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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과일과 연유의 만남 달콤하고 화려한 아세안의 차 문화

테이스티 아세안

열대 과일과 연유의 만남 달콤하고 화려한 아세안의 차 문화

글 _ 박민우(<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한 끼> 저자)

차의 기원은 중국 위난성 부근으로, 원래는 향신료로, 약으로 쓰였다고 한다. 위난성은 미얀마, 태국,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는 곳이다. 미얀마, 태국도 중국과 동시대에 차를 마셨을 확률이 높다. 지금처럼 국경선의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던 때니, 차의 기원은 아세안 국가를 포함한 위난성 일대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차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아세안 국가들의 차 사랑은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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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식당에 가면 물 대신 녹차를 내놓는다. 밥을 먹기 전에 녹차로 배를 채우고, 밥으로 배가 든든해진 후엔 입가심으로 또 녹차를 마신다. 과일 중에서는 망고가 제일이고, 고기 중에서는 돼지고기가, 이파리 중에서는 라펫(찻잎)이 최고라고 미얀마 사람들은 말한다. ʻ라펫똑’은 찻잎 무침이란 뜻인데 발효된 찻잎 장아찌 샐러드다. 발효된 찻잎에 옥수수, 얇게 썬 마늘, 식용유, 양파 튀김, 생강, 땅콩 등을 곁들여 먹거나 섞어서 먹는다. 라펫똑은 미얀마의 국민 음식이다. 미얀마는 차를 마시기만 하지 않고 반찬으로까지 즐겨 먹는 나라다.

태국의 밀크티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인기 음료. 같은 더운 나라지만, 인도는 뜨거운 밀크티를, 태국은 차가운 밀크티를 선호한다. 차갑고, 맛있게. 태국의 밀크티 차놈옌은 홍차에 타마린드, 팔각, 바닐라 등을 섞고 다디단 연유를 부어서 만든다. 어른이건 아이건 달콤한 맛에 죽고 못 사는 나라 태국. 태국의 밀크티는 그래서 솜사탕 같다. 마시는 솜사탕. 밀크티 믹스 파우더는 우리의 커피믹스처럼 슈퍼마켓 어디에서든 구입할 수 있다.

차 문화를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빼먹어서는 안 되는 나라가 싱가포르다. 차의 종주국인 중국계가 세운 나라인 데다가, 중국 차에 환장해서 아편 전쟁까지 불사한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이기도 하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싱가포르는 동서양 차 교역의 중심국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명차 TWG가 싱가포르에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유로 애프터눈티를 즐긴다. 하지만 좀 더 엄격히 구분하자면 싱가포르의 애프터눈티는 하이티에 가깝다. 애프터눈티와 하이티의 차이는 시간이다. 애프터눈티가 케이크와 함께 즐기는 오후 세 시의 상류층 문화라면, 하이티는 저녁 일곱 시에 푸짐한 식사를 곁들이는 서민층 문화였다. 애프터눈티가 3단 트레이에 화려하게 나온다면, 하이티는 식당 혹은 호텔 뷔페로 배불리 먹는 게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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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선 연꽃차를 즐겨 마신다. 해가 뜨기 전 연꽃과 이슬을 채취한다. 즉시 꽃밥을 분리하고, 좋은 녹차잎과 섞어 준다. 일곱 번을 말려, 연꽃잎으로 감싸 보관한다. 어마어마한 정성이 들어가기에 보통 사람들은 다가가기 어려운 비싸고, 귀한 차다. 최근 차 전문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 호찌민과 하노이를 점령 중인데, 맑은 아이스티가 대세다. 태국이 연유로 맛을 내는 걸쭉한 밀크티를 선호한다면, 베트남은 우유 없이 맑고, 투명하게 마신다. 찻잎에 망고나 패션프루트 등 다양한 열대 과일즙을 첨가한다.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면서, 24시간 커피를 즐기는 나라지만 언젠가 차가 커피의 인기를 능가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현대식으로 개량된 베트남 차의 인기가 대단하다.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티를 마시고 싶다면 베트남으로 와야 한다. 아이스티의 종류도, 맛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