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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AUTUMN

공동체의 힘으로 되살려낸 원도심

오래된 도시들이 그렇듯 목포 역시 1990년대 신도시 개발로 원도심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지역 청년들과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국 지자체에서 도시 활성화 우수 사례를 견학하기 위해 방문하는 모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괜찮아마을’에서 대여해 준 멜빵 바지를 단체로 입은 여행자들이 고하도 내 동굴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괜찮아마을은 목포에 정착한 외지 청년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다양한 로컬 여행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괜찮아마을 제공

역사가 오래된 도시들 대부분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원도심 쇠락이다. ‘확장’과 ‘개발’의 가치를 앞세운 도시 발전 정책이 신도시 건설에만 집중하는 사이 원도심은 활기를 잃기 마련이다. 목포 역시 마찬가지였다. 목포 원도심은 1990년대 이후, 지역 성장을 주도했던 연근해 어업이 위축되고 조선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원도심 인구가 신도시로 급격히 유출되면서 빈집들이 점차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목포 원도심이 도시 재생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주목받게 되었다. 목포시는 2010년대 중반,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원도심 도시 재생 사업의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관광거점도시가 되면서부터는 도시 재생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목포시는 주요 관광지를 정비하는 한편 인프라 확장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관광객 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관광 형태도 당일치기 여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목포시에 변화가 일어났다. 원도심 부활을 이끈 건 ‘괜찮아마을’과 ‘꿈바다협동조합’, ‘건맥 1897 협동조합’ 같은 지역 공동체였다.

실험적 공동체

‘비팡이네’는 목포의 시목인 비파나무로 다양한 디자인 소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이다. 로컬 콘텐츠를 통해 목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픈했다.
괜찮아마을 제공

항동시장 인근에 자리한 ‘피시테리안’은 목포의 맛을 새롭게 해석한 특산물 레스토랑으로, 육류 대신 목포 근해에서 잡은 생선을 활용해 샤퀴테리 기법으로 가공한 요리를 선보인다.
괜찮아마을 제공

‘청년 마을’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돕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진행해 온 사업이다. 단순한 청년 창업 지원이 아니라, 청년들을 중심으로 점차 공동화되는 지방 도시를 되살리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전국에 50개가 넘는 ‘청년 마을’이 생겨났다. 이 사업의 모티프가 된 것이 ‘괜찮아마을’이다.

2017년, 목포에 정착한 외지 청년 두 명은 원도심에 실험적 공동체 ‘괜찮아마을’을 출범시켰다. 처음에는 빈집들을 활용해 60명의 청년 여행자들이 6주 동안 머물며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같은 체류형 여행 프로그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원도심 내 식당이나 숙소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행자들이 즐길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해 판매한다.

또한 지은 지 수십 년 된 여관 건물을 개조해 여행자들이 머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이 서로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 한다. 체류형 여행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계속 목포에 남기를 원하거나 아예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부터는 이들의 정착과 창업을 지원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미있고 특색 있는 공간들이 늘면서 원도심의 매력이 배가되고 있다.

골목 전체가 마을 호텔

2020년 발족한 ‘꿈바다 협동조합’은 원도심에서 게스트하우스, 식당, 카페, 갤러리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자 마을 기업이다. 원도심 도시 재생을 위해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던 주민들은 골목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운영하는 마을 사업에 착수했다. 일반적인 호텔은 수직의 건물에 층마다 로비, 객실, 식당, 갤러리 등을 갖추고 있다. 반면에 이들이 구상한 마을 호텔은 개별 서비스 공간을 수평적으로 구성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목포 원도심이 오래된 문화유산을 지닌 정취 있는 곳이기에 가능했던 발상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마을 호텔 이름은 ‘꿈꾸는 바다꼴목’이다. 현재 마을 호텔에는 게스트하우스 10곳, 식당과 카페가 6곳, 갤러리 한 곳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을 호텔의 수익은 지역과 주민들이 성장하는 토대로 쓰인다. 쇠락하던 원도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이 마을 호텔은 관광객들이 특색 있는 숙소와 음식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환경을 제공한다.

‘에스타시옹1913’은 목포의 매력에 반한 외지인들이 정착해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게스트하우스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목포 구도심이 한눈에 보인다.
꿈바다협동조합 제공

마을호텔 중 하나인 ‘묵고가’는 1930년에 지어진 가옥을 리모델링하여 독채형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경동성당과 목포 근대역사관 바로 옆에 자리한다.
꿈바다협동조합 제공

지금은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출발이 마냥 순조롭지는 않았다. 목포의 원도심 도시 재생 구역에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투숙만 허용돼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합이 출범하고 곧바로 터진 코로나19 팬데믹도 존립을 위태롭게 했다. 다행히 2021년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에 선정되면서 온오프라인 플랫폼 구축 등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내국인도 숙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목포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지금 꿈바다 협동조합의 목표다.

작지만 알찬 로컬 축제

목포항 인근의 만호동에는 건어물 거리가 형성돼 있다. 1958년, 이 거리를 중심으로 전국 최초로 건해산물 조합이 만들어졌고, 덕분에 이곳은 1980년대까지 번성했다. 그러나 어업이 위축되고 항구가 쇠락하면서 상인들이 떠나자, 상점이 크게 줄면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거리가 됐다. 이에 남아 있는 상인들이 건어물 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나섰다. 2019년 가을, 상인들이 의기투합해 맥주 축제를 열었던 것이다. 예상외로 축제가 성공을 거두자, 상인들은 이 성공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아예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건맥 1897 협동조합’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건맥’은 건어물과 맥주를 합친 말이다.

건맥1897협동조합이 2019년부터 매해 진행하고 있는 ‘1897건맥축제’는 여행자들이 목포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축제로 자리매김 되었다.
건맥1897협동조합 제공

사진은 괜찮아마을이 2024년 외달도에서 진행한 여행 프로그램. 목포에서 서쪽으로 6㎞ 떨어진 외달도는 청정해역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괜찮아마을 제공

이 맥주 축제는 조합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협력해 이끌었다. 매회 300명 정도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규모가 크진 않지만 지금은 목포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다. 그 바탕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축제의 방식을 고민해 온 조합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축제 공연 무대는 유명 가수 대신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재능 기부로 채웠다.

2022년부턴 건물을 매입해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맥주 펍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물 2∼3층은 숙박 공간으로 만들어 영업을 확장했다. 초창기 이 맥주 펍의 안주 메뉴는 오징어와 쥐포 등 건어물이 전부였지만, 손님이 많아지자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지역 특화형 안주도 개발했다. 건새우를 갈아 만든 양념을 치킨에 뿌린 ‘새우 통닭’이나 해산물을 듬뿍 섞은 ‘바다 피자’ 등은 관광객들에게 꽤 인기를 끌고 있다.

건맥1897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건맥펍은 낮에는 마을 주민들의 공공 공간으로, 밤에는 마을 펍으로 사용된다. 이곳에서는 목포 근해에서 나오는 최고급 건어물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건맥1897협동조합 제공

목포 원도심의 도시 재생은 지역 발전과 공동체 유지라는 공동의 목적 아래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원도심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주체는 다름 아닌 지역 주민들이다. 목포시는 우수한 지자체를 선정하는 ‘대한민국 도시대상’에서 2025년에도 수상함으로써 6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활력 있는 자족 도시로서 목포의 행보가 다시 힘을 얻은 셈이다.

김은정전북일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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