-do)와 고유림(Ko Yu-rim)이 펜싱 라이벌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등장인물들이 서로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개인주의 사회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따뜻한 정을 담았다. 한편 멜로드라마 속에서 일의 영역은 보통 배경으로 간단히 그려지기 일쑤였지만, 요즘에는 매우 디테일한 묘사로 현실감을 살리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인의 매운맛, 고추

Culture 2022 SUMMER 773

한국인의 매운맛, 고추 가지과 식물인 고추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향신료이며, 세계 인구의 1/4이 즐기고 있다. 한국 음식에서도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매우 중요한 식재료로, 많은 한국인들이 고추의 매운맛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국 음식에서 매우 중요한 식재료인 고추는 한국인의 매운맛으로 간주될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고추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향신료이다.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 사람들이 고추를 먹은 것은 기원전 7000년, 재배는 기원전 3500년경으로 추산한다. 15세기 말 에 전파된 이후 16세기 후반에는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해 인도,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로 빠르게 퍼졌으며, 한국에도 이때쯤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아시아에서 고추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나중에는 거꾸로 유럽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매운맛의 척도 향신료로서 고추가 특이한 점은 매운맛의 척도라는 사실이다. 1912년 미국의 약사 윌버 스코빌(Wilbur Scoville)이 개발한 스코빌 지수는 고추가 얼마나 매운지 표시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제는 고추에 함유되어 있는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 함량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스코빌 지수도 여전히 사용된다. 순수 캡사이신은 1600만 SHU(스코빌 열 단위, Scoville Heat Units)이다. SHU는 매운맛이 감지되지 않으려면 고추 추출물을 얼마나 희석해야 하는지 표시하는 단위로 높을수록 더 맵다. 고추속(屬) 채소 중에는 녹색 피망처럼 매운맛이 거의 없는 고추도 있지만, 흔히 절임으로 먹는 할라피뇨(2500~1만 SHU)부터는 중간 정도의 매운맛이 느껴진다. 과거에는 하바네로(35만~58만 SHU)가 제법 매운 축에 들었지만, 부트졸로키아(85만 5천~150만 SHU)나 트리니다드 모루가 스콜피온(150~200만 SHU)처럼 매운맛이 더욱 강력해진 새 품종이 개발되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매운 고추를 먹는 사람들이 있으며, 심지어 누가 더 잘 먹을 수 있는가 경쟁하기도 한다. 그런데 고추 속 매운맛 성분은 새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는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감지할 수 있는 수용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추를 먹고 씨앗을 널리 퍼뜨려 주는 역할을 한다. 고추 속 캡사이신은 사람과 같은 포유동물이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장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실제로 다람쥐 같은 설치류는 고추 맛을 보고 나면 기피한다.   고추장은 찹쌀에 고춧가루, 엿기름, 메줏가루 등을 섞어 발표시킨 한국의 전통 조미료이다. ©gettyimagesKOREA 즐거움 고추 먹기 대회까지 열릴 정도로 사람들이 매운맛을 즐기는 이유는 고추의 매운맛이 롤러코스터와 같은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2021년 노벨 생리학·의학상(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21) 공동 수상자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줄리어스(David Julius) 교수가 발견한 사실이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TRPV1(transient receptor potential vanilloid 1)으로 이름 지어진 수용체가 캡사이신에서 뜨거운 온도를 감지한다. 쉽게 말해 고추의 매운맛은 열감을 자극하여 마치 화상을 입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공중을 한 바퀴 돌 때 땅에 떨어질 듯한 긴장감을 즐기는 사람과 매운 고추를 입안에 넣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느끼는 즐거움은 동일한 맥락인 셈이다. 차이점도 있긴 하다. 롤러코스터는 내리고 나면 아찔함이 사라지지만, 고추의 매운맛은 입안에 오래 남아 괴로울 수 있다. 고추 추출물이나 캡사이신을 파스나 크림에 넣으면 근육통이나 관절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매운맛 자극으로 인한 통증이 반복되면 통증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면서 거꾸로 통증을 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더운 지역일수록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고추, 마늘, 생강을 넣어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나면 인체는 뜨거운 방 안에 있을 때처럼 반응한다. 체온을 내리기 위해 땀이 나고 피부 혈류가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피부 체온이 내려가면서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인이 무더운 여름날 이열치열이라며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기후와 고추 소비의 관계가 꼭 일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인류가 매운맛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고추는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추운 나라에서는 재배가 어려워 생산과 소비가 적은 것일 수도 있다. 추운 겨울이라고 매운 음식을 안 먹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이 겨울에 즐기는 김장 김치도 매운 음식이지만, 발효가 진행되고 숙성되는 과정에서 차츰 부드럽게 순화된다. 김치 국물에 캡사이신이 희석되어 매운맛이 줄어들 수도 있고, 미생물 발효로 인해 캡사이신이 매운맛이 적은 화합물로 분해되었을 수도 있다. 2015년 건국대학교 김수기(Kim Soo-ki 金守基)교수 연구팀은 한국 전통 발효 식품인 고추 절임에서 캡사이신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고추장에 설탕을 넣어 매콤 달콤하게 만든 고추장 떡볶이는 오늘날 다양한 레시피로 개발되어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TongRo Images 다양한 활용법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 고추는 다양하고 복잡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멕시코에서는 종류별로 생것일 때와 말렸을 때 이름을 다르게 부를 정도로 다양한 고추를 쓴다. 고추를 햇볕에 말리면 고추 속의 화합물들이 서로 반응하여 새로운 향 물질을 만들어 낸다. 멕시코 요리에는 특정한 음식에 어떤 고추를 넣어야 하는가에 대해서까지 미리 정해진 규칙이 있다. 타말리, 엔칠라다, 살사에는 미라솔(mirasol) 고추를 햇볕에 말려 훈연향의 단맛을 도드라지게 한 과히요(guajillo)를 넣는다. 포블라노(poblano) 고추를 말린 앤초(ancho)는 물에 불려 갈거나 말린 것 그대로 몰레 소스에 넣는다. 고추를 요리에 넣으면 단지 매운맛만 증가하는 게 아니라 단맛, 훈연향, 과일향과 같은 복합적 풍미가 더해진다. 소스에 고추를 갈아 넣으면 펙틴으로 인해 부드러우며 걸쭉한 질감이 만들어진다. 고추의 매운맛은 오늘날 한국인의 맛으로 간주될 정도로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모두가 고추를 반긴 것은 아니다. 1920~30년대 서구식 근대화를 지향했던 생활개선론자들은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진보되지 않은 증거라면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은 달랐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레시피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설탕과 고춧가루가 결합하게 됐다. 이를테면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떡볶이는 맵지 않은 음식이었다. 가래떡에 고기를 넣어 간장으로 양념하여 볶아 내는 방식이었다. 한국전쟁 직후 고추장에 설탕을 넣어 매콤 달콤하게 만든 떡볶이가 등장했다. 고추장 양념 떡볶이가 대세가 되면서 이전의 간장 떡볶이는 밀려났다. 지금도 인기가 높은 낙지볶음, 제육볶음 같은 음식도 비슷한 시기인 1950~60년대에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들이다. 여기에서 인간이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유가 결국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단맛은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선호하게 되며 순수한 쾌락을 상징한다. 이에 비해 매운맛은 자라면서 배워서 선호하게 되지만, 즐거움을 준다. 고추와 설탕의 매콤 달콤한 맛은 젊음의 생기가 넘치는 맛이다. 요즘에는 과하지 않게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음식이 인기다. 로제 떡볶이가 좋은 예다. 캡사이신은 지방에 잘 녹는다. 그래서 물로는 매운맛을 온전히 씻어 낼 수 없다. 모차렐라 치즈, 크림과 같은 유제품 내의 풍부한 카제인 단백질은 지방과 잘 결합한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우유나 요거트를 먹으면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이유다. 로제 떡볶이 속 크림도 마찬가지로 캡사이신을 붙잡아 열감을 줄이면서도 매운맛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해외에서 치즈 닭갈비, 치즈 불닭 같은 K-푸드가 인기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친숙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김치는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으로 지역과 재료, 담그는 방법에 따라 다양하다. ©TongRo Images 대중적 사랑 고추를 유럽으로 가져온 콜럼버스는 이 채소가 후추와 관련 있다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칠리 페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고추는 가지과 식물의 열매로 후추과 덩굴 식물의 열매인 후추와는 구별된다. 고추의 매운맛은 캡사이신에서 비롯되지만, 후추의 매운맛은 피페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더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후추가 당시 매우 희귀한 상품이었기 때문에이 향신료를 뿌려 매워질수록 고급 음식으로 생각했다. 17세기 들어 후추가 대량 수입되자 유럽의 상류층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을 지닌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후추를 넣은 음식으로 자신들과 하층민을 구별하고 싶어 했던 상류층의 욕망이 그들이 추구하는 맛 자체를 아예 바꿔 놓은 것이다. 고추는 그렇지 않다. 아열대 식물인 후추와 달리 고추는 온대 기후에서도 잘 자란다. 재배하기 쉽다는 것은 대중이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때 일각에서는 고추의 매운맛을 폄하하기도 했지만, 대중의 소비가 가능한 향신료였기에 한국인 대다수는 개의치 않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맛을 추구할 수 있었다. 고추는 말해 준다. 오늘의 한국 음식 문화를 만든 것은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다수의 대중이라는 것을.

생활 문화가 된 중고 마켓

Culture 2022 SUMMER 676

생활 문화가 된 중고 마켓 중고 물품을 판매 및 구매하는 문화가 국내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Joonggonara)가 개설된 이후부터다. 여기에 더해 2015년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Danggeun Market)이 출시된 이후 이제 중고 거래는 새로운 문화이자 소비 태도로 자리 잡고 있다. “포켓몬스터 빵에 들어 있는 스티커 2개에 3,000원이에요. 직거래합니다.” 편의점에서 1,5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빵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최근 화제가 되었다. 빵 봉지에 함께 들어 있는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서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스터 빵이 20여 년 만에 재출시되어 벌어진 일이다. 이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물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새해에는 ‘새해 복’을 나누겠다는 덕담이 올라오기도 하고,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당근마켓의 글로벌 버전 ‘KARROT’ 화면. 2022년 5월 기준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4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 Danggeun Market Inc 중고 거래의 확산 당근마켓은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직거래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등장했는데, 초창기만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중고 물품 직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 가려져 존재감이 없었다. 당시에 이미 회원 수 1,000만여 명을 보유한 중고나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당근 마켓은 현재 누적 가입자 2,300만 명의 대형 플랫폼으로 급성장해 국내 중고 거래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나아가 ‘Karrot’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부터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에도 진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6km 반경 주민과 직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과 거래 신뢰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가구 수(2,092만 가구) 를 감안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가구가 가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가구에 한 사람 꼴로 가입한 셈이다 보니 당근마켓 이용자냐고 묻는 “당근이세요?”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월간 이용자(MAU)도 2018년 50만 명에서 2019년 180만 명, 2020년 480만 명으로 늘어 2022년 3월 기준 1,700만 명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 같은 중고 거래의 급격한 확산에는 코로나19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이동 거리에 제한이 생기면서 생활 반경이 동네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게 되고, 소비 심리 위축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이유라 할 수 있다.   지역기반의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 인기를 끌며 사용자가 거래할 때 “당근이세요”라고 묻는 밈이 생겼다. © Danggeun Market Inc 동네 주민들의 교류 “전문가용 신속 항원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이 나왔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누군가 게시판에 황급히 올린 글이다. 이 질문에 한 이용자는 “비대면 진료를 거쳐 지정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다” 고 답했고, 다른 이용자는 “많이 아프신가요? 얼른 나으시길 바랄게요”라며 위로했다. 질문자와 답변자들은 같은 동네 주민이다. 당근마켓의 서비스 중 하나인 ‘동네 생활’ 게시판을 통해 주민들은 궁금한 것들을 서로 물어보며 해결할 수도 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연말 기준,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전년도 4분기보다 2.1배 증가했다. 물품을 무료로 나눈 사례들은 같은 기간 동안 82% 늘어나 총 388만 건으로 집계됐다. 무료 나눔 활성화 덕분에 이따금 훈훈한 사연도 들린다. 당근마켓은 매달 11일을 ‘나눔의 날’로 지정하고, 회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미담을 공개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아랫집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덩달아 피해를 겪게 된 일가족의 사연이 있다. 이 가족은 무사히 대피해 다치진 않았지만, 건물 피해가 심각해 3개월간 구청이 마련한 임시 주택에서 살아야 했다. 워낙 급히 빠져나오느라 살림살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생활용품을 무료로 준다는 게시 글을 보고 연락했다. 가족의 사연을 알게 된 게시자는 내주기로 한 물건들 외에도 밑반찬과 아이 용품을 비롯해 상품권까지 나눠 줬다. 한편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 간 밀착도를 높이는 서비스도 매우 유용하다. 생생한 이용 후기와 지역민에게만 제공하는 각종 할인 혜택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소비 위축으로 가성비를 따지면서 중고 거래가 확산되었다. © TongRo Images 중고 거래뿐만 아니라 ‘동네 생활’, ‘내 근처’ 기능을 갖추면서 지역 생활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 Danggeun Market Inc 신뢰 조성 이용자들에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원 수가 많으니 사기로 인한 피해도 종종 발생한다. 때로는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일도 생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방역 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제)를 시행했던 당시에는 다중 이용 시설을 이용하려는 미접종자가 백신 접종 완료자의 포털 ID를 산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원하거나 집에서 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자신의 검사 키트를 판매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사진을 첨부해 성매매 논란이 일었던 사건도 언론에 보도되었다. 당근마켓의 주민들 간 직거래는 지역 기반 C2C(개인 간 거래) 트렌드를 형성해 비즈니스 혁신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런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서로를 신뢰하는 환경을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당근마켓은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불법 콘텐츠를 검수하고 있다. 매매에 참여한 이가 가입 정보와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 주거나, 범죄 연루 정보를 공유하는 즉시 경고 메시지가 채팅창에 뜬다. 판매 사기로 제재받았던 이와 대화하는 경우에는 전례를 알려 잠재적 피해도 막는다. 문제 행위가 적발된 사람의 서비스 이용도 즉시 제한한다. 또한 경찰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가 기관과의 협업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마켓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중고 거래 활성화는 자원 재사용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 당근마켓 측은 그동안 온실가스 720만 톤 저감으로 나무 약 5,24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는 요즘 기업 사이에 확산하는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과도 궤를 같이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원 재사용 관심 증대와 환경 보호 동참 움직임 확산과 맞물려서다. 북미 등에서 이미 활성화된 야드세일이나 플리마켓의 영향을 받은 이벤트도 이미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바람

Culture 2022 SUMMER 615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바람 전통 부채를 만드는 기능을 보유한 사람이 선자장(扇子匠)이다. 김동식(Kim Dong-sik 金東植) 장인은 전라북도 전주에서 4대째 가업을 이어 부채를 만들고 있다. 60년 넘게 전통 방식으로 작업을 해 오고 있는 그는 2015년 국가무형문화재 선자장으로 지정되었다. 선풍기와 에어컨이 없던 시절 부채는 여름을 나는 생활필수품이었다. 바람을 일으키는 용도 외에도 신분을 드러내는 장식품으로, 혼례나 상례 같은 예식 때도 의례용으로 들고 다니는 휴대품이었다. 조선 시대 양반들은 둥근 부채보다 접부채, 그중에서도 합죽선(合竹扇)을 사랑했다. 바람 이는 소리와 함께 폼 나게 펴서 부쳤다가 순식간에 접어 도포 자락에 집어넣는 신공을 즐겼다. 부채에 그림을 그려 화첩 삼아 들고 다녔고, 등이 가려울 땐 효자손으로, 비상시엔 무기로도 요긴했다. 남녀가 은밀히 만날 때는 얼굴을 가리는 도구로 필수적이었다. 한국의 부채는 형태에 따라 둥근 모양의 부채[團扇]와 접고 펼 수 있는 접부채[接扇]로 나뉜다. 단선은 손잡이를 중심축으로 부챗살이 방사형으로 이어진다. 접선은 부챗살의 개수와 재료, 부채 바탕의 꾸밈, 부속품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합죽선은 고려 시대부터 나전, 금속, 칠, 옥 공예 등과 접목돼 대표적인 국교품으로 발전해 왔다. 조선 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부챗살 수도 제한했다. 왕실 직계만이 50개를 넣을 수 있었고, 사대부는 40개, 그 아래 중인과 상민 계층은 그보다 살이 적은 부채를 사용했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석모(洪錫謀 1781~1857)가 펴낸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단오(음력 5월 5일)에 단오부채를 만들어 진상하면 왕은 이것을 재신과 시종들에게 나눠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나라에서는 선자청(扇子廳)이라는 기구를 두어 부채 만드는 일을 관리 감독하고, 전라감영(옛 전라도청)에서는 각 지역에서 제작된 부채를 모아 임금에게 올렸다. 지난한 공정 크고 작은 대나무 조각들이 빼곡히 들어찬 작업실에서 한창 일하던 김동식 장인이 얇게 깎은 대나무를 들어 보여 준다. “합죽선은 이렇게 얇게 깎아 낸 대나무 겉대를 두 개씩 맞붙여서 만든 부채입니다. 속대만 사용하는 중국, 일본의 접선과 달리 합죽선은 견고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우리 전통 부채만의 특징입니다.” 합죽선 하나를 만드는 데는 140~150번의 공정을 거친다고 한다. 우선 적합한 대나무를 찾아야 한다. 대나무는 첫해에 훌쩍 다 자라고 이후에는 속으로 여물기만 하는데 3년은 되어야 적당히 단단해진다. “새로 난 대나무가 보기에는 멋져 보이지만 짜개 보면 속이 물렁해서 쓸 수가 없어요. 3년 된 대나무가 가장 알맞습니다. 또 습기가 차면 좀이 슬기 때문에 건조한 12월과 1월에 일 년치 재료를 마련해야 합니다. 집 지을 때 겨울철에 벌목한 목재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죠.” 색깔이 깨끗한 대나무를 골라 부챗살 치수에 맞게 쪼갠 다음 겉대를 물에 담가 5일 정도 불린다. 그러면 초록빛이 돌던 겉대가 부챗살 특유의 누런색을 띠게 된다. 다음부터가 핵심이다. 대나무 겉대를 끓는 물에 담가 불려 가면서 0.3~0.4mm 두께로 속대 쪽을 얇게 깎아낸다. 이 단계까지 깎여 나간 대나무 양이 3분의 2 정도 된다. “합죽선 만드는 과정에서 이 작업이 제일 힘들어요. 빛이 투과할 만큼 얇게 깎아 내야 접고 펴는 게 부드럽고 탄력도 좋아 바람을 더 시원하게 몰고 옵니다. 겉대는 잘 썩지 않고 단단해서 관리만 잘하면 500년도 가죠.” 얇게 깎아 낸 대나무 겉대 2개를 풀로 맞붙인 다음 부채 형태를 잡아 일주일 정도 말린다. 이때 민어의 부레를 말려서 끓인 부레풀과 동물의 뼈와 힘줄, 가죽 등을 고아 만든 아교풀을 4:6 비율로 섞어서 사용한다. 그래야 떨어지지 않고 오래간다. 부채 골격이 만들어지면, 불에 달군 쇠붙이로 부챗살 아래쪽에 하나하나 문양을 새겨 넣는다. 주로 박쥐, 매화, 용 등의 그림을 넣어 예술성을 높인다. 그다음, 손잡이 부분에 사용할 재료를 깎고 다듬는데 주로 대추나무, 먹감나무, 박달나무 등을 사용해 그 위에 얇게 깎은 대나무 겉대를 붙이거나 나전과 함께 옻칠 또는 주칠로 화려하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상아나 우족도 사용하고 거북이 등껍질을 붙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광을 낸 다음 부챗살에 고루 풀을 입히고 미리 재단해 놓은 한지를 붙인다. 마지막으로 황동, 백동, 은 등 금속으로 고리 장식을 만들어 손잡이를 고정시키면 비로소 한 개의 합죽선이 완성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러한 작업을 6개 부문으로 나눠 여러 사람들이 분업했다고 한다. 정교한 작업인 만큼 손이 많이 가고 수요도 많았던 시절 얘기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동식(Kim Dong-sik 金東植) 선자장은 합죽선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나무를 얇게 깎아내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최장수 합죽선 명가 합죽 작업까지 마치면 부채 형태를 만들고 장식하는 이후의 공정은 별도의 공방에서 작업한다. 김 장인이 밥 먹는 시간 외에 하루 종일 기거하는 방이다. 한쪽 벽면에 가지런하게 정렬된 무쇠 칼들과 연장들, 세월을 가늠키 어려운 작업대에서 60년 넘는 내공이 단번에 느껴진다. “원래는 넓적하던 무쇠가 20년 갈아서 쓰다 보니 이렇게 회칼처럼 가늘어진 겁니다. 이 줄칼은 제 외할아버지가 만들어 쓰시다 제게 물려주셨죠.” 선반과 문틀 사이 벽에 걸린 빛바랜 흑백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조선 말 고종 황제에게 진상할 만큼 솜씨가 당대 최고였다고 합니다. 다행인지 저는 어린 나이에 배우기 시작해 기초부터 세부적인 모든 기술을 외할아버지 곁에서 보고 익혔죠.” 김 장인의 집안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 합죽선을 대물림해 만들고 있다. 1대 외증조할아버지에서 시작해, 흑백사진 속 외할아버지인 2대 라학천(羅鶴千), 3대 외삼촌 라태순(羅泰淳)을 거쳐 김 장인이 4대를 잇고 있다. 그가 합죽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열네 살이던 1956년부터다. 8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상급 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외가에서 살다시피 하며 배웠다. 당시 외가가 있던 마을은 부채 장인들이 집단으로 모여 살던 곳으로, 부채의 주재료인 대나무와 한지를 만드는 닥나무가 풍부했다고 한다. “부채가 생활필수품이었던 때라 착실히 배우면 먹고살 만했죠. 처음엔 허드렛일만 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손재주가 있었는지 대나무를 힘 안 들이고 예쁘게 깎는 걸 어른들이 보시더니 그제야 제대로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제가 우직한 성격이라 배운 대로 곧잘 만들어 내니까 칭찬을 많이 해 주셨어요. 그 바람에 정말 열심히 배웠죠.” 단순한 기술자와 장인의 차이는 발심(發心)에 있는 것일까. ‘이왕 일을 시작했으니 멋진 작품을 만들자’고 다짐한 그는 외할아버지에게 배운 정교한 제작 방식을 그대로 재연하면서 자신만의 합죽선을 만들고 싶었다. 그의 부채는 손에 쥐면 부드럽게 감기고 펼쳤을 때 부챗살과 정확히 반원 대칭이 된다. 그의 합죽선이 특별히 우아하고 품격이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다. 한번은 보증 선 게 잘못되어 수중에 재료 살 돈은커녕 당장 먹고 살 돈도 없을 때였는데, 한 친구가 선뜻 돈을 빌려주며 그에게 했던 말을 평생 잊지 못한다. “너는 부채 만드는 재주를 타고 났으니 절대 놓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가슴에 박혀 이후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2019년 이수자가 된 아들 김대성(Kim Dae-sung 金大成) 씨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으며 전통 부채의 명맥을 잇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김 장인은 지금도 합죽선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해내고 있다. 명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버텨 왔으나 경제적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부채를 만들어서 생활이 제대로 안 되니 젊은이들이 이 일을 하려고 하질 않아요. 그렇다고 제 대에서 이 전통이 끊어지게 할 수 없어서 다른 일을 하던 아들에게 넌지시 의향을 물었죠. 고맙게도 선뜻 해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2007년부터 5대째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아들 김대성(Kim Dae-sung 金大成)은 늦게 시작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자라서인지 빠르게 배워 나갔다. 장인은 대를 잇는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우리 고유의 기술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이라도 받고자 문화재 신청을 했다. 3년에 걸쳐 관련 기록들을 정리하고 만들기 공정을 체계화해서 마침내 2015년 국가무형문화재 ‘선자장 1호’로 지정받았다. 그가 부채 기능인으로서는 최초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음으로써 전통 부채의 명맥을 잇는 몇 안 되는 장인들에게도 동력이 되었다. 이어서 아들도 2019년 이수자가 되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작업실 한켠에서 줄곧 대나무를 깎고 있던 청년이 일을 마치고 인사한다. 김대성의 아들, 김 장인의 손주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손주가 만들어 보고 싶다며 다니고 있긴 한데, 제가 딱히 하라고도 하지 말라고도 못 하는 형편입니다.” 장인은 손주가 대견하면서도 자식들 외에 합죽선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없는 게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엔진은 웅웅거리고……

Culture 2022 SUMMER 625

엔진은 웅웅거리고…… 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거제도는 대한민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임진왜란, 한국전쟁의 뼈아픈 흔적이 세월 속에 고스란히 새겨진 곳인 동시에 아름다운 바다 경치와 풍광을, 그리고 시대의 예술가들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 GEOJE CITY 지난봄 일기 예보에서 남쪽은 벌써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겨우내 얼어 있던 마음이 스스르 녹았다. 그리고 내 기억 속 거제도의 어느 해안 도로가 또렷하게 떠올랐다. 때를 놓치면 묵직한 꽃 터널도 그 아래 어른거리는 꽃그늘도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꾸리고 해가 뜨기 전에 차에 올랐다. 네비게이션은 서울에서 거제도까지 약 네 시간 반이 걸린다고 안내했지만, 쉬엄쉬엄 가면 여섯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차에서 들을 만한 음악을 평소에 넉넉히 골라 놔 다행이었다. 는 플레이 리스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곡이다. 오래되었지만 아직 훌륭한 머슬카, 그랜 토리노를 운전하며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 보는 내용이다. 엔진은 웅웅거리고 아픈 기억은 떠올라(Engines hum and bitter dreams grow) 그랜 토리노에 붙들린 마음(Heart locked in a Gran Torino) 외로운 리듬으로 밤새 고동치네(It beats a lonely rhythm all night long) 이 노래는 동명의 영화에 삽입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중 하나로듣고 있으면 내 차도 그랜 토리노가 되어 나를 달래 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월트 코왈스키(Walt Kowalski)는 한국전쟁(1950~1953) 참전 용사다. 그는 매우 보수적이며 독불장군인 데다 참전 후 트라우마로 사람들에게 곁을 잘 내주지 않았다. 그도 거제도에 대해 알고 있었을까?   거가대교가 완공되면서 부산~거제간 거리는 140㎞에서 60㎞로 단축되었으며, 이동 시간도 2시간 30분에서 30~40분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 gettyimagesKOREA 포로수용소 유적 공원 거제도는 부산광역시와 통영시를 각각 동쪽과 서쪽에 두고 있는데 섬이긴 해도 오래전부터 배를 타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서쪽의 통영시 쪽으로는 1971년 준공된 거제대교와 1999년 개통한 신거제대교가 나란히 놓여 있다. 2010년에는 거가대교가 완공되어 부산 쪽으로도 육로가 열렸다. 통영과 연결된 두 연륙교 아래의 해협은 암초가 많고 수로가 좁아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하다. 1592년 임진왜란 때 무신 이순신(李舜臣 1545~1598)은 이곳으로 적선을 유인해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의 날개를 닮은 진법을 펼쳐 적군을 호쾌하게 섬멸해 버렸다. 이것이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도 대첩이다. 그러나 아무리 호쾌한들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이 아닐지. 거제도에 새겨진 전쟁사를 거론하자면 한국전쟁 때 대규모 포로수용소를 설치하고 운영했던 일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50년 9월, 유엔군은 남진하고 있던 북한군을 섬멸하기 위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다. 이 작전의 성공으로 전세가 역전되고 이후 수많은 포로들이 생겨나자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거제도 고현‧수월 지구를 중심으로 총 1,200만㎡의 부지에 포로수용소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1951년 2월 포로수용소 업무를 개시하여 북한군 15만 명, 중공군 2만 명, 의용군 3천 명의 포로를 수용했는데, 그중에는 300여 명의 여자 포로들도 있었다. 포로들의 생활상, 막사, 의복 등 생생한 자료와 기록물로 조성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전쟁 역사의 교육장이자 관광명소가 되었다. 영화 는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최대 규모인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수용자로 댄스단을 구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NEW 이 포로수용소 유적을 기념하는 공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제네바 협약을 접하게 된다. 전쟁에서의 인도적 대우에 관한 기준을 합의한 국제 규약이다. 특히 1949년에 합의된 제4협약은 포로들의 인권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 협약이 처음으로 적용된 때가 한국전쟁 시기다. 유적 공원 초입의 전시실에는 수용소가 포로들의 인권을 위해 애쓴 여러 사례들이 선전돼 있었다. 특히 수용소 내 배식은 전선의 병사들에게 지급되었던 사정보다 훨씬 나았다고 한다. 그러나 포로들이 아무리 배려 받았다고 한들 전쟁 중이었다는 건 명백하다. 그들은 고향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모를 어떤 섬에 고립된 채 삼엄한 경계 속에서 강제 노역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이따금 대외 선전을 위해 평화롭고 즐거운 모습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소설가 최수철(Choi Su-chol, 崔秀哲)은 거제 수용소의 포로들이 스퀘어댄스를 췄다는 사진 자료를 접하고 연작 소설 『포로들의 춤』(2016)을 썼다. 연출가 김태형(Kim Tae-hyung, 金泰亨)은 같은 소재로 뮤지컬 (2015)를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영화감독 강형철(Kang Hyoung-chul, 姜炯哲)은 이 뮤지컬을 각색하여 (2018)를 찍었다. 전시에 붙잡혀 온 공산주의자들이 적국의 민속춤을 과연 자발적으로 연습해서 췄을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유 보도 사진 작가 그룹 매그넘 소속의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이 1952년에 찍은 한 사진에서는 연병장을 돌며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이 기이하게 커다란 가면을 쓰고 있다. 아마도 적의 춤을 배웠다는 것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아직 공산주의를 고수하며 고향으로 송환될 날만 벼르는 동료 포로들에게 린치를 당하거나, 당장의 위험은 없더라도 나중에 사진이 퍼지면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로들의 춤』과 와 에서 이런 해석을 엿볼 수 있다. 한때 이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이들에게 그 이상 무엇을 베풀어야 하며 어떻게 통제하고 교화하란 말이냐고 물을 수 있다.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이고,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로서 달리 할 말은 없다. 그저 제발 이 지구상에서 전쟁이나 그 비슷한 위협과 폭력이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거제도에는 모래보다 흑진주를 닮은 몽돌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 많다. 바닷물이 밀려왔다 몽돌 사이로 빠져나갈 때면 ‘자글자글’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는 한국 자연의 소리 100선에 선정됐다. © gettyimagesKOREA 이번엔 임진왜란의 수많은 해전 중 유일한 패배지, 칠천도로 향했다. 기념관 마당에 서서 물살을 바라보며 한숨을 몇 번쯤 내쉬었다.20분 정도 거리에는 옥포가 있다. 이순신의 조선 수군이 처음으로 왜군과 싸워 승리한 곳이다. 나의 ‘그랜 토리노’는 전쟁의 흔적을 따라 나를 이끌고 있었다.   두 개의 큰 섬으로 연접한 해금강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해금강 사자바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일 년 중 3월과 10월에만 볼 수 있는 비경이다. © gettyimagesKOREA 몽돌 해변 거제에는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 많다. 남동쪽에 있는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도 그중 하나로 연중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오랜 세월 갯바위가 파도에 부서져 돌덩어리가 되고, 돌덩어리들이 닳고 닳아 주먹 크기의 둥글둥글한 몽돌이 되었다. 바위가 몽돌이 되기까지 그 긴 시간을 생각하면 내 삶의 길이는 순간이나 다름없다. 전쟁도 그 순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정말 흑진주처럼 까맣고 반질반질한 몽돌들이 햇살을 튕겨 냈다. 해변을 가득 메운 몽돌은 파도가 칠 때마다 서로 부대끼며 아주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만큼 파도의 거친 힘을 흩어 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모래사장과 달리 몽돌은 바닷가 주민들을 보호해 주는 기능이 있다. 이 해변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성난 파도가 기승을 부리다 간 어느 날, 해안의 몽돌들이 모두 사라지고 모래만 남아 있었다. 주민들이 이 기이한 현상 앞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데 다음 날 거짓말처럼 몽돌들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이 짤막한 이야기에서 이곳 사람들이 몽돌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기념 삼아 하나둘씩 챙겨가는 걸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흔적도 꽤 보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몽돌 해변마다 안내판에 적혀 있는 어느 사연이다. 지난 2018년 국립공원관리공단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 사무소로 소포 하나가 배달됐다. 그 안에는 몽돌 두 개와 편지가 들어 있었다. 미국에서 놀러 왔던 한 소녀가 기념으로 몽돌을 가져갔다가 엄마의 설명을 듣고 크게 후회해 돌려준 것이었다. 과태료나 벌금을 물리겠다는 경고판보다는 진심이 담긴 소녀의 편지가 훨씬 더 설득력 있게 관광객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까? 해변을 둘러보다가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해금강을 보기 위해서다.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섬인데, 1971년에 일찌감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호가 되었다. 정부가 지정한 129개의 명승 중 도서 및 해안 형은 딱 15개가 있는데 그중 2개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거제 지구에 몰려 있다. 이곳의 바다 경치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말해 주는 증거다.   서양화가 양달석(梁達錫, 1908~1984)은 동심이 깃듯 향토적인 그림을 많이 남겨 ‘소와 목동의 화가’라고도 불렸다. 한국 근대문학사의 거목인 청마 유치환을 기리기 위해 태어난 곳에 세워진 기념관으로, 청마의 문학과 삶의 자취에 대한 기록을 관람할 수 있다. 거제가 낳은 예술가들 해금강의 위용을 가슴에 새기듯 담고 항구로 돌아와서 다시 길을 잡았다. 국내1세대 서양 미술가 중 한 명인 양달석(Yang Dal-seok, 梁達錫, 1908~1984)과 한국 시단의 큰 기둥, 유치환(Yoo Chi-hwan, 柳致環, 1908~1967)을 만나러 가야 했다. 두 사람이야말로 죽어서 해금강의 우뚝 솟은 바위들 중 하나가 되어 있는 건 아닐까? 먼저 도착한 곳은 양달석이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곳, 성내 마을이다. 그의 작품으로 벽화를 곳곳에 그려 놓아 그림책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목동과 소를 주제로 그린 작품이 많았다. 그림 속 아이들은 바지가 흘러내려 볼기가 훤히 드러나는데도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닌다. 물구나무를 서거나 허리를 숙여 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도 있다. 그 행동과 표정들이 무척 해학적이다. 소는 게으르게 풀을 뜯고 있고 산천초목은 푸르며 모든 것이 평화롭다. 화가가 그려 낸 세계는 어째서 저토록 서정적이고 아름다운가. 양달석은 아홉 살 때부터 큰집에서 머슴살이를 해서 소와 친해졌다고 한다. 꼴을 먹이다 소를 잃고 돌아와 크게 야단맞은 날이 있었는데, 밤새 산을 뒤지며 찾아다니다 잃은 소를 발견했을 때는 소의 다리를 붙들고 오래 울기도 했단다. 그런 아픈 기억들이 아무런 걱정과 근심이 없는 세계를 꿈꾸는 화가를 만든 건 아닐까. 청마기념관은 피안을 꿈꾸던 또 한 명의 거제 출신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현실이 고될지언정 시 안에서는 의지를 일으켜 세웠던 유치환이다. 그의 대표작 「깃발」에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구절이 나온다. 바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장면을 묘사한 것인데, 문학 수업에서 역설법을 설명할 때 반드시 예로 든다. 그가 거제를 노래한 시 「거제도 둔덕골」이 기념관 마당의 시비에 새겨져 있었다. 시는 여러 행에 거쳐 고향 마을의 각박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다가 마지막 구절에 이르러서는 “해 뜨면 밭 갈며 어질게 살다 죽겠다”라고 약속한다. 보통 사람의 여유와 포용력이 아니다. 푸른 말을 뜻하는 그의 호(號) ‘청마(靑馬)’가 이 섬의 산야를 누비는 상상을 해 본다. 엔진은 웅웅거리고……. 버릇처럼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 내게는 과연 몽돌 한 개만 한 여유와 포용력이 있을까? 나의 ‘그랜 토리노’가 엔진을 웅웅거려 대답해 줬다. 그런 질문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Realities’ que rompen el techo de cristal

Culture 2022 SPRING 215

‘Realities’ que rompen el techo de cristal Los programas de tele-realidad solo con mujeres ganan terreno. Una combinación de lazos fraternales y empatía, superpuesta a una narrativa de desafíos y envuelta en respeto mutuo, va logrando un lugar especial en el corazón de los espectadores. “Street Woman Fighter”, un programa de supervivencia de Mnet, televisión por cable, puso el foco sobre las bailarinas secundarias y captó gran atención incluso antes del estreno, en agosto de 2021 (foto de grupo). Holy Bang fue la ganadora. © Mnet Cuando las bailarinas salieron del anonimato y pasaron al frente del escenario como competidoras en el concurso “Street Woman Fighter”, de la noche a la mañana pasó a ser sensación en las redes sociales y webs de noticias. Estrenado en agosto de 2021, el programa fue número uno en la categoría de no drama durante sus dos meses de duración.   Monika (izda), líder de Prowdmon, Z-Sun, miembro de CocaNButter. El tráiler intentó acentuar la “pelea de gatas entre chicas alfa” con confrontaciones impactantes, pero las bailarinas se mantuvieron frías y respetuosas y reconocieron sus logros. © Mnet Bailarinas se enfrentan en un escenario, ante el presentador y tres jueces. Otras competidoras se sientan alrededor del escenario, animando y reaccionando. © Mnet La Chica era inicialmente un grupo de tres para coreografiar a un cantante, pero siguió como grupo ante los crecientes compromisos con otros cantantes. Compitieron en “Street Woman Fighter” como equipo de cinco, con dos bailarinas invitadas. ©Mnet nueva tendencia Para las audiencias “Street Woman Fighter” fue mediocre (en el mejor caso). La emisora Mnet nunca alcanzó más de un 3% con él, en marcado contraste con “Superstar K” de la misma cadena o con “Mr. Trot”, ambos programas de audición musical. El primero, de 2009 a 2016, fue la caza de talentos más popular de televisión en las primeras tres de sus ocho temporadas, y ayudó a promover carreras de cantantes. Mientras, en 2020, el último programa aprovechó el tirón del género trot coreano para convertirse en uno de los programas de mayor audiencia de la televisión por cable del país, basado en un programa anterior llamado “Miss Trot”. Lo que “Street Woman Fighter” compartía con otros programas de talentos previos fue un fandom febril. Al terminar la temporada el 26 de octubre, las bailarinas iban como invitadas a populares programas de entretenimiento o salían en las revistas de fin de año. Otro programa con el inusual enfoque de un elenco totalmente femenino es “Kick A Goal” de SBS, una mini-liga de fútbol de celebridades de mediana edad entrenadas por integrantes del equipo coreano del Mundial 2002. Tras su estreno en junio de 2021, lideró los miércoles por la noche durante seis semanas, con promedios de audiencia del 6 al 8%, notablemente mejores que otros shows de entretenimiento. Pero la reputación del programa se vio empañada cuando pillaron a los de producción manipulando imágenes para que las coincidencias “parecieran más cercanas” de lo que eran en realidad. Aún así, el programa jugó su papel de inyectar emoción al entretenimiento televisivo. Desde esta perspectiva, podríamos decir que el “síndrome” creado por “Street Woman Fighter” y las altas calificaciones de “Kick A Goal” anunciaron la llegada de programas de competencia centrados en mujeres. Desafiando clichés “Street Woman Fighter” y “Kick A Goal” tuvieron un impacto similar. En ambos formatos la ganadora se lo lleva todo y rompieron los estereotipos de los concursos femeninos, hasta 2021 repletos de clichés de género. Productores y directores enfocaban los programas hacia la rivalidad entre competidoras, enganchando al espectador por la personalidad, acaloradas discusiones y rumores, y no por la competencia en sí. Los típicos comentarios al respecto eran declaraciones condescendientes del tipo: “No pelea mal para ser mujer”. De hecho, “Street Woman Fighter” comenzó con ese mismo cliché. El eslogan promocional del primer episodio era “¡Verano de 2021, las mujeres vienen a golpearte con su baile!”. Los tráileres presagiaban feroces peleas de gatas. En la primera misión asignada al elenco, una concursante considerada inferior se vio obligada a usar la pegatina “Sin respeto” y a librar una batalla de baile, y un ídolo que se unió a la competencia era molestado una y otra vez por bailarinas experimentadas. Aquello parecía una manada de hienas buscando presa fácil. Pero las bailarinas compitieron en grupos y el espectáculo dio en el blanco en su “misión pedagógica”. Requería crear una coreografía y No:ze, la líder del grupo WayB, fue la ganadora. Eso llevó a las líderes de otros grupos a una incesante práctica y dura competencia para ser elegidas como bailarina principal de la coreografía de No:ze. Hubo disputas y malas palabras que, tal como estaba previsto, captaron la atención de los espectadores. Pero fuera de los ataques verbales, las bailarinas mostraron respeto, cuidado mutuo y compromiso con su oficio. Incluso la cantante excluida recibió afecto y respeto sin límites antes de ser eliminada. Al comentar la coreografía de No:ze, uno de las bailarinas dijo: “Podría cocinar algo con eso si pudiera memorizar los movimientos”. No quería decir que el baile fuera fácil, sino que confiaba en sí misma y en sus destrezas de baile. Aunque los productores intentaron aprovechar la edición para mostrar emotivas peleas de gatas entre las bailarinas, la sincera pasión de los grupos de baile se dejaba entrever y terminó conmoviendo a los espectadores. No había guion, pero la profesionalidad de las bailarinas cambió la narrativa hacia otro enfoque. El primer grupo en ser eliminado fue WayB. No:ze. La líder dejó el escenario con una sonrisa y dijo: “Espero que todas bailen siempre felices”, mostrando tranquilamente su amor por el baile. A partir de entonces no importó ganar o perder, sino demostrar profesionalidad sin remordimientos. Prowdmon, una fuerte contrincante, no pudo culminar la cuarta misión, pero a los espectadores no les importó su derrota. En un giro único para un programa de supervivencia, apenas importaba quien fuese el eventual ganador. Igual sucedió con “Kick A Goal”, que pasó a programa regular cuando el piloto logró un rating del 10%. Programas previos de celebridades que practicaban deporte, daban a la audiencia la oportunidad de burlarse de la falta de habilidades o de condición física de las estrellas. En cambio “Kick A Goal” desafió esas expectativas, como “Street Woman Fighter”. FC Fire Moth, equipo de celebridades de mediana edad que ganó en el piloto, repitió su hazaña en la temporada regular, pero de nuevo el resultado pasó a un segundo plano para los espectadores. El proceso era lo esencial. Ganar o perder no importaba, fue más una ocurrencia tardía. El campeonato fue una revancha contra los FC Giants, cuyas integrantes eran modelos, y naturalmente más altas que sus oponentes, por tanto la agilidad era un reto más. En el piloto contra FC Fire Moth, las modelos fueron irremediablemente superadas. Sin embargo, en la temporada regular lo hicieron suficientemente bien como para pasar a la eliminatoria y enfrentarse con FC Fire Moth. Y pese a perder nuevamente, la tenacidad de FC Giants conmovió profundamente a los espectadores. El esfuerzo de las jugadoras fue lo que captó la atención, no las disputas personales ni su capacidad atlética. Como sello subsidiario de YG Entertainment, YGX estaba tras los cantantes de YG o enseñando a los aprendices. Destacaron al ser las más jóvenes competidoras del programa. Con su imagen chispeante, se convirtieron en símbolo de mujeres Gen-Z. ©Mnet Solidaridad y empatía En el universo del entretenimiento de enfrentamientos físicos, los elencos exclusivamente femeninos marcan una decisiva tendencia frente a los masculinos, justo porque las mujeres desafían las gastadas fórmulas de programación al competir con tenacidad, sinceridad y respeto mutuo. La mejor línea que salió de “Street Woman Fighter” fue: “Mira, ahora va a ser una pelea entre eonnis”, refiriéndose a un espacio de mujeres fuertes y orgullosas, donde ningún hombre se atrevería a entrar. Entre los pioneros de estos programas centrados en mujeres se encuentran “Sporty Sisters” de Echannel, lanzado en 2020 y con segunda temporada en 2021, y “Video Star” de MBC every1, que se emitió desde julio de 2016 hasta octubre de 2021. En “Sporty Sisters”, atletas retiradas y en activo, como la golfista del Salón de la Fama de la LPGA, Pak Se-ri, probaban una actividad diferente, poniendo patas arriba la estereotipada imagen de esas mujeres. Por ejemplo, la nadadora Jung You-in impresionó con sus anchos hombros y su musculosa complexión. De forma similar, en “Kick A Goal” la comediante Kim Min-kyoung lució forma física y coordinación, eliminando a los defensores con su robusta complexión y con rápidos regates que sacaron a los espectadores de sus asientos. En un contexto donde las mujeres coreanas luchan contra clásicas expectativas y persistentes techos de cristal, resultó significativo. El programa de entrevistas “Video Star”, filial de “Radio Star” de MBC, hasta hace poco con un panel exclusivamente masculino, también fue un agente importante. Durante sus cinco años en antena, las presentadoras Park Na-rae y Kim Sook ganaron los MBC Entertainment Awards 2019 y los KBS Entertainment Awards 2020, respectivamente. Tras mucho tiempo ignoradas por sus homólogos masculinos, esperaron por años un lugar y obtuvieron reconocimiento. En las emisiones televisivas, las mujeres siempre ocuparon roles rígidos y fueron fácilmente marginadas. Pero las artistas femeninas, tanto profesionales como amateurs, han abierto nuevos caminos contra viento y marea. Y, por supuesto, las espectadoras empatizaron con ellas y las apoyan. Al haber librado batallas similares, estas mujeres comparten un sentido de solidaridad. Saben que aún queda mucho trabajo y se preparan para otra pelea, pues aún no han alcanzado el punto máximo: es un proceso en marcha y queda mucho por mostrar en 2022.

여성 예능 바람이 분다

Culture 2022 SPRING 1172

여성 예능 바람이 분다 남성 중심의 방송 환경과 낮은 시청률로 인해 부진하던 여성 예능이 최근 들어 한국의 TV 예능 편성에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여성들 간의 유대와 공감 속에 펼쳐지는 도전과 상호 존중의 서사가 시청자들의 마음에 큰 여운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수들의 뒤에서 무대를 지켜왔던 무명의 댄서들을 조망한 케이블 TV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는 2021년 8월 방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사진 속 그룹은 격전 끝에 최종 우승을 차지한 홀리뱅이다. ©Mnet 2021년 한국 TV에서 가장 뜨거웠던 콘텐츠 가운데 Mnet의 (街頭女戰士, Street Woman Fighter) 가 있다. 흔히 가수 뒤의‘백댄서’로 호명되던 여성 댄스 크루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경연을 펼친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8월 24일 첫 방영부터 화제를 모았다. 방영 기간 동안 꾸준히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했고, 10월 26일 종영 이후에는 주요 참가자들이 다른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에 게스트로 초청받는가 하면, 여러 패션잡지의 연말 결산에서도 일제히 다뤄졌다.   의 무대는 한 명의 MC와 세 명의 심사위원을 중심으로 대결을 앞둔 양 크루가 바라보는 사각형 구조다. 그 주위로 나머지 크루 멤버들이 자리 잡고 응원과 호응을 해준다. ©Mnet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왼쪽)와 코카N버터의 리더 리헤이. 예고편은 ‘쎈 여자들’의 다툼이고 아찔한 갈등의 연속이었으나 본방에서 보여준 출연자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름답게 인정하는 멋진 모습이었다. ©Mnet 라치카(La Chica)는 애초에 한 가수의 안무를 짜기 위해 모인 일시적 모임이었는데, 작업량이 많아지고 다른 가수들의 안무도 담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팀이 됐다. 원래 세 명이 팀원이지만 스우파 출연을 위해 피넛(왼쪽에서 두번째)과 에이치원(맨 오른쪽)이 객원 맴버로 참석했다. ©Mnet 새로운 트렌드 2010년 Mnet의 (Superstar K) 시즌 2와 2020년 TV조선에서 방영한 (Mr. Trot, 明天是)이 그러했듯, 는 단순한 인기 프로그램을 너머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역대 시청률을 갱신했던 두 프로그램과 달리 의 시청률은 가장 높았을 때도 3%를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프로그램은 불특정 다수 시청자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 커뮤니티, 뉴스 포털 등 TV 바깥에서 커다란 화제를 만들며 팬덤을 이뤘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따져보려면 시청률이라는 지표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긴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코미디언, 패션 모델, 배우 등 여성 유명인들이 2002년 월드컵 대표 선수들을 감독으로 축구팀을 만들어 경쟁한 SBS (Kick A Goal, 踢球的她们)이다. 2021년 6월 이후 계속 방영 중인 이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6~8%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같은 해 신작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최근 조작 논란이 있긴 했지만, 침체에 빠져 있었던 지상파 예능의 희망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가 만들어낸 신드롬과 의 안정적인 높은 시청률이 지난 해 한국 여성 예능의 부흥을 이끈 두 가지‘사건’이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겠다. 클리셰에 맞서다 두 프로그램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형식을 갖췄으면서 동시에 여성 서바이벌 예능의 거의 모든 클리셰를 배신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TV 여성 서바이벌 예능에서 보여온 구도는 경쟁 자체보다는, 경쟁 과정에서 격화되는 감정싸움을 구경하거나 ‘여성 치고 잘하는’ 모습을 기특해하는 방식으로 소비되어 왔다. 는 다른 여성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그래왔듯, 강렬한 비주얼의 여성끼리 벌이는 ‘캣파이트’를 노골적으로 의도한 프로그램이다. ‘2021년 여름, 춤으로 패는 여자들이 온다!’는 방영 전 홍보 문구나 예고편도 여지없이 캣파이트를 연상시켰다. 또한 만만한 상대로 지목된 댄서가 옷에‘No Respect’ 스티커를 붙이고 배틀을 벌이는 첫 미션에서 연이어 아이돌 출신 댄서를 제압하는 모습은 마치 하이에나 무리가 손쉬운 먹잇감을 사냥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신드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계급 미션’에서도 댄스 크루 웨이비의 리더 노제(No:ze, 盧智慧)가 만든 안무를 채택한 뒤 그 안무를 더 잘 소화해 메인 댄서가 되려는 다른 크루 리더들의 치열한 역공의 과정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 프로그램 속에는 단순한 싸움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존감 높은 출연자들의 진짜 모습이 있었다. 아이돌 출신 댄서가 탈락하게 되는 마지막까지 모든 출연자들은 그에게 한없는 애정과 존중을 표시했다. 또한 노제가 만든 안무를 두고 한 출연자가 “저건 내가 좀 갖고 놀 수 있겠다. 외우기만 하면” 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그 춤이 쉽고 만만하다는 의미보다는 오히려 본인의 춤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가 내비쳤다. 출연자들 간의 경쟁을 감정적 캣파이트로 묘사하려는 편집에도 불구하고 춤을 향한 그들의 진지한 태도는 감춰지지 않았고, 바로 이 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탈락해야 했던 노제는 “항상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게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담담하게 춤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떠났다. 바로 이때부터 모든 참가자에게는 승패 보다는 프로로서 얼마나 후회 없이 전문성을 증명하고 가느냐가 중요하게 됐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프라우드먼이 3차 미션에서 떨어졌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그들의 패배가 아니었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느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종전의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10%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자 정규 편성에 들어갔던 역시 마찬가지다. 연예인들이 모여 스포츠 경기를 벌이는 경우 종전에는 으레 출연자들의 부족한 실력과 실수가 주는 웃음에 초점을 맞췄던 것에 반해, 이 프로그램은 그러한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했다. 파일럿 방송에서 우승했던 중년 스타 팀 FC 불나방은 정규 방송에서도 다시 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치며 우승했지만, 여기서도 역시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니었다. 평균 키가 월등히 컸음에도 불구하고 파일럿 단계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했던 모델 팀이 정규프로에서 가까스로 4강전에 올라 FC 불나방과의 결승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끈질긴 시도로 득점에 성공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YG엔터테인먼트 산하의 댄스 레이블 YGX는 주로 YG 소속 가수의 공연이나 연습생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에 합류했다. 참가 그룹 중 가장 어리고 톡톡 튀는 이미지로 Z세대 여성의 상징이 되었고, 실제로 주 고객층이 Z세대 여성들인 유명 패션 플랫폼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Mnet 유대와 공감 남성 중심의 방송 환경에서 여성 예능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또 다른 방법, 즉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성실과 끈기, 그리고 상호 존중의 태도가 있었다. 의 최고 명대사로 꼽히는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는 감히 남자들은 끼어들 수 없는 강한 여성들의 도도한 세계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이러한 한국 여성 예능의 부상이 있기 까지는 2020년 방영이 시작된 E채널의 (Sporty Sisters, 愛玩的姐姐)나 2016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방영된 MBC everyone의 처럼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온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2021년에 시즌 2로 이어진 에서는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Pak Se-ri, 朴世莉)를 비롯해 전‧현직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해 새로운 운동 종목이나 취미를 경험한다. 막강한 근육과 넓은 어깨로 화제가 됐던 수영선수 정유인(Jung You-in, 鄭唯仁)처럼 그 동안의 TV 속 젠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 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에서 코미디언 김민경(Kim Min-Kyoung, 金敏璟)이 큰 체구로 수비수를 튕겨낼 정도의 저돌적인 드리블을 하는 통쾌한 장면도 서로 일맥상통한다. 최근까지 남성 진행자들만 있었던 MBC의 인기 토크쇼 의 마이너 버전 정도로 만들어졌던 (Video Star)의 존재도 중요하다. 이 쇼가 5년 동안 장수하는 동안 MC를 맡았던 박나래(Park Na-rae, 朴娜勑)와 김숙(Kim Sook, 金淑)은 각각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 2020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남성에 비해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 방송인들이 진행자로서 자리를 지키고 성장해 최고의 예능인으로 인정받게 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방송에서 여성은 언제나 남성의 관점에서 그려졌고 주변부로 밀려나기 일수였다. 그런 속에서도 새롭게 자신들의 영역을 개발해온 여성 연예인들이 있고, 또한 그들과 일체감을 느끼며 응원하고 지지하는 여성 시청자들이 있어 왔다. 이들은 서로 비슷한 싸움을 해온 유대감을 공유하며 또 한 번의 전진을 위해 투쟁을 각오한다. 이들의 성취는 아직 결말이 아닌 과정이다. 2022년에도 그들은 새로 보여줄 것들이 많아 보인다.

겨울이 남긴 풍미, 시래기

Culture 2022 SPRING 2451

겨울이 남긴 풍미, 시래기 늦가을과 겨울의 추운 날씨를 버텨내고 단맛을 끌어올린 시래기를 봄에 먹으면 마치 계절이 주는 선물이 입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든다. 입문이 쉽지는 않지만 한번 맛을 알게 되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도 힘든 음식이다. 무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채소 중 하나로 김치 뿐만 아니라 나물, 국 조림 등 여러 음식의 재료로 사용된다.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쓰임새를 가졌고, 계절에 따라서 다른 맛을 내기도 하여 매력적인 식재료다. 특히 겨울철 노지재배로 수확한 무의 푸른 무청을 떼어 내 엮은 뒤 겨우내 햇볕과 바람으로 말린 시래기는 구수한 맛과 부드러운 촉감으로 봄철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다. 시래기는 최소 3번 정도 얼고 녹기를 반복해야 맛있어진다. 건조과정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시래기의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더해주고 몸의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지금은 별미로 여겨지는 음식이라도 그 출발은 때로 하잘것없어 보일 수 있다. 무청이나 배추의 겉잎을 햇볕과 바람에 말린 시래기가 그렇다.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늦가을이면 겨울에 먹을 김치를 담가왔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라있는 ‘김장문화’이다. 이때 배추와 무에 파, 마늘, 고추가루 등 여러 양념을 섞어 김치를 담그고 나면 무청과 배추 겉잎이 남는다. 이를 날 것 그대로 말리거나 또는 삶아서 말리면 시래기가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푸성귀를 다듬을 때 골라 놓은 겉대를 우거지, 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을 시래기로 정의하고 있다. 초라한 모양이 때로는‘잔뜩 찌푸린 얼굴 표정’에도 비유되는 우거지도 정성껏 말리면 좋은 식재료가 되는 것이다. 배추와 같은 채소의 겉잎은 자라는 동안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된다. 속잎에 비해 거칠고 손상되어 품질이 낮아 보이기 마련이다. 누렇게 시들거나 풀이 죽기도 한다. 그런데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목숨을 이어가던 시절에는 그것 마저 버릴 수 없었다. 채소 꺼풀을 주워 모아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잘게 썰어 한 줌의 쌀이나 두부비지, 밀기울을 넣어 죽으로 끓여 먹었다. 그조차도 세 끼를 먹기에 모자랐다. 한 끼 또는 두 끼만 먹으면서 간신히 버티는 사람이 많았다. 춘궁기면 시래기죽이라도 배불리 먹고 싶다는 농민들의 호소가 신문 기사로 실리곤 했다. 적응이 필요한 음식 시래기는 여러 번 먹어야 비로소 맛을 알게 되는 음식이다. 추운 겨울 시골집 마당에서 시래기를 삶는 냄새는 별로 향기롭지 않다. 뜨거운 김이 집안까지 데워 주는 느낌은 좋은데 냄새는 싫다. 배추나 무청을 삶으면 생겨나는 황화합물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삶는 과정에서 알싸한 매운맛이 줄어들고 부드럽고 순한 맛이 된다. 배추에는 감칠맛을 내는 유리 글루탐산이 많이 들어있다. 무청에는 뿌리인 무보다 더 많은 글루탐산이 들어있다. 황화합물과 글루탐산은 본래 육류에 많이 들어 있어서 고기 맛을 내는 성분이다. 배추와 무청을 말려 만든 시래기가 의외로 고기와 잘 어울리는 것은 이 풍미 물질 덕분이다. 고추장, 된장을 풀고 마늘을 넣어 시래기 찌개나 국을 끓여 먹으면 고기를 넣지 않아도 고기 맛이 난다. 멸치 육수를 더하면 풍미가 더 좋다. 음식 맛이 유명한 항구 도시 통영에서는 멸치 대신 장어 뼈로 국물을 낸 시래깃국이 전해 내려온다. 사실 처음부터 누구나 좋아할 맛은 아니다. 어린아이가 생소한 음식을 받아들여 좋아하게 되려면 최소 8회에서 15회까지 그 음식을 경험해봐야 한다. 시래깃국은 이런 설명에 딱 맞는 음식이다. 나 역시 맨 처음 시래깃국을 맛본 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음식이었다는 기억만큼은 분명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날부터 시래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일단 좋아하게 되니 시래기로 만든 대부분의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들깨를 넣어 무친 시래기 무침, 된장과 갖은양념을 넣어 졸인 시래기 지짐, 사골 육수에 끓인 사골시래깃국까지 시래기가 들어간 요리면 구미가 당긴다. 정월 대보름은 음력 명절이다. 2022년 정월 대보름은 양력으로 2월 15일이다. 이날은 오곡밥에 묵나물을 많이 먹는다. 묵나물은 ‘묵은 나물’로 박, 오이, 버섯, 호박, 순무, 고사리, 취나물, 오이꼭지, 가지껍질 등을 말려서 겨우내 저장해둔 채소를 삶아서 무친 것을 말한다. 묵나물엔 시래기도 포함된다. 시래기는 자주 얼고 녹으며 완전히 말라야 하는 만큼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장소가 적합하다. 해발 300~500m 위치의 산간 지대로 일교차가 20도 이상 벌어지는 강원도 양구 해안분지, 일명 펀치볼에서 생산한 시래기가 유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펀치볼’은 한국전쟁 당시 격전이 벌어졌던 이 곳의 지형이 화채 그릇을 닮았다고 하여 한 미국인 종군 기자가 시용하며 알려진 이름이다. ©shutterstock 조선 후기의 학자 홍석모(洪錫謨 1781~1857)는 자신의 책 (東國歲時記 1849)에서 정월 대보름에 묵나물을 먹으면 다가올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그의 설명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래기를 비롯한 묵나물의 영양학적 가치는 충분하다. 채소를 삶고 말리면 엽록소의 색이 초록색에서 황록색으로 다소 칙칙하게 변하지만, 엽록소 자체는 애초에 사람의 체내로 흡수되어 이용되는 영양성분이 아니다. 비타민B군, 비타민C와 같은 수용성 비타민은 일부 손실되지만 지용성 비타민과 미네랄은 대부분 그대로 남는다.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데친 무시래기 100g에는 단백질 4g, 탄수화물 9.8g, 지방 0.3g, 식이섬유는 무려 10.3g이 들어있다. 시래기 두 접시만 먹어도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식이섬유 섭취량 25g의 절반 이상을 먹게 되는 셈이다. 그 효과가 여름까지 가지는 않을 테지만, 적어도 변비인 사람의 봄철 식탁에 시래기가 자주 놓이는 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오래 푹 삶은 다음 찬물에 담가 놓아 부드러워진 시래기는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곱게 다져 넣고 갖은 양념을 하여 기름에 볶은 시래기나물은 정월대보름 식탁에 빠지지 않는 별식이다. ©Getty Images Korea 추위가 남기고 간 선물 요즘 시래기는 예전 시래기와 다르다. 과거에는 무로 김치를 담그고 남은 무청을 알뜰살뜰 말려 시래기를 만들었다. 이제는 시래기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여 따로 심는다. 시래기 전용 무 종자를 재배하여 얻는 시래기는 일반 무로 수확한 시래기보다 잎이 더 연하고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 식감이 부드러워 껍질을 벗기고 요리하는 게 번거로운 사람이 바로 조리해 먹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잎 수가 더 많고 잘 자라는 품종을 서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심어 무청이 충분히 자라면 잘라내어 시래기를 만들고 무를 남긴다. 파종하고 45일에서 60일 사이에 수확하여 작은 무는 노지에 그냥 버려두기도 한다. 2021년 11월 29일 의 기사 제목처럼 밭에 남겨진 무가 “시래기가 미워요”라고 외칠만하다. 기사에 따르면 시래기 전용 무는 맛이 약간 맵고 일반 무에 비해 물러서 김치를 담그기에 적당치 않다. 그래서 동치미를 담그거나 채 썰어 말린 후 볶아 차로 만들거나 또는 무장아찌를 담그는 데 활용된다고 한다. 시래기는 전국 어디서나 수확해 먹지만 강원도 양구가 산지로 가장 유명하다. 산간지역인 양구군의 해안분지는 ‘펀치볼’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종군기자가 붙인 이름이다. 음료를 담는 둥근 그릇처럼 움푹 패인 침식 분지의 지형을 가리키는 영어단어가 지역의 이름으로 아직 남아있는 것은 이곳이 그만큼 격전지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 막바지까지도 펀치볼 전투는 치열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구 펀치볼하면 시래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다. 양구라는 이름처럼 햇볕이 유난히 환한 이곳의 시래기는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추운 날씨가 무의 맛을 달고 순하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채소가 추위에도 얼지 않으려면 잎과 줄기, 뿌리 속의 수분은 줄고 당분과 단맛 유리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진다. 춥고 햇빛이 흐려지는 가을, 겨울에는 매운맛을 내는 풍미 물질이 더 적게 만들어진다. 겨울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그면 맛이 좋은 이유이다. 요즘이야 사시사철 시래기를 먹을 수 있지만, 시래기는 추울 때 먹어야 제맛이라고 느끼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향긋한 시래기는 알리오 올리오나 크림 파스타와도 어울린다. 시래기와 궁합이 잘 맞는 들기름 한 스푼을 넣으면 더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 작게 자른 시래기는 아삭하게 씹는 맛을 더해준다. ©blog.naver.com/catseyesung 부드러운 식감과 맛 일단 독특한 그 맛을 알고 나면 시래기와 안 어울리는 음식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나물, 죽, 찌개, 된장국처럼 흔한 가정식 요리에 더해 밥에도 넣으면 훌륭한 별미가 된다. 시래기를 2~3cm 길이로 썰어 들기름에 무쳐 쌀 위에 얹어 밥을 지은 다음 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장을 얹어 비벼 먹으면 구수한 향기가 입속에 가득 채워진다. 저탄고지나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곡물 중심의 식단이 마치 건강을 위협하는 악당인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하지만 농사를 짓고 곡물 위에 문명을 세운 인간이 이제 와서 곡물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건 부당하다. 지구상 여러 지역에서 밀, 쌀, 감자, 카사바 같은 복합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을 주식으로 하고 밋밋한 맛의 주식을 더 먹을 수 있도록 부식을 곁들이는 식문화는 농경 사회의 공통적 특징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다. 시래기밥을 한입 먹는 순간 탄성이 나온다. 마치 밥에 숨어있었다는 듯이 감칠맛과 풍미를 뽑아내는 시래기의 맛. 말랑한 밥알과 함께 아작아작 씹히는 시래기의 대비되는 식감이 혀끝에 전달해 주는 재미. 한 숟갈 넘길 때마다 긴 여운이 느껴진다. 밋밋한 맛이었던 밥이 시래기를 만나 은은한 풍미를 주는 음식으로 변모한다. 시래기밥으로 소박한 한 끼를 맛보면 곡물 음식에 대한 잘못된 공격을 당장 멈추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바닥에 무를 깔고 만든 시래기 고등어찜은 또 어떤가. 비슷한 풍미 성분을 공유하는 식재료를 함께 요리하면 잘 어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헤어졌던 시래기와 무가 다시 만나 이뤄내는 풍미 조합이라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돼지고기 김치찜에 시래기를 더해서 시래기 김치찜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일반 김치찜보다 맛이 덜 자극적이다. 생으로 먹는 채소 샐러드와 달리 따뜻한 시래기는 많이 먹어도 속이 편안하다. 이렇게 맛 좋은 시래기를 한국인만 먹을 리 없다. 이탈리아 풀리아 사람들도 순무 줄기와 잎을 귀 모양의 파스타(orecchiette)에 넣어 오일에 볶아 먹는다. 무의 줄기와 잎을 잘 씻어서 생것 그대로 파르메산 치즈, 마늘, 올리브유, 잣과 함께 갈아 무청 페스토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익히지 않고 무청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톡 쏘는 맛이 있다. 견과류를 조금 더하면 맛이 약간 부드러워진다. 먹을 수 있는 한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아껴 쓴다는 건 예로부터 세계 공통의 법칙이었을 것이다. 과거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이었던 시래기가 이제는 모두가 즐기는 별미로 자리 잡으면서 원래보다 더 부드러운 식감과 맛으로 재탄생했다. 16세기 가난한 이탈리아 농민이 먹을 것이 없어서 만들어 먹은 옥수수죽 폴렌타(polenta)가 현대에 와서는 미식가가 즐기는 요리가 된 것과 유사하다. 이제 한층 부드럽고 맛있어진 시래기를 더욱 즐기면서도 이 독특한 식재료의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기원 단어들

Culture 2022 SPRING 2376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기원 단어들 영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 중 하나로 인정받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지난 2021년 9월, 한국어 기원 단어 26개가 표제어로 새롭게 추가되었다. 고려대학교 신지영 교수가 이번 등재 과정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경험과 의견을 들려준다. 2021년 9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한국어 기원 단어 26개가 표제어로 새롭게 추가되었다. 1928년 초판 간행 이후 이번 업데이트 전까지 등재된 한국어 기원 단어는 총 24개에 불과해 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크게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 셔터스톡 2021년 5월 어느 날, 옥스퍼드대학의 조지은(Jieun Kiaer 趙知恩) 교수에게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거의 매주 스카이프로 연구 회의를 하고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 그의 이메일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 담겨 있었다. 그는 4월 초,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로부터 자문 요청을 받았는데 함께할 의향이 없는지 내게 물었다. OED에 새로 등재될 한국어 기원 단어를 검토하고 자문하는 일이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함께하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조지은 교수는 내 답장을 받고 OED의 월드 잉글리시 담당 편집자인 다니카 살라자르 박사(Dr. Danica Salazar)에게 이메일을 보내 필자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것을 권고했다. 살라자르 박사는 이어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메일을 내게 보내 주었다. 그렇게 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신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두 개의 PDF 파일 자문을 수락한 후 질문이 담긴 두 개의 PDF 파일을 전달받았다. 살라자르 박사가 작성한 첫 번째 파일은 2021년 9월 업데이트에 때 포함될 한국어 기원 단어가 두 개의 표로 정리되어 있는 2쪽 분량의 문서였다. 두 개의 표 중 하나에는 새로 등재될 표제어의 목록과 의문 사항이, 다른 하나에는 이미 등재되어 있는 표제어 중에서 수정이 필요한 표제어의 목록과 이에 대한 질문이 내용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 파일은 어원 담당자 카트린 디어(Katrin Their)가 보낸 6쪽 분량의 문서였다. 옥스퍼드 사전은 학술 사전의 성격이 강해서 표제어에 대한 어원 정보부터 방대한 예문은 물론 다양한 언어학적 정보를 다층적으로 담고 있다. 따라서 해당 언어를 알지 못하고 영어로 된 문서만을 기초로 외국어 기원 단어의 어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고도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어원은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전문가의 자문이 꼭 필요한 영역이다. 어원 담당자의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확인하고자 하는 바도 명료했다.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판단한 내용이 맞는지 틀렸는지, 틀렸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떻게 틀렸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어원을 알기 어려운 경우와 그와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들을 조밀하게 물었다. 한국어를 모르면서 어떻게 이렇게 추론해 낼 수 있었을까 놀라웠다. 엉뚱하게 추론한 경우도 있었는데, 자문위원으로서 보완해 줄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 이 파일들을 열어보고 가장 놀랍고 반가웠던 것은 등재 예정 표제어의 규모였다. 무려 26개나 되는 표제어가 새로 등재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사전에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한국어 기원 단어가 올라가게 된 것은 그야말로 일대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60만 개가 넘는 표제어 가운데 겨우 26개로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142년에 걸친 이 사전의 간행 역사에서 한국어 기원 단어가 이제까지 언제 얼마나 등재되었는지 돌아본다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aegyo, n. and adj. A. n. Cuteness or charm, esp. of a sort considered characteristic of Korean popular culture. Also: behaviour regarded as cute, charming, or adorable. Cf. KAWAII n. B. adj. Characterized by ‘aegyo’, cute, charming, adorable. banchan, n. In Korean cookery: a small side dish of vegetables, etc., served along with rice as part of a typical Korean meal. bulgogi, n. In Korean cookery: a dish of thin slices of beef or pork which are marinated then grilled or stir-fried. chimaek, n. In South Korea and Korean-style restaurants: fried chicken served with beer. Popularized outside South Korea by the Korean television drama My Love from the Star (2014). daebak, n., int., and adj. A. n. Something lucrative or desirable, esp. when acquired or found by chance; a windfall, a jackpot. B. int. Expressing enthusiastic approval: ‘fantastic!’, ‘amazing!’ C. adj. As a general term of approval: excellent, fantastic, great fighting, int. Esp. in Korea and Korean contexts: expressing encouragement, incitement, or support: ‘Go on!’ ‘Go for it!’ hallyu, n. The increase in international interest in South Korea and its popular culture, esp. as represented by the global success of South Korean music, film, television, fashion, and food. Also: South Korean popular culture and entertainment itself. Frequently as a modifier, as inhallyu craze, hallyu fan, hallyu star, etc. Cf. K-, comb. form Forming nouns relating to South Korea and its (popular) culture, as K-beauty, K-culture, K-food, K-style, etc.Recorded earliest in K-POP n. See also K-DRAMA n. K-drama, n. A television series in the Korean language and produced in South Korea. Also: such series collectively. kimbap, n. A Korean dish consisting of cooked rice and other ingredients wrapped in a sheet of seaweed and cut into bite-sized slices. Konglish, n. and adj. A. n. A mixture of Korean and English, esp. an informal hybrid language spoken by Koreans, incorporating elements of Korean and English.In early use frequently depreciative. B. adj. Combining elements of Korean and English; of, relating to, or expressed in Konglish.In early use frequently depreciative. Korean wave, n. The rise of international interest in South Korea and its popular culture which took place in the late 20th and 21st centuries, esp. as represented by the global success of Korean music, film, television, fashion, and food ;= HALLYU n.; Cf. K- comb. form. manhwa, n. A Korean genre of cartoons and comic books, often influenced by Japanese manga. Also: a cartoon or comic book in this genre. Cf. MANGA n.2Occasionally also applied to animated film. mukbang, n. A video, esp. one that is livestreamed, that features a person eating a large quantity of food and talking to the audience. Also: such videos collectively or as a phenomenon. noona, n. In Korean-speaking contexts: a boy’s or man’s elder sister. Also as a respectful form of address or term of endearment, and in extended use with reference to an older female friend. oppa, n. 1.In Korean-speaking contexts: a girl’s or woman’s elder brother. Also as a respectful form of address or term of endearment, and in extended use with reference to an older male friend or boyfriend. 2.An attractive South Korean man, esp. a famous or popular actor or singer. samgyeopsal, n. A Korean dish of thinly sliced pork belly, usually served raw to be cooked by the diner on a tabletop grill. skinship, n. Esp. in Japanese and Korean contexts: touching or close physical contact between parent and child or (esp. in later use) between lovers or friends, used to express affection or strengthen an emotional bond. trot, n. A genre of Korean popular music characterized by repetitive rhythms and emotional lyrics, combining a traditional Korean singing style with influences from Japanese, European, and American popular music. Also (and in earliest use) as a modifier,as in trot music, trot song, etc.This genre of music originated in the early 1900s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of Korea. unni, n. In Korean-speaking contexts: a girl’s or woman’s elder sister. Also as a respectful form of address or term of endearment, and in extended use with reference to an older female friend or an admired actress or singer. 그야말로 대박! 옥스퍼드 사전의 첫 번째 완결본이 나온 시기는 본격적으로 사전을 만들기 시작하고 49년이 지난 뒤였다. 1928년 간행된 12권 분량의 초판에는 약 41만 4천 8백 개의 표제어와 182만 개 이상의 보기 인용문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사전에는 한국어 관련 표제어는 하나도 없었다. 한국과 관련 지을 수 있는 표제어가 이 사전에 처음 등재된 것은 초판의 추가본이 출간된 1933년이었다. ‘Korean’과 ‘Koreanize’가 그것이다. 이후의 추가본에도 몇 개의 단어가 더 등재되었다. 1976년에는 ‘gisaeng(궁중이나 지방 관청에 소속되어 노래와 춤 등 연희를 담당하던 여성)’, ‘Hangul(한국의 고유 문자)’, ‘kimchi(배추에 여러 가지 양념을 섞어 발효시킨 음식)’, ‘Kono(한국의 보드 게임)’, ‘myon(면: 행정구역 단위)’, ‘makkoli(전통주의 한 종류)’ 등 6개가, 1982년에는 ‘sijo(전통 성악 형식 또는 3행으로 이루어진 정형시)’, ‘taekwondo(전통 무술의 한 가지)’, ‘won(화폐 단위)’, ‘yangban(전통 사회의 지배 계층)’, ‘ri(행정구역 단위)’, ‘onmun(한글을 낮춰 부른 이름)’, ‘ondol(전통 가옥의 바닥 난방 시설)’ 등 7개가 올랐다. 그 결과 1989년에 간행된 2판에는 총 15개의 한국어 기원 단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한국어 기원 단어가 다시 등재된 것은 21년이 지난 2003년이었다. 이때 포함된 단어는 ‘hapkido(근대 무술)’였다.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2011년에는 ‘bibimbap(밥에 여러 가지 채소, 고기를 섞어 비벼 먹는 음식), 2015년에는 ‘soju(증류주의 일종)’와 ‘webtoon(플랫폼 매체에 연재되는 만화)’, 2016년에는 ‘doenjang(된장)’, ‘gochujang(고추장)’, ‘K-pop’, 2017년에는 ‘chaebol(재벌)’, 그리고 2019년에는 북한의 통치 이념인‘Juche(주체)’가 올라갔다. 이처럼 2021년 9월 업데이트 이전까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기원 단어는 모두 24개에 불과했다. 그러니 한꺼번에 26개나 올라가게 된 것은 살라자르 박사의 표현대로 “Daebak(대박)!”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이번에 새로 등재된 표제어 가운데 ‘daebak’이 포함되어 있다. ‘뜻밖에 얻은횡재’또는 ‘대단히 멋진 일’ 같은 의미를 지닌 이 말이 그만큼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졌다는 말이다. 그리고 ‘hallyu’ 및 그와 같은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Korean wave’가 동시에 채택되었고, ‘K-drama’, ‘mukbang’, ‘oppa’ 같은 단어들의 등재도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확실히 보여 준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이제까지 한국식 영어로 비하되었던 ‘fighting’이나 ‘skinship’ 같은 단어들이 ‘Konglish’와 함께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질문 옥스퍼드 측에서 자문을 얻고자 하는 내용은 다양했다. 새로 등재될 단어에 대한 것도 있었지만, 이미 등재되어 있는 단어 중에서 수정이 필요한 12개 단어에 대한 자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1976년 추가본에 등재된 ‘gisaeng’의 음절 경계(syllable boundary) 정보를 요청하거나 ‘kimchi’의 어원을 물었다. 가장 많은 질문은 단어의 구조에 대한 것이었다. ‘반찬’의 ‘반’과 ‘김밥’의 ‘밥’이 서로 관계가 있는 말인지에 대한 질문처럼 단어가 어떤 의미 조각으로 나누어지는지, 또한 각 의미 조각의 어종(origin)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또한 등재 예정 단어에 대한 자신의 분석 내용이 맞는지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고, 일부 단어의 경우는 한국어에서의 용법을 묻기도 했고, 남북한의 차이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또한‘오빠’가 남자 친구를 의미하는 것처럼 ‘누나’도 여자 친구를 의미하는가와 같은 재미있는 질문도 있었다. 자문 과정에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정보도 있었다. ‘PC방’ 관련 질문 중 그곳에서 음식을 파는지 궁금해했다. PC방에서 컵라면 정도 파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나는 컵라면을 음식이라 할 수 있을까 내심 고민하면서 검색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요즘 PC방에서는 ‘피시토랑(PC+restaurant)’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검색한 이미지를 갈무리한 후 주석을 달아 보내 주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블로그 글에서부터 논문까지 다양한 자료를 두루 참고했다. 자문위원으로서 질문을 받지 않았다면 그냥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많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는 조지은 교수와 조율하여 최종 답변을 만들었다. 그리고 담당자에게 우리의 답을 전달했다. 몇 가지 추가 질문이 오간 후에 자문은 마무리되었다.   dongchimi, n. In Korean cuisine: a type of kimchi made with radish and typically also containing napa cabbage, spring onions, green chilli, and pear, traditionally eaten during winter. Cf. KIMCHI n.     galbi, n. In Korean cookery: a dish of beef short ribs, usually marinated in soy sauce, garlic, and sugar, and sometimes cooked on a grill at the table.     hanbok, n. A traditional Korean costume consisting of a long-sleeved jacket or blouse and a long, high-waisted skirt for women or loose-fitting trousers for men, typically worn on formal or ceremonial occasions. © MBC     japchae, n. A Korean dish consisting of cellophane noodles made from sweet potato starch, stir-fried with vegetables and other ingredients, and typically seasoned with soy sauce and sesame oil. Cf. cellophane noodle n.     PC bang, n. In South Korea: an establishment with multiple computer terminals providing access to the internet for a fee, usually for gaming.     tang soo do, n. A Korean martial art using the hands and feet to deliver and block blows, similar to karate. © 국제당수도연맹   표제어의 조건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그간 한국어 기원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별로 없었을까? 그런데 왜 이번에 기존의 단어 수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한꺼번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사전에 올릴 단어는 누가 어떻게 결정할까? 이렇게 많은 단어가 올라간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번에 등재된 단어들은 한류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 준다. K-pop팬들이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를 부르는 호칭어로 사용하면서 알려지게 된 ‘오빠, 언니, 누나’와 팬들이 아이돌에게 요구하는 ‘애교’는 다국적 팬들 사이에서 공통어가 되었고 이 말들이 범위를 넓혀 사용되다가 사전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한국 드라마와 먹방 콘텐츠, 그리고 한국 대중 가요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K-드라마’와 ‘먹방’, ‘트로트’가 영어에 편입되었고, 2015년에 등재된 ‘웹툰’과는 별도로 ‘만화’도 올라가게 되었다. 또한 비속어로 치부되어 국내에서는 사전에도 오르지 못한 ‘먹방’과 ‘치맥’이 옥스퍼드 사전에 먼저 오르는 신기한 일도 목격하게 되었다. 한류가 일기 전, 60만 개의 표제어를 가진 옥스퍼드 사전에 단지 24개의 표제어만이 한국과 관련된 단어였다는 사실은 영어권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미약했고, 영어 문헌에 한국어 기원 단어가 그다지 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과소 대표된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등재어가 되려면 편집자의 눈에 자주 띄어야 하고, 문헌에서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확인되어야 하며, 그 단어가 기대되는 맥락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사실 26개 표제어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 단어들이 등재된 것은 그 이전 최소 15~20년 이상 꾸준히 사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은 이번 등재 단어들이 관찰되기 시작하였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의 경우와 같이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한국 문화 콘텐츠는 세계인의 귀에 곧바로 한국어를 들려주고 있다. 그렇게 한국어는 더욱 널리 퍼져 나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필자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다.

사유의 시공간에 이르는 여정

Culture 2022 SPRING 2375

사유의 시공간에 이르는 여정   © 지안 입구는 좁고 통로는 어둡다. 어둠 속에서 스며 나오는 빛은 좀처럼 조도를 높이지 않는다. 시간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왼쪽 벽에서 희뿌연 빛이 기척을 보낸다. 광대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누워 있다. 거대한 돌, 혹은 얼음이 아주 느린 속도로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물이 되고, 물은 더욱 느리게 수증기로 피어올라 온 세상이 되었다가 다시 돌로 굳어진다. 장 쥘리엥 푸스(Jean-Julien Pous)의 비디오 작품이 환기시키는 완만한 우주적 순환의 ‘세례’를 거쳐 우리는 마침내 ‘사유의 방’에 들어선다. 오감이 깨어난다. 전신의 모공이 조금씩 열리고 내면의 공간이 무한대로 넓어진다. 깨어남과 고요함이 하나가 되는 시간, 부지불식간에 바닥이 조금씩 높아지며 저 어둠과 밝음이 만나는 타원형 지평에 신비스러운 두 존재가 떠오른다. 그들 사이의 가까우면서도 먼 공간 속으로 사유의 여정이 시작된다. 서로 닮았으면서도 서로 다른 두 반가사유상이 교환하는 신비의 미소가 거기 있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앞에 눕힌 용산 공원 숲속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이 건축가 최욱(Choi Wook 崔旭)과 브랜드 스토리 전문팀에 의뢰하여 야심차게 기획하여 2021년 11월 일반에 개방한 공간이 바로 이 방이다.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우선 머리에 떠올리는 상징이 라면 이제 서울의 국립박물관을 찾는 이들은 ‘사유의 방’과 그 안에서 만나는 두 구의 금동반가사유상을 가장 먼저 연상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여인의 초상화(77 × 53 ㎝)는 16세기 초의 그림이지만, 둘 다 높이 1m가 채 되지 않는 국보 78호, 83호 금동 조각상은 그보다 1000년 가까이 앞선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신라 불교 미술의 절정이다. 이 걸작들은 이름이 함축한 두 가지 특징을 지녔다. 첫째, 서거나 앉거나 누워 있는 다른 불상들과 달리 둥근 의자에 걸터앉아 오른쪽 발을 왼쪽 무릎 위에 얹고, 앉음과 일어섬 사이의 독특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오른쪽 손을 들어서 검지와 중지의 끝을 가볍게 턱에 댄 자세로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여 준다. 로댕의 보다 1300년 전부터 이 미륵보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불교에서는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불상도 오랜 세월이 지나 미술관에 들어오면 종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진정한 사유는 나를 버리는 것인 동시에 나를 찾는 길이다. 이 두 반가상은 그 버림과 찾음의 사이의 미세한 진동을 신비로운 미소로 비추며 넓고 깊은 사유의 시공간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공유오피스

Culture 2022 SPRING 2358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공유오피스 공유오피스가 뉴노멀 시대의 워킹 스타일을 방증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연한 임대 공간의 규모와 계약의 형태가 1인 사업체나 소규모 창업자들의 수요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성장의 주요인이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세미나실과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해요.” “저렴한 이용료로 대기업 같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1년간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다가 여기 새 건물에 문을 연 공유오피스가 집과 더 가까워 자리를 옮겼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양한 호평이 쏟아진다. 마치 부동산 거래 후기를 보는 듯하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유오피스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했다. 특히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비롯한 20~30명 정도의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하는 회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거미줄이 뻗치듯 서울의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공유오피스 밀집 지역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새로 출발한 업체들은 ‘특가’, ‘할인 혜택’ ‘프리미엄 업무 서비스’ 등 을 내세우며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Most shared offices have enclosed rooms and an area with unassigned tables.The atmosphere is cozy like a café, but without the bustle.The lack of distraction and noise helps users focus on their tasks. © FASTFIVE FIVESPOT Hapjeong 따로 또 같이 공유오피스는 회의실이나 휴게실 등 공용 공간은 타 업체와 같이 쓰는 반면, 업무 공간은 독립적으로 사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신개념 오피스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1인 기업을 꾸리는 30대 초반의 남성은 자신의 블로그에 1년간의 입주 후기를 남기면서 “근무에서 휴식까지 한 번에 가능하게 해주는 천국 같은 곳”이라고 정리했다.공유오피스의 뿌리는 ‘공유 경제’라는 게 중론이다. 2000년대 후반 미국 금융위기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낳았고, 재화와 서비스에서 공간으로 공유의 범위가 확장하면서 공유오피스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유오피스 업체가 서울 강남구 등 도심 상업지역의 고층 건물 일부 층을 임차해 공간을 나누어 이를 소규모 기업들에 재임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건물 내 공간의 공유를 강조하는 ‘셰어드 오피스’, 여러 기업이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뜻의 ‘코워킹 오피스’, 공유오피스 운영 업체와 입주 기업의 유연한 계약을 내세우는 ‘플렉시블 오피스’ 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1년 5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포스트 코로나시대 공유오피스의 현재와 미래’에서 미국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2017년 600억 원 수준이던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의 규모가 2022년에는 77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빠른 성장에는 2015년 출범한 국내 첫 공유오피스 브랜드 패스트파이브나 뒤이어 2016년에 설립된 스파크플러스도 큰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2010년 서울에 20여 군데 있던 공유오피스는 2016년 무렵에 100군데를 넘겼고, 2019년 7월 기준으로 220군데에 달했다. KB 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공유오피스의 누적 면적이 같은 기간 5만㎡에서 60만㎡까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12월 기준 전국에 3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총 1만3290개 업체가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의 86%가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재계약 의사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부분 고층 건물의 일부 공간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심을 떠난 대기업의 빈자리에 공유오피스가 비집고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교통 인프라가 구축된 상업지구에 자리 잡고 싶은 소규모 기업의 수요가 공유오피스를 탄생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대기업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시장 변화에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신규 사업 프로젝트팀을 공유오피스에 입주시킴으로써 ‘거점 사무실’을 두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ost guests on Sabujak, a podcast produced by university students, want anonymity. But some guests allow their real name or face to be revealed. Park Ye-young, head of the Unified Korea Cooperative, appeared in a three-part program from October 11 to 13 this year, under the nickname “Kim Chaek Hairy Crab.” From left: Sabujak staff members Park Se-ah and Ahn Hye-soo, and Park Ye-young. © Sabujak 수요 증가의 요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있는 이용 후기나 사용 중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유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임대료다. 새로 문을 연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면 할인 혜택을 받아 회사 운영비를 대폭 줄일 수도 있다. “고민은 입주를 늦출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큼 낮은 임대료는 공유오피스 시장의 폭풍 성장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다. 공유오피스 운영업체도 경제성을 부각시킨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초기 투자 비용부터 고정비용까지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며 “규모가 작은 회사도 초역세권의 고층 빌딩에 사무실을 구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잠재적 이용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인테리어 비용이나 사무용 가구 구매 비용 지출이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은 거부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지하철 부근의 역세권에 위치한 고층 빌딩 입주도 소규모 기업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잦은 인력 변동과 경영의 불확실성은 소규모 기업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사람이 늘면 느는 대로, 줄어들면 줄어드는 대로 공간의 변화도 뒤따라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데 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사무실의 위치를 옮기고 싶어도 임대 기간이 끝나야 가능하다면 그동안 나가는 고정비용인 임대료가 손해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임차 면적이나 기간의 유동성은 공유오피스의 인기를 높이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소 1개월부터 공간을 빌릴 수 있고, 인원 증감에 따라 같은 공간 안에서 다른 면적의 사무실로 옮길 수도 있다. 당장 필요한 숫자만큼 사무실을 계약하고 추후 자유로운 확장이나 축소가 가능하다. 한 이용자는 “구성원 변화가 큰 기업, 사무실 임대 보증금보다 업무에 초기비용을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공유오피스를 권한다”고 말했다. 또한 24시간 운영체제로 원하는 시간대에 자신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이 공유오피스와 일반 건물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이기도 하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탄력근무제와 재택근무가 확산한 상황에서 각자 필요한 시간에 사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요긴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Several factors determine the rental price, including the number of users and the number of tables needed and whether the rented space has a window. But in most cases, essential office supplies, printing, coffee and snacks are included in the price. © WEWORK KOREA 위기와 대응 그러나 매력적인 요소가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사용자 평가를 종합하면 인테리어 투자로 인해 사무공간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예컨대, 한 공간을 여러 사무실로 나누면서 밀폐공간이 생겨났고 이 때문에 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한 사무실의 난방기가 가동될 때 다른 공간의 난방기도 동시에 돌아가게 되어 자체적인 실내 온도 조절도 쉽지 않다. 또한 입주 기업이 몰려들면서 회의실도 원하는 시간에 사용하기 어려워졌고, 공간을 좁게 나눠 여러 이용자에게 임대하다 보니 ‘방 쪼개기’라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으로 공유오피스 운영업체의 수익 창출이 앞으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건물 전대차로 수익을 내는 만큼 언젠가는 성장에 한계가 온다는 지적이다. 주로 도심 상업지역으로 공유오피스 입지가 제한되는 점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KB 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공유오피스 업체는) 건물을 장기 임차하므로 지출 비용은 고정인데, 입주 기업과는 단기 계약으로 운영되어 수입이 유동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임대료 상승 수준은 제한적인데 반해 기존 업체와 신생 업체 간의 경쟁 심화로 인해 입주 기업에 대한 서비스 지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년간 세계 보건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판도까지 뒤흔들어 온 코로나 19도 새로운 변수다. 여러 회사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뒤섞여 일하는 환경에서 코로나 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 때문이다. 이를 인식한 듯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전문 업체의 정기적인 방역을 실시한다”며 “공용 공간의 철저한 소독, 전체 스태프의 마스크 착용으로 안전한 업무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며 이용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다양한 장단점과 함께 우려 섞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공유오피스가 전 세계적으로 업무 공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대형 브랜드들이 명확한 한계를 딛고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발전시켜갈지 기대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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