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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UTUMN

국내 출판 문화의 산실

홍대 지역의 또 다른 정체성으로 꼽히는 게 출판 문화다. 이곳에는 대형 출판사를 비롯해 독립 출판사, 디자인 회사들이 밀집해 있으며 지역 사회와 출판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 이렇게 자생적으로 발달한 출판 문화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홍대 앞에 독립 서점이 탄생하는 배경이 되었다.

2011년 문을 연 땡스북스는 동네 책방의 원조로 불리는 곳이다. 주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20~30대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다. 서점 주인이 디자이너 출신이어서 독특하고 세련된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땡스북스

미술과 음악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하던 홍대 앞은 1990년대 말부터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되었다. 광고, 디자인, 만화, 방송, 사진, 영화, 출판, 패션 등 문화 산업 직종들과 전문가들이 하나둘씩 이곳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로써 홍대 앞은 복합 문화 지역으로서의 장소성을 지니게 되었다.

특히 홍대 지역에는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들이 직접 운영하는 북카페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고 독서 공간을 제공하는 기존 북카페와 차별되는 운영 방식과 활동을 보여 준다. 이러한 양상도 오늘날 홍대 앞 풍경을 이루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자생적 출판 문화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Paju Book City)는 200여 개의 중소 규모 출판 기업들이 조합을 결성하고, 출판 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고자 관의 지원을 받아 조성한 계획적인 출판 산업 단지이다. 반면에 홍대 앞은 문화적 토대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출판 단지가 형성되었다.

홍대 앞은 파주출판도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출판 인력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한때 국내 출판업계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던 문학과지성사(Moonji Publishing Company)와 창비(Changbi Publishers) 사무실도 이곳에 있다. 1970년 창립된 문학과지성사는 1989년 서교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해 지금까지 홍대 앞을 지키고 있다. 1966년 문예지 『창작과비평(Changjak-gwa Bipyeong, Creation and Criticism)』을 발행하며 출판업을 시작한 창비도 파주출판도시에 본사를 두고, 홍대 앞에 서울 사옥(Changbi Seokyo Building)을 마련해 다양하게 활용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국내 유수의 출판사들이 홍대 앞에 밀집해 있다.

1979년 시작된 글벗서점은 오랫동안 홍대 앞을 지켜온 터줏대감 중 하나다. 초기에는 예술 서적 위주로 판매했으나, 현재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취급한다.
ⓒ 마포구청

홍대 앞 출판 문화가 파주와 다른 점 또 하나는 지역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인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와우북페스티벌(Seoul Wow Book Festival)을 들 수 있다. 출판 관계자, 예술가, 시민들이 모여 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문화예술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행사이다. 2005년부터 매해 가을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출판사, 저자, 독자 및 지역 주민들을 한데 묶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폭넓은 독서 문화를 조성하고, 출판 산업과 문화예술 산업의 부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업을 주최하는 사단법인 와우컬처랩(Wow Culture Lab)은 홍대 앞의 수많은 출판사 및 문화예술 단체와 연계하여 문화예술 활동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국제 출판 문화 포럼, 지역 도서관 활성화 방안 연구, 직장인 문화예술 교육 등 사업 영역을 점차 다각화하는 중이다.

출판사 직영 북카페

출판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홍대 앞 북카페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성지로 통한다. 단순히 자사가 출간한 책 홍보를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문학동네(Munhakdongne Publishing Group)의 카페 꼼마(COMMA)가 있다. 국내 굵직한 출판 그룹 중 하나인 문학동네는 2011년 홍대 앞 주차장 거리에 카페 꼼마 1호점을 연 데 이어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입구 지하철역 앞에 2호점을 열었다. 현재 두 곳은 사라지고 없지만, 합정동과 동교동에서 북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문학동네는 이 외에 서울 다른 지역과 수도권에서도 북카페를 운영한다.

2010년대 들어 카페 문화가 정착하면서 커피와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가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것은 출판사들이다. 도서 판매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독서 문화를 폭넓게 확장시켰다. 사진은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 꼼마 합정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르 클레지오, 오에 겐자부로가 카페 꼼마에서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으며 황석영(黃晳暎), 한강(韓江), 옌렌커(閻連科) 등 국내외 저명 작가들의 강연이 지속되고 있다. 이곳은 기업의 문화 행사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애용된다.

창비도 2012년부터 카페 창비를 운영 중이다. 이곳은 협업 형태로 북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1년부터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브라운핸즈(Brown Hands)와 함께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브라운핸즈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커피를 맛볼 수 있으며, 장인들이 만든 가구와 조명 제품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 젊은 층이 즐겨 찾는다.

그런가 하면 문학과지성사는 올해 6월 서교동 사옥 지하층에 문지(文知)살롱(Moonji Salon)을 새롭게 열었다. 이곳은 커피와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과 북토크나 강연을 진행하는 이벤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에는 우체국 느낌으로 꾸민 문지 포스트를 마련해 독자들이 작가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독립 서점 붐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카페 못지않게 홍대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독립 서점이다. 홍대 앞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아닌 작고 특색 있는 서점이 많다. 이들 공간에서는 대형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립 출판물을 전시하거나 판매한다. 대표적으로 유어마인드(YOUR-MIND)와 땡스북스(THANKSBOOKS)가 있다.

유어마인드는 국내 최초의 독립 출판물 전문 서점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국내 소형 출판사의 독립 출판물과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아트북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은 출판사도 겸하고 있으며, 매년 서울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을 개최한다. 초기에는 홍대 앞 작은 갤러리에서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이나 일민미술관 등 굵직한 전시 공간과 함께할 정도로 성장했다. 유어마인드는 2017년 기존 서교동에서 연희동으로 이전했는데, 주말에는 사람이 꽉 찰 정도로 연희동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2009년 출발한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은 독립 출판물, 아트북 제작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축제다. 홍대 지역에 가장 먼저 생긴 독립 서점 유어마인드가 주관하는 행사로, 해외 팀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 국내외 아트북의 최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 임효진, 언리미티드 에디션

홍대 앞에서 출발해 연희동으로 이전한 유어마인드 내부. 도서 판매뿐 아니라 출판도 병행하고 있으며,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제작한 팬시 상품들도 판매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2011년 오픈한 땡스북스는 주목할 만한 책들을 선별하여 판매하는 큐레이션 서점이다. 책과 관련된 디자인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도 함께 운영한다. 한 달에 한 번 출판사와 함께 개최하는 기획 전시는 인기가 높다. 모든 책을 망라하고 있지는 않지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어마인드가 소규모 독립 출판물을 유통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데 반해 땡스북스는 대형 출판사가 간행한 책들도 셀렉션에 포함해 책을 다루는 범위가 좀 더 넓다. 하지만 독립 출판물 페어를 개최하거나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여는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최근 들어 홍대 앞뿐 아니라 인근 망원동, 연남동, 연희동 등지에 개성 있는 독립 서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가가77페이지(gaga77page), 서점 리스본(Bookshop Lisbon), 안도북스(AndoBooks), 책방 연희(Chaegbangyeonhui)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범홍대권에는 독립 서점이 굵직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준란(Choi Jun-ran, 崔俊蘭)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한정현(Han Jung-hyun, 韓鼎鉉)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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