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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WINTER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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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폭력과 상처의 기억

<소년이 온다>

한강 저, 데보라 스미스 역, 224쪽, 영화 12.99파운드, 런던:포토벨로 출판사, 2016

1980년 5월, 전두환 장군의 군사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이 정부군과 충돌했다. 군인들은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여 죽였고, 시위는 무장봉기로 번져 도시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이 항쟁은 사람들이 바라던 민주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신 나라에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인물이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라고 했듯이.

<소년이 온다>에는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간이 흘러가도 생생히 남아있는 상처라는 개념이 특히 강렬하게 부각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이 시민항쟁 이후 5년, 10년, 22년, 30년이 지난 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그 봄날의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더라도 그 누구도 그 기억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마치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은 듯, 마치 그 숙명적 순간에 시계가 멈춰서 그 이후의 모든 일들은 움직이지 않는 분침의 긴 그림자일 뿐인 듯하다.
소설가 한강은 강렬하고, 때론 충격적이기도 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소년이 온다>에서도 그러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독특한 시각으로 1980년 5월의 사건(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다. 행동하는 순간의 드라마에 의존하는 대신 오히려 그 행동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시위를 하다가 죽임을 당한 시신의 숫자가 늘어나가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장에 휘말리게 된 동호라는 중학생의 눈을 통해 우리는 이름 모를 시신이 쌓여가고 부패하기 시작하는, 초기 살상의 끔찍한 결과를 목격한다. 동호는 “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라면서 살아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영혼이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묻기 시작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이야기는 동호 친구의 시점으로 바뀐다. 여기서도 다시 한 번 우리는 폭력이 아닌 그 결과를 보게 된다. 그 소년의 나레이션이 시작될 때 그는 이미 죽은 상태이고 그의 영혼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이어지는 장에서도 동호가 도청건물에 있는 동안 알게 된 사람들이나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 등 여러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 모두 어쩔 수 없이 삶을 이어나가지만 그 10일 동안의 경험으로 인해 그들은 돌이킬 수 없이 변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과거와 항쟁의 기억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대강 이야기를 종합해 볼 수 있게 된다. <소년이 온다>는 역사가 아닌 깊은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이기에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실 이 소설은 많은 한국 독자들이 이미 널리 공유하고 있는 사실과 인식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독자들은 한국 독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사건에 국한되지 않은 인간성에 대한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또한 완전히 극복될 수 없는 것을 극복하려 하는 인물들을 보게 해준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국경과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여 모든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전통 악기로 헤비메탈을 연주하다

<어 허미티지(A Hermitage)-은서(隱棲>

잠비나이(Jambinai) 연주, 런던:벨라유니온, 2016

세 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 잠비나이는 특정한 장르로 분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올해 6월에 출시된 이 밴드의 두 번째 앨범 <어 허미티지>는 빠른 속도의 곡 “벽장(Wardrobe)”으로 시작하는데 헤비메탈 스타일의 긴 인트로가 심장 박동처럼 이어진다. 이 밴드를 처음 접한 청취자가 헤비메탈 그룹이라 여긴다 해도 아주 틀린 건 아니다. 2010년 <잠비나이>라는 타이틀로 EP레코드를 출시하면서 데뷔한 잠비나이는 2012년 첫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두 번째 곡 “창조의 메아리(Echo of Creation)”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해금(두 줄로 된 현악기)의 선율과 홀리는 듯한 보컬 사운드가 들리면서 전형적인 헤비메탈 밴드의 연주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밴드는 서서히 정체성을 드러낸다. 삼인조 연주자는 한국 전통 악기뿐 아니라 베이스와 드럼을 전혀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연주한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동양적 명상 분위기의 “그대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들을 위하여(For Everything That You Lost)”는 크로스오버 국악 밴드에서 기대하는 전형적인 형태다.
여섯 줄 현악기 거문고의 줄을 퉁기는 소리는 “무저갱(Abyss)”의 낮은 남성적 베이스를 깔아준다. 밴드의 정체성에 다시 의문이 들게 되는 건 랩퍼 이그니토(Ignito)가 거문고 베이스와 해금 멜로디 위에 빠르게 화염을 뿜어내듯 랩을 겹치는 경우다.
“부디 평안한 여행이 되시길(Deus Benedicat Tibi)”은 이 앨범에서 전통적인 한국 음악에 가까운 형식을 보여주는 곡으로 부각된다.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곡이 장례 의식을 위한 음악을 참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끄럽게 쨍그랑거리는 심벌즈 소리와 관악기가 함께 어울려 만들어내는 무아지경의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광란의 정점을 이룬다.

잠비나이의 첫 스튜디오 앨범인 <차연(差延Difference)>은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Korean Music Awards)에서 주는 크로스오버앨범최고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 밴드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고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와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발(Glastonbury Festival)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주요 음악제에서 공연했다. 지난 4년 동안 밴드는 세계 곳곳에서 100여 번의 공연을 함으로써 그들 음악의 보편성을 입증했다.
이 앨범에 실린 몇 곡은 순전히 록-메탈 음악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부락(Naburak)은 적어도 일반 청취자에게는 크로스오버 밴드라는 잠비나이의 정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헤드뱅잉 곡이다.

자원봉사자가 운영하는 한국영화 사이트

www.koreanfilm.org

영화진흥위원회(Korean Film Council)에서 제공하는 영문 사이트 www.koreanfilm.or.kr와는 별개인 한국 영화 소개 영문 사이트 www.koreanfilm.org는 한국에 거주하는 한 미국인이 자원봉사 그룹과 함께 노력해 만든 개인 사이트다.
1997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Darcy Paquet)이 1999년에 영어권 한국 영화 관람객에게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이 사이트를 열었다. 사이트의 많은 항목은 대체로 현상 유지 상태이지만 ‘다가오는 행사’ 항목은 규칙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서울이나 한국의 다른 지방에서 개봉되는 영문 자막 영화에 대한 정보는 특히 유용하다.
리뷰도 업데이트되고 있고 뮤직비디오 장르는 리뷰가 많지는 않지만 섹션이 따로 있다. 가장 최근의 리뷰는 2015년 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Top Ten 영화’ 리스트는 2013년에 멈추어 있고 인터뷰는 2008년이 마지막이다. 이후 등장한 주요 신인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기존 배우에 대한 정보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업데이트 정보가 완벽하진 않지만 이 사이트는 한국 시네마와 관련한 다른 여러 웹사이트에 링크를 걸어 두어 유용하다.

봉준호, 김기덕 등 한국의 유명한 다섯 감독, 특히 외국에서 더 인기 있는 이들 감독에 대한 정보는 한국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수호 (Charles La Shure)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후란 (Kim Hoo-ran, 金厚蘭) 코리아헤럴드 라이프스타일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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