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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ardians of Heritage > 상세화면

2026 SPRING

과거의 풍속이 현재의 트렌드가 되다

온양민속박물관은 한국인들의 전통 생활 양식과 관련된 민속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 민속 박물관이다. 방대한 유물을 주거·생업·의례 등 유형별로 구분해 조명한다. 전시관뿐 아니라 야외 정원도 잘 조성돼 있어, 역사 교육과 휴양을 겸하는 복합 문화 공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2024년, 온양민속박물관이 개관 46주년을 맞아 기획한 <반·반·반 - 너르고 바른 반> 전시 모습. 좌식 생활 문화를 대변하는 소반의 다양한 쓰임새와 형태를 살펴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다.
온양민속박물관 제공

온양민속박물관은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사립 민속 박물관이다. 총 8만 2,644m² 대지에 본관, 구정아트센터, 카페, 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박물관은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계몽사를 창업한 구정 김원대(1921~2000) 회장이 1978년 사재를 털어 설립했다.

1970년대 한국은 빈곤 퇴치 및 산업화를 목표로 한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우리 고유의 생활 문화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 회장은 민속학, 고고학, 서지학계 학자들로 자문단을 꾸리는 한편 학예사들이 전국을 다니며 보존할 가치가 있는 민속품들을 수집했다. 전통 의복부터 밥그릇, 소반, 쟁기, 지게 등 불과 몇 십 년 전 이 땅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이었지만, 오늘날엔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품들이다.

민속 유물의 가치

온양민속박물관 본관은 3개의 상설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거 한국인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 1만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은 본관 1층이며, 입구 맞은편에 뮤지엄숍이 자리한다.

온양민속박물관의 소장품 가운데 고려(918~1392) 시대 법회에 사용된 청동북, 19세기 후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왕세자 의례용 갑주(갑옷과 투구)와 갑주함, 고종(재위 1863~1907)의 아버지 이하응이 착용한 것으로 알려진 거북 흉배 등 일부는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유산으로 지정됐다.

소장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도 흥미롭다. 제작 연도(1162)와 함께 봉안처와 출토지가 분명한 천수원명 청동북의 경우, 이순신(1545-1598) 장군의 묘소 인근에 거주하던 한 주민이 집을 짓기 위해 땅을 파던 중 1977년 발견했다고 한다. 단순히 고물이라 생각한 그는 “비누 한 장 값도 되지 않는다”는 고물상 말에 도로 가져갔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화재관리국에 연락했고, 박물관과 연결되었다. 비로소 유물의 가치를 알게 된 그는 설립자가 건넨 사례비를 끝내 마다하고 기증했으며, 박물관의 보존과 연구를 거친 청동북은 발견된 지 47년 만에 보물로 지정됐다.

제3 전시실에는 실용성과 조형미를 겸비한 전통 공예품을 비롯해 한국인의 민간 신앙과 놀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 연희 중 하나인 탈놀이에 쓰이는 다양한 종류의 지역별 탈들이 한쪽 벽에 걸려 있다.

야외 전시장 한쪽에 자리한 전통 가옥은 1878년 지어진 너와집(소나무 판재로 지붕을 올린 집)으로, 강원도 삼척에서 박물관 자리까지 해체해 옮겨오는 데 당시 돈 1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현재 화폐 가치로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다. 당시만 해도 집 한 채를 먼 지역까지 이전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 너와집은 단순한 건축 유물을 넘어, 산간 지역 생활 문화와 함께 박물관의 수집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장 가치가 높다. 이러한 민속자료는 부유한 사람들이 구입하는 값비싼 미술품이나 골동품과 달리 지금 보존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낳은 결과다.

건축 기행의 명소

본관 건물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구정아트센터는 건축가 이타미 준이 한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설계한 건축물이다. 중앙홀을 중심으로 좌우에 두 개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각종 문화 행사와 특별 전시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온양민속박물관은 건축 순례지로서 빠지지 않는 명소다. 정문에서 바로 보이는 본관은 한국 현대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김석철(1943-2016)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웅장한 본관 건물은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한국 전통 건축물 특유의 긴 처마와 누마루가 안정감을 주고, 건물 외관과 내부 벽면은 붉은 벽돌과 검은 벽돌을 가로 쌓기와 세로 쌓기로 교차해 조화를 이룬다. 설계 당시 백제(기원전 18~서기 660) 시대의 무덤인 무령왕릉 내부의 벽돌 쌓기 방식과 색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옛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물 1만여 점이 전시된 본관은 총 6만 4,800m² 규모로 3개의 상설 전시실과 특별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실은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한 한국인의 일생과 의식주, 제2전시실은 농어업과 사냥, 채집 등 한국인의 생업, 제3전시실은 각종 민속 공예와 민간신앙, 놀이, 학술과 제도 등으로 구분해 전시 중이다. 각 전시실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동선은 관람객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는 건축 설계 단계부터 각 공간에 전시될 유물의 실제 크기와 배치를 계산해 전시실을 구성한 결과다.

또한 제1전시실은 실제 전통 가옥의 부엌, 안방, 대청, 사랑채 등으로 구성하고 과거를 ‘체험’하기 위해 외부 빛을 최소화한 반면, 제2전시실의 경우 상단 창문을 통해 자연광을 들여 각종 생활 도구의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이와 같은 자연광은 높은 천장고를 확보한 중앙 홀의 상단 창문을 통해서 매일 달라지는 빛의 장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온양민속박물관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건축물이 있다. 1982년 준공한 구정아트센터는 재일 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1937-2011)의 국내 첫 건축물이다. 그는 2005년 프랑스 예술 훈장인 슈발리에와 레지옹 도뇌르, 2010년 일본 최고의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받은 세계적 건축가로 국내에선 제주 포도호텔, 수풍석뮤지엄, 방주교회 등을 설계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건축에 앞서 돌이 많은 이 지역의 특징을 연구했다. 그러고는 돌을 캐 돌담을 쌓고 질 좋은 황토를 채취해 주민들과 함께 벽돌을 만들었다. ‘이순신이 성장하고, 죽어서 묻힌 곳’이라는 지역성을 담기 위해 건물은 전체적으로 이순신을 상징하는 거북선을 형상화했다. 멀리서 봐도 타원형 지붕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정아트센터의 중앙홀 내부로 들어서면 흰색과 흙벽돌이 어우러진 건축물이 그 자체로 예술품임을 알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에 두 개의 큰 기둥이 한눈에 들어오고, 11m가 넘는 천장고와 가로 세로 겹겹이 교차하며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 목재 대들보를 보노라면 흡사 거대한 목선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박물관에서 힙플레이스로

온양민속박물관은 개관 당시 관람객이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였지만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다가 2013년 구정아트센터를 레노베이션해 공연과 전시, 문화 행사를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개관하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지역의 공예 자원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한 아산공예창작지원센터와 카페 온양이 생기면서 관람객의 연령대가 크게 낮아졌다.

지원금과 기부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 박물관으로서 가장 큰 현안은 홍보와 관람객 유치다. 요즘 홍보에 한몫하는 것은 박물관 굿즈 브랜드 ‘Objet Onyang’이다. 지역 작가들과 함께 개발한 전통 탈 마그네틱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하우스오브신세계 숍에서도 판매될 만큼 인기 상품이다. 또 팽이치기, 연날리기 같은 전통 놀이 체험 키트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곳은 개관 초기부터 축적된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향후 체계적인 전시와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 1월 김은경 관장은 박물관 재건과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 관장은 설립자의 3남 2녀 중 막내딸이다.

온양민속박물관은 2028년 개관 50주년을 앞두고 전시와 도록 발간을 병행하는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정아트센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박물관이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본관 제1 전시실에는 의식주 생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유물들이 생애 주기별로 진열되어 있다.

이기숙 작가
이민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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