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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AUTUMN

북스 앤 모어

《빛과 실》

한강 작, 마야 웨스트·이예원·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역
호가스, 2026
176쪽, 20.00달러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다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국내 주요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했으나,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영문으로 번역된 첫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2024년,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늘날 ‘한강’이라는 이름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2024년 12월,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 수상 강연을 하기 위해 스웨덴을 찾았다. 영문으로 「빛과 실(Light and Thread)」이라 옮겨진 강연 제목은,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탁월하게 다루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 비추어 볼 때 사뭇 희망적으로 다가온다. 이예원 과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가 영문으로 번역한 이 강연 전문은 동명의 책 『빛과 실』의 첫 장에 실렸다. 에세이, 시, 사진, 일기 등으로 채워진 책의 나머지 부분은 마야 웨스트 가 번역을 맡았다.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강연문은 작가로서 한강의 여정과 글쓰기에 대한 태도를 돌아본다. 작가는 자신에게 글쓰기란 ‘질문에서부터 출발하는 과정’이라고 밝힌다. “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을 견디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작품은 각각 결이 다르며, 작가에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수많은 질문과 치열하게 씨름할 것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이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의 근본적인 주제로 수렴된다. 폭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 모순된 세상을 헤쳐나가며 작가는 이렇게 되묻는다.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바로 이것이 한 줄기 빛처럼 이 책 전체를 관통하며, 모든 것을 하나로 엮어내고 밝혀주는 ‘실’이다. 짧은 에세이 「가장 어두운 밤에도」에서 작가는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을 깨닫게 된 유년 시절의 한 일화를 회상한다. 이어 2022년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쓴 긴 성찰의 글들이 펼쳐지면서, 독자는 작가가 탈고 이후 겪어야 했던 애도의 과정을 함께 마주하며 마침내 이러한 물음에 도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직 삶이 남아 있는 동안, 삶을 말하는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목들일 것이다. 작가가 직접 가꾼 작은 북향 정원이 딸린 집에 관한 에세이, 그리고 2021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그 정원의 시간을 기록한 일기다. 겉으로는 정원을 말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작가가 ‘빛’과 맺어온 관계에 대한 탐구다. 작가는 “햇빛이 무엇인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정원을 갖게 되기 전까지는”이라고 고백한다.

한강의 오랜 애독자이든 이제 막 그녀의 작품을 접한 독자이든, 이 책은 한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매력적인 창이 되어 줄 것이다. 깊은 영감과 카타르시스, 마음을 밝히는 울림을 주는 이 책은, 마침내 우리 모두를 빛 속에서 하나로 연결하는 그 ‘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시프트》

조예은 작, 정예원 역
혼포드 스타, 2026
216쪽, 14.99파운드

모든 기적에는 대가가 따른다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지만, 감당 못 할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혹은 사랑하는 이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상조차 못 할 희생을 치러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조예은의 소설 『시프트』 속 인물들이 마주한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인공 이창 은 어린 시절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비 교주가 누나의 병을 기적처럼 낫게 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훗날 형사가 된 그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바라며, 자취를 감춘 교주의 뒤를 끈질기게 쫓는다. 수년간 아무런 성과 없이 보내던 어느 날, 경찰을 미궁에 빠뜨린 기괴한 사망 사건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통해 이창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해답의 열쉬를 쥐고 있을지 모를 한 청년을 만나게 된다.

『시프트』는 절정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반전과 변주를 촘촘히 엮어낸 빠른 호흡의 소설이다. 중반부에서 이루어지는 시점의 전환 역시 이야기의 신선함을 끝까지 유지해 준다. 독자는 처음에는 이창의 시선을 따라가며 생애 두 번째 기적이라는 불가능을 좇는 그의 절박함에 깊이 빠져든다. 하지만 마침내 진실의 퍼즐이 맞춰졌다고 믿는 순간,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베일에 싸인 그 청년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과연 이창은 그토록 바라던 기적을 마주할 수 있을까? 청년은 마침내 영혼의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코리안 인디

www.koreanindie.com

K-팝 너머, 한국 음악의 다채로운 세계

<코리안 인디>는 2011년 애나 린드그렌 리 , 크리스 박 , 마크 러셀이 공동 창간한 정통 웹진이다. 리와 러셀이 물러난 후, 현재는 크리스 박이 편집위원으로서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름만 보면 특정 인디 음악 장르만을 다룰 것 같지만, 이 웹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의 다채로운 음악과 다양한 한국계 뮤지션들을 독자들에게 폭넓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처럼 <코리안 인디>는 지역적 한계에 갇히지 않고 한국 음악의 지평을 넓혀간다. 단순히 K-팝을 넘어,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을 넘어 훨씬 방대한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이 웹진은 국내외 한국 음악계 소식부터 앨범 리뷰, 아티스트 인터뷰, 에디토리얼,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영상 섹션의 경우 2015년 이후 새로운 영상 인터뷰가 뜸해 현재는 활발하지 않지만, 크리스 박이 직접 제작한 서울 인디 음악 다큐멘터리 등 2010년대 초반의 인디 신을 생생하게 기록한 귀중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 반면 다른 섹션들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눈길을 끄는 한국인 아티스트 인터뷰와 뮤지션들의 기고문, 쉽게 접하기 힘든 숨은 명곡들에 대한 리뷰를 만나볼 수 있다. K-팝을 넘어 한국 음악의 진면목을 더 깊이 탐색해보고 싶다면, <코리안 인디>는 더없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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