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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SUMMER

생활

사진 에세이 공부가 전쟁이 된 학원가 밤 풍경

내일이 시험인데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져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딱 한 시간만 자고 시험 공부를 계속하겠으니 꼭 깨워 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하고 누웠다. 잠 깨니 환한 아침! 눈앞이 캄캄해진다.
수십 년 전 어린 학생 시절의 낭패를 추체험하는 이런 꿈을 지금도 더러 꾼다. 꿈에서 깬 나는 이제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되는 나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다시 잠든다. 그러나 오늘날 이 나라 학생들은 안도하지도, 잠들지도 못한다.
외국에서는 간혹 한국인들의 뜨거운 교육열을 부러워하기도 한다지만, 사회가 학력 중심적이 되고 교육이 직업 성취와 신분 이동의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무한 경쟁’이라는 무서운 말과 더불어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입시 전쟁의 장거리 마라톤으로 내몰린다. 유치원의 선행 학습을 시작으로 중고등학교의 각종 서열화 시험들을 거쳐 소위 일류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입시 지옥’에서 마라톤은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그 뒤에도 유학 시험, 취직 시험 등 달리기는 숨차게 계속된다.
가혹한 경쟁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시험의 고득점을 위한 효과적 방법을 찾아 혈안이 된다. 서열화한 공교육의 무자비한 환경은 오래 전에 학원이라는 사교육 시장을 등장시켰다. 경쟁 우위를 내세우는 학원가의 홍보는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미래 투자 성격의 과도한 비용 지출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어느새 사교육이 당연시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우위 확보의 효율은 낮아진다.
교육은 앎에 대한 욕구의 충족과 거리가 멀어지고 경쟁 중독성을 드러낸다. 그 결과 2017년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는 18조 6000억 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 1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실제 사교육비는 이 통계를 훨씬 뛰어넘어 공교육 예산을 추월한 지 이미 오래다.
여기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학원이 끝나는 밤 10시에 맞춰 자녀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과 그들의 자동차로 도로가 대혼잡을 이룬다.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10분 정도 전쟁을 치르고 나면 다시 조용해진다.
“아는 것은 앎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앎을 좋아하는 것은 앎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한 공자의 말씀은 아득한 전설 속의 한담이 된 것일까?

김화영(Kim Hwa-young 金華榮) 문학평론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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