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의 눈을 통해 본 소나무의 세계
Pine Trees in Korea: Aesthetics and Symbolism <한국의 소나무 - 미학과 상징>
저자 서재식, 160쪽, 69.50달러, 한림(2017)
수상 이력이 있는 다큐 사진작가 서재식의 <한국의 소나무 - 미학과 상징>에는 익숙한 한국의 풍경을 바라보는 애정 깊은 시선이 있다. 그런데 소나무는 단순히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에서 훨씬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의 소나무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분위기 있고 다채로우며, 때때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나무와 그 서식지를 담은 사진을 보면서 독자는 우선 놀랍도록 아름다운 이미지의 숲을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윤곽을 드러내는 울퉁불퉁한 소나무들, 휘어진 소나무 숲 안개를 뚫고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 무거운 눈 양탄자 아래 구부러졌지만 꺾이지 않은 소나무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 정상과 절벽에 보초병처럼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들, 황금빛 들판 한 가운데 초록 오아시스를 자아내며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 등. 이 사진들 중 몇몇은 특정한 나무 또는 장소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캡션이 달려 있지만 대다수는 사진 그 자체로 말을 건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많은 페이지 가장자리에 두세 개의 작은 사진과 특정한 한국 문화와 소나무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짧은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이 부수적 내용을 파고들면 독자들은 이 나무들이 갖는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가장 명백한 것은 소나무가 한국의 건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집의 뼈대부터 조그마한 가구나 장식품 같은 구조물까지 모든 것에 재료를 제공한 것이다. 소나무는 또한 한국 음식에서도 등장한다. 솔향이 나는 떡 송편과 송화가루로 만든 과자인 다식 같은 인기 있는 전통 음식은 바로 소나무를 이용한 것인 반면에 한국음식의 별미인 송이버섯은 소나무 뿌리와의 공생관계에서 자란다.
실용적인 용도와 더불어 한국 문화에서 소나무가 갖는 상징성 또한 다채롭다. 소나무는 불로장생하는 열 가지 상징물 중 하나로 그림이나 도자기 등 예술 매체의 소재로 흔히 볼 수 있다. 소나무는 마을 앞에 세워져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 기둥인 장승과 새 조각 나무장대인 솟대에 새겨지기도 한다. 종종 살아 있는 소나무는 그 자체가 수호신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사당 역할을 하는데 이 나무가 갖는 수호의 힘에 대한 믿음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외부의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매달아 놓는 금줄이나 커다란 장독을 보호하기 위해 주위를 감싸고 있는 밧줄에 소나무 가지를 매달아 놓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가장 흥미진진한 건 소나무를 거의 사람처럼 취급하는 경우일 것이다. 어떤 소나무는 지나가던 왕으로부터 장관급 직위를 하사받기도 하고, 또 어떤 소나무는 미혼남의 계승자가 되어 지금까지도 토지세를 내고 있다. 불교 의식에서는 죽은 소나무 귀신을 위해 제를 지내기도 한다. 한 지점에서 저자는 어떻게 소나무가 인간을 닮았는지 몇 페이지를 할애해 논의한다. 이걸 이렇게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려는 태도는 우리가 나무와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건 소나무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과 경외와 존중이다. 위에서 언급한 불교 의식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목표가 단순히 독자에게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갖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밝힌다. 우리가 나누어 쓰는 환경에 대한 사랑과 존중 말이다.
한국문학의 풍성한 곳간에서 찾아낸 보물
Korean Contemporary Short Stories - Selected from KOREANA Magazine
<한국의 현대 단편소설 - ‘코리아나’ 잡지 게재 작품 중 선별>
김화영 편집, 311쪽, 10달러, 서울: 한국교류재단 (2017)
<한국의 현대 단편소설>은 1994년부터 2016년 사이에 <코리아나> 잡지 영문판에 발표된 단편 소설 열두 편을 모아놓았다. 잡지에는 장편이나 중편보다 단편소설이 더 잘 게재될 수 있기에 이 같은 단편집을 내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편집을 맡은 김화영 평론가가 지적하듯이 분량에 대한 고려를 차치하더라도 단편소설은 지난 세기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분량과 주제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한국문학에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서양의 단편소설과 차이를 보인다.
영어의 novel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소설’인데, 이 말의 원뜻은 ‘작은 이야기’다. 근데 영어와 달리 한국어에서는 short story, novella, novel에 상응하는 어휘가 따로 없고 ‘소설’을 변용할 뿐이다. ‘소설’에 상응하는 좀 더 정확한 영단어는 아마도 fiction일 것이다. 그래서 단편소설, 중편소설, 장편소설은 각각 short fiction, middle-length fiction, long fiction의 번역이라 볼 수 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단편소설은 1980년대에 쓰인 세 편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번 세기의 작품들이다. 열두 명의 작가가 소개되고 있는데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을 잘 아는 독자에겐 익숙한 이름도 포함되어 있고, 덜 알려졌지만 알려질 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들도 있다. 작품들은 주제, 분위기, 스타일에 차이가 있지만 모두 어떤 독자에게나 익숙한 이슈나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지난 20년 간 <코리아나> 잡지에 발표된 한국의 최고 단편소설을 대표하는 이 작품들은 한국문학의 풍성한 곳간에서 발견될 수 있는 또 다른 보물을 독자에게 제공할 것이다.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가야금 합주단의 퓨전 음악
Nostalgia <노스탤지어>
숙명 가야금 합주단, MP3 앨법, 9.49달러, 서울: 로엔(LOEN) 엔터테인먼트 (2017)
<노스탤지어>는 1999년 가야금 합주단으로는 세계 최초로 창설된 숙명가야금합주단의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이 합주단은 일 년에 100회 이상 공연하고 있고 한국과 서구 음악의 선율을 조합하고 한국의 전통악기와 세계의 관객들에게 익숙한 악기들을 함께 연주함으로써 가야금 음악의 반경을 넓히고자 한다.
가야금은 잘 알려진 한국의 전통 악기로 악기 이름은 가야 연맹의 한 국가를 지배한 왕이 중국 악기를 바탕으로 6세기경에 발명한 것에서 유래한다. 기원이 어찌됐든 한국 음악에서 주요 악기로 전해진 가야금은 12개의 줄을 가진 현악기로 눕혀서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한다. 합주단의 주요 부분인 가야금은 때때로 한국과 서양의 다른 현악기나 관악기와 함께 연주된다. 현악기로는 목이 길고 줄이 두 개이며 말털로 된 활을 사용해 연주하는 해금과 비올라가 대표적이다. 관악기적 요소를 제공하는 건 구멍이 여섯 개 뚫린 대나무 피리인 대금과 오보에다.
타이틀에 걸맞게 앨범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한국과 서양의 멜로디를 담았다. 두 가지 버전의 ‘스카버러의 시장’(한 번은 대금, 또 한 번은 해금으로 연주)은 ‘향수’를 의미하는 노스탤지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고, 노래방 애창곡인 ‘마이 웨이’와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에 나오는 ‘귀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노래들은 외국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회상적이고 울림이 있다. 특히 가장 긴 곡인 ‘산조’는 현대적 무대를 위해 전통의 선율을 새롭게 상상한 곡으로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진정한 의미의 퓨전음악을 통해 <노스탤지어>는 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는 동시에 한국의 전통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