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독특한 한국 문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에티오피아 내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시사주간지인 <아디스 아드마스>지의 편집국장이자 문학 작품 번역 및 TV 드라마•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극작가와 시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네비 메코넨 편집국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감성적인 언어로 한국 방문의 즐거움을 표현했던 그와의 만남을 담아보았다.

Q 먼 길을 오셨습니다. 한국의 첫인상은 어떠셨는지요?
A
지금까지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지만 한국은 참 독특한 나라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면이 ‘비주얼적이다’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비록 한국어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손님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도 아주 좋았고, 사람들이 겸손하면서도 친절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동안 ‘한국’ 하면 떠올랐던 이미지가 전쟁이어서 이렇게 서구화되고 엔터테인먼트가 발달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만져지는 것들, 보이는 것들이 다 너무 독특하고 색달랐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과거를 보존하고 해석하는 자세였습니다. 특히 왕조별로 잘 구분해서 설명해놓은 것을 보았는데요, 이렇게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으니까요. 이렇게 옛것과 새것이 잘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Q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시사 주간지의 편집국장이시기도 한데요,
이번 방문에 대한 기사를 실을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A
물론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하지만 현재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생각이 많습니다. 한국의 사회나 정치, 경제에 대한 기사를 쓰기에는 방문 기간이 너무 짧아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문화에 대해 쓰기에도 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나 사회에 관한 글을 쓰려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하는데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요. 제 소망이 여행 작가가 되는 것인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여행기 스타일의 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생동감 있게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두 달 정도 미국을 둘러봤던 내용을 1년 반 동안 연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독자들이 굉장히 즐겨 읽었을 뿐만 아니라 생동감 있는 기사들로 인해 발행 부수도 2만5천 부에서 4만 부로 늘었죠. 이런 독자들의 관심이 제가 계속 기사를 쓸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됩니다. 이번 기사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있는 제 모습, 제 느낌을 담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Q 문학 작품 번역가 그리고 시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전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직함 중에서 ‘시인’으로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번 방문에서도 한국 문학과 만나는 일이 많이 기대됐습니다. 한국어를 알면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일에 더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텐데 그럴 수가 없어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교보문고를 방문한 일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한국 독서 문화의 한 면을 본 것 같아 재미있었고, 영어로 번역된 한국 시집을 발견해서 좋았습니다. 전 시야말로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담아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에티오피아인들의 정서에 어필할 수 있는 시들을 찾아내어 소개하고 싶습니다.

Q 그렇다면 문학 교류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한국 시인들을 많이 만나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국현대문학관을 방문한 것은 아주 좋았습니다. 이렇게 현대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곳 문학관장님도 시인이었는데, 양국의 문학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죠. 에티오피아에서 3개월 동안 화요일 저녁마다 ‘시 낭독의 밤’이라는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여러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두 나라가 함께 이런 행사를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의 시를 소개하면서 서로의 문화에 대해 배우면 자연스럽게 문화교류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이제 바쁜 일정을 마치고 에티오피아로 돌아가시는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A
한국의 시 그리고 그 시 문화에 대한 열정에 감동받고 갑니다. 계속해서 시에 대한 애정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앞서 얘기한 대로 좀 더 많은 시인들과 관계자들을 만나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논의하고 싶습니다. 시는 우리를 더욱 가깝게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우리 에티오피아인들을 좋은 친구, 좋은 문화교류 상대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주의 그 오묘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던 능들의 아름다운 선, 자연의 하나로 녹아들어 있던 풍경 그리고 해산물이 곁들여진 한국 음식들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