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국내 주요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했으나,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영문으로 번역된 첫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2024년,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늘날 ‘한강’이라는 이름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2024년 12월,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 수상 강연을 하기 위해 스웨덴을 찾았다. 영문으로 「빛과 실(Light and Thread)」이라 옮겨진 강연 제목은,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탁월하게 다루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 비추어 볼 때 사뭇 희망적으로 다가온다. 이예원 과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가 영문으로 번역한 이 강연 전문은 동명의 책 『빛과 실』의 첫 장에 실렸다. 에세이, 시, 사진, 일기 등으로 채워진 책의 나머지 부분은 마야 웨스트 가 번역을 맡았다.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강연문은 작가로서 한강의 여정과 글쓰기에 대한 태도를 돌아본다. 작가는 자신에게 글쓰기란 ‘질문에서부터 출발하는 과정’이라고 밝힌다. “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을 견디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작품은 각각 결이 다르며, 작가에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수많은 질문과 치열하게 씨름할 것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이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의 근본적인 주제로 수렴된다. 폭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 모순된 세상을 헤쳐나가며 작가는 이렇게 되묻는다.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바로 이것이 한 줄기 빛처럼 이 책 전체를 관통하며,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내고 밝혀주는 ‘실’이다. 짧은 에세이 「가장 어두운 밤에도」에서 작가는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을 깨닫게 된 유년 시절의 한 일화를 회상한다. 이어 2022년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쓴 긴 성찰의 글들이 펼쳐지면서, 독자는 작가가 탈고 이후 겪어야 했던 애도의 과정을 함께 마주하며 마침내 이러한 물음에 도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직 삶이 남아 있는 동안, 삶을 말하는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목들일 것이다. 작가가 직접 가꾼 작은 북향 정원이 딸린 집에 관한 에세이, 그리고 2021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그 정원의 시간을 기록한 일기다. 겉으로는 정원을 말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작가가 ‘빛’과 맺어온 관계에 대한 탐구다. 작가는 “햇빛이 무엇인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정원을 갖게 되기 전까지는”이라고 고백한다.
한강의 오랜 애독자이든 이제 막 그녀의 작품을 접한 독자이든, 이 책은 한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매력적인 창이 되어 줄 것이다. 깊은 영감과 카타르시스, 마음을 밝히는 울림을 주는 이 책은, 마침내 우리 모두를 빛 속에서 하나로 연결하는 그 ‘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