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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isine

2017 SUMMER

생활

식재료 이야기 삶는 이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문어 요리

문어의 종류는 3백 종이 넘는다. 그중에 한반도 연안에서 나는 것은 참문어와 대문어 2종뿐이다. 말리면 모두 몸이 붉어져서 ‘피문어’라고도 부른다. 경북지방에서는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참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올릴 만큼 귀하게 여기고, 여수 지방에서는 피문어 요리를 고급으로 친다. 수입산 문어가 들어오면서 문어 요리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대중화되고 있다.

맛이 매력적이고 영양이 풍부한 문어 요리의 핵심은 무엇일까? 문어는 구이를 할 때조차 먼저 삶아서 굽는다. 삶는 솜씨에 거의 모든 것이 달렸다고 할 만하다.

더 연한 살을 얻으려는 노력
문어는 삶기 전에 먼저 정성 들여 씻어야 한다. 미끈거리는 몸을 소금으로 골고루 문질러 씻는다. 특히 강력한 흡반들을 속까지 잘 닦아야 한다. 거친 소금으로 오래 문지르면 살에 상처가 나고 간이 밸 수 있으니 설탕으로 문지르라고 조언하는 이도 있다. 아예 세정 효과가 큰 밀가루로 말끔히 닦아내기도 한다.
지중해 연안에서는 삶기 전에 거치는 과정이 한 번 더 있다. 세탁기처럼 생긴 ‘문어 통돌이’에 넣고 빨래하듯 마구 돌리거나 아니면 전용 망치로 문어를 북어처럼 두드린다. 그리스 해안의 사람들은 바위에 문어를 사정없이 내리쳐서 살의 부드러움을 얻었다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문어를 부드럽게 삶아내기 위해 반드시 무를 쓴다. 강판에 무를 갈아 그 즙으로 문어의 온몸을 꼼꼼히 비비고 두드려주기도 하지만, 문어를 삶을 때 반드시 무를 넣는 것이 포인트다. 무즙은 문어의 잡내를 없애고 살을 부드럽게 한다.
그런가 하면 곶감을 넣고 삶기도 한다. 문어 살이 연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무와 함께 녹차나 팥을 한 움큼씩 넣고, 이태리에서는 와인병의 코르크마개를 넣고 문어를 삶는다. 곶감, 녹차, 팥 그리고 코르크마개에 묻은 와인에는 다 탄닌 성분이 들어 있다. 이것이 문어 살에 조화를 일으키는 모양이다.
문어의 종류는 3백 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중에 한반도 연안에서 잡히는 것은 작은 문어인 참문어(Octopus vulgaris)와 큰 문어인 대문어(Octopus dofleini), 이렇게 2종밖에 없다. 그 크고 작은 문어는 말리면 모두 몸이 붉어져서 피문어라고 부른다. 껍질을 벗겨 희게 말린 것은 백문어라고 한다.
동해 먼바다에서 잡히는 대문어는 다 자라면 무게가 50kg, 다리 길이가 3m에 이르기도 한다. 참문어는 남해안의 육지 가까운 얕은 바다의 돌 틈에서 산다. 다 자라도 무게가 3.5kg 정도밖에 안 된다. 문어는 둥글고 큰 머리(실제로는 내장 주머니)와 짧은 몸통(여기 두뇌와 눈이 있음), 여덟 개의 다리로 이루어졌다. 한국과 일본은 문어를 남김없이 먹지만,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서는 머리는 잘라 버린다.

‘귀한 대접’에서 고급 요리로
한국인이 ‘문어’하면 맨 먼저 떠올리는 요리는 잘 삶은 문어를 얇게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문어 숙회다. 요즈음 시중에서 사고파는 문어 숙회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모로코, 중국에서 건너온 삶은 냉동 문어이기 쉽다. 한반도 연안에서는 갈수록 문어의 수확량이 줄고 있다. 그만큼 가격도 올랐다. 아무튼 문어는 양식이 어려워 원산지는 달라도 아직은 모두 자연산이다.

전남의례음식장 서용기 씨가 국화꽃 모양으로 오린 문어조. 말린 피문어를 갖은 형상으로 오린 문어조는 의례상의 웃기로 쓰여온 전통음식이다.

경상북도 지방에서는 잔칫상과 제상에 참문어 한 마리를 삶아서 통째로 올린다. 특히 양반 고을로 알려진 안동에서는 문어를 제사와 손님을 모실 때 빠져서는 안 되는 최고의 음식으로 친다. 다만, 음복 때 고사리나물과 문어를 함께 먹으면 체하기 쉽다고 경계한다.
대문어를 말린 피문어로 갖은 형상을 오린 ‘문어오림[문어조(文魚條)]’도 의례상의 웃기로 요긴하게 여겨져 왔다. 피문어를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킨 뒤 잘 드는 공예 칼로 국화꽃과 공작새 같은 모양을 정교하게 오려낸다. 이 일은 대개 남자들의 몫이었지만 이제 이 전통을 이어가는 집도 매우 드물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제상에 올릴 탕에 피문어를 잘라 넣어 깊은 맛을 더한다. 또 산모를 위한 죽의 재료로 귀히 여겨지고 있다. 불린 피문어와 대추를 넣어서 쑨 죽은 산모의 회복을 돕는다. 제주도 문어죽은 물질을 앞둔 해녀들의 보양식이기도 하다. 쌀을 볶다가 절구에 찧은 생문어를 넣고 끓인 뒤에 문어를 건져서 가늘게 찢어 다시 넣고 끓인다. 문어 껍질의 붉은 색이 죽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문어를 씹는 감촉이 더없이 부드럽다. 전라남도 여수 지방에서는 피문어를 깨끗이 씻어 미지근한 물에 2시간 정도 불린 뒤 갖은 양념을 넣은 양념장에 하룻밤 재웠다가 쪄내는 피문어찜을 고급 문어 요리로 친다.
그 밖에 얇게 썬 문어 숙회에 오이를 넣고 갖은 양념으로 무친 문어회무침, 일본식 조림장을 넣고 조린 문어조림 등 요리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좋은 식재료가 거의 그렇지만 문어는 약재로도 쓰인다. 옛 민간요법에 따르면 문어 삶은 물로 두드러기나 동상을 치료했으며, 쇠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마시면 효험이 있다고도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문어가 혈관 질환과 알츠하이머의 예방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른 문어나 오징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가루가 타우린인데, 연체류 중에서 문어에 가장 많다고 한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젯상에 올릴 탕에 피문어를 잘라 넣어 깊은 맛을 더한다. 또 산모를 위한 죽의 재료로 귀히 여겨지고 있다. 제주도 문어죽은 물질을 앞둔 해녀들의 보양식이다.

문어 숙회는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문어요리이다. 문어를 잘 삶아 얇게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소문난 문어 요릿집
1955년 영동선이 개통되면서 강원도의 항구와 경상북도 내륙이 철도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동해에서 잡은 문어가 영동선에 실려 종착역 영주로 내려보내기 시작했다. 완행열차에 실려 가는 동안 삶은 문어는 실온에 숙성되어 풍미가 더 깊어졌다. 그 때문에 영주 문어가 신기하게 맛있다는 소문이 났다. 그러나 냉장 유통이 보편화된 요즈음에는 동해안에서 산 문어를 가져다가 삶은 뒤 살짝 숙성시켜서 판다. 영주시장 안의 <묵호 문어집>이 유명하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산호>라는 해산물 식당의 문어 숙회는 특별히 부드러운데다 향이 생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산에서 올라온 문어를 먼저 압력솥에서 10분간 삶고, 다시 쪄서 식감을 살린다고 한다. 삶는 물에 녹차가루와 곱게 간 무, 그리고 문어의 내장을 함께 넣는 것도 이 집만의 비법이다.
서울 역삼동의 <고래불>에서 내는 문어 숙회는 겉만 살짝 익힌 것이 특징이다. 속을 덜 익힌 만큼 입안에 날 것의 비릿하면서 신선한 뒷맛이 남는다. 문어를 다시마와 무를 넣고 끓인 물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천천히 겉만 익힌다. 영덕에서 잡은 대문어를 쓴다.

설호정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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