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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UMMER

책+

고립과 축출의 알레고리

『재와 빨강(City of Ash and Red)』

편혜영, 김-러셀 소라 번역, 256쪽, 24.99 달러, 뉴욕: 아케이드 출판사 (2018)

편혜영의 소설 『재와 빨강』은 이름 없는 주인공이 국제공항에 억류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입국한 나라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의심을 받는다. 테스트 결과 다행히 그는 단지 감기에 걸렸을 뿐이어서 공항을 떠나도록 허락받는다. 낯선 나라에 도착한 이방인인 그는 타지의 언어를 간신히 몇 마디 할 뿐이지만, 앞으로 몇 달간 머물게 될 것으로 짐작한 아파트로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다.

하지만 그의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새롭게 도착한 지역은 곳곳에 쓰레기가 층층이 쌓여 있고, 거리는 소독약이 뿌려져 하얀 화학 연기로 뿌옇다. 그는 부주의로 여행 가방을 잃게 되는데 가방 안에 든 물건들 대부분은 하찮은 것이지만, 그중에는 연락처가 모두 담긴 핸드폰도 들어 있다. 이렇게 그는 이전에 알고 있던 세상으로부터 점차적으로, 하지만 거침없이 단절되기 시작된다. 그가 머물게 된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오래 있지 못한다. 모국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후 그는 공포에 질려 그곳을 도망쳐 나온다. 그의 여정은 실제로 그리고 은유적으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망가진 사회의 오물과 악취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된다. 그는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때까지 균열의 틈새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편혜영의 소설은 낯설고 꿈같은데(가끔은 ‘악몽 같다’는 말이 더 적절한 묘사가 될 것이다) 거기에 알레고리적 특징을 더한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주인공과 그의 전처, 그리고 그가 방문한, ‘C’라고만 표기된 나라의 이름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과 장소의 이름이 부재함에 기인한다. 이는 한국 소설에서 처음 사용되는 소설적 장치는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 특히 효과적으로 이야기에 보편성을 부여한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은 또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독자가 마치 주인공과 함께 있는 둣한 느낌을 갖게 한다. 쓰레기를 태우는 불의 연기로 주변이 뿌연 공원에서, 쓰레기가 둥둥 떠 있는 하수가 천천히 흐르는, 악취가 풍기는 어두운 하수도에서처럼. 하지만 특정한 구체성을 띄지 않음으로써 동시에 이런 일이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을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런 묘사는 대단히 효과적으로 이탈감으로 인한 불안과 긴장을 만들어 낸다.

소설은 방향 감각의 상실, 고립과 축출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단절되고 고립되며, 접촉과 관계 재설정을 위한 그의 필사적인 시도는 반복해서 실패한다. 결국 나락 속에서 올라서긴 하지만, 그가 다시 단단한 땅을 밟고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허공에 뜬 존재”로 남는다.

아마도 관계의 결핍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삶에서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방대해서 멀고도 멀었”던 미래를 내다보는 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조차도 종종 가려져 있는데 - 실제로 소독약에 의해 시야가 뿌연 상황이나 자신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처럼 - 그래서 그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이 과거는 어두운 비밀을 담고 있다. 과거 회상을 통해 주인공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될수록 주인공에 대한 연민은 점점 더 줄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흥미롭다. 그의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바로 그 단점 때문에 그는 확실하게, 그리고 그럴듯하게 인간적이다. 그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약 우리의 안락한 삶이 내딛고 있던 땅이 어느 순간 쑥 꺼져 우리 역시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한국 무속신에 대한 드문 시각적 연구 자료

『한국 무신도(The Paintings of Korean Shaman Gods: History, Relevance and Role as Religious Icons)』

김태곤, 한 크리스티나 번역, 207쪽, 75 파운드, 켄트: 르네상스 북스 (2018)

1989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저명한 한국 무속 연구가 김태곤(1936~1996)의 기억할 만한 저서다. 이 영역본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큐레이터 자문위원이자 소속 연구원인 한 크리스티나에 의해 번역되었다. 그녀는 도입에서 한국의 무속, 무속신과 그들의 재현, 그리고 제례에서 무신도의 역할 등 한국 무속의 여러 면면에 대해 짧지만 유용한 내용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김태곤이 집필한 책의 첫 장은 무신도에 관한 자세한 역사를 제공하고 또한 한국의 다양한 무속인 유형과 이들과 무신도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그다음에 무신도를 분류하고 그림에 나타나는 개별적인 인물들을 묘사한 후 예술 작품인 무신도가 제례에서 적절하게 사용되는 맥락을 소개한다. 미술사가인 박용석 교수가 집필한 두 번째 장에서는 무신도를 다른 각도에서 다룬다. 작품 속에 재현된 여러 종류의 의상이나 공예품, 그리고 주제가 갖는 의미를 설명할 뿐 아니라 무속신과 이를 묘사하는 무신도의 특징을 설명한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속신을 보여주는 130장의 컬러 사진이다. 김태곤 교수가 남한을 여행하며 무속을 연구하는 동안 발견한 무신도를 찍은 사진이다. 그 화려한 색과 단순하지만 강한 표현의 그림들은 화가들이 무속신의 영기를 붓으로 포착하려 한 것처럼 관람자를 끌어당길 것이다. 무속 신앙과 제례에 대해 훨씬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한국 무속에 대한 영문 서적들이 이미 출판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영적인 세계로 안내하는 다채로운 창을 제공하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시각적 요소를 드러내 보여 준다.

살아 있는 숨결의 흔적

「Communion」

By Park Jiha, Audio CD $17.98, Hamburg: Glitterbeat Records [2018]

어릴 적 플루트로 시작된 박지하(朴志夏)의 음악 여정은 한국 전통 악기 피리와 생황으로 이어졌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음악 그룹 ‘숨(su:m)’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그룹 이름처럼 박지하의 음악에는 숨결이 흔적을 남긴다.

2010년 숨의 1집 음반 「공간에서 숨 쉬다」를 발표한 이후 박지하는 WOMAD, SXSW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참가하였고, 유럽의 주요 극장 무대에 오르며 주목받는 음악가로 성장했다.

2016년 발표한 「Communion」은 그룹 활동을 잠시 접어두고 본인의 이름만으로 낸 정규 1집 앨범이다. 2018년 독일 글리터비트(Glitterbeat Records)가 이 음반을 재발매하면서 세계 음반 시장에도 데뷔하게 되었다. 재발매 이후 피치포크(Pitchfork), 가디언(The Guardian) 등 해외 저명 매체들로부터 ‘주목해야 할 신인’, ‘이달의 음반’등으로 언급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음반에서는 미니멀리즘과 아방가르드 재즈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이 노골적이지 않고 은근하기에 미니멀리즘과 다른 컬러로 다가온다. 또한 음악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간명하기에 아방가르드 재즈와도 결이 다르다.

노르웨이의 색소폰 연주자 얀 가바렉(Jan Garbarek)의 곡을 연상시키는 ‘Communion’은 타이틀 트랙답게 앨범의 정체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박지하의 피리와 김오키의 색소폰, 존 벨의 비브라폰이 맞물리는 연주를 들으면 마치 세 악기가 서로를 위로하는 듯하다.

벨기에 뢰번의 카이저스버그(Keizersberg) 수도원에서 리허설 중 숙엄함과 울림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연주했다는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TheLonging of the Yawning Divide)’은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다. 몽환적으로 여울지면서 가요처럼 귀에 들어온다. 반면 ‘All Soul’s Day’는 가장 재즈적인 트랙이다. 반복되는 양금의 리듬 위에 색소폰과 피리가 복잡하게 얽힌다.

마지막 곡 ‘마주앉은 첫 마음(The First Time I Sat across from You)’은 고조되는 양금이 부서지고 국악기처럼 처연한 색소폰이 외롭게 울린다. 모든 곡이 끝난 뒤의 침묵 속에도 박지하의 숨결이 느껴진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도 오랫동안 반짝일 인상적인 앨범이다.

찰스 라 슈어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대원문화재단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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