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여행자들을 낭만에 빠지게 하는 아름다운 도시다. 빼어난 자연 경관과 항구 도시의 매력을 가득 품은 목포는 국내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다. 유서 깊은 도시답게 역사성과 가치를 지닌 유산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강릉, 안동, 전주와 함께 2020년 대한민국 4대 관광 거점 도시로 선정됐다.
한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목포항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등 훌륭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 및 동남아 지역 진출을 위한 거점 항만으로서 서남권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무안반도 남단에 자리 잡은 목포는 서쪽에 유달산이 있고, 남쪽은 영산강 하구에 면해 있다. 주변에 십여 개의 섬들이 넓게 펼쳐져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목포 여행의 시작점은 시내에 있는 해상 케이블카 북항 승강장이다. 높이 155m 상공에서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는 목포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움직이는 전망대다. 지도를 보듯 직접 눈으로 목포의 윤곽을 더듬는 여정은 이 도시를 알아가는 첫 단계로 적절한 선택이다. 북항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목포의 상징 유달산을 지나 유서 깊은 섬 고하도에 이르는 총길이 3.23km의 코스를 왕복으로 40분간 오간다.
케이블카의 종착지 고하도는 한국사의 대표적인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순신(1545~1598) 장군이 머물렀던 반달 형태의 작은 섬이다. 그는 1597년 진도 앞바다에서 빈약한 병력으로 왜군을 격파하며 큰 전과를 올렸다. 이른바 명량해전이다. 이후에 그는 100여 일간 고하도에 머물며 군사를 정비했다. 이처럼 고하도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수군의 사령부 역할을 했고, 오늘날에는 목포항의 관문이면서 자연 방파제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고하도를 둘러보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1.8km의 데크길을 따라 걸어도 좋고, 섬을 가로질러 울창한 솔숲을 산책해도 좋다. 이곳의 산림은 수령 500년 이상인 소나무들로 이루어졌다.
목포 최고의 전망대
케이블카를 타고 향할 다음 목적지는 목포의 중심인 유달산이다. 해발 228m로 그리 높지 않은 이 산은 여러 갈래의 등산로가 있어 가볍게 오르기에 좋다. 그마저도 케이블카가 정상 근처에서 정차하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다. 유달산 정상부 곳곳에는 여러 전망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이름난 곳이 유선각이다. 목포 개항 35주년을 기념해 1932년 건립된 이곳은 전통 건축 양식의 누각이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하산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목포 앞바다뿐 아니라 영암, 신안, 무안 등 인근 지역의 섬들이 펼쳐진 먼바다까지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한낮에는 하늘과 바다가 가장 푸르른 목포를, 석양 녘에는 오렌지 빛깔로 물든 목포를, 일몰 후에는 반짝이는 조명들로 은하수처럼 빛나는 목포를 볼 수 있다. 하루 중 언제 오더라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고하도 전망대는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13척의 판옥선(널빤지로 지붕을 덮은 전투선) 모형을 격자형으로 쌓아 올린 건물이다. 고하도의 아름다운 해상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 목포시
유달산 노적봉에서 서쪽으로 1.8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사진 촬영 명소이자 낭만적 분위기로 유명한 목포 스카이워크가 있다. 해변에 설치된 길이 120m, 높이 15m의 철제 구조물로 산책로 겸 전망대로 기능한다. 보행로 바닥의 3분의 2를 강화 유리로 제작해 바닥 아래 백사장과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스릴과 청량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목포대교와 고하도를 아우르는 바다 경관이 장관인데, 특히 해가 진 후 색색의 조명에 물든 스카이워크와 목포대교, 해상 케이블카 주탑이 근사한 야경을 연출한다. 목포대교는 2012년 완공 이후 이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이기 때문에 스카이워크에서만 전체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목포대교 주탑에서 뻗은 두 기의 피라미드형 케이블은 목포시의 상징 새인 학을 형상화한 것이다.
1962년 개장한 대반동 유달해수욕장은 목포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백사장이다. 최근 스카이워크에서 목포대교와 밤바다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야경 명소로 유명해졌다.
고풍스러운 정취
유달산 자락에 있는 서산동 일대는 거미줄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길 사이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중에서도 시화 골목은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스카이워크에서 목포항 방향으로 남쪽 해안가를 따라 1km쯤 가면 곳곳에서 ‘시화 골목’이라 쓰여 있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시화 골목은 시화를 그린 담장이 이어진 서산동의 골목길을 가리킨다. 서산동은 목포에서 가장 ‘목포다운 정취를 지닌’ 항구 마을로 통한다. 낮은 비탈 위에 촘촘하게 자리 잡은 단층의 주택들에는 어부와 항구 노동자로 일하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마을 경관과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은 수십 년간 변치 않았다.
시화 골목은 2015년부터 목포의 시인과 화가,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이로써 평범했던 항구 마을의 골목이 다채로운 그림과 감성적인 시들로 생기를 얻었다. 주민들이 손수 가꾸는 화분,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들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시화 골목 초입에는 ‘연희네 슈퍼’가 있다. 1980년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주제로 한 영화 <1987>의 촬영지로, 영화가 흥행한 이후 서산동의 명소가 됐다. 연희네 슈퍼의 인기와 더불어 과거의 향수를 간직한 서산동은 국내 대표적인 레트로 감성 여행지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한편, 서산동에서 10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에 목포항이 있다. 수많은 무역선과 여객선들이 뱃고동을 울리며 항구를 부지런히 오간다. 목포항의 여객선들은 율도, 달리도, 외달도 등 연안의 섬들을 비롯해 먼바다의 신안군 소속 섬들, 그리고 멀리 제주도까지 폭넓게 운항한다. 최근에는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로 50분 정도 걸리는 외달도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늘었다. 외달도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 풍광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작은 섬마을이다. 고즈넉한 휴식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외달도의 한옥 숙소에서 하룻밤 쉬어가길 추천한다. 외달도에는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큰 규모의 해수 풀장도 있어 여름이면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다.
목포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인 삼학도는 배를 타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 한때는 간척 사업으로 매립되어 원래의 모습을 잃었으나, 시민들의 바람에 따라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후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공원 안에서 카약, 수상 자전거 등 다양한 수상 레저 체험을 할 수 있다. 목포 연안을 둘러보는 유람선이 삼학도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역동적인 밤 풍경
여러 가지 전설이 어려 있는 갓바위는 독특한 형태로 인해 목포의 8대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영산강 변을 따라 해상 보행교가 설치되어 있어 바다 위에서도 갓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삼학도에서 동쪽으로 5km 떨어진 해안에는 유달산과 더불어 목포를 대표하는 자연유산이 있다. 바로 갓바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갓바위는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서 있는 형태다. 삿갓은 대오리나 갈대를 엮어서 만드는 전통 쓰개를 말한다. 이 바위에는 병든 아버지를 극진히 간호했던 효심 깊은 청년의 이야기와 함께 스님들이 이곳에 앉아 잠시 쉬다가 쓰고 있던 삿갓을 놓고 간 것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특이한 형태로 눈길을 끄는 갓바위는 약 8천만 년 전 풍화와 해식 작용으로 형성된 희귀한 지질 자원이다.
과거에는 배를 타고 나가야 정면을 볼 수 있었지만, 2008년 해상 보행교가 설치되어 감상이 쉬워졌다. 보행교는 바다 위에 뜬 구조라서 밀물 때는 1m가량 올라가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짝 흔들림이 느껴져 묘미가 있다. 야간에는 이곳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평화광장에 인파가 많이 몰린다. 겨울철을 제외한 4월부터 11월까지 매일 밤 8시에 ‘춤추는 바다 분수’ 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춤추는 바다 분수는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물줄기에 영상과 레이저가 어우러진 화려한 공연이다. 광장에서 바라보는 역동적인 밤바다는 목포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갓바위 일대는 목포 문화예술의 중심 지역이며, 전시 공간이 밀집해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해양박물관이자 수중 발굴 조사 전문 기관인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도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