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는 오랫동안 중장년층의 단체 패키지 관광지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특별한 여행지로 떠오르며,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반도 내륙과 달리 이국적인 정취를 선사하며 해외여행 못지않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울릉도 여행 하면 흔히 트레킹을 떠올리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 울릉도는 프리다이빙의 성지로 꼽힌다. 아직 숨겨진 다이빙 포인트가 많아 다이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아틀란티스(Atlantis) 프리다이빙
울릉도에 가기 위해서는 동해안에 위치한 강릉, 묵호, 포항, 후포 네 지역의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쾌속선을 타면 약 3시간, 일반 여객선으로는 6시간 남짓 걸린다. 그런데 울릉도가 워낙 기상 변화가 심한 섬이다 보니, 날씨가 악화되면 운행 날짜가 조정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현재 사동항 일대에 건설 중인 울릉공항이 2028년 개항하면 접근성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울릉도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살면서 반드시 한 번은 가봐야 하는 매력적인 섬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최근 울릉도를 여행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단체 패키지 관광 상품이 주를 이루었고, 주로 중장년층 여행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섬 전체를 빠르게 훑어보는 여행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일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자유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 증가하는 추세다.
울릉도 자유 여행이 처음인 사람들은 대중교통 수단이 다소 제한적인 현지 상황을 고려해 보통 렌터카를 이용한다. 2012년 54대에 불과했던 울릉도 렌터카 수는 2024년 429대까지 늘었다. 예약을 해두면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편리하게 섬을 돌아볼 수 있다. 울릉도 해안 일주도로는 총 길이 약 46km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완주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 곳곳에서 울릉도의 소문난 절경을 마주할 수 있다.
좀 더 활동적인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은 전동 스쿠터를 선택한다. 스쿠터를 이용하면 바람을 몸으로 직접 느끼며 이동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언제든지 원하는 장소에 멈춰 서서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만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쿠터는 도동항 근처에서 대여 가능하다.
지형이 험준한 울릉도에서 모노레일은 효용성 높은 교통수단이다. 고지대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내리며 숲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 울릉군청
야외 스포츠의 성지
최근 젊은 층이 울릉도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에서나 가능한 줄만 알았던 프리다이빙을 경험해 볼 수 있기때문이다. 아예 프리다이빙 투어 상품이 따로 있을 정도다. 울릉도가 다이버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수중 지형이 웅장하고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야가 깨끗하게 펼쳐진다. 평균적으로 20~30m, 계절에 따라서는 40~50m까지 시야가 확보돼 다양한 종류의 어류들이 군무를 이루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다이빙 포인트로는 북쪽 해안에 있는 삼선암과 공암, 남쪽 해안 통구미항 근처의 가재굴, 그리고 서북쪽 모서리에 위치한 대풍감 절벽 밑이 유명하다.
걸어서 울릉도의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백패킹이나 트레킹 역시 인기 있는 여행 방식이다. 울릉군에서는 2013년 구암마을의 초등학교 분교를 리모델링해 캠핑장으로 운영 중이다. 이곳은 바다와 산을 두루 경험할 수 있고 비수기에는 4만 원, 성수기에는 5만 원으로 가격이 저렴해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학포야영장도 있다. 야영장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관이 빼어나 예약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울릉도에는 해안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어 기암절벽과 천연 동굴, 동해를 감상하며 가벼운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코오롱스포츠나 고아웃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하이킹, 클라이밍, 트레일러닝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겨울철에는 백컨트리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다.
패키지 단체 관광에서 개인별 자유 여행으로 울릉도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전동 스쿠터를 이용해 섬을 일주하는 젊은 여행자들이 눈에 많이 띈다.
최고급 휴양 시설
울릉도에서 근래 들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코스모스 울릉도’이다. 제조 기업 코오롱글로텍이 2017년 오픈한 이 리조트는 세계적인 건축가 김찬중이 설계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미를 인정받아 2018년 월페이퍼가 ‘Best Hotel of Year’로 선정했으며, 2019년에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세계적 건축가 김찬중이 설계한 코스모스 울릉도는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 번은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다. 특히 야간 레이저 쇼가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코스모스 울릉도
코스모스 울릉도는 크게 독채 ‘빌라 코스모스’, 호텔형 객실 ‘빌라 떼레’, 풀빌라형 객실 ‘빌라 쏘메’로 이루어져 있다. 빌라 코스모스는 오직 한 팀만을 위해 전담 버틀러와 셰프가 함께하는 맞춤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특별한 경험의 이용 금액은 4인 2박 3일 기준으로 약 3,600만 원이다. 빌라 떼레는 온돌방과 침대방 등 8개 객실이 준비돼 있으며 투숙 비용은 비수기 약 40~50만 원, 성수기 약 50~70만 원이다. 빌라 쏘메는 크기에 따른 세 가지 타입의 객실 10개로 구성돼 있는데 객실가는 2인 1박 기준으로 평균 200만 원 선이다. 젊은 층은 이 중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빌라 떼레를 주로 이용한다.
리조트 방문의 즐거움을 더하는 공간으로 카페 울라(ULLA)를 빼놓을 수 없다. 코스모스 울릉도 정원 내에 자리한 이 카페는 고릴라 캐릭터 ‘울라’를 테마로 운영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 빅데이터 사이트 한국관광데이터랩 선정 울릉도 맛집 1위를 수년째 유지 중이다. 울라 캐릭터 모양의 큐브 얼음 위로 우유를 부어 마시는 ‘울라 큐브라떼’, 울릉도 호박과 명이나물을 활용한 빙수,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소금빵이 시그니처 메뉴다. 특히 높이 7m짜리 울라 캐릭터 조형물과 ‘코스모스 링’은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이라면 누구나 인증샷을 남길 정도로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밤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기다린다. ‘코스모스 라이팅쇼’는 야간 관광 자원이 부족한 울릉도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기 위해 코스모스 울릉도 운영팀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1~2월 휴장 기간을 제외한 매일 저녁 네 곡의 음악에 맞춰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일몰 시각에 따라 변경되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소문난 핫플레이스
코스모스 울릉도의 크리에이티브 플래닝실에서 근무하는 조현재(Cho Hyun-jai) 씨는 울릉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정보통이다. 그는 울릉도의 매력에 깊이 빠져 <울릉도 러브>라는 노래와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제작했다. 그가 울릉도 여행자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장소는 ‘울라 웰컴하우스’다. 이곳은 한국관광공사, 울릉군, 코오롱글로텍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민관 합작 여행자센터이다. ‘보다, 먹다, 놀다’라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울릉도에서 꼭 가봐야 할 곳, 맛봐야 할 것, 즐겨야 할 것들을 추천하는 ‘여행 큐레이션 카드’를 제공해 방문객들이 자신만의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여행자센터의 틀을 깨고, 요즘 젊은 세대가 열광할 만한 트렌디한 콘텐츠와 독창적인 상품을 선보이며 젊은 감각의 울릉도 관광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현재 씨가 추천하는 또 다른 핫플레이스로는 기념품 가게 독도문방구와 소울(SO:ULL)이 있다. 우선 독도문방구는 2015년 문을 연 울릉도 최초의 기념품 가게다. 이름처럼 초등학교 앞 작은 문방구 정도의 규모지만, 여행자들의 눈과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소울은 최근에 생겼지만, 울릉도에 정착한 외지 디자이너가 직접 작업한 감성적인 상품을 구경할 수 있어 입소문이 났다.
울릉브루어리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양조장이다. 이곳에서는 미네랄 함량이 풍부한 추산 용출수를 사용해 프리미엄 수제 맥주를 만든다.
© 울릉브루어리
또 있다. 커피전문점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저동커피는 울릉도에만 있다. 투박한 궁서체 간판 디자인이 옛정취를 선사하는 이곳은 오징어 먹물 아이스크림과 호박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대환장 기안장>에도 등장해 더 화제가 된 곳이다. 그런가 하면 요즘 지역 고유의 수제맥주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울릉도에서도 그렇다. 지난해 3월 오픈한 수제맥주 양조장 울릉브루어리는 이 지역 출신의 브루마스터가 수제맥주를 빚고 있다. 울릉도에서 나는 물로 만들어져 다른 지역 수제맥주보다 더 맑고 깨끗한 맛이 난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