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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isine

2016 SPRING

LIFE

ESSENTIAL INGREDIENTS 마늘, 만능의 향신료이자 채소

마늘은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한국,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인도 등 서 아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는 뿌리채소이다. 한국에서 마늘은 거의 모든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향신료이지만 생마늘이 야채와 더불어 상 위에 오르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마늘은 건국 신화에 등장할 만큼 역사가 깊은 식재료이다. 인간이 되고 싶어한 호랑이와 곰에게 환웅(桓雄, 천제 환인의 아들)은 100일 동안 동굴에서 햇볕을 보지 않고 지내며 마늘과 쑥만 먹으라 한다. 호랑이는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지만 곰은 100일을 견뎌내고 여인으로 변신을 해 환웅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곰의 아들 단군이 세운 나라가 고조선으로, 한국인들은 그를 시조로 여긴다.
한방이 말하는 마늘의 효능은 ‘몸에 훈기 또는 양기를 불어넣어 추위와 찬 기운을 제거해주며 나쁜 기운이나 물질을 물리쳐서 밖으로 몰아낸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일례로, 돌림병이 돈다는 소문이 돌면 마늘 섭취를 늘렸다는 옛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현대 의학은 마늘이 혈액 순환을 도우며 항균 효과, 면역 증강 효과가 뛰어난 식품임을 여러 조사 연구로 밝혀주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권장하는 항암식품 40여 종 가운데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마늘이다. 만능 향신료 마늘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향신료로 사용이 된다. 조리할 기름에 먼저 저민 마늘을 고추나 대파와 함께 볶거나 튀기는 중국의 방식, 파스타를 만들 올리브오일에 저민 마늘을 볶는 이탈리아의 방식, 저미거나 다진 마늘을 넣어 볶은 마유(麻油)를 라멘의 소스로 활용하는 일본의 방식이 모두 일맥상통한다 (일본에서는 마유 대신 향이 약한 마늘 가루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인에게도 마늘은 기본적으로 향신료인데, 대개 저며 쓰기보다는 다져 쓴다. 밥상에 오르는 거의 모든 종류의 요리에 조리 과정에서 다진 마늘이 양념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유럽에서 육수를 낼 때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를 합친 부케 가르니를 이용해 향을 내고 주재료의 잡내를 없애 맛을 돋우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특히 삼계탕, 갈비찜, 닭볶음탕, 해물탕 등 고기나 생선요리를 할 때 마늘을 듬뿍 넣는다. 서울 종로3가에 있는 오래된 닭볶음탕집 ‘계림 마늘닭’은 닭볶음탕 냄비에 다진 마늘을 수북히 한 국자 얹어 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테이블에서 직접 끓이는 과정에서 산더미 같던 다진 마늘이 어느새 닭기름과 함께 뜨거운 국물에 녹아 들며 닭고기의 누린내를 없애 줄 뿐만 아니라 설탕으로 내는 단맛과는 전혀 다른 풍미 있는 단맛을 내준다.

구워 먹거나 날로 먹는다
생마늘이 쌈 채소와 나란히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쇠갈비, 삼겹살 같은 고기를 불판에 직접 구워 먹을 때, 상추나 깻잎 위에 구운 고기를 한 점 얹고 거기에 저민 마늘 한 조각과 쌈장을 함께 올려 싸먹는다. 생마늘을 즐겨 먹지 않는 사람들은 불판에 통마늘이나 저민 마늘을 함께 올려 고기에서 나온 기름에 구워먹기도 하고, 불판 한쪽에 참기름을 담은 그릇을 올려 놓고 마늘을 익혀 먹기도 한다(이는 마늘의 아린 맛도 없애주고 마늘의 최대 약점인 식사 뒤 입에서 나는 마늘냄새도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마늘을 이용한 전통 밑반찬으로는 마늘장아찌가 있다. 끓여 식힌 간장에 마늘을 까거나 통째로(흙 묻은 겉껍질을 까고 밑둥만 자른 채로) 몇 개월 담가두어 숙성시켜 만든다. 가정마다 조미를 달리 한 간장의 맛과 마늘의 맛에 시간의 맛이 보태지면서 훌륭한 저장 식품이 된다. 마늘을 이용해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라면 마늘바게트가 있다.

다진 마늘, 녹인 버터, 설탕으로 소스를 만들어 어슷 썬 바게트에 바른 다음 파슬리가루를 조금 뿌려 오븐에 구우면 된다. 구워지는 과정에서 먹음직한 향기가 집안 가득 풍기고, 먹을 때는 버터의 풍미가 한결 풍요로워졌음을 느낄 수 있다. 마늘종과 마늘대 한국인들의 마늘 사랑은 열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늘의 꽃줄기이며 마늘보다 은은한 향과 맛을 지닌 '마늘종' 도 훌륭한 반찬거리이다. 꽃이 피는 3월, 남쪽의 아름다운 관광지 제주도에서부터 마늘종이 나온다. 시장에 가면 아스파라거스보다 지름이 작은 녹색 줄기의 마늘종 묶음이 봄을 알린다. 마른새우와 함께 식용유에 볶거나, 열매처럼 간장에 담가 '장아찌'로 만들어 밑반찬으로 두고 먹기도 한다. 올리브오일과 마늘이 주재료인 알리오올리오를 만들 때 마늘 대신 마늘종을 사용해도 좋다. 마늘종은 익어도 아삭한 식감은 유지하면서 매운 맛이 단맛으로 바뀐다.
봄철에는 고기를 먹을 때 상추, 고추 등 곁들이 야채에 마늘대가 함께 오르기도 한다. 마늘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가열한 프라이팬에 식용유와 함께 볶다가 손질한 오징어를 넣고 고추장, 설탕, 식초 몇 방울, 두반장, 굴소스를 넣고 볶으면 봄철 무뎌진 입맛을 살릴 수 있는 반찬이 된다.

한방에서는 마늘의 효능을 크게 ‘몸에 훈기 또는 양기를 불어넣어 추위와 찬 기운을 제거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 의학은 마늘이 혈액 순환을 도우며 항균 효과, 면역 증강 효과가 뛰어난 식품임을 여러 조사 연구로 밝혀주고 있다.

샬롯과 마늘
마늘을 즐겨 사용하는 한국 음식이 낯설다면 샬롯(shallot, 胡葱)이라는 향신료를 떠올리면 비슷한 맛과 향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샬롯은 마늘과 같은 백합과의 식물로 마늘처럼 아린 맛에 양파보다 더한 단맛이 합쳐진 향신료이다. 프랑스, 동남아시아에서는 샐러드, 소스에 많이 사용한다. 소스를 만들 때 기본이 되며, 생선요리, 육류 요리에 곁들임 야채나 향신료로 사용이 된다. 오일과 함께 오븐에 구워서 먹기도 하고 잎이 녹색일 때는 그 잎도 향신료로 사용을 한다. 한국인들이 마늘을 기름에 구워 먹는 것, 마늘종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낯선 여행지에서는 낯선 음식과의 대면을 피할 수가 없다. 그것을 즐거움으로 바꾸어야 여행의 의미가 훨씬 깊어진다. 식재료 전문가인 내가 여행 작가들과 힘을 합해 ‘여행자의 식탁’이라는 모임을 꾸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국내 여행이 유명 맛집 찾아다니기가 아닌 제철 제 고장 음식 맛보기가 되게 하자, 해외 여행에서 한국 음식점 찾아 다니지 말고 낯선 음식 문화를 반갑게 즐기자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마늘이 낯선 여행자에게 감히 권해 본다. 한국에서는 마늘과 친해져 보라고.

김진영(Kim Jin-young 金臻榮) ’여행자의 식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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