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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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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거짓말』

박설미 작, 여현정 역
레이븐 북스, 2025
160쪽, 8.99 파운드

잔혹함, 거짓말, 복수에 관한 섬뜩한 이야기

박설미의 데뷔작 『사소한 거짓말』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작품에 적용된 서간체 소설(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등) 형식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서간체는 한 번에 하나의 시점에 집중하면서 각 화자에게 선명하고 고유한 목소리를 부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서사의 층위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독자는 전체 그림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사소한 거짓말』은 이러한 전통을 충실히 잇는 작품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리기 전까지 독자를 흔들어 놓는다.

이 작품은 미라가 자신이 가르쳤던 남학생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첫 문장부터 긴장감이 너무도 팽팽해서 활자가 터질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미라는 유재의 가정 교사가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발단은 유재의 형 유찬이 미라의 반려견 벨을 학대하고 죽인 사건이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지만,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며 미라를 맹목적인 복수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그런데 놀랍게도 답장이 날아온다. 유재의 어머니 지원이 답신을 보내오고, 공포와 긴장감은 한층 깊어진다. 이후 유재와 유찬의 서사가 차례로 펼쳐지고, 미라의 목소리로 마무리된다. 편지 대신 직접 찾아가는 장면으로, 독자는 한쪽의 목소리만 듣게 된다.

『사소한 거짓말』이 매력적인 이유는 네 명의 목소리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미라, 지원, 유재, 유찬은 각자의 경험과 세계관이 매우 다르며, 나름의 한계 안에 갇혀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끝까지 편협한 시각을 버리지 못한 채 자신이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이 불완전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진실을 깨닫고 목표를 이루는 인물도 있다. 과연 그들 중 누구라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결국 『사소한 거짓말』은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무엇이 그들을 그 지경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시점이 바뀔 때마다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가 확신했던 것들을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다. 시점이 하나씩 쌓이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퍼즐 조각이 서서히 맞춰지면서,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우리는 전체를 볼 수 있게 된다.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 때문이든, 박설미 특유의 술술 읽히는 문체 때문이든,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손에서 놓기 어렵다. 책을 덮은 후에도 칠흑 같이 어두운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섬뜩한 메아리처럼 잔상이 오래도록 맴돈다.

『장: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빚어낸 미식의 세계』

강민구, 나디아 조,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 공저
아티장, 2024
216쪽, 35 달러

한국 요리의 맛, 그 비밀을 찾아서

강민구 셰프는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졌다. 해외에서 셰프로 경력을 쌓은 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14년 밍글스를 열었다. 한국과 서양의 식문화를 한데 어우른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면서 그는 한식의 세계로 한층 더 빠져들었다. 정관 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장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는 장을 “테루아르를 가장 충실히 담아낸 재료”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장: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빚어낸 미식의 세계』를 출간했고, 이 책은 그해 뉴욕타임스 최고의 요리책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장은 발효 대두를 기반으로 한 양념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한식을 즐겨 먹는 이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장은 강 셰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 재료”이다.

책의 앞부분은 이 비밀 재료에 대한 소개를 담고 있다. 강 셰프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2천 년에 걸친 장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각 가정에서 장 담그던 문화가 쇠퇴한 과정, 최근 전통 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소개한다. 그다음으로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히 알려준다. 집에서 장을 직접 담그는 방법이 아니라,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단순한 재료들이 자연, 시간, 사람의 손길과 정성을 통해 신비롭게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한 끼 식사로 어울리는 요리에 대한 유용한 팁도 담겨 있고, 마지막으로 한식 입문자를 위한 필수 식재료 목록도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은 한식 애호가라면 익히 알 만한 재료들이지만, 고추장 파우더는 나에게 뜻밖의 수확이었다. 새로운 팝콘 시즈닝으로 시도해 볼 만할 것 같다.

물론 책의 핵심은 다양한 장을 활용한 레시피들이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주제로 각각 한 챕터씩 정리되어 있으며, 챕터 마지막마다 해당 장을 만드는 장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테루아르뿐 아니라 사람들과도 만나게 해준다. 레시피의 대부분은 밍글스의 메뉴가 아닌, 강 셰프가 가족과 지인을 위해 집에서 직접 만드는 요리들이다. 덕분에 훨씬 친근하고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장아찌, 해물파전, 강된장 비빔밥 외에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양념 치킨 등 한식 애호가라면 누구나 아는 레시피도 있다. 하지만 나를 신세계로 인도한 것은 장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한 레시피들이었다. 라구 소스에 간장을, 파스타 크림 소스에 된장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상상도 못 했던 조합들도 있었다. 그래놀라에 간장을, 초콜릿 무스에 고추장을, 크렘 브륄레에 된장을 쓴다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퓨전 요리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기술이나 자극적인 재료의 조합이 아니라, 사람들의 식문화가 아무리 달라도 맛에는 국경이 없다는 깨달음, 바로 그것이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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