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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Ordinary Day

2017 WINTER

생활

이 사람의 일상 유쾌한 삶이 맛을 좌우하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2016년 프랜차이즈 업종별 가맹점 현황’을 보면 치킨집이 2만 4,453개로 3만 846개인 편의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세 번째는 한식집으로 이보다 훨씬 적은 1만 9,313개로 집계되었다. 이는 치킨집 운영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어 다수의 자영업자가 치킨집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레드오션 시장에서 특별한 ‘기술’은 없어도 될지 모르지만 특별한 ‘원칙’은 필요하다.

서울 서촌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철순 씨 부부는 고된 일상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하다 어려움을 겪을 때면 통쾌하게 사표를 던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 머릿속에는 여러 종류의 자영업이 떠오르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만 없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삶도 남 보란 듯이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더 늦기 전에!’라는 조급함도 뒤따른다.
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막상 그 길로 접어들기까지 수많은 회의와 번민이 따른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자영업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은 그만큼 직장 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또 이른 은퇴 후 마땅한 일거리가 부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영업자가 되었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저성장과 불경기로 내수 시장이 위축된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철순(Jeong Cheol-sun 鄭哲淳) 씨는 꽤 성공한 경우에 속한다.
그는 한마디로 유쾌한 사람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가훈을 액자에 넣어 집 안에 걸어두고 산다. 1960년에 태어난 그가 치킨집을 운영한 지는 20년 되었다. 그동안 쌓인 경험과 식견은 본사 정책에 반영될 정도라고 한다.
“저는 운영위원 자격으로 본사에 가서 사장님, 회장님, 임원들과 둘러앉아 회의를 많이 해요. 본사에서는 설문조사까지 하면서 정책을 세우는데, 제가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그동안 상도 많이 받았죠.”
본사에서 전세기 열 대를 띄워가며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던 한 행사에서도 그는 가장 큰 상을 받았다. 가족 모두가 초대받았고, 시상대에 가족들도 함께 올랐다. 정철순 씨 부부는 본사 텔레비전 광고에서 이따금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유명 인사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잘 웃고, 지역 사회 활동도 열심히 하는 등 긍정적으로 살아서 그런지 그와 부인의 얼굴이 훤하다. 온종일 붙어 지내는 부부의 환한 웃음은 복사한 듯 닮았다.

맛의 비결은 남다른 원칙
서울에 있는 한 회사에서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던 정철순 씨는 어느 날 직장인으로서 비전이 없음을 깨달았다. 변화를 고심하던 그 무렵, 공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젊은 매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 뒤 혼자된 누나가 서울로 이사했고, 남매는 함께 갈비집을 운영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경험이 없어 3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니까 그는 일찌감치 요식업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었던 거다.
그런 아픈 경험이 그가 프랜차이즈 점포를 개업하게 된 이유였다. 본사의 지원을 받으면 좀 더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아내가 7년째 운영하던 비디오숍을 치킨집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아내가 운영하던 비디오숍 바로 옆에 통닭집이 있어서 많이 망설였어요. 비디오숍을 치킨집으로 바꾸면 그분들로선 경쟁자가 바로 옆에 생기는 셈이잖아요. 그래도 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통닭’과 ‘치킨’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두 종류의 구분이 허물어졌지만, 그땐 상당히 달랐거든요. 아무튼 아직도 좋은 이웃으로 서로 잘 지내고 있죠.”
그의 매장에서는 치킨을 비롯해 다양한 피자와 치즈스틱 같은 사이드 메뉴, 생맥주를 판다. 그중 전체 매출의 80~90%를 치킨이 차지한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치킨집을 운영해 온 그가 손님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같은 브랜드의 치킨인데 이상하게 다른 곳에 가서 먹으면 맛이 덜하다”는 것이다. 그는 손님들의 그런 얘기를 칭찬으로 여긴다.
물론 그 칭찬을 거저 얻지는 않았다. “프랜차이즈는 맛이 획일적”이라는 일반적 고정관념을 이겨 내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숙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데는 부인의 뛰어난 손맛이 한몫했다. 이 외에 그가 맛을 위해 고수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본사에서 제공한 매뉴얼의 기름 온도보다 2℃를 더 높이는 것이다. 바삭바삭한 후라이드 치킨 특유의 식감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본사에서 똑같은 매뉴얼을 받지만, 가게마다 맛은 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어요. 주부들에게 똑같은 재료를 주고 김치를 담그라고 해도 같은 맛을 못 내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신선한 기름이 치킨 맛을 좌우합니다. 저희가 쓰는 올리브오일은 식용유보다 네 배 정도 비싼데, 아까워서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맛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죠. 제 아들이 치킨집 열던 즈음에 태어났는데 어느 새 고3이 되었어요. 저는 항상 제 자식에게 떳떳하게 먹일 수 있는 정도로 새 기름을 씁니다.”
자식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 그 정성스러운 마음이 맛의 비결인 셈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본사에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나온 최상의 레시피를 가맹점에 제공하는데, 바쁘다 보면 매뉴얼을 안 지키기가 쉽지요. 튀긴 치킨에 붓으로 하나씩 하나씩 소스를 발라야 하는데, 바쁘다고 그냥 들이부어 버무리면 제 맛이 안 나요. 우리는 아무리 바빠도 그런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그것이 흔들리지 않는 우리 집 맛의 비결입니다.”

“프랜차이즈는 맛이 획일적”이라는 일반적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 숙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데는 부인의 뛰어난 손맛이 한몫했다. 이 외에 그가 맛을 위해 고수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본사에서 제공한 매뉴얼의 기름 온도보다 2℃를 더 높이는 것이다. 바삭바삭한 후라이드 치킨 특유의 식감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정 씨 부부의 하루는 식재료 반입부터 청소, 조리, 서빙에 이르기까지 숨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데 연중 휴일도 거의 없다.

정 씨 부부는 자식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좋은 기름을 써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맛의 비결이고 성공의 열쇠라고 믿는다.

과욕 없는 만족이 행복의 비결
정철순 씨의 점포가 위치한 서촌 일대는 예전에는 한적한 동네였다. 그랬던 곳이 최근 들어 문화의 거리로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자 상권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그의 가게는 그런 분위기에 그다지 휩쓸리지 않는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해 온 덕에 경제적으로 안정되었고, 다섯 가족이 세들어 살던 2층짜리 집도 샀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서촌 일대는 대규모 시위가 자주 열리는 광화문 광장과 가까워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시위대를 막기 위해 전경차가 바리게이트를 치면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다닐 수 없어 주문이 뚝 떨어진다. 단지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그는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어 한국 사회가 안정되기를 바란다.
한 집 건너 한 집 치킨집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은 치킨을 좋아한다. 그 이유에 대해 정철순 씨는 “가격대가 만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먹기 좋게 토막을 내서 바삭바삭하게 튀긴 치킨의 식감과 풍성한 양도 선호도를 높인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창업을 돕고, 기존 가맹점에 멘토 역할도 하는 그에게는 늘 개운치 않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배달이다. 직접 배달할 때가 잦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엔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한 건에 3,000원 정도 하는 배달 전문 업체를 이용하고 있어요. 사실 배달하는 사람을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그게 지출이 적어요. 하지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으니 문제죠.”
그는 자영업을 하면서 몸이 많이 고달파졌다고 말한다. 오전 11시에 가게 문을 열고 나면 청소, 재료 준비, 조리, 서빙, 주문 접수, 배달까지 하루 종일 부인과 함께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주문이 밀려드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는 숨 돌릴 틈이 없다.
새벽 1시가 되어야 하루 일과가 얼추 마무리될 정도로 일이 많고 쉬는 날도 거의 없기 때문에 고단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늘 현실에 만족하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저희 집은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는 이름난 맛집은 아니에요. 그냥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영업점 중에서 상대적으로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집일 뿐이지요. 그래도 좋아요.”
그렇다. 그는 자신의 사업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느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점이 그가 늘 웃을 수 있는 이유처럼 보였다.

조은(Jo Eun 趙銀) 시인, 동화작가
하지권(Ha Ji-kwon 河志權)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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