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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2017 SPRING

문화 예술

포커스 인구역전 원년에 쓰는 인구 이야기

저출산과 기대수명 증가로 한국의 인구구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고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총인구의 감소에 따라 노동력이 줄고 부양부담은 커지는 인구 구성비의 급변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심각한 저출산과 비혼 추세는 노령 인구의 부양 기반에 대한 미래 예측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자식이 많은 것을 오복 중 하나로 여겨왔다. 먼 미래에 자녀들이 자신을 부양해주리라는 기대가 양육의 부담보다 더 컸고, 자손이 많은 집안은 융성한다 하여 많은 자식을 갖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지난날의 인구 변화와 인구 정책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5년부터는 더욱 많은 아이들이 출생하며 이른바 ‘베이비붐’ 시대를 맞게 되었다. 1960년의 통계를 보면 출산력(total fertility rate:TFR 결혼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아 기르는 자녀 수효 평균치)이 6.0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시대 경제 사정은 열악했고 식량 조달마저 원활하지 못해 춘궁기에 굶어 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식량은 부족한데 인구가 늘어나자 더욱 가난을 면하기 힘들었다. 급기야 1962년에 정부는 미래를 위하여 인구억제정책을 국가우선정책으로 채택하고 대대적인 가족계획사업을 펼치게 되었다. 이 정책은 커다란 효과를 거두었고 두 자녀만 갖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인식이 점차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하여 1983년에 2.1 즉 인구대체수준의 출산력에 도달하게 되었다. (부부 사이에서 두 명의 자녀를 갖게 되면 인구수는 변함이 없다. 이처럼 인구수를 원상으로 유지하는 출산력을 인구대체수준이라고 하는데 조기사망을 감안하여 2.1을 택하고 있다.)
인구대체수준에 도달하자 인구학자들 사이에서 가족계획사업을 계속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토론이 벌어졌다. 인구가 이 정도로 감소했으니 인구억제정책을 포기할 때도 되었다는 주장과 겨우 이 수준까지 내려 놓은 시점에서 그 정책을 포기하면 출산력이 다시 용수철처럼 튀어 급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심각하게 맞섰다. 실제로 그 뒤 출산력이 약간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고, 미래에 대한 확신은 아무도 할 수 없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에 1997년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출산력이 확실한 감소추세로 접어들더니, 2005년에는 출산력 1.03이라는 미증유의 저출산을 기록하게 되었다. 출산력 1.03은 미래에 인구가 반으로 줄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예고하는 수치다.

저출산과 고령화
한국은 땅이 좁고 인구는 넘친다. 방글라데시와 대만에 이어 세계 3위로 인구밀도가 조밀하다. 그러니 인구가 줄면 좋은데 왜 저출산이 문제가 될까?
최근 수십 년 동안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 의학의 발전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1970년에만 해도 평균수명이 남자는 58.7세, 여자는 65.6세여서, 부모가 60세를 맞으면 자식들은 회갑잔치를 성대하게 열었다. 그러나 2015년에 이르러 남자 79.0세, 여자 85.2세로, 평균수명이 자그마치 20여 년이나 늘어났다. 앞으로도 조금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회갑잔치는 팔순잔치로 대체되었다. 2015년 현재 100세를 넘은 어르신도 3,159명에 이르러 소위 ‘백세시대’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러한 평균수명 수준은 OECD 평균치보다도 남자는 1.1년, 여자는 1.9년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법률적 경제활동 가능 나이인 15세 이전까지를 유소년인구라고 하고 경제활동을 그만두는 시기에 이른 65세 이상을 노년인구라고 한다. 이들의 부양은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인구가 만들어 내는 국부에 의존해야 한다. 이 인구 집단을 일반적으로 경제활동인구라고 부른다. 유소년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백분비인 유소년부양비(Child-Dependency Ratio)로 한 사람의 경제활동으로 몇 명의 유소년을 부양할 수 있는가의 지표로 삼으며, 노년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백분비인 노년부양비(Aged Dependency Ratio)로 한 사람의 경제활동으로 몇 명의 어르신을 부양할 수 있는가의 지표로 삼는다. 이 두 지표 중 유소년부양비가 높으면 미래에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다는 뜻이고 노년부양비가 높으면 그만큼 절대적으로 부양만 받아야 하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2015년 현재 소년부양비는 18.8 노년부양비는 17.5명으로 추계된다. 이 두 수치는 2017년을 기점으로 역전되기 시작하여 2065년에 이르면 유소년부양비는 20.0, 노년부양비는 88.6이 될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많은 젊은 인구가 적은 노년 인구를 떠받치는 안정된 인구 피라미드가 역피라미드 유형으로 바뀌어가는 인구역전현상은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예측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올해는 그 분기점이 되는 해이기에 연초부터 부쩍 언론이 ‘인구역전 원년’, ‘인구절벽’을 주요 화제로 삼아 왔다. 2015년 현재 생산가능인구는 3,744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2065년이 되면 2,062만명으로, 현재의 55.1%로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의 인구 구조가 너무나 짧은 시기에 가파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 겪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대한 정책 수립에 유난히 어려움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2065년이 되면 노년인구는 인구 전체의 42.5%를 차지하게 되고 유소년인구는 불과 9.6%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 시기에 이르면 고령인구의 부양문제는 지금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국가 정책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인구 역전 원년을 맞은 올해, 한국 사회에서는 출산장려와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변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책 수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경제만이 아닌 문화로 풀어야
1970년까지만 해도 연 100만 명 이상이 태어났으나 그 숫자는 계속 감소하여 2015년도에는 불과 43만8천4백 명이 출생하였다. 2029년이 되면 출생-사망자 수효가 41만 명으로 똑같아지고 그 이후는 역전되어 2031년부터는 인구가 줄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65년이 되면 노년인구는 인구 전체의 42.5%를 차지하게 되고 유소년인구는 불과 9.6%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 시기에 이르면 고령인구의 부양문제는 지금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국가정책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때 이 고령인구에 진입하게 되는 인구는 현재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15세 청년들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로 출산력 억제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산업사회식 접근방법으로는 인구 역전 문제 해결의 주요 키워드인 출산력 향상 정책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교육기관이나 산업현장이 현재의 인구에 대체로 맞게 짜여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일자리 부족으로 실업률이 높아만 간다. 앞으로는 출생아가 줄면서 기존 교육시설이 남아 돌고 이에 관련한 직업도 불필요해져서 직업을 잃는 사람이 속출하게 된다. 벌써 초등학교부터 문을 닫는 곳이 꽤 생겨나고 있으며 대학도 점차 정원을 채우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인구가 준다는 것은 구매력도 준다는 의미고 경제는 침체한다. 산업장마다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의 고용 규모를 유지하기도 힘겨워질 것이다. 이는 경제활동이나 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에, 고령인구의 규모는 점점 늘어간다.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도 당연히 노후를 맞는다. 이들의 노후 부양 문제는 국가의 숙제로 돌아오는데, 근로자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는 다른 사람들이 낳은 자식들의 근로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이들의 노후를 도울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개인의 선택은 국가 운영의 견지에서는 자신의 노후에 자기가 낳지 않은 자식들의 세금으로 부양 받겠다는 본의 아닌 이기주의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경제활동 인구가 줄면 세수도 줄어드니 줄어든 징수 대상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 가렴주구가 따로 없다. 그러면 자연히 젊은층과 고령층의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 완충책으로 제3세계로부터 점차 더 많은 산업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인구학자가 본 산술적인 미래는 이토록 암울하다. 그러나 인간 집단은 동물과 달리 참 오묘한 것이어서 ‘먹거리’만으로 살 수는 없다. 소위 문명과 문화라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 인간집단의 특성이다. 경제문제뿐만이 아니라 삶의 가치도 논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류문화의 변화는 인구의 변동, 즉 인구구조의 변화를 축으로 한다. 인구는 한자로 ‘사람의 입’을 뜻한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이 두 글자에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입은 먹을거리가 들어가들어가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말이 나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먹을거리가 경제라면 말은 문화이다. 장래의 인구문제에 대처하려면 ‘먹는 입’ 의 문제는 물론 ‘말하는 입’의 사회문화변동까지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미래 정책이 요구된다.

이승욱 (Lee Seung-wook, 李承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 Seoul National University)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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