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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WINTER

생활

책+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저자 박성원, 장정화 & 앤드류 J. 키스트 공역, 188쪽, 16달러, 뉴욕 화이트 파인 프레스, 2019

소설가 박성원의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읽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소설집의 각 단편들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작품일 수 있지만, 전체를 다 읽게 되면 훨씬 더 큰 그림이 그려진다.

단편집은 다양한 실이 서로 가로지르면서 연결되는, 조심스럽게 쳐진 거미줄 같다. 가장 눈에 띄는 연결고리는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후반부에 다시 등장하는 경우이지만, 그밖에도 다른 실들이 엮여 있다. 거의 모든 이야기를 관통해 나타나는 건 장마 기간의 지속적인 비 혹은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몰아치는 물줄기다. 칼 융은 물이 가장 보편적으로 무의식을 상징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의식이라는 표면 아래에 잠복해 있다가 홍수처럼 터질 것 같은 위협 속에 있다. 어쩌면 그래서 진실은 손가락 끝에 닿을 듯하면서 늘 손 밖에 나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 소설 속 불운한 인물이 주장하듯, 진짜 뜻은 말에서 찾을 수 없을지도, 말은 근본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또 다른 실은 글쓰기, 혹은 예술성 전반과 그것의 역량(혹은 그것의 부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다. 공공의 선을 위해 자신의 희생이 필요함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두운 동화를 쓰는 악몽에 갇힌 어린 소녀. 19세기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턴 식의 “폭풍우가 몰아친 밤하늘은 무척이나 어두웠다.”로 자신의 걸작을 시작하는 자칭 미래의 공상과학 작가. 비평가의 말에 혼자 동의하지 않지만 곧 예술 세계에서 잊히는 예술가. 러브스토리를 쓰려고 했지만 도망자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 작가 등이 등장한다.

꿈과 자유도 주제로 나타나는데 이는 시간이 사람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캐릭터들에 형상화되어 있다(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불행한 어린 소녀에도). 시간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이 진정한 자유로 가는 문을 열어줄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통념처럼, 그것은 단지 정신 이상이나 죽음을 의미하는가?

소설집을 읽고 나면 번개 빛 속에 풍경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듯 단지 몇 개의 인상만 남는다. 몇 마디로 책 전체를 포착하는 건 불가능하고 다양한 플롯 라인을 요약하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로 무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다. 때로는 한 이야기 안에서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보여주며 작가는 독자가 사람과 사건을 여러 관점에서 보도록 만든다. 이는 어떤 관점이 올바른 건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무엇이 진실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주는가? 이를 좀 더 성찰하게 되면 우리는 더 깊고 중요한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여러 관점 중 어떤 거라도 실로 “맞다”고 할 수 있는가? 혹은 관점들은 어둡고 절망적인 세상을 밝히는 다양한 빛줄기일 뿐인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너머의 어떤 목적지를 향해 우리의 길을 밝혀 주는?

한류를 탐구하는 색다른 접근

『팝 시티: 한국의 팝 문화와 장소의 상품화』

저자 오유정, 238쪽, 19.95달러, 뉴욕 코넬대학출판부 2018

이 책은 한류에 관해 쓰인 가장 최근작 중 하나이다. 하지만 독특한 접근과 관점으로 인해 지속되는 한국 팝 문화 열풍에 관해 쓰인 여느 책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간단히 요약하면, 책은 문화산업과 도시 관례 간 교차점과 상호작용이 어떻게 ‘장소의 상품화’, 즉 물질적인 장소에 효과적인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상품화하는지를 탐색한다. 저자는 한류의 원인을 캐내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한국의 지형을 재구조화하는지 밝힌다.

책은 한류를 두 부분으로 나눠 다룬다. 1부는 대략 20세기 초 10년간 한류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의해 추동되던 시기와 상응한다. 반면에 2부는 이후 10년 동안 팝뮤직, 즉 케이팝에 의해 주도된 시기를 다룬다. 1부에서 저자는 민주화의 발전으로 행정의 지방분권화가 어떻게 지방정부로 하여금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각 지역을 상업적으로 홍보하는지를 살펴본다. 2부에서는 케이팝 아이돌이 생성되는 과정과 이들이 어떻게 서울의 강남이나 명동과 같은 지역을 핫스팟으로 만들어 상품화하는지를 보여준다.

한류에 대해 그동안 많은 글들이 쓰였지만 저자의 연구는 한류의 중심을 물질적인 지역에 둠으로써 남다르다. 당연히 한류 현상 자체에 대해 관심을 두지만, 이 현상이 이제 어떻게 한류를 태동시킨 지역적 토대를 변화시키는지를 조사한다. 이 책은 학문적 관점에서 한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이지만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의 팬이라면 자신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문화상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동서양이 공유하는 근원적 기질

「카르마(Karma)」

블랙 스트링, CD €17.50, 뮌헨: 악트 레코드(ACT Records) [2019]

블랙 스트링은 거문고 명인 허윤정(Heo Yoon-jeong [Yoon Jeong Heo] 許胤晶)과 대금 연주자 이아람(Lee Aram [Aram Lee]), 타악 주자 황민왕(Hwang Min-wang [Min Wang Hwang]), 기타 연주자 오정수(Oh Jeong-su [Jean Oh]) 4명으로 이루어졌다. 밴드명은 ‘현금(玄琴)’이라고도 불리는 거문고의 의미를 담았다.

거문고는 한국 전통 악기 중에서 가장 귀족적이고 보수적인 특성을 지녔다. 국악기로서 그 특성이 매우 강해 개량이 어렵고, 서양 음계로 연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이 악기가 재즈 밴드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로운 변화를 상징한다. 리더 허윤정을 비롯한 국악 연주자 3명이 이 악단의 유일한 서양 음악 연주자 오정수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이유는 동서양이 공유하는 근원적 기질을 발견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즉흥성’이다.

2018년 영국 송라인즈 음악상(Songlines Music Awards)을 수상한 1집 「마스크 댄스(Mask Dance)」에 이어 2집 「카르마(Karma)」도 독일의 재즈 레이블 악트 레코드에서 발매되었다. 총 아홉 곡이 수록되어 있는 이 음반의 첫 곡 ‘수레냐(Sureña)’와 두 번째 곡 ‘바빌론의 공중정원(Hanging Garden of Babylon)’은 인상적인 리듬으로 몽환적인 이국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지간한 유명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한 바 있는 라디오헤드의 히트곡 ‘Exit Music’처럼 더 이상 새로울 여지가 없어 보이는 넘버조차도 독특하고도 전위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COVID-19 확산으로 물리적 국경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의 음악은 세상의 경계를 허물고 ‘위기 앞의 문화적 연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노승림(Anna S. Roh 盧承琳)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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