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필자 11명 중 한 명인 마크 피터슨(Mark Petersen)이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이 짧은 시를 애호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인 듯하다. 예를 들어, 영어로 쓰는 리머릭(limerick)은 익살스럽고 종종 외설스러운 내용에 운을 맞춘 시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짧은 시 형태는 일본의 하이쿠(俳句)일 것이다. 5, 7, 5의 3구 17자의 짧은 음절로 이루진 일본 특유의 단시인 하이쿠는 주로 자연에 대한 명상을 주제로 한다. 리머릭이 엄격한 운율 규칙과 리듬적인 음보의 병치를 통해 전통적이고 음악적 느낌을 주는 반면, 하이쿠는 극도의 간결함으로 시적 아이디어를 가장 순수하게 보여준다. 이같이 간결한 형태들이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암기(그리고 이를 통한 전달)가 쉬운 것도 한 가지 이유임은 확실하다.
한국에는 시조라는 고유의 짧은 시 형태가 있다. 리머릭이나 하이쿠처럼 서구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4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시조 역시 3행으로 이루어졌지만, 각 행이 일본의 하이쿠보다 훨씬 더 길고 행마다 구조도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격한 제한이 있는 하이쿠보다 더 많은 표현이 가능하며, 복잡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학생들(필자를 포함)은 하이쿠를 배우고 썼다. 하이쿠처럼 학교 교육 과정에서 시조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그렇다!”라고 답한다.
『시조 - 한국의 대표적 시 형태』는 시카고에 거점을 둔 세종문화회가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이 책은 교육자를 대상으로 발간했지만, 시조에 대해 알고 싶거나 시조를 직접 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책의 1부는 시조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는 학자들의 글을 모았다.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은 14세기부터 현재까지 시조의 역사와 발전을 추적하고, 마크 피터슨(Mark Petersen)은 시조를 중국의 절구(绝句)와 일본의 하이쿠 같은 동아시아의 다른 짧은 시 형태와 비교한다. 루시 박은 현재 한국과 북미에서 쓰인 시조와 독일어, 타갈로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그리고 스왈리어로 쓰인 소수의 시조를 소개한다. 또한 그녀는 시조와 음악의 관계(시조는 원래 시가 아니라 노래로 구상되었다)를 짚어보고 시조 가사를 현대 뮤지컬에 도입하려는 당대의 시도를 다룬다. 김성곤은 시 번역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영어로 직접 쓴 시조에 대해 큰 기대를 건다. 마지막으로 작가 린다 수 박은 시조가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 책의 2부는 시조를 가르치기 위한 다양한 지도 계획을 담고 있어 교육자들에게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에 공동편집자인 엘리자베스 요르겐센이 그녀의 학생들과 함께 한 시조 쓰기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사례 연구는 특히 관심을 끈다. 서관호(徐官浩)의 아이들을 위한 시조 지도법은 시조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상세한 로드맵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세종문화회에서 매년 주최하는 시조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참가자들의 시조를 모아두었다. 각각의 시에는 작가의 말과 시 애호가의 해설이 붙어 있다.
김성곤은 자신의 글에서 “사람들이 시적 미묘함과 섬세함을 멋지게 표현했던 시조로 서로 소통했던 시절이 그립다”라고 아쉬워한다. 이 책은 종종 산만하고 각박한 현대 사회를 시로 삶을 표현하고 풍류를 즐겼던 이전과 같은 시절로 되돌리기 위한 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