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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 Series

앎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Past Series 2023 AUTUMN

앎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알제리의 유령들』 황여정(Hwang Yeo-jung 黃汝貞) 저,정예원(Jung Ye-won 鄭叡媛) 번역, 165쪽, 13.99파운드, 혼포드 스타: 스톡포트 (2023) 앎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1882년, 병든 칼 마르크스는 지중해 기후의 도움을 얻기 위해 알제리로 간다. 불행하게도 그가 바랐던 것보다 날씨는 그의 건강에 좋지 않았고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알제리에 머무는 동안 마르크스는 희곡 쓰기에 대한 열망을 되찾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된 유일한 극 작품인 『알제리의 유령들』을 썼다. 마르크스는 얼마 있지 않아 런던에서 숨을 거뒀다. 그리고 백 년이 더 지나 박선우가 파리의 헌책방에서 그 희곡을 발견하고 여전히 냉전 이데올로기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한국으로 가져온다. 그와 그의 친구들이 당국의 법에 저촉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알제리의 유령들』은 오랫동안 분실되었던 마르크스의 희곡이기도 하지만 전설적 극작가 탁오수가 은퇴를 선언하고 제주도에 ‘알제리’라는 바를 열기 전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황여정 작가가 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겹치는 여러 층위는 소설 자체의 은유로 작용한다. 소설은 섬세하게 제작된 퍼즐 상자처럼 첫눈에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으며, 독자들이 박스 안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박스를 찔러보며 이 다층적 서사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애쓰도록 만든다. 소설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세 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서술한다. ‘율의 이야기’는 희곡의 그늘 아래서 성장한 젊은 여성이 부모와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을 따라간다. ‘철수의 이야기’는 진실을 찾아가는 불안정한 한 청년의 여정을 기술한다. ‘오수의 이야기’는 서사의 흩어진 조각들을 가능한 해석으로 통합한다. 마지막 부분은 율에게로 되돌아가지만, 이야기는 또 다른 전환을 겪는다. 이 다양한 관점들은 서로 보완되어 일어났던 일을 더 완전한 그림으로 그려내지만, 어떤 면에서는 맹인들이 코끼리를 설명하려고 하는 우화와 같다. 모두가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고, 누구도 온전하게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수조차도 어떤 객관적인 사실보다 진실의 구도자인 철수의 믿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이야기는 진실과 거짓의 혼합물이다. 사람들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한다 해도, 그것을 각자 다르게 기억한다. 가끔은 실제로 당신이 직접 본 것과 들은 것, 경험한 것조차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율은 희곡 자체에 대해 누구보다도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서사의 많은 실타래를 다시 모으는 것은 그녀이다. 하지만 결과는 여러 갈래의 끝마디를 모아두었을 뿐 깔끔하게 정돈된 매듭은 아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황여정 작가의 재능이 이 소설에서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독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카드를 모두 펼치지 않고 독자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고, 결국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작가는 쉬운 답을 피해 간다. 모든 이야기에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는 것처럼 모든 이야기는 만화경과 같다. 그것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굴절된 빛 조각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어떤 것의 ‘진실’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설사 진실에 근접한 것을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알제리의 유령들』은 여정이 목적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격언을 재확인시킨다. 이 여정이 독자들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들 것이다. 『내가 가진 산책길을 다 줄게』 정우신(鄭佑信) 저, 수잔 케이(Susan K 金秀辰) 번역, 71쪽, 9,500원, 아시아 출판사: 파주(2022) 기억의 값 정우신 시인의 새 시집 『내가 가진 산책길을 다 줄게』는 상실과 애도, 그리고 이후 찾아오는 공허의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것은 한때 화려했던 도시의 폐허 속을 걷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여기서 도시는 시인이 많은 시에서 말을 거는 ‘너’라는 애인과 함께 지은 세상이다. 애인은 더 이상 산 자와 함께 있지 않지만, 시인의 기억 속에 새겨진 모든 것에 남아 있다. 애인이 머물렀던 장소, 시인과 애인이 함께 걸었던 길, 그리고 애인이 밖을 무심히 바라보던 창가에도. 하지만 늘 그렇듯이 꽃들은 여전히 피고 진다. 미용실이 문을 닫고 부동산이 그 자리에 문을 연다. 그대로 머물기를 고집스럽게 거절하는 세상에서 시인은 망각의 치유 대신 기억의 고통을 선택한다. 그 고통과 사랑하는 이를 추모하며 감동적인 시집을 만들었다. 이 산책길은 가치가 있고 기억할 만한 추억들로 가득하다. ‘Imagine Your Korea’ www.youtube.com/@imagineyourkorea 한국의 즐길 거리로 가득한 뷔페 상차림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이 유튜브 채널은 한국의 도시를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개하는 영상으로 넘쳐난다. ‘한국의 리듬을 느껴라(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는 전국의 인기 있는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한국의 예술인들이 만든 음악에 맞춰 시청자를 에너지 넘치는 투어로 이끈다. 초기 영상들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기발한 춤사위로 강조된 이날치의 중독성 있는 퓨전 음악을 보여주는 반면, 가장 최근의 영상들은 케이팝 돌풍의 주인공 BTS와 만들었다. 이 외에도 한류 팬들을 위한 영상이 가득하다. 예를 들면, 한류 장소 투어와 한류 경험에 대한 소개가 있다. 조금 다른 성격의 영상으로 ‘묘하게 만족감을 주는 한국(Oddly Satisfying Korea)’ 시리즈가 있는데 여기서는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는 한국의 삶과 문화의 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세계 축구 팬이라면 토트넘 홋스퍼팀의 공격수 손흥민과 함께하는 영상도 볼 수 있다. 누구라도 즐길 거리가 있으며, 대부분의 영상은 짧고 유혹적이어서 시청자들이 관심 영역을 빠르게 엿볼 수 있게 한다.

운명의 씨실과 날실로 엮이다

Past Series 2023 SUMMER

운명의 씨실과 날실로 엮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Kim Ju-hea 金宙慧) 저, 403쪽, 8.99파운드, 윈월드 출판사: 런던(2022) 운명의 씨실과 날실로 엮이다 김주혜의 첫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사의 가장 어두운 시기였던 일제강점기 초기부터 한국전쟁과 그 이후의 시기를 관통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난했던 엄마는 딸 옥희를 평양에 있는 기생집 은실에게 집안일을 거두며 품삯을 받는 식모로 팔았다. 이후 옥희는 은실의 사촌이자 기녀 단이가 있는 경성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기녀로 자란다. 한편, 시골 출신인 고아 남정호는 비밀스러운 가보 두 개만 몸에 지닌 채 돈을 벌기 위해 평양에서 경성으로 왔지만, 길거리 패거리와 어울리게 된다. 옥희와 정호는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들의 삶이 아주 다른 궤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의 실은 세월이 흐르는 내내 계속해서 둘을 엮는다. 이 실들은 마치 태피스트리(다채로운 염색사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의 생생한 가닥처럼 이야기 전체에 짜여 있다. 한국에서 실은 사람이나 사물들이 엮여 생기는 관계인 ‘인연’을 상징한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책 속의 인물들이 인연이라는 그물망 속에 어떻게 통합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배려는 인연이 운명론으로 빠지지 않게 하고 오히려 따스한 위로의 빛, 즉 결국 모든 것이 옳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소설은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한국인의 조상인 단군신화든 정호 아버지에 대한 개인적인 신화이든 작품 속에서 신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은실의 딸이자 옥희의 동료인 기녀 월향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자 단군 신화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대신, 신화에는 아이를 갖고자 하는 절박한 여성의 욕망에 대해서만 나오고 왜 아이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서는 침묵하는지를 의아해한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신화를 문제시하는 그녀의 의문은 신화가 갖는 사회적 통제의 기능을 조명한다. 한편, 정호는 호랑이를 발견했지만,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던 말에 사냥을 포기한 그의 아버지와 호랑이에 대한 신화가 어느 정도는 상상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나중에 자신의 의심을 넘어서는 더 많은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장대한 역사적 서사와 많은 인물을 담은 소설은 감상주의로 빠질 수 있지만, 『작은 땅의 야수들』은 균형을 유지한다. 모든 인물은 진실하고 생생하게 묘사된다. 소설의 악인 중 가장 경멸을 받을 만한 인물조차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그 역시 자신을 타인과 묶는 인연의 그물망을 벗어날 수 없다. 소설 앞부분에 기억할 만한 장면이 있는데, 옥희가 기녀 은실의 집에 남아 기녀 견습생이 되고 나서이다. 옥희는 아마도 가장 뛰어난 노래꾼은 아니지만 - 그녀의 친구 연화만큼 재능이 있지 않음은 확실하다 - 오리가 물을 좋아하듯 옥희는 시를 좋아한다. 그녀는 기녀가 되기 위해 아름다운 시 구절을 읽고 암송하던 훈련 중에 동료 견습생들이 아무런 감동도 받지 않고 무덤덤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시가라는 경이로운 세계에 입문하고 본능적으로 이에 영향을 받는다. “옥희는 특정한 단어들을 특정한 순서로 나열하면 자기 내면의 모습도 마치 가구를 옮기듯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한 마리 춤추는 나비처럼 언어 속을 누볐다”라고 작가는 썼다. 여기서 옥희를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작은 땅의 야수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질은 특정한 단어들을 특정한 순서로 배열하기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단어를 독자가 내면에서 재배열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음악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 『거의 모든 기쁨』 이소연(Lee So-youn 李昭延) 저, 채선이(Sunnie Chae 蔡仙伊) 번역, 89쪽, 9,500원, 아시아 출판사: 파주(2022) 시인이 경험한 세상 스무 편의 시를 모은 이소연의 시집에서 우리는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초대된다. 이 세계에서는 지구와 모든 생명체, 그리고 모든 것에 깃든 생명의 잠재력과 연결되고픈 열망을 느끼게 한다. 이소연은 정원을 가꾸지는 않지만 여전히 씨앗을 믿는 시인으로, 씨앗처럼 땅과 인류에 대한 사랑이 시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여성들이 차별받는 세상에서 상처를 입은 그녀는 분노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사랑과 희망으로 포용하기로 선택한 것은 흥미로운 접근이다. 작가는 책의 뒤쪽 노트에 “작가들마다 힘겹게 자기 세계를 견디고 있다.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라고 적었다. 이소연의 세계는 모든 것,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가 되는 세계이다. 그녀의 말을 다시 인용하면, “시는 목적이 아니라 동력”일 뿐이다. 즉 시는 시인이 경험한 세상에서 생겨나는 어떤 것이 아니다. 사실 그것은 시인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이 시집은 새로운 독자에게 그녀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그녀의 세계가 확장됨에 따라 우리의 세계도 확장된다. ‘스튜디오 기와’ www.youtube.com/@STIDOPLOWAPFFOCIAL 기품 있는 한옥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선율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가 적절하게 이름 붙인 ‘스튜디오 기와’는 국내외의 음악인들을 초대해 서울의 남산골 한옥 마을에 있는 민 씨 가옥과 같은 한옥에서 연주하도록 한다. ‘기와’는 한옥의 지붕을 장식하는 검은색 타일이고 이 지붕 아래에서 스튜디오 기와는 현대와 고전의 음악인들을 포함해 다양한 예술가들을 집합시킨다. 피아니스트가 공연장에서 연주하거나 인디밴드가 떠들썩한 관객 앞 안개가 자욱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신기하게도 한옥의 단순한 우아함이 둘 모두에게 완벽한 무대가 된다. 오래된 나무 바닥과 서까래의 온기일까, 아니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의 잔잔한 아름다움 때문일까? 무슨 이유에서든 스튜디오 기와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독특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를 위한 전통 시

Past Series 2023 SPRING

현대를 위한 전통 시 『시조 - 한국의 대표적 시 형태(Sijo: Korea’s Poetry Form)』 루시 박, 엘리자베스 요르겐센 저, 284쪽, 16,000원, 박영사: 서울(2022) 현대를 위한 전통 시 이 책의 필자 11명 중 한 명인 마크 피터슨(Mark Petersen)이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이 짧은 시를 애호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인 듯하다. 예를 들어, 영어로 쓰는 리머릭(limerick)은 익살스럽고 종종 외설스러운 내용에 운을 맞춘 시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짧은 시 형태는 일본의 하이쿠(俳句)일 것이다. 5, 7, 5의 3구 17자의 짧은 음절로 이루진 일본 특유의 단시인 하이쿠는 주로 자연에 대한 명상을 주제로 한다. 리머릭이 엄격한 운율 규칙과 리듬적인 음보의 병치를 통해 전통적이고 음악적 느낌을 주는 반면, 하이쿠는 극도의 간결함으로 시적 아이디어를 가장 순수하게 보여준다. 이같이 간결한 형태들이 왜 그렇게 인기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암기(그리고 이를 통한 전달)가 쉬운 것도 한 가지 이유임은 확실하다. 한국에는 시조라는 고유의 짧은 시 형태가 있다. 리머릭이나 하이쿠처럼 서구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4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시조 역시 3행으로 이루어졌지만, 각 행이 일본의 하이쿠보다 훨씬 더 길고 행마다 구조도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격한 제한이 있는 하이쿠보다 더 많은 표현이 가능하며, 복잡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학생들(필자를 포함)은 하이쿠를 배우고 썼다. 하이쿠처럼 학교 교육 과정에서 시조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은 “그렇다!”라고 답한다. 『시조 - 한국의 대표적 시 형태』는 시카고에 거점을 둔 세종문화회가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이 책은 교육자를 대상으로 발간했지만, 시조에 대해 알고 싶거나 시조를 직접 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책의 1부는 시조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는 학자들의 글을 모았다. 데이비드 맥캔(David McCann)은 14세기부터 현재까지 시조의 역사와 발전을 추적하고, 마크 피터슨(Mark Petersen)은 시조를 중국의 절구(绝句)와 일본의 하이쿠 같은 동아시아의 다른 짧은 시 형태와 비교한다. 루시 박은 현재 한국과 북미에서 쓰인 시조와 독일어, 타갈로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그리고 스왈리어로 쓰인 소수의 시조를 소개한다. 또한 그녀는 시조와 음악의 관계(시조는 원래 시가 아니라 노래로 구상되었다)를 짚어보고 시조 가사를 현대 뮤지컬에 도입하려는 당대의 시도를 다룬다. 김성곤은 시 번역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영어로 직접 쓴 시조에 대해 큰 기대를 건다. 마지막으로 작가 린다 수 박은 시조가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 책의 2부는 시조를 가르치기 위한 다양한 지도 계획을 담고 있어 교육자들에게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에 공동편집자인 엘리자베스 요르겐센이 그녀의 학생들과 함께 한 시조 쓰기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사례 연구는 특히 관심을 끈다. 서관호(徐官浩)의 아이들을 위한 시조 지도법은 시조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상세한 로드맵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세종문화회에서 매년 주최하는 시조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참가자들의 시조를 모아두었다. 각각의 시에는 작가의 말과 시 애호가의 해설이 붙어 있다. 김성곤은 자신의 글에서 “사람들이 시적 미묘함과 섬세함을 멋지게 표현했던 시조로 서로 소통했던 시절이 그립다”라고 아쉬워한다. 이 책은 종종 산만하고 각박한 현대 사회를 시로 삶을 표현하고 풍류를 즐겼던 이전과 같은 시절로 되돌리기 위한 한걸음이다. 『 빙글빙글 우주군(Launch Something) 』 배명훈 저, 스텔라 김 번역, 363쪽, 11.99파운드, 혼포드 스타 출판사: 스톡포트(2022) 인류 최후의 개척지를 지키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양이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오래된 아케이드 게임의 캐릭터 팩맨을 닮은 두 번째 태양이 나타난다면? 이것이 한국 우주군이 맞닥뜨린 긴급한 문제이다. 국제 연합우주군의 일부인 한국군의 임무는 다른 모든 위성들을 잠재적으로 쓸어버릴 수 있는 쓰레기장을 만들면서 지구 궤도에 있는 어떤 위성도 격추되지 않도록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임무를 맡은 단원들은 다채로운 캐릭터로 구성되었다. 이들 중에는 우주군에 남기 위해 민간업체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에이스 조종사 한섬민도 있다. 정보 장교 엄종현은 위성 궤도를 분석하는 자기만의 기술을 갖고 있다. 날씨 전문가인 서가을은 호의적인 바람을 기원하는 현대판 샤먼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새로 영입된 이자운은 케이팝 스타로 색다른 스타를 꿈꾼다. 연락 담당관 김은경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똑똑한 사람들과 멍청한 시스템. 하지만 이들은 대단한 일을 하기 위해 그 멍청한 시스템을 정비해보려는 사람들”이다. 화성-지구 왕복선에서의 암살 음모가 밝혀지고 화성 식민지의 반란을 잔인하게 진압한 것으로 알려진 화성 총독이 갑자기 지구로 돌아오기로 결정되면서 단원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뒤바뀐다. 좌절된 암살의 진짜 타깃은 누구였나? 이전 총독은 멀리 떨어진 연구센터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가? 그리고 우주군 참모총장 구예민과 그녀의 팀은 제때에 대응을 할 수 있을까? ‘K-friends’ kfriends.visitkorea.or.kr 모두 함께 모이자! K-friends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커뮤니티로 모든 한류 팬을 연결해준다. 케이팝, 드라마, 영화, 음식, 여행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팬 모두를 아우른다. 회원 가입은 쉽다. K-friends 페이스북 그룹의 멤버가 되면 된다. 멤버가 되면 여러 이벤트에 참여해 ‘친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이 포인트는 나중에 한국 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모이자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으면 K-friends 홈페이지를 방문해 어떤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또 회원들이 작성한 한국에서 혹은 자신의 나라에서 경험한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 인기 있는 포스팅을 읽어봐도 좋다.

장르의 규범에 질문을 던지다

Past Series 2023 SPRING

장르의 규범에 질문을 던지다 ‘음악동인 고물’과 ‘고블린파티’ 두 단체가 협업하여 만들어 낸 는 연주자가 춤을 추고 무용수가 연주를 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들은 전통 음악과 현대 무용의 결합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기존 장르의 문법을 의심하며 질문을 던진다. 일반적으로 음악이 다른 장르와 협업할 때 관객의 감정을 고무시키기 위한 수단이나 작품 주제를 위한 배경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꼭두각시 > 는 이러한 주객 관계에서 벗어나 음악과 무용이 주제 의식을 견지하며 동행하는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사진 옥상훈(Ok Sang-hoon) 최근 들어 장르적 협업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크게 늘었다. 협업은 오늘날 한국 공연 예술계의 단면을 보여 주는 키워드다. 누가 누구와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협업 자체가 새로움을 보장하는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장르의 결합이 곧 협업의 가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결과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중요하다.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장르 간 힘의 균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각각의 장르가 만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이 결여된 협업은 단순한 눈요깃거리에 머무르기 쉽다. 그런 점에서< 꼭두각시 > 는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역대 최고의 협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협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 꼭두각시 > 는 우수한 창작 레퍼토리 발굴에 힘쓰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1년 전통 예술 부문 ‘올해의 신작’ 중 하나로 선정한 작품이며, 이듬해 2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서 관객들과 처음 만났다. 같은 해 9월에는 국제 공연 예술 플랫폼인 서울아트마켓에서 쇼케이스를 펼쳤으며, 10월에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되었다. 독자적 행보 이 공연에서는 무용수가 연주자를 조종하며 악기 연주에 개입하는 장면을 비롯해 각자의 역할이 해체되거나 전복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는 과연 누가 조종하는 주체이고 조종당하는 객체인지 질문하게 만드는 동시에 현대인들이 처해 있는 사회 시스템을 돌아보게 만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사진 옥상훈 < 꼭두각시 > 는 전통 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동인 고물(Musical Coterie Gomool, 古物)과 세 명의 안무가들로 결성된 무용 단체 고블린파티(Goblin Party)가 함께한 작품이다. 두 단체의 만남은 흥미진진한 사건을 예고하듯 신선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음악동인 고물은 음악감독 이태원(Lee Tae-won, 李泰源)과 국악을 전공한 3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이른바 ‘공연형 다큐멘터리(Staged Documentary)’라는 양식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풀어낸다. 고물은 한국의 전통음악이 동시대에 어떻게 인식되어야 하고 또 형상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전통 음악을 둘러싼 개념‧제도‧규칙‧시스템 등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그동안 고물은 창작자들이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 혹은 시스템의 밖을 상상할 때 어떤 가능성이 열리는지 보여 주곤 했다.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들, 또는 결코 뒤섞일 수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왜 그래야 하는지 가장 먼저 질문하는 자들이기도 했다.< 꼭두각시 > 도 이런 사유의 연장선에 있다. 고블린파티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도깨비의 정체성을 표방한다. 한국의 도깨비는 비범한 재주를 가진 재기발랄한 존재로 생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들은 대표 없이 세 명의 안무가가 공동으로 창작하는 수평적인 시스템을 추구하며 다양한 작업을 펼치고 있어 이례적인 단체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꼭두각시 > 는 음악계와 무용계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 온 두 팀이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만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너지고 넘나드는 경계 5명의 연주자와 3명의 안무가들이 한데 어울려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은 이들이 얼마나 농후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을지 짐작하게 만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사진 옥상훈 두 팀의 독특한 협력 관계는 공연 소재인 꼭두각시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감지된다. 꼭두각시는 우선 유치원 학예회나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남녀 어린이들이 짝을 이뤄 추는 춤과 반주 음악을 가리킨다. 한국의 중장년층은 대부분 어린 시절 꼭두각시 춤을 직접 추었거나 접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노래와 춤, 풍물 연주 등을 선보이던 조선 시대 남사당패의 연희 중 하나인 전통 인형극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서양의 마리오네트처럼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타인에게 조종당하는 존재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꼭두각시의 다층적 의미와 맥락은 협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아이디어가 된다. 움직임, 놀이, 음악, 수동적인 인형의 모티브 등이 직관적인 방식으로 자유로이 뒤섞인다. 이 공연에서는 기존의 문법이 분할되거나 전복된다. 예컨대 무대 위 연주자들과 무용수들의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고 뒤엉켜 있다. 연주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무용을 하고, 무용수들은 악기를 연주한다. 악기를 연주하는 몸놀림이 무용으로 접합되는가 하면, 무용수가 악기 연주에 개입함으로써 퍼포먼스의 주체와 객체가 기이하게 뒤틀리는 장면도 등장한다. 또한 음악은 움직임이, 무용수는 음악이, 연주자는 오브제가 되기를 자처하며 음악과 무용 그리고 놀이가 분리되지 않고 어지러이 뒤섞인다. 장르의 경계가 다양한 층위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 공연의 묘미는 무용이든 음악이든 하나의 장르로 작품의 정체성을 규정하려 드는 순간 내면화되었던 개념의 틀을 관객들 스스로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음악에도, 무용에도 포섭되지 않으면서 각 장르의 문법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 기묘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은 음악‧무용‧놀이가 무엇인지, 이러한 개념들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까지 대범하게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협상의 테이블 2020년, 국립국악원의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젝트 참여 당시 음악동인 고물이 뮤직비디오 촬영에 앞서 찍은 프로필 사진이다. 왼쪽부터 가야금 홍예진(弘藝珍), 해금 이유경(李裕卿, 객원), 대금 고진호(高辰虎), 장구 정준규(鄭峻圭, 객원), 피리 배승빈(裵升彬). 2006년 결성된 음악동인 고물은 전통 음악을 둘러싼 첨예한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 국립국악원 < 꼭두각시 > 를 단순히 현대 무용과 전통 음악의 결합이라 설명하는 건 단면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개의 협업들이 예술 장르의 병렬적 나열로 수렴되는 데 반해 고물과 고블린파티의 협업에는 특별함이 있다. 다양한 맥락이 뒤섞여 있는 꼭두각시라는 소재가 두 단체의 협업에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 음악과 움직임에 대한 탐구는 꼭두각시를 현재 그들만의 관점에서 재구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음악과 다른 장르 간 협업은 음악이 다른 장르와 만날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물과 고블린파티의< 꼭두각시 > 는 음악과 무용의 경계를 지웠다기보다는 오히려 각각의 경계에서 끝없는 협상을 통해 장르의 규범을 재정의했다고 볼 수 있다. 이 협업의 바탕에는 두 단체가 지닌 내공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 꼭두각시 > 는 음악과 무용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하고, 움직임이 전면에 배치되는 순간에도 음악의 역할이 선명하게 감지되는 치밀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각 팀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은 상당히 까다로운데, 이를 최대한 달성하기 위해 축적되었을 대화의 시간을 가늠해 보는 일도 흥미롭다. 성혜인(Seong Hye-in, 成惠仁) 음악평론가

도시에서 피어나는 연약한 꽃 한 송이

Past Series 2022 WINTER

도시에서 피어나는 연약한 꽃 한 송이 『바이올렛(VIOLETS 紫羅蘭)』 신경숙(Shin Kyung-Sook 申京淑) 작, 안톤 허(Anton Hur) 번역, 212쪽, 15.95달러, 더 페미니스트 프레스: 뉴욕(2022) 도시에서 피어나는 연약한 꽃 한 송이 오산이는 시골 마을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에게서 태어난다. 이 씨 집성촌 사이에서 외부인이었던 산이는 마을 내에 또 다른 아웃사이더인 서남애와 친해진다. 어느 날 개천에서 놀다 야생 미나리 군락지에서 젖을 옷을 말리는 동안 산이는 남애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날 이후 남애는 산이를 멀리하며 당시 있었던 일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산이는 그날 이후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깨어난다.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버려지고,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버리는 엄마 때문에 산이는 배신과 고독에 익숙해진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을을 떠나 서울로 간다. 작가가 되길 원했던 산이는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들과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출판사에 입사 지원한다. 하지만 일을 구하지 못하고, 그녀는 꽃집 아르바이트 구인 문구를 보게 된다. 꽃집 주인은 청각 장애가 있어 글로만 소통할 수 있다. 산이는 주인이 종이에 적은 질문에 답하며 면접을 본 후 꽃집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업하게 된다. 꽃들 속에서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꽃집은 그녀에게 은신처가 되어준다. 실제로 그녀는 가슴 속에서 고통스럽게 생겨난 모든 사랑을 꽃에 줬다. 때론 그 사랑이 너무 과했던 탓에 물을 너무 많이 줘 꽃이 썩어버리기도 했지만. 초록 식물과 다채로운 꽃들 속에서도 모든 것이 낙원 같지는 않다. 그녀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마음속 잉크’가 말라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써보려고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말을 쓸 수 없다. 게다가 꽃집 안에서 바깥세상을 영원히 피할 수도 없다. 그녀에게 뻔뻔하게 추파를 던지는 오만하고 건방진 최현리가 산이의 은신처에 등장하고, 사진작가인 한 남자는 의뢰를 받은 바이올렛을 찍기 위해 꽃집에 왔지만, 꽃보다 산이의 모습을 찍는 데에 더 관심이 있다. 사진작가의 등장은 앞으로 그녀에게 다가올 폭풍을 알린다. 과연 그녀가 그 폭풍을 견디고 살아남을지가 문제다. 『바이올렛』은 사실 2001년에 쓰여졌다. 작가가 설명하듯이 ‘제도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여성의 지위나 여성의 언어들이 가차 없이 차별받던 때’였다. 책 출간 후 20년 동안 한국의 서울은 많이 변했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 나오는 세종문화회관 뒤 뽐모도로 식당처럼 어떤 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한국 사회 자체가 변한 것처럼 많은 것들은 상당히 변화했다. 미투 운동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이야기나, 미투는 종종 불편한 것으로 여겨져 누군가에게 반격을 유발하는 등 어떤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의 이야기를 여전히 독자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작가가 전하는 이 이야기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 날까지 이 책은 계속 남아 있을 게 분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이원(Yi Won 李源) 작, 고은지(E.J. Koh)/마르시 칼라브레타 칸시오 벨로(Marci Calabretta Cancio-Bello) 번역, 128쪽, 16달러, Zephyr Press: Brookline(2021) 인간성을 비추는 거울을 응시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아방가르드 시인 이원의 세계로 통하는 창을 열어준다. 한국어 원문과 함께 영문 번역이 함께 실려 마치 창처럼 투명하며 하나의 언어로 실렸을 때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한국어에 익숙한 독자들은 영어로 표현된 시인의 시를 보면서 시를 다른 언어로 표현한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는 인간의 시간 경험과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 같은 보편적이면서도 시대적인 주제들을 다룬다. 독자는 상징들이 명료함과 불명료함 사이를 오가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봄을 알리는 첫 신호인 나비나 사막의 여행자인 낙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우주를 잇는 네트워크가 되는 도로나 좌우를 뒤집는 것이 아닌 먹는 자를 먹히는 자로 바꾸는 거울이 있다. 날카로운 칼날 쉼표를 사용해 문장을 수천 개의 조각으로 자르는 산문 시 「시간과 비닐 봉지」나 「철, 컥, 철, 컥」처럼 이원의 시는 해석이 쉽지 않다. 이 시들은 단순히 종이 위의 단어가 아니라 살아있고 숨 쉬며, 맥박 같은 리듬으로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음악과 이미지에 독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7707 https://www.youtube.com/channel/UCZigS1LHB6SBOlscLpSUZQg/featured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새로운 공공외교 유튜브 채널인 7707은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다채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개한다. 현재 채널에는 세 가지 시리즈가 있는데 더 많은 것이 추가될 예정이다. ‘K-디자인’은 현재까지 세 개의 짧은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는데, 해당 콘텐츠는 디자인이 한국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파인 다이닝의 선구자들에 의해 예술로 승화된 한국 식문화, 현대적인 감각과 소재의 장점을 살린 전통적 소반, 옷과 병풍에 사용되는 전통 자수의 세심한 기술 등이 그것이다. ‘Shake Your Taste’ 편에서는 술 소믈리에인 더스틴 웨사(Dustin Wessa) 씨가 계절과 상황에 맞는 술과 곁들이면 좋은 음식을 소개한다. ‘Wrap Around the World’ 편에서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한다. 이 영상 시리즈는 백남준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전 세계 인류에게 평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보냈던 동명 작품인 ‘세계와 손잡고’에 젊은 한국 예술가들의 공연을 섞어 넣은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Past Series 2022 WINTER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최우람(Choe U-ram 崔旴嵐)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 생명체(anima-machine)’를 제작해 온 작가다. 그동안 기술 발전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해 온 그는 이제 인간 실존과 공생의 의미에 관해 질문을 던지며 확장된 시선을 보여 준다. . 2022. 폐(廢)종이박스, 금속 재료, 기계 장치, 전자 장치(CPU 보드, 모터). 210 × 230 × 1272 cm. 좌우 35쌍의 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선체 주변의 다양한 조각 설치물들과 어우러져 한 편의 웅장한 공연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9세기 러시아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는 이렇게 물었다. 20세기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위기 앞에 무력하게 넘어질지라도 연대와 협력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웠다. 삶의 의미, 역경을 이겨내는 인본주의의 가치에 관한 근원적 질문에 대해 이번에는 한국의 현대 미술가 최우람이 답한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내년 2월 26일까지 열리는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작은 방주 > 전시에 그 묵직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의 굴레, 원치 않는 노동의 반복, 끊임없는 경쟁의 시대를 비판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꿈을 꾸고, 의지를 가지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에 ‘인간’이다. 2014년부터 출발한 < MMCA 현대차 시리즈 > 는 국내 중진 작가 중 한 명을 지원하는 연례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한다. 삶에 대한 은유 미술관 입구에서 티켓을 받아 쥐고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 시선을 먼 곳으로 뻗으면 천장 주변을 빙빙 돌며 느릿하게 날고 있는 검은 새 세 마리를 볼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1890)을 가로지르던 그 새들을 닮았다. 녀석들이 노리는 것은 그 아래 검은 원탁 위에서 나뒹구는 둥근 짚 뭉치인 듯하다. 작가의 신작 다. 이것은 바닥에 놓여 있는 설치 작품 과 짝을 이룬다. 둥글게 어깨를 맞대고 선 ‘지푸라기 인간’들이 원탁의 상판을 짊어지고 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밀짚 인간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름 4.5m의 크고 육중한 검은 원탁이 이리저리 기울어진다. 탁자 위에 놓인 짚 뭉치가 공처럼 데구루루 구른다. 굴러간 쪽에 쭈그려 앉았던 무리가 얼른 일어선다. 지푸라기 인간들은 총 열여덟. 하나같이 머리가 없다. 생각할 수 없고, 보고 말할 수도 없는 이들은 방향을 상실한 군중이다. 무지몽매한 볏짚 인간들은 끊임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원탁을 떠받친다. 그들의 동력은 원탁 위의 짚 뭉치, 즉 밀짚 머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다. 짚 뭉치가 제 쪽으로 온다 싶으면 재빨리 일어나지만, 그럴수록 머리는 더 먼 곳으로 굴러갈 뿐이다. 누군가 원탁 아래에서 벗어나 그것을 차지한다면 고된 노동을 멈출 수 있을 것이나,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서로 양보하지도 않는다. 이 광경을 머리 위 검은 새들이 비웃고 있다. 새들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 짚 뭉치를 낚아채 멀리 날아가 버릴 수 있다.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일어서려는 밀짚 인간들의 ‘무릎’이다. 구부렸다 펴는 순간 마치 근육의 떨림 같은 파르르한 긴장감이 보이며, 안간힘이 느껴진다. 고작 지푸라기 두른 기계에 불과한 작품에서 인생사를 감지하게 된다. “내가 만들고 있는 ‘기계 생명체(anima-machine)’들은 인간의 삶과 모습을 대변하고 또 은유하기 위한 존재들이에요.” 어린 시절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를 꿈꿨으나 더 큰 상상력이 최우람을 미술가의 길로 이끌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20대이던 1990년대부터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계 생명체를 제작해 왔다. 고고학, 생물학의 이론에 로봇 공학을 접목하여 ‘기계 생명체 연합 연구소(United Research of Anima Machine)’라는 가상의 국제 연구소도 조직했다.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한 창작 헙업체이다. 앞 글자만 따면 그의 이름과 같은 우람(URAM)이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보틱스랩이 기술 자문으로 참여했다. . 2022. 레진, 24K 금박, 스테인리스 스틸. 162 × 133 × 56 cm. 선체 좌측에는 뱃머리를 장식해야 할 황금빛 천사상이 무력한 모습으로 허공에 매달려 있다. 방향을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 2022. 알루미늄, 인조 밀짚, 기계 장치, 동작 인식 카메라, 전자 장치. 110 × 450 × 450 cm. 인간 형상을 한 18개의 볏짚들이 지름 4.5m의 원탁을 떠받치고 있는 작품이다. 원탁 위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쓸수록 더욱 멀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부조리한 현실 이번 전시 작품 53점 중 49점이 신작이다. 미술관 5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시 제목과 동명인 < 작은 방주(Little Ark) > 를 마주하게 된다. 길이 12m의 거대한 배다. 겉모습은 위세 등등하나 물이 없어 뜨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다. 닫힌 상태에서는 어른 키를 웃도는 2.1m 높이의 궤짝 형태인데, 노를 내젓는 순간 최대 폭 7.2m까지 펼쳐진다. 양쪽 35쌍 노의 현란한 움직임은 무용수의 몸짓처럼 유려하다.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볼 정도로 빠져든다. 열린 배 안에는 두 명의 선장이 반대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가리키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누구의 지시를 따라야 하나. 선체 중앙에는 5.5m의 등대가 놓였다. 등대의 자리는 고정된 땅이어야 하건만, 배와 함께 움직이는 등대는 더 이상 불변의 기준점이 되지 못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등대 불빛은 길잡이가 아니라 감시자처럼 보인다. 배 뒤쪽으로 문이 열린다. 열린 문 뒤에 나타난 것은 새로운 닫힌 문이다. 그 문이 또 열리지만 닫힌 문만 한없이 펼쳐질 뿐이다. 이 영상 작업의 제목은 < 출구(Exit) > 다. 빠져나갈 수 없는 아득함의 연속이다. 좌우 양측 벽에는 떨어져 나간 닻과 뱃머리 장식인 황금빛 천사가 각각 자리 잡았다. 배를 정박하게 할 닻은 손닿을 수 없는 곳에 나뒹굴고 있다. 천사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다 날개가 태양에 녹아내려 추락한 이카루스의 최후처럼 무력하다. 전시장 전체가 한 편의 상황극을 보여주는 듯한데, 낯선 분위기를 즐기는 관객들이 제법 많다. 최우람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이 작품들을 구상하고 만들었다. 그는 “핵전쟁으로부터 나를 구원해 줄 로봇을 그리던 일곱 살 때나 지금이나 세계는 여전히 전쟁 중이고, 완전히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우리가 힘겹게 열고 나간 출구 뒤에는 항상 더 단단하게 잠겨 있는 새로운 출구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해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 옛날 천연두나 페스트가 퍼질 때처럼 사람들이 죽고 혼란이 야기되는 팬데믹 상황이 펼쳐졌다”면서 “2022년 인류에게도 방주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그 방주에 모든 것을 실을 수 없을 게 분명하기에 ‘작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고 덧붙였다. 방주가 작다고 했지만, 그의 작품 중 최대 크기이다. 안에 담긴 메시지 또한 역사적 관점에서 본 문명의 창조와 파괴, 삶과 죽음의 순환이라는 거대 담론이다. 방향 상실과 무한 반복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부조리 상황을 보여 주는 작품들은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한다. 하지만 조롱은 아니다.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꿈과 희망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는 쓰레기로 버려질 것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폐차될 자동차에서 분리한 전조등과 후미등을 구(球) 모양으로 빚은 < urc > 연작은 각각 하얀색과 붉은색 행성을 닮았다. 이따금 불빛들이 깜빡거린다. 살아 있다는 뜻이요, 희망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 URC-2 >. 2016. 현대자동차 후미등, 금속 재료, LED, 커스텀 CPU 보드, PC. 170 × 180 × 230 cm. (왼쪽) < URC-1 >. 2014. 현대자동차 전조등, 철, COB LED, 알루미늄 레디에이터, DMX 콘트롤러, PC. 296 × 312 × 332 cm. 5전시실 복도에 설치된 거대한 원형 조각 두 점은 폐차 직전의 자동차에서 분해한 후미등과 전조등을 모아 행성 형태로 조립한 작품들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시대에 바치는 헌화 꽃 작업 와 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들의 방호복 재질과 같은 타이벡(Tyvek) 섬유로 만들어졌다. 꽃은 천천히 움직여 활짝 피었다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꽃잎을 오므리기를 반복한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크게 내쉬는 것과 거의 같은 속도다. 꽃과 함께 심호흡하기에 좋다. 움직임은 곧 생명이 있음을 의미한다. 바이러스로 야기된 세계적 혼란 가운데서 제작된 꽃에는 생사가 갈리는 치열한 현장에 있던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 위로와 애도의 마음이 담겼다. 작가가 이 시대에 바치는 헌화다. 피고 지고 또 피는 꽃은 생명의 순환이며,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번 전시는 최우람의 회고전 성격을 가진다. 덕분에 작가가 기계 제작 전에 작성한 설계 도면과 기술 도면, 드로잉 등 속살 같은 작품도 볼 수 있다. 그가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특유의 작고 반짝이는 기계 생명체 작업도 만날 수 있다. 작아서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정밀해서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뱅뱅 돌아가는 수레바퀴 모양의 는 지푸라기 사람들이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던 을 닮았고, 황금빛 날개를 펼친 채 여러 개의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곤충처럼 보이는 는 35쌍의 노를 저어 대던 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작은 기계 안에 온 우주가 담겼다. 이 기계들은 질문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를. . 2021. 금속 재료, 타이벡에 아크릴릭, 모터, 전자 장치(커스텀 CPU 보드, LED). 223 × 220 × 110 cm. 꽃잎 소재로 사용한 타이벡 섬유는 코로나19 검사와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착용하는 방호복 재질과 동일하다. 어려운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작가의 헌화라 할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최우람 작가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재난과 위기에 처한 동시대인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이 담겼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에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조상인(Cho Sang-in 趙祥仁) 서울경제신문 기자

비밀스런 자료에 담긴 변종 인간 이야기

Past Series 2022 AUTUMN

비밀스런 자료에 담긴 변종 인간 이야기 『캐비닛(CABINET)』 김언수 작, 션 린 할버트 번역, 299쪽, 9.99 파운드/15.99 달러, 노팅햄: 앵그리 로봇 출판사 (2021) 비밀스런 자료에 담긴 변종 인간 이야기 도시 한복판의 한 연구소 4층에는 평범한 캐비닛이 놓여 있다. 캐비닛 13호다. 그 속에는 포스트휴먼 종으로 진화하는 특징을 보이는 ‘심토머’에 관한 375개의 자료가 있다. 어떤 이들은 휘발유, 유리, 철 같은 물질로 연명한다. 또 다른 이들은 몸에서 이상한 것들이 자란다. 한 사람은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고, 한 여자는 혀에서 도마뱀이 자란다. 또 ‘타임스키퍼’가 있는데 이들은 몇 날, 몇 개월, 심지어 몇 년 동안 사라져 버리는 듯하다. 그리고 ‘토포러’는 놀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잠을 잔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좀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 기억을 편집하고, 또 어떤 이들은 외롭게 우주로 라디오 메시지를 보내며 밤을 보낸다. 연구소 행정과 공덕근 대리는 어느 날 우연히 13호 캐비닛을 보게 된다. 무료함과 호기심으로 캐비닛 속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캐비닛을 관리하는 권 박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른다. 몰래 캐비닛을 열어본 것에 대해 벌을 주는 대신 권 박사는 자기 조수로 일하길 공 대리에게 요청한다. 권 박사는 심토머들이 현재의 인간 모습을 대체하는 진화한 인간 종이며 미래의 인류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가 원하는 건 이들이 괴물로 분류되지 않는 것뿐이다. 공 대리는 파일을 다루고 심토머들을 응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에 대해 알게 된다. 하지만 권 박사가 중병에 걸리고 공 대리가 모든 일을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프로젝트 진행이 어렵게 된다. 유언집행주식회사라고만 알려진 한 그림자 조직이 공 대리에게 접근하는데 이들은 심토머를 괴물이 아니라 기회로 간주한다. 이 조직이 원하는 건 정확히 무엇일까? 권 박사는 그동안 무엇을 숨겨온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오면 공 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캐비닛』은 어떤 책이라고 정의하기 힘들다. 과학과 마술, 인본주의와 포스트휴머니즘 사이를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현대적인 도시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질문하게 만든다. 심토머들이 기이하게 보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몇 년의 시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어느 순간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소셜미디어라는 광활한 공허 속으로 메시지를 보내며 그곳에 정말 누군가가 있는지 혹은 우리가 정말 이 세상에 속해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한 챕터에서는 보통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들 모두 자신 역시 심토머가 아닌지 묻는다. 일화들을 읽다 보면 심토머와 비심토머의 차이는 종류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런 해석은 전체에 대한 일면일 뿐이다. 쉬운 대답에 유혹될까봐 공 대리는 이야기에 아무런 도덕이 담겨 있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무슨 일에서건 교훈을 찾으려 하고 잠언을 얻으려 하지만 교훈과 잠언은 결코 우리의 인생을 바꾸지 못한다.” 우리는 각각 자신에게 고유한 방식으로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Invisible Land of Love)』 마종기 작, 조영실 번역, 112쪽, 16.95달러, 뉴저지: 호마 앤 시키 북스 (2022) 이주가 바꾼 모습 시인 마종기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시와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1939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에 해방과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의학을 공부한 후 1966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했고 그곳에 거주하는 동안 그의 첫 책이 1980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 그의 시는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중 타지에서 의사로 살았던 그의 삶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중국 철학자 장자를 기억하게 하는 시 「나비의 꿈」은 타지에서의 삶을 꿈으로 묘사한다. 다른 시들에서 그의 꿈을 채우는 건 가끔은 달콤하고 가끔은 씁쓸한 한국의 기억들이다. 그의 시에서 우리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방황하는 영혼의 동요를 읽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의학박사 마종기의 의사로서의 경험 역시 시에 영향을 주었고 「퇴원」, 「증례 6」, 「제3강의실」과 같은 시들은 삶과 죽음의 얽힘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보여준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시인은 생명을 연장하고 가능하게 했지만, 그에게 가장 강렬한 정서적 충격을 준 건 죽음으로 잃은 환자들이다. 의사인 그가 냉정하고 차갑기도 할 거라고 기대할지 모르지만, 내면의 시인으로서 그는 세상에 대한 의미를 - 이성적으로가 아니라면 감정적으로 - 이해하려고 한다. 그의 시는 몇십 년을 거슬러 와서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동아시아연구원 http://eai.or.kr/new/en/main 지역 문제를 다루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지역이 맞닥뜨린 다양한 정치적 문제를 천착하는 한국의 중요한 정책연구소이다. 남북한 관계, 한일 관계, 그리고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지역의 다른 국가에 미칠 영향 등이 연구소가 다루는 이슈에 속한다. 지역의 전문가가 함께 모이는 세미나와 포럼, 주요 연구를 발표할 수 있는 저널(글로벌 NK 줌 & 커넥트와 같은 웹저널), 학술서 출간, 다른 국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 공공정치 전문가의 새 세대 육성과 지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해마다 활동 내용에 대한 자세한 보고가 제공되고 이 외에도 연구소는 소셜 미디어 활동도 한다. 유튜브(http://youtube.com/c/EAIkorea)에 온라인 세미나, 회의, 강의 등을 업로드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에도 포스팅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에 담긴 전통 공연 예술

Past Series 2022 AUTUMN

뮤직비디오에 담긴 전통 공연 예술 국립국악원이 2020년부터 진행해 온 ‘Gugak in(人)’은 전통 공연 예술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이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이 영상들은 전통 공연 예술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2021년 10월, 국립국악원의 ‘Gugak in(人)’ 프로젝트 채널을 통해 악당(AKDANG 樂瞠)의 뮤직비디오< 난봉(Nanbong 難捧) > 이 스트리밍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서도 민요< 난봉가 > 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영상은 경기도 안산시의 대부광산(大阜鑛山) 퇴적암층에서 촬영했는데, 이곳은 서울 근교에서 유일하게 중생대 지질층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국립국악원 제공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국악원은 전통 공연 예술의 명맥을 잇기 위해 1951년 개원한 국립 음악 기관이다. 이곳이 2020년 8월부터 진행해 온 ‘Gugak in(人)’은 전통 공연 예술가들의 음악과 춤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하여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통 공연 예술가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그로 인해 경제‧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온라인 공연 무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국립국악원은 첫해에 공모를 통해 20개 단체들을 선정하여 20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TV(NAVER 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주 한 편씩 공개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오늘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변화하고 있는 국악의 새로운 면모를 접할 수 있었다. 또한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출연자들의 공연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촬영 장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국악인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과 예술을 특별하게 기록하고 국내외에 소개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방송 채널 테이스트TV(TasteTV)가 주관하는 제5회 캘리포니아 뮤직비디오 어워즈(CALIFORNIA MUSIC VIDEO AWARDS)의 베스트 월드뮤직(Best World Music) 부문에서 그룹 사위(SaaWee)의< 새로운 의식(New Ritual) > 이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큰 관심을 받으며 2021년과 2022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국립국악원의 공모를 거쳐 매년 선발된 예술 단체들의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약 50여 편에 이른다. 영상물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한국 전통 예술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달음(Dal:um)의< 탈(TAL) > (2020) 달음은 가야금의 하수연(Ha Su-yeon 河受延)과 거문고의 황혜영(Hwang Hye-yeong 黃惠映) 두 연주자가 2018년 결성한 듀오이다. 두 악기는 생김새는 비슷해 보이지만 구조와 주법, 음색이 매우 다르다. 가야금이 손가락으로 현을 튕겨 소리를 내는 데 반해 거문고는 술대라는 막대기로 타악기처럼 현을 세게 때려 연주한다. 달음은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두 악기가 지닌 개성과 에너지를 조합해 국악 현악기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그룹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작품< 탈 > 은 전통 춤의 하나인 탈춤에 사용되는 장단과 몸짓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 ‘탈’은 탈춤의 탈을 가리키는 동시에 뜻밖의 사고를 의미하기도 하며 또한 어떤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뜻도 지닌다. 중의적인 곡명처럼 이 작품은 탈이 난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망을 담았다. 영상 속 장소는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이다. 달음(Dal:um)의 (2020) 김효영(Kim Hyo-yeong 金孝英), 연정흠(Yeon Jeong-heum)의< 생황을 위한 푸리(Puri for Saenghwang) > (2020) 전통 관악기 생황과 피아노가 함께하는 이 곡은 무속 의식인 굿에 사용되는 여러 장단을 이용해 작곡되었다. 굿 음악은 굿판이 벌어지는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위기와 빠르기가 달라지는 즉흥성이 있다. 이 곡 역시 생황과 피아노가 기본적인 약속을 공유한 뒤 즉흥적인 감각으로 연주를 진행해 간다. 생황은 죽관(竹管)을 통과하는 숨으로 소리를 내는데 숨을 내뱉거나 들이마실 때 모두 소리가 난다. 국내의 뛰어난 생황 주자 중 한 사람인 김효영이 들려주는 속도감 있는 연주는 현대 도시의 빠르게 변화하는 풍경을 묘사하는 듯한데, 이 영상을 촬영한 송도(松島)국제도시의 시간 변화와도 잘 어울린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있는 이 도시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과 국제기구, 대학들이 터를 잡으면서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건축물들도 많은데, 영상에 등장하는 트라이보울(Tri-Bowl)도 그중 하나다. 우주선처럼 생긴 이 건물은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김효영(Kim Hyo-yeong 金孝英), 연정흠(Yeon Jeong-heum)의< 생황을 위한 푸리(Puri for Saenghwang) > (2020) 예인 집단 아재(AJAE)의< 왈자 줄타기(WALZA tightrope walk) > (2020)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줄타기는 줄광대가 외줄 위를 걸으며 노래와 춤, 곡예를 선보이는 공연 예술이다. 줄타기 연행(演行)에서 줄광대가 중심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줄광대와 재담을 주고받는 어릿광대가 짝을 이루고 이들의 곡예와 재담에 반주를 곁들이는 악사들도 함께한다. 줄타기는 예로부터 전국을 유랑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 유랑 예인 집단의 특기였는데, 예인 집단 아재는 이러한 전통 줄타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을 시도하는 단체다. 이 영상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창작 의도가 담겨 있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장소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죽주(竹州)산성이다. 삼국시대(4~7세기)에 처음 축조되어 고려(918~1392) 때 중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인 집단 아재(AJAE)의< 왈자 줄타기(WALZA tightrope walk) > (2020) 사위(SaaWee)의< 새로운 의식(New Ritual) > (2021) 사위는 타악기 연주자 김지혜(Kim Ji-hye 金智慧)와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최보람(Chay Bo-rahm [Sita Chay])이 2018년 결성한 듀오다. 이들은 장구와 바이올린 앙상블을 통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한 음악적 실험을 전개한다. 두 연주자는 굿과 전통 무용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모든 작품을 직접 작곡하는데, 전곡에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음악적 서사가 관통한다. 이 작품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떠난 영혼들의 춤을 표현한 곡이다. 두 사람은 음색과 음률이 전혀 다른 두 악기로 정형과 즉흥을 넘나들며 신들린 연주를 보여 준다. 영상에 등장하는 배경은 두 곳이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1900년에 지어진 독특한 양식의 한옥 성당이며, 강화 초지진(草芝鎭)은 17세기 중반 해상으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세워진 요새이다. 두 유적 모두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위치해 있다. 사위(SaaWee)의< 새로운 의식(New Ritual) > (2021) 전주판소리합창단(Jeonju Pansori Chorus)의< 인당수(The Indangsoo Sea 印塘水) > (2021) 판소리는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전하는 전통 성악 중 하나다. 한 명은 노래를 부르고, 다른 이는 북을 치며 반주하는 2인조 형식이다. 전라북도 전주는 예로부터 판소리가 흥행했던 도시로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판소리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된다. 2006년 창단한 전주판소리합창단은 ‘판소리 합창’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단체이다. 이 작품은 대표적인 판소리 레퍼토리 중 하나인< 심청가(沈淸歌) > 의 한 대목을 새로 작곡한 곡이다. 주인공 심청이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바다의 신에게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내용이다. 촬영 장소는 전라북도 부안에 있는 채석강(彩石江)과 솔섬이다. 채석강은 오랜 시간 파도의 침식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해안 절벽이며, 솔섬은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서 만들어 낸 독특한 퇴적 구조를 볼 수 있다. 전주판소리합창단(Jeonju Pansori Chorus)의< 인당수(The Indangsoo Sea 印塘水) > (2021) 김나리(Kim Na-ri)의< 춘몽(A Spring Dream 春夢) > (2022)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인 정가(正歌)는 과거 양반 계층에서 향유하던 품격 있는 음악 양식이다. 가곡(歌曲)과 가사(歌詞)는 정가의 한 갈래로 악기 반주가 함께하며 음절 하나하나를 길고 느리게 부른다. 오늘날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김나리는 정가를 보존하고 전수하는 노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의 창작곡으로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가객이다. 이 곡 또한 창작곡으로 어느 따스한 봄날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느낀 감회를 담고 있다. 반복되는 몽환적인 가야금 선율에 대금 연주와 김나리의 노래가 어우러져 여유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장소는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조선 시대의 양반 가옥 선교장(船橋莊)이다. 18세기 초 지어진 이 집은 300여 년 동안 원형이 잘 보존되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김나리(Kim Na-ri)의< 춘몽(A Spring Dream 春夢) > (2022) 송현민(Song Hyun-min 宋玄敏) 월간 『객석』 편집장, 음악 평론가

『저주 토끼(Cursed Bunny) 』

Past Series 2022 SUMMER

『저주 토끼(Cursed Bunny) 』 『저주 토끼(Cursed Bunny) 』 정보라 작, 안톤 허 번역, 256쪽, 10.99 파운드, 스톡포트: 혼포드 스타(2021) 귀신이 출몰하는 이야기 모음집 『저주 토끼』는 영어로 번역 출간된 정보라 작가의 첫 단편집이다.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 작품집에는 열 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으며 호러, 판타지, 그리고 공상 과학 등 장르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든다. 영문으로 번역된 책은 “머리”와 “몸하다”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이야기 배경이 매우 익숙한 세계처럼 보이지만 여자 주인공들이 자신의 몸에서 시작된 호러 경험에 대응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음이 드러난다. 인물들의 걱정은 충분히 공감되지만 세상은 이들의 반응을 무관심과 경멸로 대한다. “즐거운 나의 집”과 “재회”는 비슷하게 마술적 리얼리즘을 배경으로 세상은 죽은 자들의 영혼으로 가득하다는 전제가 있다. 영혼들은 비극적인 과거를 상기시키고 주인공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차가운 손가락” 또한 유령 이야기이지만 주인공을 둘러싼 어둠은 실제로 독자들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마지막까지 알 수 없게 한다. 표제작 역시 만만치 않다. 탐욕과 복수의 이야기인 “저주 토끼”에서 무서운 저주를 가져오는 집착은 이에 넋을 잃은 모든 이들을 삼켜버린다. “덫”은 전래 동화의 틀을 사용함으로써 독자를 현재의 시간에서 멀어지도록 하는데, 덫에 걸린 동물이 자신을 살려준 대가로 사례를 하는 고전 이야기를 살짝 비튼다. 욕심 때문에 참새에게 상처를 입히는 잔인한 놀부나 탐욕스러운 구미호 같은 한국의 전통 설화를 떠올리게 한다. 단편집에서 가장 긴 작품인 “흉터” 역시 전설과 우화로부터 시작된 듯하다. 독자에게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도록 초대하는 이 이야기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주인공이 왜 고통과 공포에 시달려왔는지를 알게 만든다.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는 신화적인 성격을 갖는데, 인물들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투한다. 이야기는 ‘고통을 겪는 처녀’라는 주제의 반전을 보여준다. 용감한 공주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싸움에 나서는 것이다. “안녕, 내 사랑”은 앞서 말한 이야기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되는데 왜냐하면 이 작품집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사이언스 픽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포스트휴먼의 미래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천착하게 한다. 아시모프가 상기되는 부분들이 있고, 감정으로 격앙된 서사가 만들어내는 가슴 아픈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책에 실린 단편들의 장르와 주제가 다양하고 폭넓은 것 같지만 모든 단편엔 공통된 요소가 있다. 인간의 몸은 종종 부담되는 것으로 묘사되면서 속세의 번뇌를 담고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이는 그릇이라는 점이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다른 이들을 희생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탐욕과 그에 따른 결과 역시 또 다른 공통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야기들이 단순히 도덕적이지는 않다. 유령은 몇몇 이야기에 등장하지만 흥미롭게도 그 자체가 두려움과 공포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차가운 손가락”은 예외다). 대신에 “저주 토끼”에서처럼 유령은 우리가 세상과 연결되는 어떤 것을 의미하고, 이 연결점은 너무나 강렬해서 그 본질은 신체를 벗어난 후에도 남아 있다. 공포는 괴이하고 초자연적인 것에서 오는 게 아니라 아주 정상적이고 자연적인 것, 즉 잘못된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 안에 내재한다. 정보라의 글은 이 자연적인 것에 거울을 갖다 대고 인간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간성의 가장 불안한 면모를 직면하게 만든다. 책을 다 읽고 전등을 끄고 나서도 소설을 통해 일견한 인간성의 면모가 어둠 속에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차가운 사탕들(Cold Candies)』 이영주 작, 김재 번역, 86쪽, 16달러, 보스턴: 블랙 오션(2021) 삶의 조각들을 맞추다 『차가운 사탕들』은 이영주 시인이 20년간 쓴 작품들 중 선정된 시들로 처음 영어권에 소개됐다. 책에 실린 시는 서사와 서정의 경계에 걸쳐 있으면서 짧은 이야기나 이야기의 단편을 암시적인 언어로 요약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느낌인데, 쪼개진 생각과 기억, 그리고 감정이 빛이 통과하면 어슴푸레 빛나는 조각들이 된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페인트를 가지고 그랬듯이 작가는 단어를 가지고 놀면서 답이 있는 해석에 대한 분명한 선 긋기를 거부한다. 단어들이 우리 머릿속을 흠뻑 적시면 그제야 이미지가 분명해진다. 하지만 역설적인 장면들에서도 분명히 눈에 보이는 주제가 있다. 죽음은 도처에 있고 자연스러운 결과인 부패와 함께한다. 그렇지만 부패의 달콤하고 퀴퀴한 냄새는 생명의 순환으로 이해된다. 액체들이 강처럼 시를 통과해 흐른다. 여러 형태를 띤 물, 눈물, 피, 오줌 같은 육체의 액체들. 몸은 그 자체가 고통의 원천이지만 무언가가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토지이기도 하다. 한 소녀의 등에서 솟아나 초승달이 되는 뼈처럼, 또는 부패되어 신비롭고 서로 연결된 생명으로 꽃을 피우는 버섯들처럼. 시집의 끝에 다다르면 마지막 시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변용한 문장이 나온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생각한 것의 결과이다. 『차가운 사탕들』은 실제로 ‘무엇 되기’로 갈 수 있는 많은 길을 보여주고 있다. 『공성계(World without Sound, 空聲界)』 임희윤(Lim Hee-yun 林熙潤)/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삐리뿌(BBIRIBBOO), EP 앨범, 멜론‧애플뮤직‧유튜브 등에서 무료 스트리밍, 서울: 카이오스(CAIOS) [2022] 소리를 비운 세계 앨범 제목 ‘공성계’는 소리를 비운 세계라는 뜻으로 국악 퓨전 그룹 삐리뿌가 만든 단어이다. 이들이 올해 초 낸 첫 번째 앨범은 가상의 세계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네 개의 연주곡이 기승전결로 펼쳐지는 음악적 소설이다. 이 그룹은 권솔지(Kwon Sol-ji), 손새하(Son Sae-ha) 두 명의 피리 연주자와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인 히븐(Heven)으로 구성됐다. 여느 피리 연주자들처럼 이들도 곡에 따라 태평소나 생황을 연주한다. 첫 곡 는 앨범 전체의 백미이자 음악계에 삐리뿌의 등장을 알리는 출정가다. 조선 시대 군악대의 행진곡인 를 태평소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재해석했다. 시작은 다크 앰비언트(Dark Ambient) 장르를 연상케 하는 어둡고 축축한 전자음이 광막한 행성 간 공간을 먹붓처럼 까맣게 그려 낸다. 이어 로켓처럼 분출하는 두 대의 태평소 소리가 들린다. 긴박감 있는 하이햇과 베이스 비트가 채찍처럼 날뛴다. 태평소는 유니슨(unison)과 하모니를 오가며 UFO처럼 분화한다. 뒷부분에 등장하는 육성은 우주적 울림으로 변형돼 원곡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는 힐링 음악으로 재조명받는 앰비언트 음악의 자장 안에 있다. 장조의 영롱한 선율과 화성이 만들어 낸 고요한 심해의 물결 사이로 두 대의 피리 소리가 신비한 해파리처럼 유영한다. 는 조선 시대 궁중과 상류층에서 즐기던 모음곡 중 의 선율을 변주했다. 펑키한 베이스 라인과 비트가 어우러진 유일한 댄스곡이다. 전통 국악기 중 유일한 화성 악기인 생황이 중반에 등장해 음색의 매력을 뽐낸다. 마지막 곡 는 종묘제례악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대취타를 앞세워 호기롭게 출발한 긴 항해가 마침내 이상향의 평화로운 정경에 도달한다. 이 데뷔 앨범은 이들의 음악 여정에서 인상적인 서곡(序曲)이 될 것이다. 단, 앞으로 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이미 한국 전통 악기를 록과 헤비메탈에 접목한 잠비나이(Jambinai, 战必爱), 파리와 생황으로 우주적 사운드를 연주한 박지하(Park Ji-ha, 朴智夏), 종묘제례악과 가곡을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풀이한 얼리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HAEPAARY, 水母) 등의 뮤지션이 앞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대담하고 도전적인 시도가 필요한 이유다.

화려하지만 우울한 현대인의 자화상

Past Series 2022 SUMMER

화려하지만 우울한 현대인의 자화상 안창홍(Ahn Chang-hong 安昌鴻)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독자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다. 한국과 에콰도르 수교 6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열렸던 그의 전시가 올해 서울 사비나 미술관에서도 이어졌다. . 2021. 면지에 오일 파스텔(Oil pastel on cotton paper). 162.2 x 112.1 cm. 사비나미술관 제공. 서울의 북쪽, 북한산 봉우리가 바라보이는 곳에 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미술관이 있다. 국내 대표적인 사립 미술관 중 하나인 사비나 미술관(Savina Museum)이다. 이곳에서 2월 23일부터 5월 29일까지 화가 안창홍의 개인전 이 열렸다. 작가의 최신작들과 새로운 시도가 소개되었던 이 전시는 한국과 에콰도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양국 간 문화 교류 행사로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언급해야 할 다른 전시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었던 2020년 겨울, 사비나 미술관에서는 에콰도르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 오스왈도 과야사민(Oswaldo Guayasamín 1919~1999)의 개인전 이 개최되었다. 그의 작품은 에콰도르 국가 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비단 에콰도르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여러 국가에서도 크게 존경받는 작가다.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지난해에는 이 전시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한국 작가 안창홍의 특별전이 에콰도르에서 열렸다. 전시가 열린 장소는 오스왈도 과야사민의 대표작들이 상설 전시되고 있는 과야사민 미술관(Casa Museo Guayasamín)과 인류의 예배당(The Chapel of Man, La Capilla del Hombre)이었다. 특히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 이후 인류의 예배당에서 전시가 열린 다른 나라 작가는 안창홍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 전시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독자적 스타일 1953년에 태어난 안창홍은 한국 미술계에서 독특한 존재다.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영혼과 치열한 작가 정신을 지닌 인물이다. 지난 50여 년간 보여 준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그는 지금까지 어떠한 제도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화가로서 자존심을 묵묵히 지켜 왔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교육열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미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선 치열한 입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안창홍은 미술대학 진학을 거부했다. 이는 즉 미대 진학을 위한 획일화된 입시 미술과 입학 제도를 거부했다는 의미다. 이렇듯 그는 일찍부터 제도권 미술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었다. 형식적인 원숙함 못지않게 주제 또한 매우 진지하다. 작품을 통해 소외된 인간과 정의로운 역사에 대한 문제 의식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왔다. 국내의 많은 미술 평론가들은 그를 매우 개성적인 작가로 평가한다. 화단의 집단 중심주의나 진영 논리, 혹은 아카데미즘 등과 달리 개인주의적 화법으로 역사 속 개인의 비극을 표현했다. 또한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과 차별화된 조형적 특성이 결합되었기에 누구보다도 개성이 뚜렷한 작가로 손꼽는다. 작품을 구현하는 소재 선택과 주제, 표현 방식도 다채롭고 자유롭다. 최근작 ‘유령패션’과 ‘마스크’ 시리즈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령패션 시리즈 안창홍은 사비나 미술관의 오스왈도 과야사민 전시를 보고 큰 감흥을 받았다. 이후 에콰도르에서 자신의 개인전 개최가 결정된 직후부터 유령 패션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작업에 임했다. 대형 캔버스에 유화로 제작된 이 시리즈의 출발은 아주 작은 크기에서 시작됐다.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화려한 패션 모델들의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장착된 펜을 이용해 이 이미지들에 그림을 그렸고, 이 결과물을 디지털 프린트로 출력했다. ‘디지털 펜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가장 전통적인 방식, 즉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이용해 붓으로 그리는 페인팅 작업으로 다시 제작했다. 기술과 예술,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법의 조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델들이 취한 포즈도 각양각색이다. 인간 삶의 방식이 다양하듯 의상도 다채롭고 화려하다. 그런데 핵심은 이 모델들의 얼굴과 손, 발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인체는 사라지고 입었던 옷만 남았다. 이것은 마치 신체와 영혼이 빠져나가 껍데기만 남은 유령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 2021. 면지에 오일 파스텔(Oil pastel on cotton paper). 162.2 x 112.1 cm. . 2022. Oil on canvas. 162 x 133 cm. . 2021. 면지에 오일 파스텔(Oil pastel on cotton paper). 162.2 x 112.1 cm. . 2021. 면지에 오일 파스텔(Oil pastel on cotton paper). 162.2 x 112.1 cm. 마스크 시리즈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안창홍 작품의 핵심 키워드다. 인간의 모습은 얼굴로 구체화된다. 얼굴엔 생로병사, 고통과 절망, 희망과 염원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머리’와 ‘얼굴’은 분명히 다르다고 규정했다. 예컨대 동물에게도 머리가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얼굴과 다르다. 동물의 머리는 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얼굴은 표정을 지닌 특별한 신체 기관이다. 물론 평생 고된 일을 한 노동자나 농민의 거친 손, 피곤에 지쳐 힘없이 축 처진 어깨 등 다른 신체 기관에서도 표정을 읽어 낼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눈, 코, 입이 모여 있는 얼굴은 인간의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눈의 표정이 가장 중요하다. 눈빛이 지닌 상징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형 부조 작품 시리즈는 얼굴, 즉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상징이다. 작가는 이 시리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 FRP에 혼합 매체(Mixed Media on FRP. 155(H) X 110(W) X 50(D) cm. . FRP에 혼합 매체 Mixed Media on FRP. 155(H) X 110(W) X 50(D) cm. 3층 전시실에서는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가의 디지털 펜화 작품 150점을 볼 수 있다. 연작 23점과 평면 회화를 입체로 확장한 작품 3점을 감상할 수 있는 2층 전시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안창홍은 어떠한 제도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마스크는 미쳐 돌아가는 세상 이야기다. 우민화된 대중들, 집단 이기주의와 폭력, 마치 최면에 걸린 듯이 표리부동한 목적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질주하는 집단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다. 눈을 가린 붕대와 이마에 뚫린 열쇠 구멍은 상실된 자아와 무의식을 상징한다. 제각각 화려한 색들로 치장했으되 막상 들여다보면 허깨비처럼 부유하는 부평초 같은 삶들. 나는 마스크를 통해 욕망의 주체이자 희생자들이기도 한 우리들에 대해, 자본과 권력의 정교한 음모와 사적인 탐욕에 못 이겨 스스로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타의에 의해 망가지는 이중적 현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전 지구를 강타했다. 이를 계기로 탐욕적인 인간과 욕망에 찌든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 과야사민은 선구자적인 자세로 20세기 남미와 특히 조국 에콰도르가 겪은 역사적 아픔과 인간에 대한 주제 의식을 표현했다. 같은 맥락에서 안창홍 역시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고민한다. 사비나 미술관에서 마주친 그의 작품들은 겉모습만 화려하고 속은 텅 빈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미술관 4층 전시장에선 작가의 드로잉 작품 100여 점이 함께 전시되었다. 유화 페인팅이나 대형 입체 작업의 기본이 된 스케치다. 작가의 그림 솜씨가 얼마나 빼어난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안창홍은 작은 드로잉부터 캔버스 유화 작업과 디지털 펜화, 입체 조형, 사진 등 미술의 거의 모든 영역을 넘나들면서 새로움을 시도한다. 열정적인 도전 정신이 만들어 낸 값진 결과물이다.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

Past Series 2022 SPRING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 최욱경(Choi Wook-kyung 崔郁卿 1940~1985)은 여성으로서 한계를 뛰어넘고 국제 화단의 신조류를 독자적으로 수용했던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 화가이다. 2021년 10월 27일부터 2022년 2월 13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 는 그의 예술이 위치한 좌표를 적극적으로 탐색한 전시다. 사실 최욱경은 일반에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2020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이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던 박래현(Park Re-hyun 朴崃賢 1920~1976)도 그렇지만, 최욱경의 이름도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거의 잊히는 듯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가 살았던 시절은 물론이고, 사후에도 미술사가 주로 남성 위주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60~80년대에 회화와 문학,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능동적인 작가의 정체성을 쌓았던 그를 지금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공백으로 남아 있던 한국의 여성 미술사를, 더불어 한국의 미술사를 다시 쓰는 일이 될 것이다. . 1977. 캔버스에 아크릴릭. 225 × 195 ㎝. 리움미술관(Leeum Museum of Art) 소장. 최욱경(Choi Wook-kyung 崔郁卿)의 1970년대 중후반 작품들은 꽃과 산, 새, 동물을 떠올리게 하는 유기적 형태들이 뒤얽혀 생동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 1976. 종이에 연필. 102 × 255 ㎝. 개인 소장. 미국의 현대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공연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거대한 연필화이다. 춤추는 듯, 날아오를 듯 날개를 펼친 흰 형체가 숭고한 서사적 느낌을 준다. 더 큰 세상으로 이번 전시는 연대별로 3개의 주제로 나누어 구성되었으며, 에필로그 섹션에는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화상들과 기록물을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곳에서는 서울예술고등학교 시절 그가 배웠을 ‘입시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그림들은 그의 작가적 개성보다는 식민지 시절부터 내려온 관습적인 기술을 더 부각시켜 보여 준다. 서울대 회화과 재학 중 몇몇 작품을 출품해 입상하면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까지 그의 작업은 대체로 대학 입시 준비의 연장선상에 있었을 것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내로라하는 화가들에게 그림 수업을 받았는데, 당시 스승의 화풍을 답습하던 작업 방식은 위계적인 가부장제의 습성과 많이 닮아 있다. 1978년 『코리아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 미술 교육은 개개인의 작품 정체성을 존중하는데, 이것이 한국 미술 교육과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시에는 그가 쓴 시 「어머니의 옛날 이야기」(1972)도 소개되었다. 어머니는 숲에서 늑대를 만나면 쳐다보지 말고 대답하지 말라고, 산보하자고 해도 거절하라고 이야기해 주었지만, 자신은 기꺼이 늑대의 손을 잡고 친구처럼 걸었다는 내용의 시다. 늑대의 손을 잡은 것은 익숙한 세계의 금기를 깨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의미할 것이다. 1963년, 그렇게 시작한 크랜브룩 미술 아카데미(Cranbrook Academy of Art) 유학 생활은 그에게 작업 양식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큰 변화와 도약의 계기가 되었다. 정체성 탐구 1부 ‘미국이라는 원더랜드를 향하여(1963~1970)’는 화가의 크랜브룩 미술 아카데미 시절과 뉴햄프셔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 조교수 시절을 좇는다. 1960년대 미국은 추상표현주의에서 후기회화적 추상으로 이행하던 시기였다. 최욱경은 이러한 작품 경향을 보인 도널드 윌릿(Donald Willett 1928~1985)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강렬한 붓칠과 색상의 추상을 이루어 나갔다. 크랜브룩 미술관에서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잭슨 폴록(Jackson Pollock)과 같은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접한 것도 그가 당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1965년 크랜브룩 미술 아카데미 졸업 후 그는 브루클린미술관 소속 미술학교(Brooklyn Museum School of Art)에서 1년간 수학한 후 1966년 여름 메인주(州)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Skowhegan School of Painting & Sculpture) 작가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이 시기에 구상, 그래픽 미술, 판화, 팝아트 등 미국 동부의 다양한 양식과 매체를 접할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캔버스에 신문지를 찢어 붙여 색면과 병치하거나 잡지 이미지 위에 덧칠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업을 했는데, 네오다다, 팝아트에서 나타나던 모더니즘에 대한 반동을 구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전시 제목 ‘앨리스의 고양이’와 1부의 소제목 ‘원더랜드’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그의 작품 세계 한쪽에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가 놓여 있다. 출간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에서 관련 도서들의 발행이 활발했던 1965년에는 이라는 작품을 제작했으며, 1972년 출간한 시집 『낯설은 얼굴들처럼』에는 「앨리스의 고양이」라는 작품이 수록되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유신(全宥信) 학예연구사는 ‘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여성’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상황에서 문화적 정체성 혼란을 겪던 작가가 앨리스 이야기에 쉽게 공감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 탐구를 (1966), (1968), (1968)와 같이 인종 차별과 전쟁을 반대하는 다수의 작품에 녹이며 미국 사회에 적응해 갔다. . 1965. 캔버스에 아크릴릭. 63 × 51 ㎝. 유족 소장. 작가가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관심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작품이다. . 1966. 종이에 아크릴릭. 42.5 × 57.5 ㎝. 리움미술관 소장. 미국 유학 시절 최욱경은 아시아 출신의 여성으로만 규정되는 자신의 정체성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며, 스스로의 본질적 모습을 탐색하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독자적 경지 2부 ‘한국과 미국,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1971~1978)’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간 시기를 돌아보았다. 최욱경은 1971년 귀국해 1974년 초까지 한국에 체류하며 두 번의 개인전을 열고, 파리 비엔날레 참여 작가 선발전인 앙데팡당에 (1972) 등 입체 설치 작품 세 점을 출품했는데 이 작품들은 당시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 한편 단청과 민화, 서예 등에도 관심을 갖고 이를 반영한 양식 실험을 끊임없이 펼쳤다. 1976~1977년에는 뉴멕시코 로스웰미술관(Roswell Museum & Art Center)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 시기는 그의 작업에 큰 영향을 끼치며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1976)이나 (1977)처럼 산이나 새, 동물 등이 연상되는 유기적 형태들이 생동감 있게 표현된 대작들이 주로 제작되었다. 뉴멕시코의 이국적 풍경에 영감을 얻은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초현실주의적 꿈속 풍경을 뒤섞어 자신만의 회화적 어법을 만들어 냈다. 한국으로 돌아와 개최한 순회전 (1978~1979)은 주로 “미국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그의 작품은 그렇게만 규정하기 어려운 독자적인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 1981. 캔버스에 아크릴릭. 80 × 177 ㎝. 개인 소장. . 1984. 캔버스에 아크릴릭. 73.5 × 99 ㎝. 개인 소장 1979년 영구 귀국해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던 작가는 경상도 지역의 자연 풍광에서 영감을 받아 산과 섬의 조형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생전,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욱경의 모습이다.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963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라 추상표현주의에서 후기회화적 추상으로 이행하던 당시 미국 미술계의 변화를 경험하며 치열한 탐구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이루어 나갔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3부 ‘한국의 산과 섬, 그림의 고향으로(1979~1985)’에는 1979년 영구 귀국 후 영남대와 덕성여대 재직 시절, 1985년 작고하기까지의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영남대 교수 시절은 그의 작품 세계에 또다른 변화를 불러왔다. 경상도 지역의 산과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1981), (1984)과 같은 작품에 나타난 중간색과 절제된 선∙구성은 그가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고 평화로운 ‘원더랜드’에 정착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산과 섬의 조형성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꽃잎의 형태와 질서, 강렬한 색상에도 관심이 더욱 깊어져 (1984) 같은 작품도 제작했다.   2021년 10월 27일부터 2022년 2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전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한국 추상 미술의 대표적 여성 화가인 최욱경의 예술 세계 전반을 재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었다. © 지안 잃어버린 이름 최욱경은 시 「나의 이름은」에서 자신을 어린 시절엔 겁 많은 눈 큰 아이였고, 유학 시절엔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말을 잃은 벙어리 아이였고, 미국 생활에 적응해 가던 무렵에는 무지개 꿈을 좇다가 길을 잃은 아이였으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름마저 잃어버린 이름 없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서 끈질기게 시와 그림으로 스스로를 조형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1970~80년대는 후기회화적 추상과 형식을 공유하는 단색조 회화가 이미 한국 미술계의 주류 양식으로 자리 잡은 때였다. 미술사학자 최열(崔烈)에 의하면 최욱경은 추상표현주의를 자신의 것으로 토착화시켰지만, 한국 미술계는 그것을 한물간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추상표현주의 화가 리 크래스너를 ‘미세스 잭슨 폴록’이라 칭하던 당시 미술계의 성차별주의 또한 그를 곤혹스럽게 했을 것이다. 무엇이 그를 더 힘들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안타깝게도 최욱경은 1985년,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2021년 파리 퐁피두센터는 추상미술에 기여한 세계 여러 나라 여성 작가 106명의 작품 500여 점을 모아 이라는 전시를 열었는데, 이 중에는 최욱경의 회화 세 점도 포함되었다. 그가 찾고자 했고 말하고자 했던 언어가 그 작품들만으로 제대로 소개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여기서부터 그의 역사를, 또는 여성의 미술사를 다시 써나가야 할 것이다.

『레몬』

Past Series 2022 SPRING

『레몬』 『레몬』 권여선 작, 자네트 홍 역, 147쪽, 20달러, 뉴욕: 아더 프레스(2021) 손에서 뗄 수 없는 추리 소설 그 이상의 소설 영어권에서의 데뷔작인 권여선 작가의 장편소설 은 조사실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곳에서 한만우는 아름다운 소녀인 반 친구 해언의 살해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소설은 해언의 여동생 다언의 머리속에서 시작한다. 다언은 2002년 경찰 조사실에서 일어났을 거라 믿는 일을 상상한다. 그녀는 만우가 좀 어둔한 걸 알고 있고 일관되지 못한 진술 때문에 경찰들이 그가 살인자라고 확신하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잣집 아이로 인기 많은 신정준이 또 다른 용의자였지만 알리바이가 인정되어 빠르게 혐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만우를 용의자로 볼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해서 “미모의 고등학생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이 케이스는 미궁에 빠졌다. 다언은 해결점을 찾으리라는 희망으로 모든 디테일을 되살려 보느라 17년을 보냈다. 근데 이 짧은 시놉시스를 읽고 오해가 없길 바란다. 이 소설은 범죄 소설이 아니다. 적어도 단순한 추리소설은 아니다. 누가 해언을 죽였는가 하는 문제는 소설 전체를 통해 탐색되지만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은 다언이 첫 장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질문이다. “과연 삶에 의미 같은 것이 있나.” 언니가 죽은 후 겪은 감정의 대혼란이 서서히 잦아들지만 다언은 여전히 죄의식으로 고통 받는다. 정신과 의사는 ‘생존자의 죄의식’이라 이름 붙일지도 모르지만 다언에게 죄의식은 좀 더 뿌리 깊다. 그녀가 언니를 사랑하기라도 했는지 의혹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엇보다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사건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상관없이 다시 되돌아 갈 수 없고 이미 결정된 것을 바꿀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책의 절반 부분이 다언의 시점에서 서술되지만 그녀의 시점이 유일한 건 아니다. 두 챕터씩 각각 해언의 반친구인 상희와 태림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상희는 해언과 가깝지 않았지만 다언과 친했기 때문에 독자에게 다언의 다른 모습을 제시한다. 태림은 사건과 더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그녀는 해언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만우와 함께 있었고, 나중에 정준과 결혼한다. 독자는 여자 인물들의 눈을 통해서만 만우와 정준을 보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신비에 싸여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건 해언의 부재다. 이야기의 목적을 부여하는 희생자로서 해언은 주인공이긴 하지만 자신을 위해 발언하지 않으며 독자는 그녀의 머릿속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독자는 그녀에 대한 다른 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그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해언은 이들이 자신의 꿈과 욕망, 공포와 불안을 투사하는 하나의 암호이다. 작가는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조각들이 천천히, 하나씩 맞춰져 가는 동안 추리소설의 긴장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되면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상실과 비극과 슬픔을 다루는지가 진정한 미스터리임을 좀 더 자각하게 된다.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시합이 한창이었던 여름 어느 날에 발생한 끔찍한 범죄를 잊지 않지만 매 챕터를 지나며 시간이 거침없이 흘러가 17년 후인 2019년에 끝날 때가 되면 우리는 미스터리의 어떤 ‘해결’도 생존자들에게는 아무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된다. 다언과 상희와 태림에게 이 여정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며, 적어도 그들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의 저편에서 해언과 재회할 때까지는 그럴 것이다. 마지만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속에서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질문들은, 우리가 모두 찾아야 하는 해답들과 함께, 우리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호랑나비』 황규관 작, 전승희 역, 111쪽, 9500원, 파주: 도서출판 아시아(2021)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영혼을 위한 시 “어떻게 하면 시가 현실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 해왔다”라고 황규관은 그의 신작시집 말미의 에세이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단순히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성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차이를 만들기 위해 쓴다. 그는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으며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가 축복이 아니라 골칫거리라고 본다. 그의 시에서 자본주의는 특히 자연과 철저히 대조적이며 적대적이다. 예를 들어, “숲을 놓아주자”에서 시인은 숲에서 인간의 문명을 제거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숲을 “새로운 주인”, 우리 자신은 “아둔한 숲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위기에 처한 환경의 가장 다급한 이미지는 표제작의 첫 부분에서 볼 수 있다. “장마가 끝나지 않는다 바다는 끓고 / 빙하는 놀라 주저앉고 대륙은 탄다.” 하지만 시인은 절망과 자포자기에 빠져 있기를 거부하며 대신 급진적 방법을 찾아 나아가고자 한다. 길에 대한 두 편의 시에서 하나는 프로스트의 유명하지만 종종 잘못 인용되는 시 제목을 따오고(“아직 가지 않은 길”), 또 하나는 “새로 가는 길”을 노래하면서(“동트는 쪽으로”) 이 여정에 대해 얘기한다. 황규관의 시들은 다층적이어서 비밀스러운 의미를 쉽게 노출하지 않지만 세심한 독자와 새롭게 변화된 세상을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음미할 가치가 있다. Seoul 4K Walker (http://www.youtube.com/c/seoul4k) 완벽한 팬데믹 우울증 치료제 코로나 팬데믹이 이제 삼년 차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해외여행을 갈망하고 있다. 아마도 당신은 한국에 와 본적이 없지만 관심은 있을 것이다(이 잡지를 손에 들었다면 분명히!) 혹은 당신은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다시 또 오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어쩌면 이미 한국에 있을 수도 있지만 이전처럼 전국을 마음대로 여행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유튜브 채널은 바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2020년에 시작된 이 유튜브는 당신의 팬데믹 우울증을 해소해 줄 완벽한 해독제다. 여기에 제공되는 대부분의 산보는 서울에서 이루어지는데 시청자는 혼잡한 대도시의 일상적 거리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만약 ‘강남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특별히 강남 편을 추천한다. 하지만 서울 바깥 모습을 찍은 비디오도 꽤 많다. 부산의 해운대, 여수 항구의 낭만적 밤거리, 전주의 전통 한옥 마을, 수원의 화성은 많은 하이라이트 중 몇 군데이다. 말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비디오는 4K 해상도로 만들었고 따라서 큰 스크린에서 보기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다채롭고 활기찬 서울과 한국의 곳곳을 체험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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