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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2017 WINTER

문화 예술

포커스 먼 미래에서 온 듯한 초유기적 퍼포먼스

저스트 절크(Just Jerk)는 세계적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뒤이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유명해진 댄스 팀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호평받는 이 팀은 힙합과 팝핀 등 다양한 장르에 한국의 전통 춤사위까지 접목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춤을 선보였다.

언젠가 남지나해 해안가의 인상적인 광경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밤바다 저편에서 수많은 반딧불이들이 뿜어내는 빛이 명멸하는 장면이다. 그 모습은 가히 ‘우주적 쇼’라 할 만큼 장관인데, 인간은 감히 시도할 수 없는 템포와 리듬으로 섬광의 춤을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한다. 이러한 초유기체의 춤은 지금처럼 휴머니즘의 한계를 넘어 생명과 우주를 생각하는 단계에서는 음미해볼 만한 일일 것이다.
댄스 그룹 저스트 절크의 춤은 다이내믹하고 절도가 있으며 완벽하다. 호모 사피엔스로서 꿈꾸어 온,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여긴 초유기체의 리듬을 현실로 이뤄 내는 듯한 춤을 춘다. 이들이 2017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에 출연해서 보여 준 안무와 퍼포먼스에 대해 사이먼 코웰(Simon P. Cowell)을 비롯한 까다로운 심사위원들이 앞다퉈 흥분된 소감을 밝혔다.
“너무 완벽하면 신이 노한다”라는 옛말이 있지만, 심사위원들은 “너무 완벽해서 마치 기계 같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나는 기계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동물과 기계를 통합해서 생각하는 사이버네틱스, 나아가 사이보그의 관점에서 볼 때 “기계 같다”는 평가는 정확하다.
영국의 SF작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A Space Odyssey) 서문에서 이 지구를 다녀간 사람들의 수가 1,000억 명에 달하며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의 등 뒤에는 평균 30명의 유령이 있는 셈이라고 우스개를 부린다. 인간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된 것 같지만, 45억 년 지구의 역사와 35억 년 생명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매우 짧다.
저스트 절크는 인간의 진화를 비약적으로 건너 뛰고 마치 먼 미래에서 온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 그런데 이렇게 거창한 레토릭과는 다르게 이 댄스팀은 “라스베이거스 무대에서 우리의 춤을 보여 주는 것”이 꿈이라고 밝힐 만큼 소박하고 순수하다. 이 팀의 멤버들은 스스로 “춤밖에 모르는 바보들”이라고 자칭할 만큼 춤을 사랑한다.

2017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한 저스트 절크는 독특하고 신선한 공연으로 심사위원들과 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획일화되지 않은 자유로움
저스트 절크는 2016년 ‘Body Rock Dance Competition’이라는 세계적 경연 대회에서 우승하며 자신들의 독특한 춤을 세계 무대에 알리기 시작했다. 저스트 절크의 안무는 힙합을 가장 강력한 젖줄로 삼고 그 위에 팝핀, 로킹(locking), 즉흥춤, 한국춤 등이 버무려지는 형식이다. 이들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어떤 계기들에 부응하기 위해 춤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획일화된 전제나 도그마를 뿌리치고, 그저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안무의 도구 상자 속에서 여러 춤들의 에센스를 골라내 취할 뿐이다. 이러한 자유로움이야말로 이들을 조명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들이 구성하는 춤의 특징은 기이하게도 문화적 DNA, 즉 밈(meme)이다. 저스트 절크는 외래 문화로 수입된 힙합이라는 허튼 가락과 엇박자의 흥겨움을 취하면서도 한국의 마당놀이라든가 탈춤 같은 춤의 코드, 더 멀리는 신라 시대의 화랑이라는 캐릭터까지 호출한다. 저스크 절크는 매우 창조적으로 시대의 의표를 찌르며, 춤과 노래를 즐겼던 1,500년 전 화랑의 문화를 자신들의 힙합과 조율하고 통합시킨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화랑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인의 피 속에 문화적 형태의 DNA로 남아 여전히 장구한 무의식의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스트 절크는 힙합을 바탕으로 팝핀, 로킹, 한국 전통춤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다이내믹한 안무와 일사분란한 군무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아직 각성되지 않은 정신을 깨우다
한국은 1989년 전면적인 해외 여행 자유화에 이어, 1996년 해외 문화 완전 개방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글로벌 사회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혼란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과 통합을 거듭하며 문화적 신진대사를 이뤄 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외부 문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저항하면서 수용하거나 내부의 문화적 잠재력을 탐색하는 양방향으로 동시에 진행돼 왔다. 그 가운데 탈춤, 마당놀이, 민족극 같은 시도가 한국 사회 전체의 에너지를 새롭게 순환시켰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저스트 절크는 돌연변이처럼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해외 문화 수입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잠재력이 더해져 숙성된 필연이라는 뜻이다.
저스트 절크의 섬뜻하고 현란한 군무는 팀을 위해 무아 상태로 헌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저스트 절크는 인간의 진화를 비약적으로 건너 뛰고 마치 먼 미래에서 온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 그런데 이렇게 거창한 레토릭과는 다르게 이 댄스팀은 “라스베이거스 무대에서 우리의 춤을 보여주는 것”이 꿈이라고 밝힐 만큼 소박하고 순수하다.

저스트 절크는 2016년 ‘Body Rock Dance Competition’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급속한 명성을 얻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동작의 일치와 조화를 위해 이들은 몸을 통한 문화적 재해석을 치열하게 고민했으며, 그것은 감정과 DNA와 무의식이라는 에너지를 가동하면서 가능했다.
“춤이야말로 감정의 세계다”라는 안무가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의 말처럼 저스트 절크는 단순히 스트리트 댄스의 자생적인 테크니션들이 의기투합한 춤이 아니라 순간순간 변화하는 자신들의 감정을 따라 몸의 선율을 만들어 냈다. 끊임없는 훈련과 연습을 통해 무아 상태에 도달하려는 이들의 춤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춤을 만든다는 것은 사람들 안에 있는 아직 각성되지 않은 정신을 깨우는 작업입니다.”
이들의 춤이 이제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의 결 사이를 유영하며 계속 새로운 단계를 맞이할 것이다.

저스트 절크의 안무는 정신과 몸을 일치시키려는 호모 사피엔스의 총체적 진화의 한 단계를 보여 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긴 여정 속에서 섬광과도 같은 시도들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저스트 절크 리더 성영재(Sung Young-jae 成永在) 인터뷰

저스트 절크가 ‘Body Rock Dance Competition’에 출전한 것은 2016년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지만, 아쉽게도 우승을 거머쥐지는 못했다. 그러나 매우 인상적인 춤으로 큰 화제를 낳았으며, 이후 세 번째 시도에서 우승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그토록 서 보고 싶었던 무대에서 존재감을 알리게 되었으니, 이들의 목표는 이미 그때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이 놀라운 댄서들의 리더인 성영재는 고등학생 때 복싱 선수로 활동하다가 춤에 관심이 생겨 배우기 시작했다. 복싱을 할 때는 몸이 너무 아프고 힘들기만 했는데, 춤을 추면서는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정말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춤이라는 생각에 복싱에서 춤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언제부터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팀원은 몇 명인가?
혼자 춤을 추다 보니 심심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최준호(Choi Jun-ho 崔俊 豪)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2010년 두 사람만으로 먼저 팀을 꾸리게 되었다. 이후 세 명의 멤버를 추가로 섭외해 2014년까지 다섯 명이 함께 활동했다. 2015년에는 오디션을 통해 ‘저스트 절크 패밀리’를 선발했는데, 그렇게 해서 현재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 세 명은 여성 멤버인데 남자들 못지않게 파워풀한 춤을 춘다.
팀원들은 모두 전업 댄서인가?
모두 댄서로 활동 중이긴 하지만, 분야가 조금씩 다르다. 대학 교수, 안무 디렉터, 아티스트 트레이너, 음악가 등 다양하다. 나이는 내가 스물여섯 살로 팀에서 연장자 축에 든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 평균 나이는 23세쯤 된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르면 연습은 언제 하나?
낮에는 각자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자정 무렵 만나 새벽 5시까지 연습한다. 잠은 연습이 끝난 후 오전 시간대에 잠깐 잔다. 낮밤이 바뀐 셈인데, 그 때문에 신체 리듬도 깨지고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춤을 추는 게 행복하기 때문에 모두 잘 견디고 있다.
멤버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멤버 수가 많으면 폭발적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고, 잘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리고 심심하지 않다. 물론 인원이 적어야 섬세한 동작을 연출하는 데 더 유리하긴 하다. 리더로서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지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문제를 잘 극복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나는 어릴 때부터 무대 연출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팀 퍼포먼스는 자연스럽게 내가 맡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누가 주도적으로 춤을 추면 좋겠다는 식으로 각자 역할을 배분해 주고 나면, 나머지 팀원들이 안무를 짠다. 그걸 여러 번 수정하면서 완성도를 높여 간다.
리더로서 저스트 절크의 춤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우리 팀의 매력은 아무래도 ‘칼군무’가 아닐까 싶다. 매우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춤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해외의 유명한 댄서를 모방하지 않고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다. 힙합이나 팝핀처럼 우리가 추는 춤의 기본은 외국 문화이다. 우리는 여기에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잘 녹여 내고 싶다.
완벽한 호흡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첫 번째는 엄청난 양의 연습이다. 두 번째는 뛰어난 실력이다. 그런데 뛰어난 실력도 결국 연습에서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늘 연습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어야 하고,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 선정도 관건이다. 퍼포먼스를 잘 표현해 낼 수 있는지, 우리 팀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지, 또한 누구나 들어서 좋은지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요소가 많다. 그래서 음악을 고르는 일에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공연은 어떤 것이 있나?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우리의 춤을 보여 줬다. 현재 다양한 국내외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한국과 저스트절크를 열심히 알리려고 한다. 연말에는 각종 시상식에도 출연해 TV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저스트 절크가 지향하는 춤은 무엇인가?
정해진 틀은 없다. 우리는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갖고 폭넓게 연습한다. 외부적으로는 모든 관객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를 만들고 싶고, 색다른 도전으로 계속 즐거움을 선사하려고 한다.

김남수(Kim Nam-soo 金男洙) 안무 비평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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