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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AUTUMN

기획 특집 : BTS, 일곱 영아티스트의 오디세이

아미, 사상 초유의 팬덤

BTS의 팬클럽 아미(ARMY,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는 전 세계에 걸쳐 막강한 조직력과 자긍심을 자랑한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일곱 멤버들의 서사와 메시지를 체화해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를 다시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아미가 다른 팬덤과 차별화되고, 더 나아가 의미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이 2019년 5월 15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ABC 방송의‘굿모닝 아메리카 여름 콘서트’ 첫 무대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불타오르네’를 부르자 약 5천 명의 팬들이 열광적인 떼창으로 호응하고 있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날부터 노숙을 했다.

지난 5월 21일,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상층부가 BTS와 아미를 위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BTS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빌딩 측에서 LED 조명쇼를 선보였는데, 이는 국가적 기념일이나 올림픽 같은 중요한 이벤트 때나 볼 수 있는 매우 드문 광경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필두로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 장소였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파리 Stade de France 스타디움,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까지 이들이 가는 곳마다 각 도시의 랜드마크는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을 내뿜었다. 이 시대의‘문화적 아이콘’에 대한 인정이자 예우이며, 동시에 아미를 그 도시의 시민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서울 팬 미팅이 열린 2019년 6월 22일,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서울로7017이 BTS의 상징인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들이 팬미팅이나 공연을 위해 방문한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위해 보라색 조명을 밝히고 있다. 위로부터: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런던 타워 브릿지, 파리 에펠탑

실질적 영향력

BTS가 세계 음악 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해는 2017년이다. 그 해에 미국 음반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상식 중 두 곳인 빌보드 뮤직어워즈(BBMAs)와 아메리칸 뮤직어워즈(AMAs)에서 수상과 함께 공연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올해 BTS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로 지명되어 시상자로 무대에 섰다.

2017년에 전 세계 미디어가 “도대체 BTS가 누구인가?”를 물었다면 2018년에는 “그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궁금해했으며, 2019년에 들어서는 “이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BTS의 인기가 결코 일시적이거나 인터넷상에만 존재하는 허상이 아닌 이유는 음반과 공연, 영화와 모바일 게임, 도서와 굿즈에 이르기까지이들에 관한 모든 것을 소비하며 어마어마한 매출을 일으키는 아미들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기껏해야 SNS라는 찻잔 속 돌풍이라 생각했던 BTS의 인기는 2018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2위를 기록하고, 전 세계 스타디움 공연을 단 몇 시간 만에 매진시키며, 한국에 한 해 평균 수조 원의 경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등 실제적 지표로 입증되었다. 음악 산업에 대한 아미의 실질적 영향력은 이제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하나의 강력한 현상이 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이제 BTS는 그야말로 세계 주류 음악계의 정상에 올라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서구 언론들이 BTS를 두고 ‘글로벌 슈퍼스타’, ‘팝의 왕자’라고 부르며 추켜세우는 이면에는 K-Pop에 대한 그들의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BTS를 재단하려는 부정적 시각 또한 존재한다. 유수의 미디어들이 “기계에 의존한 음악”, “미친 10대 소녀팬들(crazy teenager fangirls)”, “공사장 소음 같은 음악(construction site noise)” 같은 직설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그들의 성공에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 동원됐다는 뉘앙스를 글 속에 심어놓기도 한다.

그중 가장 크게 아미들의 공분을 샀던 것이 「뉴욕 타임스」의 기사였다. 올해 4월 새 앨범 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년 안에 세 번째로 정상을 차지하자, 이 신문은 BTS의 기록적인 앨범 판매가 네 가지 버전으로 앨범을 발매한 ‘약삭빠른’ 마케팅 전략 덕분이라고 했다. 물론 BTS의 앨범 판매량에 개인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도록 유혹하는 마케팅 전략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기사는 아미들로부터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앨범 판매를 위해 투어 티켓이나 굿즈에 앨범을 끼워 파는 번들 수법은 이미 서구의 톱 아티스트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BTS의 어마어마한 실물 앨범 판매량을 본 해외의 톱 아티스트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여러 가지 버전의 앨범을 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무기력하게 앉아 있던 나를 일어서게 하고, 꿈을 꾸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

편견과 불공정에 저항하다

지난 6월에는 호주 방송국 Channel 9의 차트쇼 <20 to One>에서 글로벌 핫 이슈로 BTS를 소개하던 중 적합하지 않은 발언으로 아미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여러분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밴드 BTS”, “멤버 중 한 명밖에 영어를 못하는데 미국에서 1위를 했다고?”, “한국에서 뭐가 터졌다 해서 처음엔 걱정했다. 뭔가 나쁜 게 터졌을까 봐. 그런데 이것도 뭐 크게 낫진 않다”, “분명히 멤버 중 최소 한 명은 게이일 것”이라 했고, 심지어 멤버인 RM이 UN 총회의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출범 행사에서 한 연설에 대해서는 “아마도 헤어 제품에 대한 얘기였을 것”이라며 시니컬한 논평을 쏟아냈다.

곧 이어 전 세계 아미들이 분노하며 일어났는데, 이는 단순한 반감이 아니라 BTS를 다루는 태도에 스며들어 있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적 시각 때문이었다. 아미들은 이 방송이 보여준 차별적 담론을 분석해 기자들에게 제보하는가 하면, 해당 방송국의 스폰서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호주 방송위원회에 이의를 접수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마침내 해당 프로그램은 “불편하게 해 드렸다면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밴드인 BTS는 태생부터 마이너리티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빅3 기획사가 삼파전을 벌이던 대중음악 산업 현장에 중소기획사소속의 BTS가 데뷔했을 때 이들을 주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힙합 팬들과 아이돌 팬들도 BTS를 곱게 보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여러 층위에 걸쳐 부정적 반응에 마주쳤다. 아이돌 보이밴드의 음악은 깊이와 메시지가 없다는 선입견, 영어권 아티스트의 노래만이 주류 팝이 될 수 있다는 통념, 진짜 남자는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 아이돌은 사회 문제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편견 등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BTS는 이런 기존의 관행과 기준에 균열을 만들어 왔다. 이는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을 아미들이 열렬히 지지하고, 그것을 BTS의 정체성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BTS가 음악과 인종, 언어에 대한 편견과 위계적 구도를 넘어서서 일종의 사회문화적 현상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아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BTS의 성공을 자신들의 성공인 양 기뻐하고, 그들의 좌절에 함께 괴로워하며, 때로는 그들을 대신해 미디어와 여론, 그리고 국내외 정치 세력들과 싸워 온 아미야말로 ‘BTS 현상’의 본질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2019년 6월 7일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월드 투어 콘서트장 입구에서 한 팬이 환호하고 있다.

2019년 6월 23일 방탄소년단 팬 미팅 행사인 ‘BTS 5th Muster: Magic Shop’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에서 해외에서 온 팬들이 셀피를 찍고 있다.

2018년 10월 6일‘LOVE YOURSELF’ 월드 투어의 북미 마지막 일정인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앞두고, 아미들이 일주일 전부터 인근 주차장에 텐트를 친 채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30~50대 여성들로 구성된 국내 팬 카페 ‘방탄 이모단’이 아동자립지원단에서 운영하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미들은 사회에 공헌하는 방탄소년단과 뜻을 같이 하여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친다.

함께 진화하는 팬덤

아미는 강력한 결속력을 가진 공동체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핵심은 바로 BTS의 성장 서사일 것이다. 음악과 춤을 포함한 그들의 콘텐츠에는 어리고 불완전한 소년들이 스스로를 의심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성장해 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 나은 아티스트가 되려는 개별 멤버들의 욕구, 일곱 멤버들이 서로의 배려 속에서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세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모든 팬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BTS가 사는 모습을 보면 나도 이렇게 대충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팬들을 종종 마주친다. 팬들은 단순히 그들의 음악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성장을 자신의 삶에 대입시킨다. 아미들은 “그들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무기력하게 앉아 있던 나를 일어서게 하고, 꿈을 꾸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라고 증언한다.

이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개인적인 데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에 대한 변화의 열망으로 확장된다. 아미들은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리 하나하나가 모여 만든 사회가 변해야 한다. 그러니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우리가 움직이자”고 외친다. 팬덤 캠페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각종 자선 활동, 정치적 의제들에 소신을 밝히는 일들은 아미들이 한낱 대중 음악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주체로 거듭나는 진화의 순간으로 빛을 발한다.


ARMY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

앙헬 곤잘레스18세, 미국

Q. BTS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A. 2017년 빌보드 뮤직어워드에 BTS가 참석했던 날이었어요. 트위터에서 BTS 팬들이 3억 번 이상 방탄소년단을 위해 투표했다는 기사를 봤죠. 너무 놀라워서 시상식을 보려고 TV를 켰어요. 그런 다음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피 땀 눈물’을 보고 나서 <윙즈> 앨범을 찾아서 들었고요. 완전히 넋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요. 나머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고요.

Q. BTS의 어떤 점이 특히 당신을 열정적인 팬이 되도록 만들었나요?
A. BTS 이전에는 남성 밴드에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근데 방탄소년단은 너무 달랐죠. 재능이 뛰어난 것 외에도 이들은 진실하고 겸손한 젊은이들이에요. BTS 때문에 이전에 하지 않던 짓을 하게 되었죠. 팬클럽에 가입한 후 대중 투표, 스트리밍 프로젝트, 앨범 구매 홍보 등에 참여했고 매일매일 BTS 관련 뉴스를 공유하고 있어요. 그들의 성공이 지속되고, 꿈꾼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요.

Q. 당신 생각에 아미(ARMY) 팬들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아는 바로는 가장 열정적이고, 친절하고, 헌신적이며, 집요하고 낙관적인 팬클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미로부터 배운 것 한 가지는 목표를 정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걸 이루어내고 만다는 거죠. 아웃사이더들은 종종 “왜 BTS인 거야? 다른 그룹들도 그들만큼 노력하는데”라고 말하죠. BTS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미와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라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김수빈(金秀璸)21세, 대한민국

Q. BTS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
A. 나는 고등학교 시절 니체의 책을 읽으며 ‘철학하는 작가’가 되는 꿈을 키웠다.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그때 우연히 ‘Tomorrow’라는 곡을 듣게 됐다. 당시에는 누가 불렀는지도 모르고 들었지만, 괴롭고 방황하던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그 후 BTS의 노래들을 하나하나 찾아 들으면서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에 점차 감화되었다. 우리 인생은 단막극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고통과 시련은 계속될 것이다. 나는 상처와 흉터를 마음에 새긴 채로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힘차게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Q. BTS는 다른 보이 그룹들과 무엇이 다른가?
A. 그들은 무대 위에서만 빛나는 스타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노랫말을 되새겨 보면 멤버들 각자가 현실의 벽에 맞서며 꿈을 좇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나처럼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손을 뻗어 잡아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건 BTS의 음악이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준 어색함이 없고,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이 그 자신들의 손을 거쳐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Q. 아미로서 다른 팬덤과 비교해 볼 때 다른 점이 있다면?
A. 아미들의 함성과 응원에는 자신들이 따르는 아티스트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가 담겨 있다. 나를 응원해 줘서, 오늘 하루를 더 잘 살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BTS와 아미는 스타와 팬의 관계라기보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진심이 담긴 그들의 음악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이런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미라는 집단이다.

배민영(裵珉英) 34세, 대한민국

Q. BTS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A. 나는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하지 못한 것이 항상 부끄러웠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원을 마치고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한 열등감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BTS를 만나게 되었다. 꾸준히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서 ‘저들은 자신들의 일을 잘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일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리고 과연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나 자신의 개성과 특징을 차츰 알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내 인생에 지향점이 생긴 것이다.

Q. 아미로서 어떤 특별한 경험을 했는가?
A. BTS의 팬 미팅 공연을 혼자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어색하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다. 그때 옆에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아미가 내게 BTS 공연 관람이 처음인지,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지, 망원경은 가져왔는지, 그런 것들을 물으며 상냥하게 말을 걸어 주었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자신과 동등한 한 사람의 팬으로 나를 대해 주는 친절함에 긴장이 사라졌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아미 팬덤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다.

Q. BTS가 보여 주는 새로운 남성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BTS의 음악이 초창기에 비해 점점 젠더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곡들이 더 풍요로워지고 듣기에도 편하다. 나는 스스로 또래 남성들에 비해서 성의 구분에 대해 좀 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성의 구분이나 정체성이 개인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BTS를 통해 나는 젠더를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급을 나누는 기준이 아닌, 개인의 수많은 특징 중 하나로 여기게 되었다.

콜레트 발메인 57세, 영국

Q. 어떻게 BTS를 알게 되었나요?
A. 제가 근무하는 런던의 킹스턴 대학에서 수업 자료로 케이팝 비디오를 사용했어요. 그렇다고 해도 수업 외에 그걸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었어요. 2016년 10월에 뮤직비디오 ‘피 땀 눈물’을 본 기억이 나요. 출시되고 얼마 안 된 시점이었어요. 동아시아 대중문화, 특히 고딕 양식과 호러물 전공인 저로서는 BTS의 시각적, 청각적 미학에 끌렸어요. 유럽 고딕 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인용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Q. BTS가 예술가로서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A. BTS의 예술가적 기교를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데, 이는 상당히 광범위한 디스코그래피(음반 목록)와 음악을 발전시키는 방식에 있어서 ‘한국적’ 요소를 잃지 않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지요. 그들의 인기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한국인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어요.

Q. BTS는 교수나 과학자처럼 지식인 팬들도 많이 거느리고 있는데 이유가 뭘까요?
A. BTS의 음악이나 관련 매체에 담긴 내용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지우고. 팬들이 단순히 소극적인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 내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도록 영감을 줍니다. 동시에 그들 작품에는 회화, 사진, 문학, 철학, 심리학과 관련해 직접적인 인용이 사용됩니다. 저는 팬들이 들뢰즈나 가타리 같은 어려운 이론가의 책을 읽는 걸 봐요. 왜냐하면 BTS가 이를 인용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빠르게 글로벌화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고, BTS는 그런 세상을 보여 주는 탁월한 현상이라 연구 대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지행(Lee Jee-heng 李芝行)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강사,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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