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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흥미로운 아세안 국가의 문학

칼럼

낯설지만 흥미로운 아세안 국가의 문학
글 _ 강대호(칼럼니스트)

한국에서 아세안 국가의 문학은 낯설다. 접하기 어려워서 그럴 수 있다. 대형서점에서 동남아 문학은 ʻ기타 국가 소설’이나 ʻ기타 세계 문학’ 등과 같은 범주에 묶여있고, 도서관에서는 ‘기타 아시아 국가 문학’ 정도로 아세안 국가의 문학을 분류하고 있는 형편이다. 거기다 소개된 작품의 수도 적고 영어나 불어로 번역한 중역본을 다시 한국어로 옮긴 작품이 많아 아세안 국가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현지에서 유명한 세 작품의 원전 번역본을 통해 아세안 국가의 문학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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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은 태국의 ʻ아깟담끙 라피팟’이 1929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태국 최초의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태국 상류층 출신인 작가는 1920년대 중반 영국 유학 시기에 < 런던타임스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미국 유학 경험도 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은 어린 시절의 방황을 접고 바깥세상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했던 작가의 경험이 녹여진 자전적 소설이다. 그가 본 세상은 마치 연극 무대와 닮았고 사람들 또한 그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닐까 하는 성찰에서 얻은 영감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당시 태국은 서구 열강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영국에서 기자로 인정받으며 유럽과 미국을 누비고 다니는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태국인들이 자긍심을 키우고 조국의 발전을 위해 더욱 힘써주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듯 보인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인도네시아 작가 ʻ압둘 말릭 카림 암룰라’가 1939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ʻ함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그는 ʻ이슬람’을 깊이 공부했고 독립 전쟁에도 앞장서 ʻ인도네시아 국가 영웅’ 칭호를 받은 작가이다.
이 소설의 주요 서사는 타향 출신 남자와 향토 귀족 출신 여인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외부인에 대한 차별과 여성에 대한 속박을 묘사하며 당시 인도네시아의 폐쇄적 관습을 비판하고 있다. 다양성이 모인 인도네시아가 화합하고 발전하길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작품에 담겨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작가는 네덜란드 선박 ʻ판데르베익호’를 비극적 장치로 쓰며 외세에 대한 부정적 상징성을 부여한 것으로도 느껴졌다. 그런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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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쓰인 두 작품은 일견 일제강점기에 쓰인 한국문학을 떠오르게도 한다. 외세에 지배받던 시기에 쓰인 만큼 민족의식 고양과 독립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는 동질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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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베트남 소설 『영주』는 2015년에 발표된 현대문학이다. 베트남 국방부 산하 < 군대문예 > 의 부편집장을 역임한 작가 ʻ도빅투이’가 썼다. 작가는 베트남의 소수 민족인 ʻ몬족’이 과거에 처형 도구로 썼던 돌기둥과 그에 관한 전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ʻ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소설 제목으로 쓰인 ʻ영주’는 한 지역을 다스리는 왕을 뜻한다. 작품 속 영주는 처형 도구인 돌기둥을 앞세워 백성을 공포로 다스린다. 무자비한 영주의 통치에 맞서며 각성해 가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소설의 주요 서사이다.
또한 『영주』는 여성이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시대를 그리며 여성이 독립적 존재임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한다. 부당한 권력은 물론 외세와 싸우며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 베트남의 정체성이 녹여진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위에서 소개한 세 소설은 모두 동남아 색채가 가득해 흥미롭다. 이외에도 설화나 소설 등 여러 장르의 아세안 문학 작품들이한국에 소개되었다. 물론 아직 많지는 않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아세안 국가의 문학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서라도 동남아 문학 번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