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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SPRING

보물이 된 누군가의 쓰레기

우리의 일상은 이미 플라스틱을 배제하고는 살아갈 수 없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폐플라스틱, 비닐 등의 쓰레기를 편애하고 수집하며, 이를 소재로 일상의 물건을 만든다. 쓰레기가 ‘애물’에서 ‘보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디자인한다.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블록 세트의 이미지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블록 세트. 4개의 피스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장식품, 비누 등을 놓는 트레이나 티코스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 져스트 프로젝트


지속적 팽창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를 연속시킨다. 이에 따라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만연해진 시대가 됐다. 생산과 유통, 소비와 폐기까지 이 모든 과정에는 탄소 배출이 수반된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명백하게 지목된 이유다.



생산과 소비에 윤리적 관점 더하기

탄소 중립으로 향하기 위해 생산과 소비 과정에 윤리적 관점을 곁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생산 방식에 있어서는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는 업사이클 문화가 영향력 있는 움직임으로 자리 잡았다.

업사이클은 2002년 미국의 건축가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와 독일의 화학자 미하엘 브라운 가르트(Michael Braungart)가 던진 화두다. 이들은 2003년 발간된 『요람에서 요람으로(cradle to cradle)』라는 책을 통해 생태계의 순환 과정을 제품 설계에 적용해 산업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쓸 만하고 유용한 소재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술과 디자인으로 자원순환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한 편에서는 윤리적 생산이 이루어진다면 윤리적 소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져스트 프로젝트같은 브랜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그 실천의 하나다.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큐브형 홀더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큐브형 홀더. 가운데 홈이 있어 명함, 사진, 인센스 스틱 등을 꽂아 사용할 수 있다.
ⓒ 져스트 프로젝트

하고 싶은 일로 만드는 변화

자원순환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간추려 말하면 어떤 물건을 아껴 사용하고, 다시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고 지속적인 실천이 이뤄져야 탄소중립에 유의미한 순환이 이뤄진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올해로 12년 차인 기업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는 디자인 브랜드이다. 쓰레기를 소재와 자원으로 바라보고 수집하여 쓸모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그들의 주요 일이다. 이외에도 업사이클링에 관한 전시와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또한 매거진을 발행해 자원순환을 위한 생태계를 조망한다거나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업사이클링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힘쓴다.

져스트 프로젝트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이영연(李永緣, Yi Young-yeun) 대표가 정의하는 브랜드 방향성에 있다. 져스트 프로젝트를 환경 운동의 하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는 영감을 주거나,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제안하는 디자인 브랜드로 정의한 것이다. 지구를 지키겠다는 거창한 의무나 의욕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마치 ‘그냥(져스트)’이라는 이들의 이름처럼 말이다.

저스트 프로젝트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의 모습

져스트 프로젝트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 쓰레기 > 는 쓰레기를 좋아하고 모으고 탐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잡지의 표지는 버려진 전단지나 인쇄물 등을 사용하여 같은 표지가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져스트 프로젝트

쓰레기의 변신

져스트 프로젝트가 선보이는 제품들은 어떤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들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보면 어떤 쓰레기를 활용했는지가 제품명에서도 드러난다. ‘I was t-shirts’, ‘I was lavel’, ‘I was foil’, ‘I was straw’처럼 말이다.

버려진 티셔츠로 만든 러그, 버려진 라벨로 만든 가방, 버려진 과자봉지와 빨대로 만든 지갑과 파우치 등이다. 이들은 쓰레기가 영감의 소재이자 즐거움의 대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쓰레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우리가 흔히 먹고 버리는 과자 봉지만 봐도 그렇다. 과자 봉지는 삼중지 이상으로 다른 플라스틱 소재가 접합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그러나 져스트 프로젝트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과자 봉지는 튼튼하고 방수 기능까지 겸비한 질 좋은 소재다. 버려진 과자 봉지를 활짝 펴고 기름기를 깨끗이 닦아낸 후, 다양한 크기와 용도로 만들어낸 파우치는 생각보다 탄탄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과자 봉지로 만들어진 만큼 결과물 역시 모두 다른 모습, 하나하나 살펴보며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자 봉지로 만든 파우치가 ‘I was foil’이라면 ‘I was t-shirts’는 러그다. 한눈에 봐도 탄탄함이 느껴지는 이 멋스러운 러그는 헌 티셔츠를 길게 자르고 손베틀로 직조한 뒤 손수 바느질해 마무리했다. 여기에 사용되는 티셔츠를 고를 때는 면 티셔츠만 선별하기 때문에 완성된 제품 역시 세탁기에 돌려 쉽게 세탁할 수 있고, 소재의 특성상 각기 다른 패턴이 만들어져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완성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손베틀로 촘촘하게 원단을 엮는 제작 방식 덕분에 쓰레기로 만든 러그라는 사실을 차치할 정도로 예쁘고 퀄리티 또한 우수하다.

져스트 프로젝트에게 쓰레기는 자원이고 보물이자, 아이디어의 출발이라는 설명에 수긍이 간다.

플라스틱의 가능성

져스트 프로젝트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단하게 성장해 온 비결은 비단 쓰레기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온 것 때문만은 아니다. 다양한 브랜드와 기업, 사회공헌 팀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져스트 프로젝트가 가진 역량을 필요한 곳에 적극적으로 발휘해 온 궤적에서 그 비결을 알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2022년 서울 디자인페스티벌에서 노플라스틱선데이와 함께 기획한 플라스틱 전시가 손꼽힌다. 노플라스틱선데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속가능한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는 브랜드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기획으로 참여해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구/산업 디자이너를 집합시키고 재생 플라스틱을 주제로 각자의 디자인 언어를 반영한 가구를 만들도록 제안했다.

참여 디자이너는 저마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재료 대신 재생 플라스틱 판재를 이용해 아름답고 유용한 가구를 만들어냈다. 이 프로젝트는 참신한 디자인으로 재생 플라스틱에 대한 가능성을 활짝 연 이벤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 기후 문제에서 늘 커다란 문제이자 화두로 다뤄진 폐플라스틱의 기능적이고 심미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다.

이외에도 NGO단체인 팀앤팀과 함께 만든 다이어리도 인상적이다. 다이어리 커버로 폐페트병을 100%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사용하고 이후 파우치로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으로 제품의 탄생부터 폐기까지 생애주기를 고심한 결과다. 이렇게 만든 다이어리의 수익금은 기근으로 어려움에 처한 동아프리카 주민들의 식수 자원을 위해 사용되어 더욱 뜻 깊은 프로젝트였다.

저스트 프로젝트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의 모습

‘Plastics’는 져스트 프로젝트와 노플라스틱선데이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2022년 10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
ⓒ 져스트 프로젝트

좋은 물건의 재정의

날로 증가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 문제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큰 화두라는 것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모두가 탄소중립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향해 방향을 바로잡고 물건을 기획하는 단계, 소재를 고르고 디자인하는 과정, 물건의 쓰임을 다한 후 폐기되는 모든 물건의 여정을 고려하는 것을 기본으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이뤄져야 할 때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지난 10여년 간 좋은 물건, 제안하고 싶은 디자인을 정의하고 ‘그냥’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행보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들의 방식은 재활용, 업사이클 문화를 더욱 전달력 있게 제시하는 사례로도 인상 깊지만, 소비자들에게 좋은 브랜드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한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예술가의 런치박스 '쓰레기뷔페'의 진행모습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예술가의 런치박스‘쓰레기 뷔페’. 품질이 고르지 못해 선택받지 못한 식재료로 만든 식사와 유리, 패브릭, 플라스틱 등 다양한 쓰레기를 취향과 기호대로 고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 져스트 프로젝트

유다미(Yoo Da-mi 劉多美)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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