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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More

2017 AUTUMN

생활

책+

불교 스님이 조언하는 마음 평화 얻는 법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 혜민 스님, 번역 김지영, 그림 이영철, 288쪽, 18달러, 뉴욕: 펭귄북스 (2017)

많은 문제들로 가득한 세상을 살면서 마음의 평화는 그만두고라도 어떻게 정신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혜민 스님은 불교의 '마음챙김'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실제로 책 표지 위쪽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음 문장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깨어있을 것인가?”

‘마음챙김’은 당신 내면과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인식함을 의미하는 것 이상이다. 저자가 첫 장에서 말하고 있듯이 그것은 깨달음이다. “마음과 세상의 경계가 사실 아주 얄팍하고,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고, 결국 허상”이라는 깨달음. 마음챙김의 중요한 관점 중 하나는 어떤 현상에 대응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의 대응이 반드시 현상과 연관 있는 게 아님을 이해하면서.
하지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불교 사상을 형이상학적으로 탐구하는 심오한 책이 아니다. 여덟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휴식, 수행, 열정, 관계, 사랑, 인생, 미래, 그리고 종교와 같이 모든 부류의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관심을 갖게 하는 주제를 다룬다. 각 장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짧은 에세이로 시작해 산문이라기보다 거의 시 같은 형식의 간단한 명상으로 이어진다. 혜민 스님의 글이 깊이 있고 심오하긴 해도 책의 내용과 저자는 아주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인생에 관한 장에서 저자는 “인생은 한 조각의 피자 같다”, “인생은 재즈 같다”와 같은 문장으로 명상을 시작한다.
이 책의 힘은 혜민 스님의 영성과 태도에서 나온다. 지혜를 알려주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높고 격상된 위치에서가 아니라 마치 당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이미 겪은 가까운 지인처럼 알려준다. 그렇다, 짝사랑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명상은 현실과 관련되어 있기에 효과적이다. 에세이가 감동적인 이유는 저자 스스로 시도하고 경험한 것에 대해 개방적이면서 솔직하게 얘기하기 때문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면 당신을 잘 이해해주는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대화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은 쉽게 진도가 나가고 빠르게 읽힌다. 사실 한자리에서 단번에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책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거라고 하겠다. 에세이와 명상 두 부분 모두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한다. 뷔페식당에서 바쁘게 줄을 서며 가능하면 많은 음식을 빨리 먹는다면 소화시킬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것과 같다.

에세이와 명상거리에 더해 이영철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각 장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명상거리처럼 오래 시간을 두고 머무를 수 있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간주(間奏)”가 되기를 의도한 그림들이다. 그저 장식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들은 활자화된 글만큼이나 많은 것을 내포한다. 그림들은 대체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두 사람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비율로 인해 독자에게 잠시 멈춰 생각할 거리를 준다. 자연은 광대한 반면에 인간의 모습은 아주 작다. 하지만 자연에 의해 압도되거나 자연 속에서 자신을 잃기보다는 그 모습은 전체를 완성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면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모두를 위해 쓰인 책이다. 혜민 스님은 불교 외의 다른 영성적 전통에 영향을 받기도 했고 관심도 갖고 있다. 인간 마음에 대한 통찰은 ‘종교’나 ‘영성’과 같은 개념을 초월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의 시간이 충분히 보상될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여성 다이버, 포토그래퍼가 제주 해녀를 클로즈업하다

<해녀: 한국의 잠수 여인>

와이 진 글/사진, 192쪽, 58,000원/84.95 달러, 서울: 한림출판사 (2017)

<해녀: 한국의 잠수 여인>은 한반도 남쪽 섬 제주도의 유명한 여성 잠수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이들은 5에서 20미터 깊이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다이빙하며 해저로부터 조개와 해산물을 채취한다. 작년에 이들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다.
와이 진은 지난 몇 년간 해녀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그 가치를 살리기 위해 작업해 왔고, 이 책은 그녀가 “행복한 해녀 프로젝트”라 명명한 것의 일부로 해녀들과 함께 바다에서 보낸 5년이란 시간의 결과물이다. 해녀들의 기술과 헌신이 존중되긴 하지만 그들의 삶은 종종 가난과 역경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와이 진은 그것이 과거에 사실이었을지라도 오늘날 해녀는 무엇보다 바다와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와이 진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누구보다도 적합한 사람이다. 그녀는 사이드마운트 동굴 다이빙에서 세계 기록을 갖고 있는 전문 다이버이며 종종 다이빙 엑스포나 대회에서 강연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또한 전문적인 수중 사진작가이다. 실제로 그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한국 출신 첫 수중 사진작가이다. 해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말할 것 없고 다이버와 사진작가로서의 그녀의 능력은 책을 꾸며주는, 종종 페이지 전체를 차지하는 사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면서 독자는 제주 해녀의 삶 속 하루 일과를 체험하게 된다. 다이빙을 준비하며 미소 짓는 여인들을 만나 그들을 따라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 바다 밑으로 내려간다.

그곳은 화려한 색깔의 산호들로 가득하고 풍성한 수확을 얻어내는 마법의 세계다. 작업 후 해녀들은 농장 일을 위해 밭으로 가기 전 해변가에서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 바다 속 냉기를 떨쳐낸다.
이 책은 해녀들을 감탄과 매혹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이 사랑하고 간직하고 싶은 전통을 보전하려는 이들로 이해하고 그들의 현실을 재현함으로써 전통적 삶의 양식을 되살린다. 한 장의 그림이 천 개의 말보다 더 낫다고 하지만 이 책의 사진들은 말로써 포착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한다.

‘팬텀싱어’ 우승자들이 데뷔 앨범을 내다

<포르테 디 콰트로>

포르테 디 콰트로, MP3 앨범 9.49 달러, 런던: 데카 레코드 (2017)

4인조 남성 크로스오버 중창단 결성을 위한 한국의 TV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에서 우승한 포르테 디 콰트로의 동명 데뷔 앨범이 경연 이후 곧바로 출시되었다. 영국의 클래식 4인조 중창단인 일 디보(Il Divo)의 성공에서 영감을 얻은 이 쇼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가진 숨겨진 재능인(소위 말하는 ‘팬텀 싱어’)을 발굴하려는 목적을 가졌다.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멜로디를 이제 세상에 소개하게 되었으니 이 프로젝트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포르테 디 콰트로는 다양한 음악적 재능을 모아놓았다. 클래식 전공의 김현수(테너)와 손태진(베이스), 뮤지컬 배우 고훈정과 연극배우 이벼리. 제각각 솔로로 노래할 때는 각 가수의 훈련 경험이나 음악적 배경이 쉽게 구별되지만, 함께 노래하게 되면 매끄러운 하모니를 이룬다.
이 쇼프로그램의 팬들은 데뷔 앨범이 주로 경연 동안 불렀던 노래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기뻐할 것이다. 그들의 배경과 경연의 속성을 고려할 때 어쩌면 놀랄 일은 아니겠지만 수록된 노래의 반은 이태리곡이다(유감스럽게도 앨범에 포함된 가사부록에 번역본은 없다). 나머지 곡 중 다섯 곡은 이 그룹을 위해 만든 오리지널 곡을 포함한 한국 곡이며 스웨덴 민속곡과 콜드 플레이의 히트곡 ‘비바 라 비다’도 포함되어 있다. 앨범은 이 새 스타들이 앞으로 더 많은 곡을 발표할 수 있는 무대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첫 작품이라 하겠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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