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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SUMMER

문학 산책

사진 에세이 바다가 옷을 벗을 때

갯벌은 바다의 속살이다.
하루 두 번, 수평선을 한껏 부풀렸던 밀물이 썰물이 되어 빠져나가면 바다는 그 신비로운 속살을 드러낸다. 문득 갯벌이 팽팽하게 긴장한다. 구석구석에서 잠들었던 생명들이 깨어난다. 물새의 부리 끝에 물린 물고기의 비늘이 은빛으로 파닥거린다. 집게발을 쳐들고 춤을 추던 게는 갈매기가 다가들자 ‘게 눈 감추듯’ 재빠르게 구멍 속으로 숨는다.
물이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기까지 짧은 몇 시간, 이 터전에 의지하여 살아온 사람들이 바빠진다. 널빤지 뻘차를 밀어 갯벌을 가르며 아득히 미끄러져간다. 호미와 갈쿠리와 망을 실은 비닐 바구니로 무장한 아낙들의 눈에 빛이 튄다. 물이 들어오기 전에, 해지기 전에 그물에 걸린 고기를 건지고 뻘 속의 낙지와 바지락을 캐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은 도회지로 나가고 노인들만 남아 이 갈퀴 같은 손으로 자식들의 희망을 고단하게 길어 올린다. 그래도 갯벌은 그들의 일터이며 낙원이다.
한반도의 서해와 남해에는 경사가 완만하고 굴곡이 심한 해안과 조류와 파도, 그리고 육지에서 공급된 퇴적물 덕분에 광대한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이 갯벌에 플랑크톤을 포함해 수백종에 이르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으며, 지구의 남북을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되기도 한다. 그 규모와 생태계의 다양성이라는 가치의 측면에서 한국의 갯벌은 미국 동부의 조지아 연안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간척과 개발로 인하여 갯벌의 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조급한 인간은 근시안이어서 훼손한 자연이 자정 작용에 의해 복원될 시간마저 허용하지 않는다. 갯벌의 생태는 인간 생명의 지속가능을 가늠하는 척도다.
여름 휴가철이면 바닷가 마을들은 ‘갯벌체험’ 프로그램으로 도시 사람들을 부른다. 농업용 트랙터에 승객차량을 이어 붙인 ‘갯벌마차’를 준비해놓고 장화와 조끼, 장갑은 물론 갈쿠리나 호미, 그리고 수확한 어패류를 담는 망을 돈을 받고 대여한다. 관광객들은 그 갯벌에서 낙지나 게 같은 생물을 채취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원초적 생태 환경의 유기적 순환 과정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귀중함도 체험하고 가길 바랄 뿐이다.

김화영 문학평론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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